연보라빛 라이라크가 곱게 피여 거리에 그윽한 꽃향기가 차넘치고 꽃나비가 춘흥에 못이겨 나풀거리며 꽃봉오리와 키스를 하고 있었다.
굉팔은 승호와 함께 회사에서 그래도 반반하게 생긴 해연과 선희를 데리고 시내에서 제일 높은 회전음식점에 갔다. 그들은 커다란 창문유리 옆에 자리를 잡고 봄맞이 파티를 가졌다. 유독 한 회사의 김범수 경리와 성호, 진희를 뽁 빼놓고 연 파티이기에 해연과 선희는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느꼈다.
사실 굉팔과 승호는 각기 다른 목적이 있었다. 굉팔은 우선 출납원 해연을 손아귀에 넣으려고 했다.
승호는 해연과 선희를 미끼로 굉팔을 끌어당겨 성호를 배격하고 자기 위치를 찾으려고 했다. 광고를 물어들이는 일보다 우선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이른바 정치를 하기에 급급했다.
그는 백화상점에 있을 때 조홍수를 묻어다니며 술놀이 흥청망청 하면서 해연과 선희를 안지 오랬다. 지금도 선희가 자기 무릎 우에 올라앉았을 때 억지로 참았던 일을 잊을 수 없었다.
(불구자 정체가 드러날가봐 그랬지.)
순간 선희도 승호가 자기를 무릎 우에서 내려놓으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는 저도 몰래 입귀에 가는 비웃음을 흘렸다.
젊은 남녀들이 마주 앉아 봄향기 그윽한 시내를 내려다보며 술을 마시노라니 기분이 여간 상쾌하지 않았다. 주흥이 도도한 파티에서는 얘기도 퍽 흥미진진했다.
승호는 술잔을 높이 추켜들고 해사하게 시를 읊듯 말했다.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고 꽃향기 그윽한 봄날, 우리 다정다감한 친구들, 봄날의 우정을 위하여!”
“위하여!”
그들은 모두 시원하게 맥주잔을 굽냈다.
서너순배 돌아가자 별 말이 다 오갔다.
선희는 마른기침을 깇더니 이런 화제를 꺼냈다.
“남자들은 별났지? 어째 고운 색시를 두고서도 남의 색시를 넘볼가?”
해연이 제꺽 받았다.
“강냉이는 자기 집 강냉이 더 커보이고 안해는 남의 안해 더 고와보인다고 하지 않아?”
선희가 동을 달았다.
“세상에 별 일도 다 있지. 사진을 잘 찍은 허씨라는 선생이 있었다오. 그 단위 리씨 처녀가 허선생의 사진재간을 배우려고 졸졸 묻어다녔다오. 한번은 글쎄 허선생 안해가 외지로 출장하게 됐다오. 그때 리씨 처녀가 허선생이 밥을 짓기 어려워할 것 같아서 글쎄 허선생네 집에 가서 밥도 지어주고 빨래도 해주었다오.”
“저런, 자원해서 보모로 들어갔구나.”
해연이 마른 명태를 쪽 찢어 오물오물 씹으며 장단을 쳤다.
선희는 걀죽한 얼굴에 웃음을 지으면서 계속 입방아를 찧었다.
“리씨처녀는 허선생이 아예 자기 집에서 자라고 하자 글쎄 그 집 정지에서 미닫이를 닫고 애들과 함께 잤다오. 밤중에 애들이 다 굳잠에 빠진 후 허선생은 미닫이를 스르르 열고 도적고양이처럼 웃방에서 스리슬쩍 나와서 처녀 옆에 기여들어 치근거렸다오.”
“저런!”
“리씨처녀는 옆에 누운 애들이 깰가봐 글쎄 짹 소리도 치지 못하고 당하고 말았다오.”
그때 경상도치 굉팔이 끼여들었다.
“암캐가 꼬릴 치지 않았으면 그랬겠어?”
선희는 큰 비밀이나 밝힌듯이 계속 입술을 나불거렸다.
“허씨네 안해두 얼굴이 반반하게 생긴 값을 하느라고 그랬는지 그 단위 숱한 남자들과 살았다오. 그래서 기실 그번에 나그네 입을 틀어막느라고 출장가면서 고의로 리씨처녀를 보고 자기 집에 가서 밥을 해주라고 했다오.”
“진짜 남편한테 붙여놨구만.”
“에이, 별 녀자를 다 보겠어. 자기 나그네 옆을 내주고 입을 틀어막다니?”
선희가 계속 헐뜯어댔다.
“글쎄 말이오. 한 단위에서 어떻게 산단 말이오?”
해연이 술잔을 들면서 끼여들었다.
“그런 일은 모르면 약이오. 지금 개방세월에 보지 못했으면 약이지. 자, 술이나 마시기오.”
모두들 순잔을 쭉 굽 내고 안주를 짚었다.
해연은 훤칠한 체격에 탄탄한 몸매, 섹시하게 생긴데다가 시원시원한 개방형 성격을 가진 30대 중반 녀성이다. 대학교 식당에서 하던 일을 팽개치고 한국나들이도 한적이 있어 한국물도 푹 들었다. 한국에 가서 같잖은 음식점 사장들한테서 스트레스를 받다못해 보따리를 꿍져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대학교의 유명교수인 아버지 덕에 그녀는 운수 좋게도 광고회사 출납원으로 들어앉았다. 승호나 굉팔은 해연과 성호의 로맨스를 모르고 게침을 질질 흘리며 엿보면서도 해연은 굴어귀 풀이라고 뜯어먹지 못하고 있었다.
선희가 정색해 해연한테 당돌한 질문을 들이댔다.
“언니, 만약 언니네 나그네 바람을 피워도 보지 못했으면 약이라고 참을 수 있겠소?”
해연은 한숨을 호~ 내쉬였다.
“아주 심각한 문젠데. 한번쯤은 량해할것 같소. 모르면 약이니까.”
승호는 담배연기를 후- 내뿜으면서 빈정거렸다.
“아무리 모르게 바람을 피웠다고 해도 일단 자기 모에 띠워보오. 용서하지 않을 걸. 너무 큰소리를 치지 마오.”
굉팔은 선희를 건너다보며 물었다.
“저는 한국에 간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걸 알면 가만놔두겠소?”
선희는 해연을 마주 바라보면서 물었다.
“에이구, 한국에서 바람을 피우는지, 안 피우는지 누가 아오? 해연 언니 말처럼 모르면 약이지. 안 그렇소?”
“그래. 모르면 약이오.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어머니가 철부지 아들을 용서하듯이 아주 너그럽게 용서하겠소.”
해연은 성명을 발표한 후 맥주잔을 들어 쭉 굽을 냈다.
승호는 아주 새 아메리카대륙이나 발견한듯이 두 눈을 크게 떴다가 슴벅이면서 입을 쫙 벌렸다.
굉팔은 일어나 해연의 잔에 맥주를 따라주고나서 제의했다.
“자, 그럼 그런 의미에서 한잔 들기오.”
승호도 잔을 쥐고 일어섰다.
“옳소. 므르면 약이오. 바람을 피운 남편들을 용서한다는 의미에서 한 잔 들기오.”
해연과 선희도 일어나서 잔을 마주치고 굽을 냈다.
선희는 저가락으로 물고기를 번져놓으면서 해연의 말에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난 바람을 피운 남편을 용서하지 못하겠소. 당장 리혼하면 했지. 사랑이란 자사적이니까.”
해연은 승호의 권연을 받아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켜댔다. 그녀는 담배연기를 길게 빨아들였다가 후- 내뿜더니 계속 자기 견해를 고집했다.
“모르면 약이오. 알면 또 어쩌겠소? 애를 봐서라도 한두번 쯤은 용서해야지.”
선희는 올챙이 입을 딱 벌리며 비꼬았다.
“어마나!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용서하겠다고? 야- 내 남자라면 언니 같은 녀자와 살았으면 얼마나 좋겠어?”
해연은 아주 정색해 자기 견해를 고집했다.
“어쩌다가 한번 바람을 피운 걸 가지고 리혼한다면 평생에 몇번 리혼해야 하겠소? 지금 개방세월에 사랑이거나 가정이거나 부부관계나 순결한게 몇이 있소? 고만한 일이야 량해하고 서로 모르는 척하면서 살아야지. 말은 이렇게 해도 정작 남편이 바람 피운 거 알면 얼마나 기막히겠어?”
선희는 동감인지 머리를 무겁게 끄덕였다.
좌우간 그날 모두 맥주도 시원히 마시고 지저분한 얘기도 적잖게 나눴다. 그들은 노래방에까지 가서 목청이 터지게 노래를 부르고 번갈아 쌍쌍이 서로 꼭 끌어안고 돌아갔다.
이튿날 광고회사에는 뜻밖에 폭발적인 뉴스가 자자하게 퍼졌다. 해연의 남편 송철이 선희를 일년 반이나 데리고 살았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인군자 같던 놈이 선희 남편이 한국으로 간 틈을 타서 야욕을 채웠군!”
“선희 꼬리를 치지 않았으면 송철이 그랬겠소?”
“글쎄 말이요. 아양을 떨기 좋아하는 선희가 촬영할 때 광고제작실의 송철을 유혹했겠지.”
“그렇잖구. 그런줄도 모르고 저 바보 같은 해연은 나그네와 선희 간판광고를 제작할 때면 선희가 곱게 찍혀나오라고 자기 한복을 입히고 화장까지 해줬다오.”
“에이구, 송철이네 부부에 선희까지 셋이 얼마나 붙어다니면서 좋아했소. 이제 꼴보기 좋게 됐군.”
“두 가정이 풍비박산나겠군.”
광고회사에 인원이 많이 증가되면서 말썽도 많았다. 진희랑 아낙네들이 뒤에서 쑤근거렸다.
승호가 색시들 속에 끼여들었다.
“해연은 어제 우리와 술을 마시면서 남편이 바람을 써도 모르면 약이라고 했소. 자기 한 말대로 한두번 쯤은 애를 봐서라도 량해하겠지.”
“어머! 그럼 해연네 가정이 깨질 위험은 없구만.”
“괴벽한 해연이?”
“미쳤지. 어째 놀고 비디오촬영까지 해두었다오?”
“글쎄 말이오. 구경하면서 다른 재미를 보지. 호호호.”
“진짜 미쳤소.”
“제일 멋진 간판광고를 제작했구만.”
“선희네 나그네도 바보지. 그 비디오테프를 김경리한테 가져다줄 건 뭐요?”
승호가 또 말참견을 했다.
“법원에 가도 근거로 되지 않고 뭐요?”
사실 한국에 간지 몇해 된 영철은 온다는 말도 없이 돌아와 선희가 출근한 후 집으로 슬쩍 들어갔던 것이다. 그는 선희를 의심한 나머지 그간 청백했는가 알아보려고 온 집 안을 활딱 뒤번졌다. 허나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선희, 미안하오. 당신을 의심한 내가 개자식이오. 자기는 한국에 가서 청량리요, 미아리요, 어데라 없이 다 돌아다니면서 오입을 하고서도 청백한 당신을 의심한 내가 개놈이오.”
영철은 중얼거리더니 한시름 턱 놓고 쏘파에 앉았다. 그는 얼결에 텔레비죤 옆에
놓여있는 비디오테프가 눈에 띄였다.
“심심하니까 비디오를 봤는 모양이지.”
영철은 그 비디오테프를 비디오에 집어넣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은은한 음악이 흐르면서 빨간 장미꽃과 백합 꽃송이 나타났다. 뒤이어 적라라하고 음탕한 서양인들의 음란한 장면이 나타났다.
“쳇, 그간 퍽 성기갈이 들었던 모양이지. 저런 루추한 걸 다 보구. 저게 뭐냐?”
화면에는 선희가 옷을 활활 벗는데 웬 남자가 덮쳐들어 키스를 하고 뒤이어…
“아니, 저런!”
영철은 자기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그는 분김에 그 비디오테프를 몇장 쾌속 록화하였다.
그는 전화를 들었다.
“선희, 내 돌아왔다. 집에 오라.”
선희는 깜짝 놀랐다.
“저걸 어쩌나. 어제 저녁에 송철과 놀면서 록화한 테프를 치웠던가? 보자, 한번 구경하고 또 그러다나니, 아니, 큰 일 났구나.”
그녀는 속이 꿈틀했다. 순간 잔등에 식은땀을 쪽 흘렸다. 심장은 밖으로 튀여나올듯이 콩콩 높뛴다.
“안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송철한테 급보부터 알렸다.
“여보세요. 큰 일 났어요. 영철이 돌아왔어요.”
“양? 그래, 그 자식이 온단 말도 하지 않고 불쑥 나타났단 말이오?”
“예, 어제 밤에 테프를 구경하고 치우지 않은 것 같애요.”
“저런! 누가 그 자식이 불시에 나타나리라고 어디 생각이나 했소?”
“이럴 때 아니죠. 봄빛다방에서 만나자요.”
“그러기오.”
선희와 송철은 이런 대응책을 꾸몄다. 그런데 이쪽에서는 불 같은 성미를 가진 영철이 선희와 송철을 한각 분질러놓으려고 윽별렀다.
한식경이 흘러가도 돌아오지 않았다. 열이 후끈 오른 영철은 집 안의 널찍한 응접실에서 성난 사자처럼 씩씩거리며 왔다갔다 했다.
원래 영철과 선희는 대학교 때 동창생이다. 시내에서 곱게 자란 선희는 훤칠한 체격에 해말쑥하고 예쁘게 생겨 대학생총각들의 눈총을 받았다. 쌔물쌔물 웃을 때에는 꽉 깨물어놓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였다. 그리하여 모두 그녀를 대학교 마당에 피여난 나리꽃이라고 하였다. 지어 녀학생들은 질투의 눈길을 보낼 지경이였다.
대학교 공연무대에서 인기를 한 몸에 안은 그녀는 일약 대형패션전시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때부터 시내 광고회사들에서는 예술적인 기질이 있는데다가 섹시한 그녀를 광고모델로 썼고 패션회사와 일부 기업소들에서는 형상모델로 초빙하러 왔었다. 담이 큰 부자집 도련님들과 대학교 울안의 대학생 총각들이 그녀를 가까이 하려고 갖은 수단을 다하였다. 그후 해연을 통해 조과장과 승호를 알게 돼 한동안 술집녀인처럼 술을 퍼마시고 더러운 돈을 받아 흥청망청 퍼쓰며 놀러 돌아다녔다.
그때 영철은 그런 선희 내막을 모르고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대학교 동창생 가운데의 하나로 됐다. 선희는 영철보다 웃학년을 다닌 적이 있는 연구생총각을 더 좋아하였다. 그런 눈치를 채고도 영철은 열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고 여기고 지꿎게 따라다녔다. 심지어 연구생총각과 몇번이고 결투까지 하려고 하였다.
졸업한 후 선희는 시내에서 잘 나가고 있는 김경리네 광고회사 형상모델로 초빙돼 독신세집에 들어 있었다. 연구생총각이 오면 문을 열어주고 영철이 오면 열어주지 않았다.
어느 날, 그녀가 연구생총각과 세집에서 련애할 때다. 느닷없이 문을 꽝꽝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집 안의 남녀가 부스럭거리다가 자취를 감췄다.
영철은 돌멩이로 창문을 까부시고 걸개를 벗기고 성큼 들어섰다.
“이 개쌍놈새끼야! 감히 시퍼런 대낮에 내 녀자를 짓거리니?! 어디 죽어봐라!”
영철은 신을 신은채 씽 구들에 달려올라가 연구생총각의 멱살을 틀어쥐더니 다짜고짜로 골받이를 떵 해놓았다.
“너, 이놈새끼, 연구생이면 선비답게 책이나 붙들고 앉아 있을게지. 계집사냥만 다니는 거냐? 다리갱이 부러져야 알겠어?!”
영철은 발로 피투성이 된 연구생총각의 얼굴을 걷어찼다. 연구생총각도 그저 당할순 없어 흐르는 코피를 손으로 쓱 닦고 일어나면서 무릎으로 영철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앗!”
영철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아래배를 붙안고 뺑뺑 맴돌았다.
만만찮은 상대를 만난 영철은 발길에 연신 걷어채이면서도 입만은 살아있어 꽥꽥 고함쳤다.
“네놈 알아둬라! 난 진작 선희와 백번도 더 했어. 몇번 류산까지 시켰는지 아니?”
연구생총각은 발길질을 멈추고 선희와 영철을 번갈아보았다.
“아니, 생사람을 잡아도, 사람을 웃기지 않는가? 이거 동네 부끄러워 어디 살겠니?”
선희는 억울해 영철을 흘겨보면서 고함쳤다.
“나가지 못해?! 경찰을 부를테야.”
선희가 아무리 꽥꽥 고함쳐도 영철은 물러가지 않았다. 그녀가 입이 열개나 돼 변명해도 연구생총각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녀는 진작 숫처녀가 아니였던 것이다.
“더러운 년!”
연구생총각은 침을 퉤 뱉더니 휑하니 나가버렸다.
그후 그는 두번 다시 선희를 찾지 않았다.
더러운 소문이 쫙 퍼지자 선희는 영철과 결혼하지 않고서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죽어라고 따르는 동창생을 두고 어찌 더 좋은데로 시집가겠다고 물덤벙 술덤벙 해?”
선희는 영철과 번개식결혼을 올렸다. 그런데 선희가 숫처녀가 아닌데다가 승호랑 조홍수 과장이랑 동네 뭇사내들과 붙어다니면서 술이나 처먹은 것을 알고 영철은 선희를 두고 한국에 가면서도 시름놓을 수 없었다.
이번에 송철과 놀아난 록화테프까지 보자 영철은 마음을 깨끗이 정리하지 않으면 안됐다.
“처녀 때부터 연구생새끼와 좋아하더니 결혼해서까지 어중이떠중이들을 집에까지 끌어들여? 더러운 년, 이젠 끝이야!”
지독한 마음을 먹은 영철은 그 길로 선희네 광고회사에 가서 그 음탕한 비디오테프를 김범수와 해연에게 주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선희와 송철의 추잡한 특대뉴스가 광고회사에 지진이 일어나게 했다.
경제적효과성과 대우가 아주 좋은 이 광고회사 문턱을 넘어서려면 아주 힘들었다. 이 회사 문턱을 넘어선 직원들은 늘 긍지감에 넘쳐 코노래가 절로 나올 지경이였다. 그런데 인기광고모델 선희한테 이런 불미한 일이 생기자 김경리는 골치 아팠다.
(선희 정신타격을 받으면 광고모델을 누가 하겠는가.)
또 송철과 선희의 추문이 세상에 파다히 퍼질가봐 겁났고 또 후폭풍도 질겁하게 만들었다.
김범수 경리는 선희와 송철을 차례로 불러다가 정황을 알아보고 대책을 대기로 하였다.
사무실에 들어선 선희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여들어가고 싶었다. 그녀는 김경리 시선을 피해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더니 발끝으로 콩크리트바닥을 싹싹 허비였다.
김경리는 노기 띤 눈길로 선희를 한참 쏘아보다가 책상까지 꽝 쳤다.
“통 말이 아니구만. 밤중까지 광고를 제작하는가 했더니 그게 무슨 짓이오?"
선희는 김경리 호통질에 겁나하지도 않았다.
전날에 해연이 “이런 일은 모르면 약이오.” 라고 하지 않았던가. 또 “만약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어머니가 아들자식을 량해하듯이 너그럽게 량해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녀의 머리 속에는 어떻게 발뺌하겠는가는 속궁리가 팽이처럼 뱅글뱅글 돌아갔다.
이때 김경리는 조금 격분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물었다.
“선희, 사실대로 말하오. 속담에 ‘암캐가 꼬리를 치지 않으면 수캐가 매달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소? 남편이 한국에 가고 없으니까 송철을 집에 끌어들인 것 아니오?”
선희는 억울한듯 걀죽한 얼굴에 올챙이 입을 짝 벌렸다.
“어마나- 사람이 어디 억울해 살겠습니까? 사실 송철에게 강간당했습니다.
“쳇, 여기 비디오테프까지 있는데도 생떼를 쓰겠소?”
“처음에는 강간당한 것이 사실인데요.”
“구체적으로 말해보오.”
기회를 얻은 선희는 나오지 않는 울음을 터뜨리면서 그럴듯하게 억울함을 변명하였다.
“나와 송철은 밤늦게까지 광고를 제작할 때가 많았습니다. 어느 날 밤중까지 광고모델을 서고나니 곤해서 하품을 짝짝 하는데 말이죠. 송철이 글쎄 조형동작을 촬영하면서 저의 동작을 교정하는 척하면서 내 옆에 다가와서 팔을 쥐여 이리저리 들었다놨다 했습니다. 그러다가 불시에 뒤로 달려들어 나를 꽉 껴안더니 책상 우에 깔아눕히지 않겠습니까. 소문이 날가봐 나는 짹 소리도 못 치고 그 놈한테 당했습니다. 정말 억울해 죽겠습니다. 흑흑흑. 김경리, 제발 억울한 저를 불쌍히 여겨 회사에 남겨주십시오. 네?”
김경리는 인심을 낼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음, 나도 선희 억울하다는 거 아오.”
김경리는 선희의 걀죽한 얼굴에 창피와 후회의 물결이 일기 시작하는 것을 찬찬히 뜯어보더니 뒤말을 이었다.
“그게 뭐요? 한때는 백화상점 조과장한테 달라붙어 놀아대더니 이젠 한 단위 송철과 놀아대다니? 요즘 굉팔이나 승호한테 찰싹 붙어서 돌아다니는 걸 모르는가 하오? 토끼도 굴어귀 풀을 뜯어먹지 않는다고 했소. 흥!”
김경리는 파랗게 질린 선희의 걀죽한 얼굴에 굳어가는 표정을 흘끔 곁눈질해보더니 어조를 바꿨다.
“음, 나도 순희가 억울하다는 걸 알고 있소. 송철이란 녀석을 이제 단단히 훈계해야겠소.”
선희는 귀밑까지 붉히더니 그윽한 눈길로 김경리를 힐끔 훔쳐보더니 아양을 떨었다.
“그 은정에 어찌 다 보답하리오?"
김경리는 음충한 눈길로 선희를 쓸어보면서 얼리고 닥쳐 그녀의 마음을 먼저 어루쓸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하다가 내보냈다.
그는 전화로 송철을 불렀다.
송철은 머리를 수깃하고 들어오자마자 “김경리, 날 살려주십시오.” 하고 땅바닥에 털썩 꿇어앉았다.
“자네 뭔가? 광고제작이나 잘할게지. 우리 인기모델을 짓밟다니? 그 죄 얼마나 큰지 아는가? 광고모델을 강간해? 진짜 우리 회사 기둥을 찍어버리는 짓이 아니고 뭔가?!”
뒤덜미를 긁적거리던 송철은 억울한듯이 상을 찡그리기까지 하면서 자기 발명을 했다.
“아니, 강간이라니오? 당찮은 소립니다. 김경리…”
“뭐라고? 밤중에 광고모델을 책상 우에 쓸어눕히고 강간하고서도 모자라서 음탕한 황색비디오까지 촬영해?! 선희가 다 고발했어. 그래도 떼질쓸텐가? 징역살이를 면할거 같애?! 흥!”
김범수 경리는 송철에게 날카로운 눈총을 쏘았다.
이전에 송철은 돈만 생기면 김경리와 리경리에게 코밑치성을 했다.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비누물처럼 매끌매끌하고 침처럼 짜릿짜릿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안마청에 모시고 가서 아가씨들의 섬세한 봉사도 향수하게 하였다.
오늘 김범수 경리가 바위돌 같은 표정에 찌를 듯한 눈총으로 대할줄은 참말 뜻밖이다.
송철은 림기응변하는 수밖에 없었다.
“경리, 저녁에 조용한데로 가서 얘기하면 어떻습니까? 헤헤헤.”
김경리는 대뜸 어조가 좀 누그러들었다.
“사람이, 놀고 비디오촬영까지 하다니? 법률은 증거를 우선시한단 말이야. 꼬리 밟히면 입이 열개라도 안돼. 참, 어째 소보다도 더 우둔하오? 한심하오, 한심해. 자네 같은 놈하고 어디로 다니기도 겁나오.”
뒤이어 김경리는 아주 관심하는 말투로 바꾸어 말했다.
“비디오테프는 강간한 증거로 될 수 있소. 그래 강간하지 않았다는 리유라도 있소?”
송철은 선희와는 달리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뻔뻔스레 자랑하듯이 늘여놓았다.
“저 선희는 나그네 한국에 간 후 굶기는 굶었습디다. 간판광고를 제작할 때면 항상 내게 추파를 보내면서 오늘은 랭면이요, 래일은 개장이요 하면서 나꿉디다."
“헛소리! 내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해도 잘 가지 않던데 그럴 리야 있소? 분명 선희를 꼬였겠지.”
송철은 손사래까지 쳤다.
“아니, 절대 아닙니다. 어느 날 밤중까지 간판광고에 쓸 모델사진을 찍을 땝니다. 초점을 맞출라 하면 선희가 나를 유혹하느라고 부래지어가 다 드러나게 와이셔츠를 들었다놨다하면서 적삼깃으로 부채질하는가 하면 허벅지가 다 드러나게 치마까지 들었다놨다 하지 않겠습니까?”
“듣기도 싫소. 그래 강간했단 말이지?”
“아닙니다. 난 정말 억울합니다. 기실 강간당한 건 냅니다. 나그네 없는 선희 고독을 가셔줬는데 강간당했다는 건 말도 안됩니다.”
“닥쳐! 어데 가서 그런 말이나 해라. 창피한줄도 모르고. 나가! 보기도 싫어!”
송철은 울상을 지으면서 머리를 싸쥐고 땅바닥에 물앉았다. 그는 쓴 외를 씹은듯이 상을 찡그리면서 나가는 김경리를 보고 모든 것을 눈치챘다. 회사에서 쫓아내려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럼 그렇겠지. 먹은 소 똥을 눈다고. 흐흐흐.”
송철은 득의양양해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면서 뒤따라나갔다.
김경리는 원래 사람을 해치지 않는 좋은 사람이였다. 그는 이번에도 해연이나 송철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니깐 머리 아팠다. 성호는 선희가 그런 일을 쳐서 나오지 못하자 자기 학생 연화를 데려다가 광고모델로 촬영했다.
“야~ 답답하다. 성호, 이런 일은 나하구 청시해야지. 제 눈엔 경리도 없소?”
성호는 뒤더수기를 긁적거렸다.
“그래 언제까지 선희 나오길 기다리랍니까?”
김경리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마구 치면서 목에 지렁이 같은 피줄을 세웠다.
“그래도 그렇지. 사람을 쓰는 문제는 나도 마구 주장하지 못하오. 상급에 물어봐야지. ”
“아니, 그저 광고사진을 한번 찍는데 무슨 수속이 그렇게 복잡합니까? 이러고서야 광고를 언제 내겠습니까?”
성호도 물러서지 않고 도리를 따졌다.
“글쎄 사전에 청시하지 않은 건 잘못입니다. 김경리는 항상 광고주는 우리 황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술공장의 광고주 공장장은 하루 빨리 광고를 내달라고 하는데 이렇게 꾸물거리고서야 좋아하겠습니까?”
김경리가 듣고보니 그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그래, 그 처녀는 누구요?”
“제가 실습할 때 녀학생 연화라고 하는데 예술학원 무용학부를 졸업했습니다.”
“인물체격은 괜찮은 것 같습데.”
“예. 물찬 제비 같은데다 춤도 아주 수준급입니다.”
“알았소. 선희 나오기 전에 림시로 광고모델로 쓰오.”
“예, 고맙습니다.”
한편 송철은 김경리한테 조사를 받은 후 코노래를 부르면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참말 인간관계도 생산력이란 말이 맞아. 평소에 김경리를 잘 대접하면서 구슬려놓았더니 회사에서 쫓겨날 근심은 할 필요없을 거 같군. 이제 해연을 얼렁뚱땅 얼려넘기고 선희가 더 떠들지 않게 만들어야지. 영철이, 그 새끼 참 교활해.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만히 자기 술에 기여든 바람에 일이 생긴 거야. 선희도 까근한 것 같은데 흥분되면 술덤벙물덤벙이란 말이야. 우리 둘이 극비밀리에 두고 보다가 무덤에 가지고 가야 할 테프를 어찌 아무데나 놔둔단 말인가? 김경리가 뭘 그리 대단해서 겁을 집어먹고 날 강간했다고 물어먹어? 어제 금방 다방에서 절대 승인하지 말자고 공수동맹을 맺아가지고 다 불어댄단 말이야.)
그는 집 층계를 올라가면서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그래, 선희야, 네 말대로 강간이라 하자. 내가 1년 반이나 강간할 때 넌 어째 공안기관에 신고하지 않았어? 화냥년. 네년이 조과장과 승호한테 찰싹 들어붙어서 좋아한 걸 모르는가 해? 어디 두고보자.)
송철은 착잡한 생각을 굴리면서 자물쇠를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까지 해연이 어디로 갔는지 오지 않았다. 그는 단위 김경리와 금방 부딪쳤으니 빨리 해연과도 부딪쳐보고 될대로 되라고 팔편잠을 자고 싶었다.
“아니, 이년이 어떻게 된 판이냐? 혹시 자살하면 어쩌지?”
송철은 황급히 해연의 핸드폰을 쳤다. 허나 핸드폰마저 꺼져버렸다. 그는 부랴부랴 해연을 찾아나가 허둥지둥 택시를 잡아탔다.
그의 로파심과는 달리 쾌활한 성격을 가진 해연은 자살까지 할 녀성은 같지 않았다. 전날까지 “모르면 약”이라던 그녀가 아닌가?
해연은 정작 송철이 다른 녀성과, 그것도 다른 녀성도 아니고 한 단위의 선희와 미친듯이 지랄발광한 것을 알고 참을래야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악이 딱딱 치밀어올라 걀쭉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눈초리마저 약간 쳐들려 바르르 떨렸다. 머루알처럼 초롱초롱한 깜장눈에 불꽃이 막 튕겼다. 뒤이어 태양혈이 쿵쿵 떡메질하는 것 같아 길바닥에 까무러치고 말았다.
광고 때문에 술공장으로 가던 성호가 길바닥에 쓰러진 해연을 발견하고 숱한 사람들 속을 비집고 들어가 안아 일으킨 다음 택시를 불러 병원에 황급히 호송해갔다.
정신타격을 받은 해연에게 무슨 약이 필요했겠는가.
한참 병원 복도의자에서 성호의 어깨에 기대 눈을 딱 감고 앉아 있다가 해연은 좀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전날에 “모르면 약”이라고 한 자기 말이 아주 엄청나게 틀렸다는 것을 가슴 아프게 느끼기 시작했다.
“어쩜 개 같은 놈이 선희를 데리고 놀았어? 그런줄도 모르고 이 멍청이는 간판광고에 잘 나가라고 한복까지 빌려줘 입히고 화장까지 해줬어. 어이구, 원통해라. 분해라.”
해연은 머리를 마구 주먹으로 마구 쳐댔다. 그러자 성호가 옆에서 말렸다.
해연은 격분해 치를 떨었다.
“고 능청스런 년이 어제 남이 바람을 쓴 얘기를 하는 거 봐라. 검정개 돼지 흉을 본 게지.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한두번은 량해하겠다고 했다고 날보고 ‘한번두 아니고 두번씩이나 용서해? 남자라면 언니 같은 녀자와 살았으면 얼마나 행복하겠어?’ 하고 비웃었어.아이고, 원통해라. 그년을 절대 용서하지 못해. 더러운 개쌍년, 화냥년!”
해연은 성호의 팔을 뿌리치고 와닥닥 일어났다.
성호는 해연을 붙잡아 걸상에 앉히고나서 마음을 풀어주려고 애썼다.
“해연이, 참소. 어제 술상에서 말했다는 것처럼 신랑과 선희를 용서하오.”
“닥치지 못해? 어째, 너도 날 비웃는 거냐? 너한테 헌신짝처럼 채운 계집이라고?”
해연의 눈에서는 복수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그녀는 발까지 탕탕 구르면서 갈범같이 온 복도가 다 쩌렁쩌렁 울리게 고함쳤다. 그러자 의사들과 간호원들 그리고 환자들마저 웬 일인가고 이쪽에 눈길을 모았다.
해연은 성호의 팔을 뿌리치고 씩씩거리면서 병원 복도를 빠져나갔다. 성호는 도리머리를 흔들뿐 더 말리지 못하고 그저 두 팔을 벌리면서 어깨를 으쓱하였다.
해연은 분이 상투밑까지 치밀어올라 곧추 선희의 핸드폰을 쳤다. 그러나 핸드폰을 끄지 않고서도 받지 않았다.
“개 같은 년, 네년을 찾지 못할거 같애. 오늘 생사결판을 내보자.”
해연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물새다리같이 가늘고 긴 다리를 놀려 선희네 집을 향해 살같이 달아갔다. 성이 꼭뒤까지 치민 그녀는 선희 머리를 몽땅 뽑아놓으려고 윽윽 별렀다. 혼자 힘으로는 안될것 같아 핸드폰을 꺼냈다가 그만두었다.
(괜히 오빠랑 그년을 쳐죽이기라도 하면 큰 일이야.)
그녀가 선희네 집 층계로 올라가는데 집 안에서 옥식각신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옳지. 잘한다, 잘해.”
해연은 주먹으로 선희네 집문을 쾅쾅쾅 두드렸다. 집 안에서 싸우는 소리가 멎더니 문이 벌컥 열렸다. 뜻밖에 영철이 머리를 쑥 내밀고 누군가 내다보는 것이였다.
“우린 둘 다 피해자예요. 선희를 봅시다.”
영철은 문도 닫지 않고 씽- 집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여 선희 머리채를 잡아 문 밖으로 내동댕이치더니 문을 쾅 닫아버렸다.
“나가! 릉지처참해도 원쑤를 다 갚지 못해!”
해연은 표독스런 포도알눈으로 선희를 쏘아보면서 입에서 불뱀을 토했다.
“이 화냥년아, 아무리 남자 게걸이 들어도 그렇지. 어쩜 남의 나그네를 2년이나 데리고 살아? 너 대학교 때도 이것 저것 맛을 봤다더니 그 개버릇 개를 떼주겠니?”
선희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욕만 먹어주었다. 그녀는 속으로 이게 어제까지도 모르면 약이라던 해연인가 의심했다.
“언니, 어제 말한것처럼 너그러운 어머니가 철부지 딸을 량해하듯이 량해해.”
“량해? 이 개쌍년아, 아유~ 정말 기를 톡톡 채워죽이는구나.”
해연은 어깨 넘는 선희 긴 머리를 마구 뜯어놓으면서 야단쳤다.
온 동네가 떠들썩한 소리에 놀라 여기저기서 문을 벌컥벌컥 열고 구경하다가 혀를 끌끌 찼다.
“어마나, 저렇게 얌전하고 온천한 각시도 밑구멍으로 호박씨를 까오. 양?”
“여자는 겉만 봐선 모르오.”
“반반한 인물값을 하느라고 그러겠지.”
“저 집에 드나드는 사내들이 어디 한둘이오?”
“쯧쯧쯧, 맞아 싸오, 싸.”
해연과 선희는 뒤엉켜 서로 머리를 잡아뜯으면서 황소들처럼 싸웠다.
이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영철이 씽- 달려나왔다. 그는 독수리가 병아리 채가듯이 선희를 홱 나꿔채 집 안에 끌어들여갔다. 집 안에서는 벽인지 땅바닥인지 쿵쿵 울렸고 숨이 넘어가는 듯한 선희의 비명이 들렸다.
해연은 깨고소해하며 줄욕을 한바탕 퍼붓고 층계를 내려갔다.
“네년은 나그네한테 맞아죽어도 싸다, 싸!”
속이 좀 풀린 해연은 그 길로 음식점에 가서 개장국까지 실컷 먹고 단위에 나갔다.
그런데 단위에 승호가 웬 녀성을 데리고 경리실로 들어가는 것이였다. 사실 송철과 선희가 일을 쳐서 나오지 못하는 기회를 빌어 승호는 백화상점 출납을 하다가 절도죄로 밀려나온 춘란을 광고회사에 받아달라고 김경리한테 청을 들었던 것이다.
(개자식들, 남의 집에 불 난 틈에 도적질해? 성호는 선희년 대신 자기 녀학생을 모델로 쓰고 네놈은 나를 차내고 자기 정부를 데려오려고? 흥! 네놈새끼 조 경리랑 선희랑 붙어다닌 걸 모르는가 해? 네놈새끼를 그저…)
그녀는 승호가 괘씸했지만 그 일을 입에 번질 수 없었다. 하긴 그녀도 선희와 함께 조과장을 따라 술을 처먹고 지랄발광하지 않았던가?
오후 1시 반만에 해연의 사무실에 일남일녀가 조용히 들어섰다.
“해연이 있는가요?”
“예, 전데요. 광고하러 왔습니까?”
일남일녀는 아무 말도 없이 스적스적 해연의 옆에 다가오더니 불시에 달려들었다. 남성은 해연의 두 팔을 뒤로 비탈아쥐고 머리를 마구 끄당겼다. 녀성은 낫날만큼 무시무시하게 큰 가위로 해연의 머리카락을 썩뚝썩뚝 잘랐다.
“사람 살려요!”
청천벽력 같이 생긴 사변에 성호가 제일 먼저 뛰여왔다. 그는 낯선 남성을 뜯어 말리면서 소리쳤다.
“왜 남의 사무실에 와서 이럽니까?”
“삐치지 마십시오. 이년이 내 녀동생을 때려 코뼈가 다 절골됐습니다.”
남성의 눈에서는 복수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말리지 마십시오. 우리 선희는 나그네한테 맞아서 반주검이 됐어요.”
녀성도 가위를 휘두르면서 행악질을 했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 녀성은 선희의 언니라고 했다. 선희 언니도 선희보다 못지 않게 예쁘게 생겼지만 아주 악마처럼 악을 썼다.
선희 오빠와 언니는 단말마적으로 덮쳐들어 해연을 피못이 되게 만들었다. 성호와 승호가 말렸으니 말이지 하마트면 맞아죽을번했다.
해연은 비록 맞아죽지는 않았지만 머리마저 썩뚝썩뚝 잘리여 꼴불견이였다.
승호은 황급히 송철한테 핸드폰을 쳤다. 선희의 언니와 오빠는 그때까지도 해연을 놓아주지 않고 잡아뜯고 치고 박았다.
“어느 년놈들이냐?”
고함소리와 함께 송철이 동생과 처남 둘을 데리고 뛰여들어왔다.
“야- 개새끼들아!”
사무실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쑤들처럼 혈투를 벌리는 남녀들로 뒤죽박죽이 돼버렸다. 김범수 경리와 굉팔마저 달려와서 말렸지만 피를 말리는 황소싸움과 같아 좀처럼 뜯어말릴 수 없었다.
결국 해연을 때린 선희의 언니와 오빠는 반주검이 되게 얻어맞고 말았다. 송철네 패거리들은 눈에 쌍불을 켜고 땅바닥에 쓰러져 벌벌 기는 선희 오빠와 언니한테 물매를 안겼다.
성호는 황급히 파출소에 전화를 쳤다. 이윽고 경찰들이 달려와 송철네 패거리와 선희내 패거리를 몽땅 파출소에 련행해서야 비참한 혈투가 끝났다.
해연은 머리카락을 뭉텅뭉텅 잘리운데다가 얼굴을 뜯기워 피투성이 되고 말았다. 진짜 딱 귀신같이 돼버렸다.
기실 이번 희비극에서 혼나야 할 장본인들은 송철과 선희였다. 해연은 이 돌개바람의 피해녀였다. 그녀는 송철과 선희에게 당한 것만 해도 분통이 터지는데 복수하다가 육체적인 상처도 처참하게 입고 말았다. 실로 마음의 상처에 소금을 맞은 격이였다.
그녀는 책상에 엎드려 섧게 울고 또 울었다. 참말 그녀의 운명은 왜 이다지도 쓸쓸하고 기구한지?
53. 세상에 참사랑이 있는가요?
광고회사에서는 작풍이 단정하지 못한 송철과 선희를 제명해버렸다. 리유라면 그런 바람쟁이들을 단위에 두면 회사의 명성이 더럽혀지고 광고주들 속에서 회사의 신임도가 낮아져 광고수입에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김범수 경리는 평소에 송철한테서 술이나 얻어마셨지만 그를 제명하지 않으면 직원들을 단속하기 어려웠다.
그는 해연은 피해녀이기에 남겨두기로 하고 승호가 소개한 춘란은 감옥살이를 한 적이 있었기에 받지 않기로 했다.
그 일로 해 승호는 김범수 경리를 찾아가 한바탕 해냈다.
“아니, 받지 않겠으면 아예 받지 않겠다고 말할 거지. 그게 뭡니까? 받을 상해 술상까지 차리게 해놓고. 중간에서 소개한 사람이 얼마나 난처합니까?”
김경리는 승호를 다른 안광으로 보았다.
“절도죄를 범한 녀자를 소개하다니? 정신 있소? 오히려 제쪽에서 행악질이요?”
승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휑하니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김범수 경리는 해연에게 한 둬달 쉬면서 얼굴의 상처를 치료도 하고 미용도 하라고 휴가를 내주었다.
김범수 경리는 성호를 보고 연화라는 대학졸업생을 데려오라고 해 면담한 후 인차 수속해 해연의 자리에 앉혔다.
기실 해연도 얼굴의 흉터로 해 창피해 회사에 나오기 싫었다. 역기로 소문난 해연은 단위 형편이 돌아가는 눈치를 채고 속이 타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며칠 후 영철과 선희는 끝내 리혼하고 말았다. 선희는 집을 팔아 나눠가진 돈 10만원에 저금한 돈까지 찾아가지고 어디론가 바람결처럼 가뭇없이 사라졌다.
믿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고 뜻밖에 직업을 떼운 송철은 단위에 찾아가 행악질을 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송철은 원래 중앙음악학원을 졸업하고 수도 북경 모 가무단에 배치받은 가수다. 해연에게는 고중 죽마고우, 동창생이자 첫사랑이다. 해연이 대학에 가지 못하자 송철은 한동안 망설이였다.
그때 해연은 송철한테 경고하려고 성호한테 련애를 걸었고 얼굴이 따가운 것도 마다하고 성호의 아버지를 찾아가 “이 집 며느리 되면 어떤가요?” 하고 당돌하게 나선 적도 있었다.
나중에 송철은 맞갖은 대상이 없어 끝내 그녀와 결혼하였다. 그는 해연을 북경에 전근시키기 어렵게 되자 아예 고향에 돌아와 사진관이나 경영하면서 살았다. 후에 광고회사 규모가 확대되면서 해연의 소개로 광고제작실 주임으로 들어왔다. 그는 해연과 결혼해 아들 문호를 낳았지만 술만 마시면 늘 해연 때문에 골안으로 돌아와 가수 꿈을 망쳤다고 술주정을 부렸다. 그는 평소에도 틀을 차리면서 아무 가무 일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점심에도 해연이 집에 돌아가 밥상을 다 차려줘야 숟가락을 드는 그런 대남자주의 남편이다. 남편한테서 항상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사는 해연은 답답하면 재무실에 드나드는 사람이 없으면 담배까지 피웠다. 또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조과장과 승호를 따라다니면서 술도 퍼마셨다.
그녀는 송철이 선희와 좋아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충격이 컸다.
그녀는 너무나도 절망에 빠져 병원에 가서 상처를 대충 처치하고 아예 집에 돌아가지 않고 아는 의사를 통해 입원수속하고 병실에 들어 누어 있었다.
그녀는 병실의 침대에 누워 천정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자기를 배신한 송철이 역겨웠고 염오스러웠다. 또 자기를 짓밟은 선희가 괘씸해났다. 구치소에 들어간 오빠와 남동생이 근심스러웠고 병원까지 찾아와 엉엉 울던 나어린 문호가 불쌍했다. 그녀는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사랑의 무덤에서, 천길나락 같은 고통의 심연에서 헤여나올 길이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영영 보지 않았으면 좋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들애 문호가 불쌍해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녀의 눈 앞에는 어제 병원에까지 찾아와 품에 안기면서 “어머니!” 하고 부르며 엉엉 울던 문호의 불쌍한 모습이 삼삼해 눈물로 두 볼을 적셨다. 그렇다고 아들애를 보고 배신한 송철과 살 멋도 꼬물만치도 없었다.
(결혼은 실로 사랑의 무덤인가? 한 고향 죽마고우로서 맹세하며 맺은 해연과 송철의 사랑에도 금이 실린단 말인가?)
해연은 지금도 출렁이며 흐르는 가야하강변 버드나무숲 속에서 자기를 끌어안고 영원히 변치 않고 사랑하겠다던 송철의 맹세소리가 귀에 쟁쟁 했다. 그녀는 송철의 음식재촉과 잔소리에 귀못이 박혔고 습관돼 벌벌 기다 싶이 해왔다. 이제껏 남편과 아들에게 진지한 사랑과 정성을 고스란히 바쳤다. 참말로 그녀는 현시대 현처량모였다.
송철은 저렬한 애인바람에 물젖어 안해를 배신하고 선희와 추잡한 인간희극을 놀았다.
“진짜 량심도 없는 놈, 배은망덕한 놈, 네놈은 꼭 좋은 끝장 없어!”
그녀는 온종일 송철을 욕하다가도 땅이 꺼지게 한숨을 풀풀 쉬며 착잡한 생각에 잠기군 하였다.
며칠 후 송철은 구치소에서 나오자마자 그 길로 수소문해 병실에 찾아왔다.
해연은 송철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벽쪽으로 돌아누웠다.
한참 후 해연은 조용히 일어나 뭉청뭉청 잘린 머리를 감추려고 간호원의 흰 모자를 빌려쓰고 밖으로 나갔다.
송철도 뒤따라나갔다.
열살도 안되는 문호도 아빠 엄마 꼬리를 따라나왔다.
병원 울 안에는 배꽃이 하얗게 떨어져 널려 회오리바람에 쓰레기와 함께 여기저기 휩쓸려 다녔다. 진짜 그녀의 상처 입은 사랑의 흔적이 마구 나딩구는 것만 같았다.
해연은 정기를 잃은 이슬맺힌 눈으로 송철을 쏘아보면서 날카롭게 물었다.
“당신, 무슨 짓을 했어요? 량심은 개를 떼주었는가요? 하늘이 무섭지도 않는가?”
송철은 틀을 차리던 이전 남편의 모습을 꼬물만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해연이, 우리 죽마고우 첫사랑을 생각해서라도 하번만 용서해주오. 우리 문호를 봐서라도…”
“닥치지 못해?!”
찰싹!
해연은 송철의 철면피한 낯짝을 한대 갈겼다.
“너도 사람이냐? 네편네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서도 재미 좋지?! 엉?!”
송철은 몸둘바를 몰랐다.
“엄마~ 싸우지 말라~ 어엉~ 엉엉~”
문호가 울면서 어머니 다리를 부여잡고 흔들었다.
해연은 흐린 가을하늘을 쳐다보다가 문호를 붙안고 서럽게 울었다.
그때라고 송철은 빌어댔다.
“통쾌하게 때리오. 분만 풀린다면. 대신 문호를 봐서라도 한번만 기회를 주오.”
해연은 배신당해 서러웠고 송철과의 첫사랑이 깨져 가슴이 아팠다. 선희한테 짓밟힌 것이 분했고 이 돌개바람에 가정이 산산히 날려간 것이 안타까웠다. 그녀는 자기 다리를 붙안고 엉엉 우는 아들애를 붙안고 구슬피 울었다. 병원 울 안에 산보하러 나왔던 숱한 환자들의 의아한 눈길이 그들 셋에게 쏠렸다.
해연은 창피해서 그쯤 해서 그만두었다.
한달 후 해연은 흉터가 아물자 병원에서 나갔다. 그녀는 바람쟁이 남편이 들어있는 집으로 다시는 돌아가기 싫어 누구도 몰래 호텔에 가서 독방을 차지하고 들었다. 그녀는 문호만 없으면 아예 먼 화산이나 무당산에 가서 녀보살이라도 되고 싶었다.
악귀 같은 색마들의 더럽고 세찬 돌개바람에 휘말려 해연과 영철의 두 가정이 풍비박산났다. 해연은 정신상 육체상 심한 타격을 받은 나머지 첫사랑이고 뭐고 다 생각할 겨를이 없게 됐다.
그녀는 이 세상이 싫어 조용히 호텔 독방에 한달이고 두달이고 누워있고 싶었다.
밤 9시쯤 되였을 때다.
핸드폰 벨이 울렸다.
받지 않고 꺼버리려는데 김범수 경리의 핸드폰 번호가 눈에 띄였다.
“해연이, 그간 심신고통이 좀 나아졌소?”
“…”
“해연이, 오해하지 마오. 연화라는 대학졸업생은 예술학원 무용학부 출신인데 인물도 괜찮아 모델로 쓸만한 것 같습데. 저도 나오지 않지. 선희도 나갔지. 우리 회사가 이게 뭐요?”
“저와 무슨 상관인가요? 내 자리에 연화라는 이쁜 대학생을 들여앉혔으면 됐지. 전화 끊으세요.”
“가만, 가만! 왜 남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 이러오?”
해연은 마지못해 핸드폰을 끊지 않았다.
“해연이, 너무 외나무다리를 걸으면서 좁게 생각하지 마오. 인생에 어찌 좌절이 없겠소? 우린 그 좌절을 의지력으로 삼아 용감히 만난을 이겨나가야 하오. 송철이, 이젠 직업도 없는 그 자식을 널리 량해하오.”
해연은 쓴 웃음이 쏟아져나왔다.
“그 색마가 화해하라던가요? 끊어요. 제 앞에서 다신 그 더러운 놈을 외우지도 마세요.”
“해연이, 우리 만나 얘기할가? 자꾸 전화를 끊자고 해서 어디 제대로 말하겠소? 지금 어디 있소? 고통스럽고 적적할 땐 말동무라도 있으면 좋지 않고 뭐요?”
“전 혼자 조용히 있고 파요.”
“해연이, 세상에 어찌 외나무다리 같은 사랑만 있겠소? 송철이, 그 량심 없는 놈을 내놓고 해연을 사랑하는 남자가 어째 없겠소? 들을라니 제 집체호에 갔을 때 성호를 따랐다던데…”
“그만해요.”
“비록 한가마 밥을 먹지 못할지라도 말이요.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많던데. 말하자면 조홍수 과장이나 승호나 굉팔이나 다 좋은 술친구 아니고 뭐요? 그런데 유감스러운 건 해연이나 선희나 나를 찾은 적은 없단 말이요? 너무 녀직원들의 생활을 관심해주지 않아서 미안하오…”
금방 미친듯이 불어치던 돌개바람이 잠잠해질가 하는데 김경리가 또 새 돌개바람을 일굴 예산인가.
“해연이, 송철한테 당한 봉창을 해보지 않겠소? 남편이 바람을 피울 때 그 불을 끄자면 맞불을 피우는 것이 제일이요. 기실 해연은 선희한테 한 주먹 안겼지만 이번 사건의 주범은 송철이오. 그 더러운 자식은 지금도 빈둥거리면서 또 새로운 사냥물을 노린단 말이요.”
“어쩌겠단 말인가요?”
“해연이, 어째 해연을 생각하는 내 살뜰한 마음을 그렇게도 모르오? 내 어째 고중생인 저한테 출납원을 시켰소? 우리 조용히 만나서 얘기할가?”
“쳇!”
해연은 더 들어내려갈 수 없어 핸드폰을 꺼버렸다. 적막한 밤은 깊어가고 그녀의 머리 속에는 끝없는 의문부호가 맴돌아쳤다.
“세상의 사내들이란 다 저렇게 속이 씨꺼먼가? 기회만 있으면 더러운 욕정이나 채우려고 미쳐날뛰는 색마들인가? 이 놈 세상에 정말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참사랑이 없단 말인가? 가정이란 참말로 애정의 무덤인가? 결혼만 하면 몇해 지나지 않아 사랑은 향기를 잃고 끝나는 것인가?”
그녀는 중얼거리면서 일어나 창문으로 을씨년스럽고 흐리터분한 가을하늘을 내다보았다. 이 밤에 구질구질 내리는 가을비는 창문에 슬픔을 뿌리고 갔다. 쓰라린 슬픔이 가을비물로 흩어져 줄줄 흘러내리며 그녀를 흐느끼게 했다.
그녀는 가을비가 흩날리는 어두운 창 밖을 내다보면서 상념에 빠졌다. 순간 숱한 대문짝 같은 의문부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허위로 포장된 가정을 해 뭘 하는가? 부부란 결혼해 아이를 낳고 부모를 모시고 또 서로 눈치를 보면서 “성자유”를 단속하는 대상인가? 짜릿한 혼외련을 하려고 가정까지 버려야 하는가? 사랑과 가정, 어느 걸 선택해야 하는가? 사랑을 위해 가정을 버려야 하는가? 가정을 위해, 문호를 생각해 참사랑을 찾지 말아야 하는가? 가정도 참사랑도 다 지킬 수 있는 그런 사랑의 오아시스와 같은 가정을 정말 이 세상에선 차릴 수 없단 말인가? 참말 사람이란 딱 원시적인 군혼 때처럼 동물적인 “성해방”을 하고 이것저것 여럿과 살을 섞어봐야 만족을 가질 수 있고 행복한 건가? …)
그녀는 량볼에 쓰라린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호~ 토해냈다.
“아, 이 세상에 참말로 백년해로 할 참사랑이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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