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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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돌이의 죽음
2012년 12월 04일 15시 12분  조회:2333  추천:3  작성자: 김인덕
금돌이의 죽음

—김인덕
 

금돌이는 우리 집에서 5년간 애지중지 기르던 애완견의 이름이다. 우리 부부의 장중보옥이나 다름없는 금돌이는 우리가 퇴근해 집에 들어서면 안아달라고 갖은 요란을 떨었고 안아주면 얼굴이고 입이고 사정없이 핥아댔다. 저녁이면 침대에 뛰여올라 중간위치에 잠자리를 잡는데 어린애나 다름없었다.

금돌이는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재작년 겨울의 어느날, 나는 금돌이를 데리고 모아산으로 갔다가 큰 봉변을 당할번했다. 모아산등산길에서 덩치가 큰 개를 만났는데 그 개가 금돌이를 보더니 으르렁거리며 쏜살같이 달려왔다. 급해난 나는 금돌이를 잽싸게 품에 안았다. 헌데 눈에 달이 오른 그 개가 몸을 솟구치더니 금돌이를 문다는것이 나의 솜옷을 물어뜯었다. 개가 밀치는 충격에 나는 나무단처럼 나동그라지고 솜옷은 길게 찢어졌다. 다행이 주인이 급히 달려왔기에 액운은 면하게 되였다.

그런데 우리의 가족이나 다름없던 금돌이가 작년 섣달그믐날에 감쪽같이 사라져버린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금돌이를 데리고 동네산책을 나갔다. 8시쯤되였을가. 명대아빠트단지 여기저기서 폭죽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폭죽소리를 몹시 싫어하는 금돌이의 성질을 아는지라 나는 부랴부랴 금돌이를 불러 집에 돌아오기 시작했다. 집부근에 거의 다다를 무렵 대포소리처럼 굉장히 큰 폭죽폭발음에 화들짝 놀란 금돌이가 정신없이 내뛰였다. 금돌이의 이름을 목청껏 불렀어도 금돌이는 멈춰서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폭죽소리에 목소리를 가려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혼비백산해 경황이 없었는지 금돌이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양력설을 쇠려고 우리 집에 모였던 친척들까지 합세하여 8명이서 2시간동안 명대아빠트구역을 참빗질하듯 훑었지만 우리는 끝내 금돌이를 찾지 못했다.

다들 맥없이 집에 돌아온후 냄새로 길을 확인하는 개의 습성으로 보아 금돌이가 화약냄새가 짙어 집을 찾지 못하는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돌이가 사라진지 일주일째 되는 날 새벽 2시경, 금돌이가 앞발로 문을 긁는 나지막한 소리에 우리 부부는 누가 먼저라 할것 없이 벌떡 잠자리에서 일어나 달려가 문을 열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기쁨도 잠시였다. 금돌이의 몰골은 말이 아니였다. 너무 야윈 나머지 배가 등짝에 붙었고 온몸은 먼지를 뒤집어써 흰털이 한올도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끔찍한것은 다른 개에게 물렸는지 아니면 폭죽파편에 맞았는지 눈알이 터져 피가 줄줄 흐르고있었다. 게다가 뇌막염에 걸린 금돌이는 동물병원에 입원하여 일주일간 점적주사를 맞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우리 부부는 애석한 나머지 돈 2백원을 팔아가며 언 땅을 파고 모아산에 금돌이를 묻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해마다 양력설부터 보름까지 폭죽으로 인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폭죽은 생산, 보관, 류통, 판매, 소비 등 모든 단계에서 위험요소를 내재하고있다. 특히 생산과정에서 화약이 폭발하면 여러 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가는 대형참사로 이어진다.

폭죽은 소비단계단에서 가장 많은 사고를 유발한다. 2011년, 음력설기간만 해도 전국적으로 폭죽으로 인한 화재가 3224건에 발생했는데 출동차량은 44871차, 출동소방인원은 26만인차에 달했다고 한다. 2010년, 음력설기간에는 전국적으로 폭죽으로 인한 상망사고가 1626건 발생하였는데 그중 11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폭죽으로 인한 대기오염도 만만치 않는데 지구온난화에 부치질하고있는 격이다. 지구온난화로 폭염과 가뭄이 발생하면서 숲이 건조해진 탓에 산불이 일어나는가 하면 홍수가 지속되여 산사태가 일어나 대형참사로 이어지며 또한 쓰나미가 발생하여 해안지역을 초토화시키기도 한다.

폭죽이 터질 때의 소음도 절대 간과할수 없다. 온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폭죽소리에 잠을 설치는것은 약과고 폭죽의 굉장한 폭발음에 고혈압환자가 기겁해 쓰러지고 임신부가 화들짝 놀라 류산하는 등 끔찍한 사고가 우리 주변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우리 지역에서도 폭죽으로 인한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차원에서 실제적조치를 강구할 때가 되였다고 생각한다. 대형폭죽은 아예 판매를 금지시키거나 북경, 상해 등 대도시를 본떠 폭죽을 터치우는 시간과 장소를 제한하거나 아예 향항의 경험을 도입하는것도 좋은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향항에서는 일찍 1967년에 개인이 사사로이 시구역에서 폭죽을 터치우는것을 전면 금지했다. 반면 전통적인 풍속의 명맥을 유지하고 명절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1982년부터 정부차원에서 음력초이튿날 빅토리아항구에서 대형불꽃놀이를 가동하고있는데 갈수록 시민들의 명절년례행사로 각광받고있다.

금돌이가 죽은후로 우리 가정에서는 여태껏 한번도 폭죽을 산적도 터뜨린적도 없다. 물론 올해에도 폭죽과 멀리할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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