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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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2013년 09월 18일 09시 57분  조회:2145  추천:0  작성자: 김인덕

이제 래일이면 우리 민족의 4대 명절의 하나인 한가위(추석)이다. 한가위날의 어원은 가배일(嘉俳日)이다. 김매순(金邁淳)의 《렬양세시기(冽陽歲時記)》 “8월 중추(中秋)”편에는 “가위란 명칭은 신라에서 비롯되였다. 이달에는 만물이 다 성숙하고 중추는 또한 가절이라 하므로 민간에서는 이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가난한 벽촌의 집안이라도 례에 따라 모두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 찬도 만들며 또 온갖 과일을 풍성하게 차려놓는다. 그래서 말하기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기만 바란다(加也勿 減夜勿 但願長似嘉俳日)’라고 한다”고 기록되여있다.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계절인만큼 먹을것이 가장 풍성하다. 또한 오랜만에 일손을 놓고 성묘를 하고 가족, 친척, 마을사람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재미있는 놀이를 즐기기도 하고 따뜻한 마음과 인정을 나누기도 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서도 우리 민족의 한가위날의 세시풍속은 크게 달라진바가 없다. 필자의 어린 시절 한가위날이면 집집마다 햇쌀로 송편을 만들고 햇과일, 소고기 등 정성껏 음식을 마련한후 조상의 무덤을 깨끗이 벌초하고 제사를 지냈다. 또 이날이면 마을에서는 운동회를 열었는데 그네, 널뛰기, 씨름 등 민속경기를 치르면서 온 마을이 들썽들썽했다.

하지만 아무리 풍성한 가을이 와도 수확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이 있다. 우리 민족의 문화는 예로부터 벼농사 중심의 농경문화로서 협동과 근면, 상부상조의 나눔문화가 발달했다. 우리 민족에게는 “세덤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부녀자의 인덕을 말할 때 쓰이였다. 부녀자들은 밥을 지을 때 식구수에 세몫을 덤으로 더했는데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웃들과 언제든지 나누어 먹기 위해서였다. 또 “좀도리”라는 풍습이 있었는데 옛날 어머니들이 밥을 지을 때 쌀을 미리 조금씩 덜어내 부뚜막에 있는 단지에 모아두었다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하기도 했다. 필자의 어린 시절 마을사람들은 모두 형제처럼 화목했다. 이웃과 떡을 나누고 김치를 나누었는데 바자굽을 넘어갔던 접시는 빈 접시로 돌아오지 않고 무언가 담겨져 돌아왔다.

우리는 요즘 매일 꽤나 풍성한 “한가위날”을 맞으면서 살고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풍성한 계절”이 와도 불우하고 소외된 삶을 살면서 그늘에 가려있는 이웃들이 적지 않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독거로인가정, 중환자가정, 장애자가정, 소년소녀가장가정…

필자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온정을 지닌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나면서 우리 민족의 나눔과 배려 문화가 지금도 색이 바래지 않았음을 피부로 느꼈다.

한철범은 도문시 장안진의 한 조선족농민으로 1992년부터 연자골을 도급맡고 60만원의 자금을 투입하여 민둥산과 황무지에 사과배나무를 심고 락엽송을 심었다. 1998년의 어느날, 한 로인이 부모를 여읜 한 아이를 데리고 한철범이 경영하는 산장으로 찾아와 아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때로부터 한철범의 “애심”은 마른 장작에 불이 달린듯 타올랐다. 한철범은 2004년에 연자산장을 “애심복리원”으로 개조하였는데 지금까지 그가 부양한 한족, 조선족 로인과 고아는 60명을 초과한다. 그중 8명이 중등전문학교에, 3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한철범은 “평생 나를 따르려는 아이들이 안정된 삶을 살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것”이라고 말한다.

연변중심혈액소에서 근무하는 박대철은 사람들로부터 “생명을 지켜주는 천사”로 불린다. 그는 1992년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무려 44차례에 걸쳐 8800cc에 달하는 피를 헌혈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피로 생명을 되찾았는지 모른다. 박대철은 “피는 생명의 근원이고 사랑은 생명의 서광입니다. 자신의 조그마한 기여로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고 생명을 지켜주는것만큼 보람된 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고 말한다.

한철범씨나 박대철씨는 비록 가진 재부는 많지 않지만 마음의 부자인것만은 틀림 없다. 그들에게 있어서 사랑은 숨결이고 나눔과 배려는 일상이다. “그릇”은 물을 붓는데 사용된다. 큰 “그릇”중에 자신이 받는것에 비해 턱없이 적게 부어주는 “그릇”이 있는가 하면 작은 “그릇”중에도 자신의것을 몽땅 부어주는 “그릇”도 있다. 한철범씨나 박대철씨는 후자와 같은 작은 “그릇”이지만 그들의 형상은 태산보다 크다.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우리 모두 숨을 고르고 불우한 이웃들에게 조그마한 온정을 베푼다면 그들은 다시 일어설수 있는 지팽이와 새로운 삶의 불씨를 얻게 될것이며 우리 사회는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살맛나는 사회로 거듭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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