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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란강은 말한다 -어머니 생일에 드리는 시의 꽃다발
김학송
2백년 ‘봉금’으로 붕긋한 숲 속에
액체의 동화가 굽이굽이 숨어있으니
아련히 피여나는
얼의 아지랑이 그 너머
하얗게 하얗게 태동치는
조선족의 젖줄기여 해란강이여!
2
숲의 정령이 잉태한 생명이
소망으로 기다랗게 외태머리 늘이고
순정으로 곱다라니 흰 옷고름 드리우고
긴 설음 매듭 뽑아 장타령 부르며
하얀 운명의 손으로
거룩한 우로(雨露)를 모아
오호, 마침내 너는
우리 조선족의 생명수 되였니라.
3
태초의 이슬 털고 깨여나
발걸음도 가벼웁게
진달래 웃음 속에 수십리
민들레 발자취 따라 수백리
와룡, 팔도, 고성촌에 잠깐 들려 안부를 묻고
베개봉, 룡산을 스치며 옛 노래 부르다가
천평벌 세전벌에 젖줄기로 스며들어
천년의 풍운 휘휘감아 올릴 때
해란강이여, 너는 조선족의 토템이 되였니라!
4
내 안에서 길이 되여 일어서는 강
내 밖에서 길을 찾아 굽이도는 강
강물은 흘러 백옥미가 되고
강물은 흘러 세월이 되고
강물은 흘러 옛말이 되고
강물은 흘러 추억이 되고
강물은 흐르고 흘러
너와 나의 운명을 하나로 묶어주는
동아줄이 되였니라.
5
해와 란의 아름다운 전설이
뿌리로 드리워 향긋한 버드나무
그 숲 속에는 해종일 이야기도 무성했고
짝 짓는 종달이의 불타는 날개짓에
처녀 총각 가슴에도 봄이 출렁이던
사연 많은 물결은 흘러 흘러 3백리,
이 고장 사람들의 혈맥인양 푸르러 생기롭고
강마을 스쳐지난 세월을 감돌아
피고 진 석양노을 얼마였던가!
6
천근 사색을 등에 지고
만근 번뇌를 가슴으로 삭이고
천가닥 해살에 벼꽃 피우며
만가닥 달빛에 사과배 익히며
하나의 민족이 흐른다
한줄기 신화가 흐른다.
7
물의 들창가에 두툼한 카텐이 드리워졌다
파도는 구름을 뒤집어 쓴 채
해를 안고 잠을 잔다
지금은 물이 논밭으로 가야 하는 시간인데
절뚝거리는 물결은
낚시터에서 서성이다가
모래채취장 구덩이에 빠져
목 마른 비명소리 지르다가
어디론가 도망쳐버렸다.
8
초하(初夏)의 뜰에
무더기로 꽃이 피였다
패랭이꽃, 나리꽃 대신
얼굴 없는 안개꽃만 가득 피였다
그 꽃의 틈새를 비집고 한줄기 오래된 강이 흐른다
고성(古城)의 옛이야기를 지팽이 삼아
밤별과 더불어 길 떠난 강물은
오늘도 꿈 푸른 소리표 되여
우주의 한복판을 향해 달려간다
벼꽃 속에 잠 자는
흰 옷 입은 사람들의 체취를 싣고…
9
비가 내린다 해란강에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9월의 명절을 부르며
시원한 축복인양 비가 내린다
비에 젖어 아롱진 계절
먼 곳에서 떨어지는 비소리 마시며
1억년 전의 공룡이 어슬렁 어슬렁
시간의 껍질 터치고
알뜰한 기별처럼 달려온다.
10
샘이 깊은 물줄기가
뿌리 깊은 나무와 손 잡고
교향곡을 연주한다
때론 눈물이였다가 때론 웃음이였다가
때론 구름이 부른 가장 슬픈 노래였다가
때론 바람이 지은 가장 아름다운 시였다가
마르지 않는 추억이 되여
늙을 줄 모르는 신념이 되여
마시지 않아도 취하는 신비한 술이 되여
백자에 음각된 우리의 넋을
숭고한 곳으로 인도하는 성수(圣水)가 되여
내 사랑의 강,
내 령혼의 강,
해란강은 흐른다
흐르며 말한다.
연변일보 201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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