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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사회생활, 사랑, 가정은 물론 사물의 존재법칙이나 한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통틀어 우리의 삶은 다가서기와 물러서기의 련속이고 줄다리기가 아닌가싶다.
옛날 어는 왕이 장님들을 뜰에 나오도록 하여 큰 코끼리를 만져보게 하였다. 장님들은 코끼리 근처에 모여서 제각기 더듬더듬 코끼리를 만졌다. 어떤 사람은 배를, 어떤 이는 꼬리를, 어떤 사람은 다리를, 어떤 사람은 코를 만졌다. 얼마후 왕은 장님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코끼리를 만졌는데 어떤것이였느냐?” 그러자 배를 만져 본 장님은 큰 나무통과 같다고 하고 꼬리를 만진 장님은 비자루 같다고 하고 다리를 만진 사람은 굵은 지팡이를 닮았다고 하였다. 제일 마지막에 코를 만진 사람이 앞으로 썩 나와서 “대왕이시여! 모두 틀렸습니다. 코끼리는 굵은 바줄과 같습니다.”고 우렁차게 아뢰였다. 이 대답을 들은 왕은 껄껄 웃으면서 신하들에게 “장님들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은 모두 진리를 모르고 제 생각만 옳다고 주장한다. 장님을 보고 웃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가설줄만 알고 물러설줄을 모른다면 한마리의 코끼리가 두개의 원한을 유발할수도 있다. 한발작 다가서서 직접 만져보고 체험하는것도 좋겠지만 한발작 물러서서 사고하는것도 자못 중요하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면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되기 십상이고 숲만 보고 나무를 모른다면 청사진은 그럴듯한데 곰이 옥수수 따는 식으로 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게 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관계를 잘해보려고 상대에게 다가서며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오히려 인간관계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스타일이 상대에게 렬등하게 보일가봐 개성을 죽이는데 오히려 진정성을 상실하게 된다. 반면에 자기의 개성만 고집하면 주위사람들을 등지는 우를 범하게 된다. 개성은 그만의 부호임과 동시에 부지불식간에 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투창”이 될수도 있다. 인간관계에서 적정거리를 유지하는것은 자타의 개성을 보존하는 방책이기도 하거니와 자타를 배려하는 매너이기도 하다.
사물이 존재하는 세상리치도 마찬가지이다. 머리와 머리를 맞대고 자라는 떡갈나무들은 절대 재목으로 자라지 못한다. 서로 제한된 양분과 해빛을 탐하기 위해 아웅다웅하다보면 모두가 영양부족으로 기를 펴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군락을 이룬 락락장송들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들에겐 서로가 서로를 바라볼수 있는 여유가 있고 적정거리가 있다. 그들은 자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마음대로 뿌리를 뻗칠수 있고 해빛을 얻기 위해 자유롭게 잎사귀를 펼치되 렴치없이 남의 령지까지는 탐하지 않는다.나무는 혼자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재목으로 자라기 힘들다. 저만치 외롭게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을 보라. 그런 소나무들은 운치가 있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대체로 매끈하지 못하다. 서로가 동떨어져 바람막이가 없어 풍우에 뒤틀리고 세파에 찌들었기 때문이다.
사업을 대함에 있어서도 적정거리의 미학이 유효하다. 32살난 우연은 복단대학의 우수한 청년교사로 아이 하나를 둔 엄마이기도 하다. 그는 2009년 12월에 유선암으로 확진되고 2011년 4월에 사망했다. 그는 투병기간중 쓴 일기에서 “나는 30년간 일벌레로 살아왔다. 나에겐 유전병도 없고 체질도 좋았고 아이를 출산하고나서 모유를 먹였다. 이 세상을 떠날 림박이 되여서야 자기에게 너무 큰 압력을 주는것은 만성자살과 같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큰집과 좋은 차는 모두 뜬구름과 같은것이다.필사적으로 큰집을 바꾸려 하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달팽이집도 행복하다.”라고 썼다.
고슴도치들은 한겨울이 되면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는데 가까이 가면 상대의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게 되므로 다가서기와 물러서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도 상처를 주지 않는 적당한 거리를 찾는다고 한다.우리는 신산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공존의 거리를 찾지 못해 평생 타울거리며 만신창이가 된다.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로부터 가슴까지의 거리라고 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은 깨닫는것과 고통을 당하는것이다. 적정거리를 찾는 고슴도치들의 지혜에서 다가서기와 물러서기의 인생의 철리를 한층 더 깊이 깨도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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