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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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제(외4수)
2019년 07월 12일 19시 32분  조회:627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무제(외4수)

김학송

 

어둠 속으로 길을 더듬어 나아가다

누군가의 그림자에 걸려, 나그네의

몸이 허우적이다

밤이 가슴을 열어 지친 꿈 안아주다

나그네는 구부정한 허리에

조각달을 짊어지고 까울령 높은 고개 

넘어가다 쓰러지다

고향도 어머니도… 바람 속에 묻히우고

철야보다 깊은 고독이

나그네의 하루를 집어삼키다

누군가의 그림자에 걸려

나그네의 령혼이 걸레처럼 

찢어지며 울다

 

 

시간절벽

마지막 가랑잎은 늦은 계절을 붙잡고 

우두커니 서있다

황소 잔등 긁적이며 문드러진

손가락으로 일년의 풋값을 셈해보는

아날로그 세대의 계산법에 찔려

서천이 불그레 부끄러움을 흘리고

누군가에 휘둘려 방황하던 바람은

농가의 돌각담에 부닥쳐 뒤로 벌렁 넘어진다

스스로 만든 절벽에 부닥쳐 가을은

울긋불긋 피멍이 들었다

수석에 미쳐 돌이 되여버린 나그네도

단풍보다 붉은 울음으로 

시간의 절벽을 물들인다

 

 

그냥 그 자리에 있어야 고향이다

고향에게는 발이 없다

고향에게는 날개가 없다

 

고향은  도망치지 않는다

고향은 류행을 따르지 않는다

 

고향은 그냥 그 자리에서

고향은 그냥 그 모습으로

 

우리가 섰던 유년시절의 그 자리에서

우리가 뛰놀던 유년의 그 내가에서

떠나간 이들을 기다리며 서있다

 

변하지 말아야 고향이다

원 모습을 지켜야 고향이다

고향은 그냥 그 자리에 있어야 고향이다

 

별, 시 그리고 나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어느 날, 먼 별자리에서 온 밤별 하나가

내 꿈속에 날아들었다

그 별은 나를 향해 야릇한 언어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 별이 들려준 이야기는 내 생명의

강 속에 시가 되여 흘러들었다

드디여 나의 시도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어느 것이  별의 말이고 어느 것이 시의 말인지?

분간조차 하기 어렵게 되였다

지금도 별은 밤마다 나를 찾아온다

빛을 잃은 시에게 광명을 주려고…

 

새가 하늘을 나는 리유

막혔다가 뚫린 거리에서

바쁜 걸음 재우치다가

흑색 벤츠가 치익-하고

내 발치에 멈춰서자 어제밤 꿈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술집, 노래방, 카페… 이곳 저곳 전전하며 놓아보낸 시간들이 모두 떨쳐나와 경적소리로 나를 깨운 게 분명하다

쾌락을 너무 과식했었나봐

소화 안된 욕망을 꾸역꾸역 열물로 토해내고

칼바람이 옐로카드를 내들 무렵에야

온전한 나로 돌아와 멀거니 하늘을 바라본다

누더기 같은 구름층을 간신히 벗어난 어린 새가

하얀 분변으로 내 가슴팍에

‘바보’라는 두 글자를 새기고 지나간다

행여 몸이 무거울세라 똥마저 덜어낸 새들이

뼈의 무게마저 비워낸 새들이

저렇게 흥그럽게 나는 리유를 

더러는 알 것 같은 이 아침

안개처럼 피여나는 부끄러움 딛고 

하루의 어깨 우에 올라서니

깨잎 만큼한 행복이 내 겨드랑이에 

파아란 날개를 달아준다

출처:<장백산>2018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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