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칠야, 한 여인이 무성한 잡초와 나무 숲을 헤치며 허겁지겁 산속을 달리고 있다. 아니, 달린다기 보다는 내리막에서는 미끌고 뒹굴고 올리막을 만나면 벌벌기여 간신히 몸을 옮기고 있다… 소나기가 쏟아지려고 번개가 번뜩일 때마다 피투성이인 그의 형체가 피끗 나타났다가는 어둠속에 잠겨버리곤한다. 흰 바탕에 붉은꽃 무늬인 소매 짧은 치마옷은 갈기갈기 찢기고 옷과 함께 흙투성이 된 살도 찔리고 찢기고 피흙 범벅이 되였다. 해질무렵 마을 뒷산을 넘어설 때엔 얼굴만 피투성이고 몸도 옷도 성하여 그래도 사람 같았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귀신 모양이다.
오후 새참무렵, 그녀는 마을 뒤덕어지 양지바른 참외막에서 한남자 밑에 깔리여 야수마냥 “오우- 오우-”소리 지르고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창 재미를 보고 있었다. 크라이막스에 치달아 마지막 숨이 막 넘어가려는데 “퍽!”소리가 나더니 “아악!”하는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사랑하는 이가 절정에서 뛰여내리는거라 여긴 그녀는 더없는 쾌감과 행복감에 휩싸여 눈을 지그시 감고 “오우”를 부르짓는데 뜨끈뜨끈한 것이 온 얼굴에 덮쒸우고 찝찔한 것이 입에 넘치게 련달아 쏟아져 들었다. 그녀는 그것을 뱉어버리지 않고 꿀꺽 꿀꺽 삼켜버렸다. 뜨끈뜨끈하고 찝찔한 그것이 무언지, “퍽!”하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그녀는 생각 할 겨를도 없이 황홀 하기만 하였다.
이윽고 남자의 머리가 소리 없이 그녀의 어깨위로 숙어지자 일이 끝난거라 여긴 그녀는 눈을 떴다. 헌데 남편의 무섭게 이그러진 얼굴이 불쑥 나타날줄이야!
남편이 발길을 휙 날리자 뒤골이 빠개져서도 그냥 꿈지럭거리던 물건이 그녀의 몸속에서 쑥 빠져나가고 차디찬 기운이 휙 몰켜 들어와 머리끝에까지 치솟아 올랐다. 남편은 피묻은 조막도끼를 다시 추켜들었다. 자기 안해를 깔고 업드린 놈을 차서 물리친 후 자기를 배반한 그 안해마저 요정 내버릴 참이였다. 하나를 죽이든 둘을 잡든 다 같은 살인죄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조막도끼의 예리한 날이 이마에 와 팍 꽂히려는 찰라 그녀는 머리를 홱 비틀며 몸을 픽 굴렸다. 여자의 굴리는 엉덩이에 한다리가 걸채이고 도끼를 날리던 힘이 앞으로 쏠리면서 그남편은 몸의 균형을 잃고 코방아를 찧으며 쿵덩 꼬꾸라졌다.
그녀는 구사일생의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굴리던 몸을 일으켜 참외막 밖으로 뛰쳐 나왔고 숲속에 자취를 감춰버렸던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화였고 성은 방가였다. 스물일곱살에 서른살인 김 장만이한테로 시집 온지가 갓 삼년이 되였고 두살먹은 귀여운 딸애 신애도 있었다. 그들은 향정부 마을에서 삼십여리 떨어진 천동곡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잘 살고 있었다.
김 장만은 신체가 튼튼한데다가 일 잘 하고 마음이 어질고 무던 할 뿐만 아니라
인물체격 또한 출중하여 어여쁘고 쪽 빠진 방 화와 천상 배필이라고 보는 사람마다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방 화는 집에서 애를 돌보는 한편 까근하게 살림살이를 잘 해나갔다. 부모님이 젊고 건강한데다가 원래 실농군인지라 개혁 개방이라는 절호의 시기를 만나 장만이넨 천동곡에서 뿐만 아니라 전향에서도 제일 첫순으로 만원호에 들어선 갑부였다. 호도거리를 시작하자마자 마을 서쪽 승냥이골을 도맡아 락엽송을 심었고 마을 앞 하천가의 사흘갈이 모래톱 황무지도 도급 맡아 백양나무를 심었으며 큰 황소도 열다섯마리나 잘 기르고 있었다. 그들은 하천가에 논을 풀어 식량을 해결 했고 승냥이골 펑버짐한 땅엔 콩과 옥수수를 심어 사료도 하고 돈도 벌었다.
며칠전 장만이는 향마을에 내려갔다가 남방에서 돈벌이 온 목수 자평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이불장을 하나 새로 짜고 안해에게 화장대를 만들어 줄 타산이였다. 시가지 친구집으로 놀러 갔다가 본 여인들의 전문용인 화장대가 욕심 났던 것이다.
“어이, 이보우, 방 화! 손님이 왔소!”
장만이는 마당 대문에 들어서면서 큰 소리로 안해를 불렀다. 그소리에 모이를 쫏고 있던 닭무리가 놀라 사방으로 푸득 푸드득 헤쳐지고 문턱 밑에 엎드려 졸고 있던 멍멍이가 반갑다고 쏜살같이 달려나와 앞발을 들어 주인한테 매달린다.
안해 방 화는 활짝 열려져 있는 문으로 머리를 내밀며 “어서 오세요!”를 웨쳤다.
손님이 왔다고 하니 늘 다니던 아래 마을 천수나 동주를 달고 온 줄 알았는데 보니 모를 얼굴이라 문밖에 급급히 나와 측면으로 반쯤 돌아서며 머리를 숙이였다.
“안녕하세요?”
“하하, ‘니호우?’ 해란 말이요, 한족 목수이니 한족말로 인사 해야지.”
“쓰마? 쓰푸, 니호우?(그래요? 선생, 안녕하세요?)”
한족마을에서 나서 자란 방 화는 한어를 조선말 못지 않게 잘 하는 편이였다.
자평이도 련속 “니호우”를 불렀다. 방 화는 남편의 어깨에 메여진 목수 공구통을 받으려고 손을 벌렸는데 장만이는 “괜찮쏘.”하며 문밖에 내려놓고는 자평의 손에 들려진 톱과 조막도끼도 받아 통우에 놓았다.
“이보시요 신애 아빠, 목수는 어째 데려 왔습니까?”
“양, 우리 이불장이 너무 작구 낡아서 하나 새거 짜놓자구.”
화장대 계획은 아직 비밀로 했다가 안해를 놀랍게 해주려고 말하지 않았다.
이곳 조선족들의 혼사 습관은 새각시가 새이불과 새이불장을 해가지고 시집 오는 법이다. 헌데 아버지 없이 구차한 형편인 방 화는 아무것도 갖추지 못 하고 알몸으로 온거나 다름 없었다. 원래 결혼 하기 전에 장만이는 새 이불장을 장만 하려 했었는데 급히 결혼 하였고 합당한 목수를 찾을 수 없어 미루다가 결혼하고 나니 차츰 등한시 하게 되였다. 마침 이번에 아래 마을로 일보러 갔다가 천수한테 들리였는데 자평이를 만나게 되였고 그가 만들었다는 가구들도 직접 보게 되여 엎드린 김에 절이라고 자평이를 달고 왔던 것이다. 장만이네 집에서 먹고 자면서 열흘 사이에 두가지 가구를 완성 하고 수공비 500원을 치르기로 가결 되였었다.
낮이면 시부모와 남편은 일밭으로 나가고 방 화는 딸애를 업고 자평이가 하는
일을 구경하면서 이것 저것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였다. 원래 한족애들과 놀아난 그녀는 남방에서 왔다는 자평이를 만나는 그 시각부터 친구나 만난 듯이 스스럼이 없었고 자평이도 방 화의 미모와 살뜰함에 반했다.
밤이면 정주방에서 어머니가 손녀를 데리고 자고 뒷고방에서 장만이네 부부가 잔다. 어린 신애는 낮이면 엄마 등에서 놀고 밤이면 할머니의 팔을 베고 자는 것을 법으로 안지가 오래다. 할아버가 혼자 쉬던 웃방에 자평이가 끼여들었다.
<누구도 모르는 고장에 데리고 가서 같이 살면 안될가? 아니, 아니, 다 그게 그거야, 한번 가지고 놀고나면 그만이지, 덱고 살긴 뭐…>
웃방과 뒷고방을 갈라놓은 엷은 미닫이를 사이두고 자평이는 방 화의 숨소리를 들으며 체취마저 느끼는듯 했고 그녀 또한 남편의 팔베개를 베고 누웠지만 자평이의 낮에 하던 말소리들만 귀전에서 맴돌 뿐이였다.
“방누나같이 인물체격이 아름다운 여자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도 못 보았소. 이 두메산골에서 썩는게 정말 아깝소. 나를 따라 가면 먹고 자고 일자리 찾는 것도 자평이 싹 다 책임 지겠소. 큰 성시야말로 방누나 같은 미녀들이 살아야 할 곳이지. 광주에 내 친구들도 있고 사촌형님도 큰 일을 하고 있소. 거기에만 가면 아무런 근심 걱정 없소. 그저 나만 믿으믄 된다니깐!”
자평인 방 화보담 여섯살이나 위였지만 처음엔 방 화를 누나라고 불렀다. 그녀도 누나란 소리가 싫지 않았고 한어깨 올라가는 기분이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평의 말에 일리가 있는듯 했다. 스나무살 처녀애들이 남방 외자기업이나 외국으로 돈벌이 간 사례는 물론 무지하게 많다. 지어 천동곡의 여자 둘과 향마을의 여자 셋도 일찍이 남편과 애들을 버려두고 무리를 지어 관내 어데론가 돈벌이 하러 갔다. 모두가 자기 보담 못 생기고 한어말 세마디도 못하는 산골 아낙네들이다. 어쩌면 자평이는 방 화라는 여자의 앞길을 열어주려 나타난 선인일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헌데 시부모나 남편이 허락 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잠이 오지 않았다.
<돈 벌이가 안되면 인츰 돌아오면 되지 않겠는가? 아니면 언니하구 함께 가자구 할까? 형부가 한국에 간지 오래고 언니 혼자이니 외지로 나가 돌고도 싶겠는데…>
<저 여자 정말 따라 가면 좋을텐데. 저인물 몸매에 차표값 몇십배는 받을텐데…>
앞 뒤방에서 두 남녀는 뜬 눈으로 밤을 새운지가 일주일이 되였고 가구일도 거이 다 끝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아침이면 집사람들이 어서빨리 일밭으로 나가고 자리를 비워주기를 기다리게 되였고 치근덕 거리던데로부터 포옹하게 되였고 인젠 여기저기 마구 주무르며 혀까지 서로 빨아삼키는 급수로 상승 하였다. 최고급까지 한단계밖에 남지 않았음을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었다.
방 화는 너무나 똑똑한 편이였다. 목수일터를 벌려놓은 고간에서 포옹을 하거나 키스를 하거나 언제나 신애를 등에 없고 있었고 시선은 창밖의 대문가를 떠나지 않았다. 방 화가 “애 아빠 와요!” 혹은 “애 할머니 와요!”라고 다급한 소리를 지르면 자평이는 허둥지둥 방 화와 떨어져 공구를 주어들고 일하는 시늉을 했고 방 화도 돌아서서는 두손으로 아기의 엉덩이를 받치고 몸을 들석이며 아기 달래는 시늉을 했다. 시어멈 허 봉녀는 랭수 한그릇을 들이 켜고는 “애 자는것 같구만 방에 편히
눕히지.”하며 다시 나가고 장만이는 물을 마신 후 언제나 고간과 정주간 사이문턱에 걸터앉아 담배 한대 피우며 몇마디 잡담을 하다가 다시 나가군 하였다. 시아버지 병국이는 소방목 하러 도시락까지 메고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돌아온다.
“안돼요, 절대 안돼요! 그러다가 들키는 날이면 큰 일 난다구요.”
자평이는 아기 업은 띠를 풀려고 애쓰다가 그녀에게 제지당하군 하였다. 혀 빨기, 손 넣어 만지기등 죄다 아기를 방패 삼아 업고 할 수 있는거였으나 그다음 단계는 최고급이라서 그런지 아기를 업고는 그어떤 고수래도 할 수 없는 것이였다. 자평이는 그런 아기가 빼앗아 내동댕이 치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방 화는 아기를 내려놓기만 하면 자평이한테 깔리우고 만다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는터라 하루종일 등에 달고 서성거렸다. 방 화 또한 자평이한테 깔리우고 단 한번만이라도 큼직한 그것을 몸 깊숙히 받아 담아보고 싶은 욕구가 불붙듯 하였지만 그보다도 발각만되면 죽는다는 두려움이 활활 타는 음욕의 목을 꽉 조여 숨 못 쉬게 하고 있는 것이였다. 자평이가 달려들 때마다 방 화의 전신은 전률에 떨고 두눈에서는 눈물이 솟구쳤다. 그래도 마구 녹아내리려는 신경과 신체를 용케도 지탱하며 뻗히였다. 열흘이 다 흘렀다.
“참으로 미안해요, 자평오빠! 마음속으로만 사랑 할 수 밖에 없어요.”
“안돼요! 방법 좀 대요. 래일 가면 다시 못 볼 수도 있는데, 보고 싶어 죽을건데.”
“련계 주소만 두고 가면 내가 꼭 찾아 가요. 하늘에 맹세 할게요!”
“그러다가 못 만나면? 아니, 그때에 가 만난다고 하더래도 어떻게 기다린단 말이요? 지금 참을 수 없는데, 방 화는 그래 내가 싫단 말이요?”
“왜 싫겠어요? 자평오빠는 나한테 넓고 아름다운 다른 세상을 알게 했고 새 삶을 가르켜 주었어요. 허지만 참아야 해요, 앞으로를 위해서 또 진정 사랑 한다면 참아야 해요. 일시적 감정을 못 참아서 한생을 망치는 사람들이 이세상에 얼마나 많다구요. 사나이답게 참아야 해요!”
“사나이니깐 못 참는다는게요. 남들 모르게 하면 되잖소? 거기에 무슨 표식이라도 난답데? 집에서 무서우면 우리 저기저 옥수수 밭속에 가는게 어떻소? 거기엔 누구도 오지 않을게 아니요?”
“아기는 어쩌구요?”
“자고 있지 않소? 눕혀놓고 데꺽 하고 오면 될건데. 방 화, 제발 빌게, 한번만…”
자평이는 방 화와 달리 오늘만 지나면 영영 기회가 없으리라는 것을 썩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근 열흘간 키워 온 감정을 절대 결과 없이 랑비 해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방 화의 입술을 마구 빨며 퉁퉁한 가슴을 마구 주무렀다. 방 화의 심장이 쿵쿵 뛰고 온 몸이 뜨거워났다. 바야흐로 전신이 녹아내려 땅바닥에 스며들 차례이다. 하루에도 몇 번을 녹아내리는지 모른다. 이날은 자평이가 떠나기 전날이라서 더 많이 녹아내렸다. 자평이의 한손이 아래로부터 위로 치마를 들고 천천히 올라온다. 그녀는 그손끝이 제고도에 닿기도 전에 떨리는 신음소리부터 나간다. 방 화는 그냥 그렇게 받아주던 손을 끝끝내 큰 용기를 내여 물리치고 말았다.
“잠간만요… 자평씨,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나도 방 화씨를 사랑하오!”
방 화는 자평의 목에 매달려 한동안 그의 혀를 빨았다. 살랭이 아래에 손을 대니 대뜸 돌 같은 물건이 손바닥을 힘있게 때린다. 방 화는 꽉 움켜 쥐였다. 그리곤 그대로 끌고 고간을 나와 정지간 뒤문으로 가서 뒤산을 가르켰다.
“저것이 우리집 참외밭입니다. 초막이 보이죠? 지금 그리로 가세요, 내가 아기를 웃집에 맡겨놓고 곧 따라 갈게요. 함께 가면 안되는거니깐 어서 가요. 우리는 빨리 갔다 빨리 와야 해요, 당신은 마을에 아는 사람이라곤 없으니 곧장 가면 돼요.”
방 화는 자평의 굳은 물건을 힘주어 쥐였다 놓고는 “빨리요!”를 부르며 등을 떠 밀었다. 자평은 기쁜 나머지 단숨에 날아가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한편 방 화는 달게 자고 있는 신애를 웃집 영철이할머니 방에 가져다 눕혀놓았다.
“할머니, 내가 참외 따러 데꺽 갔다 올터이니 우리 신애 잠 깰라면 도닥여 줘요, 내 이집 영철이 참외 많이 따다 줄게요, 녜?”
“그라오, 깨여 울면 모르니 새각시 재우재우 갔다 오우.”
영철이 할머니의 소리를 뿌리치고 방 화는 다급히 집으로 건너와 고운 원피스로 바꿔 입고 날듯이 마을밖에 나섰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 보다 곱게 보이고픈 마음은 아마 여성의 본능인듯 하다. 여성의 본능이 아니라 이성에게 잘 보이려 함은 모든 동물들의 본능일 것이다. 그때 자평이는 벌써 참외막에 들어가고 있었다.
마을에서 참외막까지의 거리는 불과 500메터도 안 되지만 방 화는 여자들이 제일 좋아 한다는 그것을 일분 일초라도 빨리 가지고 싶은 마음이 불붙듯 하고 그것을 다 가지고 난 후 일분 일초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와야 함을 알기에 조급한 것이였다. 그 크고 땅딴한 물건이 자기의 얘린 몸속으로 힘 있게 찌르고 깊숙히 박혀 들어올 것을 생각하니 미칠것 같은 흥분에 마구 떨리는 몸이 허공에 두둥실 뜨는것만 같았다. 그것도 잠시, 언제나 상냥하던 남편의 얼굴이 사납게 이그러져 머리속에서 맴돈다. 느껴보지 못했던 공포에 떨리는 몸이 일시에 천길 벼랑에 떨어지는것 같았다.
그녀는 얼굴을 싸쥐고 걸음을 뚝 멈추었다. 발길을 내여 디디느냐 돌리느냐 하는 정신적 격투, 흥분과 공포의 겨룸, 인성과 야성의 판가리! 그싸움은 길지 않았다. 딱 5초간 진행 되고 끝났다. 그녀는 발길을 돌리지 않고 내여 디뎠다. 흥분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야성으로 나갔다. 짐승의 길을 택한 것이다.
식욕과 성욕ㅡ이는 인간을 포함한 세상 모든 동물들의 천생 본능이다. 그 본능이 있으므로하여 동물들은 생존하고 번식하며 진화 한다. 인간이 천생 본능에 대한 기타 동물들과의 다른점이란 오직 한가지ㅡ자제력이다. 자제력이라는 것이 없다면 인간이 아니라 짐승에 불과하다. 자평이와 방 화, 이들은 아쉽게도 자제력을 잃은 것이다.
지구 생명의 력사는 40억년이고 류인원(类人猿)이 탄생한 력사는 3천만년이며 인류의 력사는 7백만년이라한다. 그러니 네발로 기여다니던 원숭이가 풀잎으로 앞을 가리우고 두발로 걸어다니는 인간으로 진화 하는데는 응당 2천 3백만년이란 긴긴 세월이 걸렸다고하면 천만 지당 할 것이다. 허지만 인간이 짐승으로 퇴보 하는데는 순식간에 지나지 않는다. 방 화를 보더라도 근근히 5초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장만이 마음엔 언녕부터 안해와 자평이 사이에 오가는 눈길과 말구가 거슬렸지만 롱담이려니 치부했고 목수가 일을 끝내고 돌아가면 아무 문제가 없으리라 여겼으며
근거 없이 안해와 말을 했다가는 불찬놈이 속아지가 좁다고 한일 트집이나 잡힐것 같아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입을 뻥긋 했었더래도 방 화는 즉각 주눅이 들고 자제력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사고가 날라니 일은 그렇게 번저져 가고 있었다.
백양나무밭의 풀을 며칠에 거쳐 다 베고 일이 일찍 끝난 장만이는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헌데 멀리서부터 딸 신애의 엄마를 부르는 울음소리가 자지러지게 들렸다. 달음박질로 집마당에 들어서보니 영철이 할머니가 신애를 업고 서성거리며 달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하냥 엄마의 등에만 매달려 놀고 자고 하던 신애인지라 영철이 할머니방에 눕혀놓은지가 얼마 안 되여 인츰 잠에서 깨였고 웃집 할머니의 등거리는 싫다고 엄마만 찾는 판이다.
“마다매, 신애엄마는요?”
“참외 따러 간다더구만 인젠 올 때가 거이 됐다.”
고간 문을 열어보니 자평이도 없다. 무서웁고 괘씸하고 제일로 싫어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장만이는 직감하였다. 방 화는 원래 참외밭이 아니라 터밭에 열린 고추 가지도 몇번 따보지 못한 여자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시부모나 남편이 그녀를 아끼여 못하게 하는 것이였다.
어린 딸애의 울음소리는 그칠줄을 모르고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장만이는 자평의 조막도끼를 주어들고 아무말 없이 돌아져 대문을 뛰쳐 나갔다. 단숨에 뒤덕어지에 이르렀고 숨을 죽이고 조용히 참외막으로 접근 하였다.
오늘따라 밭일이 일찍 끝난 장만이가 초막 밖에 뛰여와 서 있으리라고는, 죽음이 박두 했음을 즐거움에 푹 빠져버린 막 안의 남녀는 알리가 없었다. 장만이는 한동안 망설이였다. 신애한테 엄마도 없어지고 아버지도 없어지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여질 듯 아프고 당금 정신이라도 잃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신애를 위해서 눈 감아줄까? 미칠 것만 같았다. 허지만 사태는 미칠 사이도 고민 할 사이도 정신 잃고 쓰러질 사이도 없이 굴러갔다.
“오우ㅡ오우ㅡ”하고 초막 안에서는 승냥이 소리가 나고 “아욱! 아욱!”하는 까마귀 소리도 났다. 그다음은 “워 아이 니”하는 사람 소리도 들렸다.
“어쩌면 이같이 크고… 오우ㅡ 나 당신 따라 갈래요…”
더러운말 몇마디가 오고 가더니 다시 승냥이 소리와 까마귀 소리뿐이다. 신애의 엄마라고 용서를 줄까고도 망서리였었는데 그건 아니다. 따라 간다고 하지 않는가? 내딸 엄마로 될 자격도 없고 타산도 없다. 그러니 원하는 대로 함께 보내주자!
장만이는 드디여 결단을 내렸다. 화닥닥 뛰쳐 들어가 한창 소리 지르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정신을 잃어가는 두사람이 알기도 전에 도끼를 날렸다. 첫방은 멋지게 해 제꼈다. “불이 습격 하면 백전 백승 한다”고 병법에도 씌여 있는 것이다.
장만이는 이차전을 경솔히 하였다. 병법에 쓰인대로 “련속 작전” 해야 하는건데, 엎드려 죽은 놈의 어깨위로, 아래에 깔리우고 큰 것에 박히워 몸도 움직이기 힘들어 할 때 정신도 차리지 못한 상태의 것을 푹 내려치면 될걸, 정신 차리게 빼주고 뒹굴게 물리쳐주고… 장만이는 코방아를 찧은대로 엎드려 한동안 궁리 하였다.
그는 도망친 안해를 쫓지 않았다. 그가 놓아준 것이 아니라 하늘이 그녀를 도와
도망치게 하였고 살려 준 것이라 믿으려 하였다. 자기는 인젠 죽은 목숨이니 그녀가 새로운 길을 걷고 신애의 새로운 엄마로 훌륭한 엄마로 탈바꿈 하여 자기 몫까지 사랑을 부으며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였다.
장만이는 자평의 시체와 조막도끼를 참외막에 버려둔채 마을로 내려왔다. 집뒤 개울물에 세수도 하고 손발도 깨끗이 씻었다. 그때까지도 집마당엔 신애를 업은 영철 할머니 뿐이였다. 신애는 지쳤는지 할머니 등에 머리를 비틀어대고 자고 있었다.
“새각씨는 왜 안와? 간지가 언젠디.”
영철 할머니의 푸념질이다. 장만이는 말 없이 집으로 들어가 새옷을 꺼내 입고 치솔과 세수수건도 호주머니에 담았다. 방안을 한바퀴 휙 둘러 보고는 마당으로 나왔다. 영철 할머니 등에서 자고 있는 신애의 이마에 뽀뽀 하였다. 말똥말똥 주인을 쳐다보는 멍멍이 골도 쓸어주고 도닥여 주었다. 그리고는 마당을 둘러 보았다. 이제 떠나면 다시 못 볼 나서 자란 보금자리이다.
“너 어데 가는거냐?”
“예! 마다매, 아래 마을에 볼 일이 있어서요. 우리 아부지 엄마 들어오시믄 아래 간다더라구 말해줘요. 인츰 온다구 근심 말으시라구 하시요. 그리구 우리 신애 잘 봐 주시구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요, 큰 어머니!”
“원 자식, 인츰 올거라며 뭔 인사가 그리 기냐? 영영 안 올 것 처럼. 근심 말고 재우재우 갔다 와라.”
영철이 할머니는 신애 할머니보담 다섯살 년상이다. 장만이는 애기때부터 이때끔 웃집도 자기네 집으로 알고 살아왔다. 삼십여년 살면서 큰 어머니 큰 아버지라고 한번도 불러보지 못하고 토박이 말대로 마다매 마다바이라고만 불러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큰 어머니!”라 부르며 머리를 숙여 본 것이였다. 그가 례의를 모르는 호레자식이여서가 아니다. 그는 다른 어른들을 만나면 꼭꼭 머리 숙이며 인사 올린다. 웃집 어른들은 그에게 너무나도 친숙하고 고귀하고 소중하신 분들이시기에 인사가 삭제 된 것이다. 그는 눈물을 보일까봐 데꺽 얼굴을 돌리고 발길을 옮겼다.
장만이는 둬시간반 푼히 지나 땀벌창이 되여 향 파출소의 대문을 두드렸다. 자수 하러 온 것이였다. 다른 민경들은 퇴근 하고 때마침 소장이 당직을 서고 있었다.
“박소장님, 제가 나쁜놈을 잡아치웠습니다.”
“뭐라는게야 이자식아, 두서 없이. 잡아치우다니? 잡긴 뭘 잡어?”
“제가 살인 했습니다.”
박소장 경산이는 장만이 아버지와 방 화아버지의 로전우이고 친구이다. 장만이는 소장 경산이를 삼촌이라 불렀다. 소장님이라고 불러보는것도 오늘이 처음이다.
박 경산소장은 자기 귀를 의심 하였다. 이애가 사람을 죽이다니! 어질고 착하기로 소문난 이애가?! 아니, 혹시 피치 못 할 사연에 코피나 터뜨려 놨겠지, 그러고는 어진 놈이니 자백하러 온 것일게야. 그는 자기 나름대로 좋은 쪽으로 판단을 내렸다.
소장 박 경산은 퇴대한 후로 근 30년이나 이 향파출소에서 근무하였다. 소장직을
맡은지도 15년철이다. 웅장한 체구에 털보인 그를 보면 나쁜놈들은 즉각 주눅이 들고 좋은 사람은 저도 몰래 기를 편다. 내속 모르고 보면 데면데면한 무관탈이지만
사실 그는 섬세하고 너그럽고 호방하고 뜨거운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장만이와 방 화 또한 박소장의 소개로 인연을 맺은 것이였다.
“장만아, 알았으니 어둡기 전에 올라가그라. 그리구 너아버지보구 일만 할라말구 놀러 좀 내려오라더라고 일러라.”
박소장은 문가에 멍해 서있는 장만이한테 다가와 어깨를 도닥여 주고는 뒤로 돌려 문밖으로 등을 떠밀었다. 어서 돌아가라는 뜻이였다. 코피나 숫구멍이 터진놈이 찾아오면 장만인 이미 다 자백 하고 검토 했으니 약값이나 들면 령수증을 파출소로 가져오라 할 셈이였다. 코피를 터쳐놨던 종아리를 분질러줬던 장만이는 착한 애이니 잘못이 없을터다. 정도에따라 약값만은 부담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 하였다.
“삼촌! 저를 살려주십시오! 잉잉잉…”
문밖에 떠밀려 한발 나간 장만이는 다시 돌아서더니 그자리에 무릎을 털썩 꿇고 엎드려 대성통곡 하였다. 그도 죽고는 싶지 않았다. 그는 늙어가는 부모님을 모셔야 하고 걸음마 방금 타고 “엄마 아빠”를 방금 번지는 딸애를 키워야 하였다. 그는 죽을 죄를 지었고 살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가슴속의 오열을 터뜨려야 했다.
“삼촌! 저도 부모 잘 모시구 딸 잘 키우면서 잘 살고 싶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이자식이 큰 일 치긴 친 모양이로구나!”
소장 박 경산이는 화뜰 놀라며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감을 느꼈다. 그래도 그는 속으로 “설마 간대루사”를 부르며 장만이의 두팔을 잡아 일으켜서는 사무실로 끌고 들어와 벽쪽에 기대여 놓인 쏘파에 앉히고 자기는 사무상 앞 두리걸상에 가 앉았다. 장만이는 그냥 엉엉 소리 내며 울고 있었다. 박소장은 천천히 담배 한가지를 부쳐 물고는 놀란 가슴을 달래며 입을 열었다.
“그래, 들어보자. 대관절 무슨 일이냐? 먼저 줄거리만 말 하거라.”
“삼촌, 방 화하구 참외막에서 바람 피우는 새끼를 죽여놓구 자수 할라 온겝니다.”
“엉?! 정말이냐? 정말 죽였느냐 말이다.”
“예, 조막도낄루 뒷골 까서 단방에 해버렸습니다.”
“에익 미친놈아! 병신이나 콱 만들어 고생하게 할게지 죽이기는 왜 죽여? 이 바보 멍청이 자식아! 고발 하믄 영창에라도 처널게 아니냐? 살라믄 도망 갈게지 여긴 왜 왔어? 살려달라구? 죽여달래도 시원찮을 놈이 뭐 살려줘? 이망나니 호레자식놈아! 부모는 어쩌고 새끼는 어쩌것냐?! 똑똑하고 착한줄 알았더니 세상 망할 놈이였구나!”
박소장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장만이의 울음이 그치였다. 살려달라고 빌 자격도 소리 내며 울 자격도 없음을 느낀 것이다.
공안국 형사들이 차를 몰고 와 바지 벗은 자평이와 수갑 찬 장만이를 실어갔다.
피 묻은 조막도끼와 방 화의 꽃팬티도 비닐주머니에 각기 정연히 담아 가져갔다.
장만의 도끼날을 벗어난 방 화는 싸리나무 숲속에 웅크리고 앉아 동정을 살폈다. 서서 뛰면 목표가 들어나고 달음박질 친다고 해도 방 화는 뽈차기를 무었보다도 좋아하는 장만이의 반에반 속도도 안 될 것이니 일거에 나포되여 도끼 맛을 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위급한 관두일수록 사람은 머리를 굴려야 한다. 그러니 총명한 방 화는 마구 뛰지 않고 잠복관찰 전술을 택한 것이다. 넓다란 싸리나무밭에서 슬금슬금
기여다닐 방 화를 찾아 내기란 장만이의 재주로는 무척이나 힘든 일일 것이다.
한참 기다리며 살폈지만 남편의 기척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허지만 방 화는 추호도 경거망동 할 수 없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사 위기일발의 시각인 것이다. 그래서 한시간 남짓이 그자리에 그렇게 숨을 죽이고 울면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섹스의 흥분과 쾌락은 사라진지가 오래고 슬픔과 공포에 휩싸이고 후회와 절망에 빠져 눈물 흘렸다. 한발 잘못 내여디딘 탓에 인생은 풍지박산나고 만 것이다. 한생을 주고 몇분간의 흥분과 쾌감을 가진다는 것은 실로 수지가 안 맞아도 너무나 안 맞는 장사이다. 허지만 인젠 물릴 수도 넘겨 팔 수도 없다. 누굴 탓 할 수도 없다. 자기가 빚은 고배는 자기가 마셔야만 했다.
참외막 옆으로 깊이 정든 청기와집이 빤히 내려다 보인다. 참외 밭을 꿰질러 몇분이면 발이 닿을 집이건만, 남편이 있고 딸애가 있고 시부모님 계시는 집이건만 그녀는 내려갈 수가 없었다. 남편이 자기를 죽이려고 도끼를 들고 기다리고 있는것만 같았고 참외막에 들려 팬티라도 찾아입고 싶었으나 거기에서도 도끼를 든 남편이 기다리고 있는것만 같았다. 남편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시퍼런 도끼날이 자기 이마를 향해 곧게 날아들 것이다. 고정한 사람 성질 내면 더 무섭다는 소리를 그도 들었다.
방 화는 자신이 천번 만번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 하였다. 자평이는 자기 때문에 죽었고 장만이는 자기 때문에 살인범으로 된 것이다. 사랑하는 두남자를 자기가 죽인 것이다. 옷을 찢어 나무에 목을 달든가 벼랑에서 뛰여내리든가 응당 그들을 따라가야 한다. 그러나 죽는 것이 무서웠다. 살아 갈 앞날이 두려웠으나 그보다도 죽는 것이 더욱 무서웠던 것이다. 붉은 해가 뉘엿뉘엿 서북쪽 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방 화는 마을을 등지고 뒤산으로 향하였다. 북쪽으로 계속 가노라면 어데엔가 리화촌이 있고 리화촌에서 언니가 어머님을 모시고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뻐스를 타고 산을 에돌아 연길을 거쳐 여러번 갔었으나 길도 모르는 험악한 산을 타며 야행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그녀는 단지 남편한테서 뒤쪽으로 곧게 산 세개를 넘으면 언니네가 사는 곳이 나진다는 소리를 들었을뿐, 천동곡에서 리화촌까지 직선
거리만하여도 백리란 것은 들은적이 없다. 그러니 오르고 내리고 에돌고 하노라면 얼마를 걸어야 할지 누구도 모른다.
문화혁명 후기, 금방 제대한 시아버지가 마을의 민병들을 거느리고 “장정” 하여 산 세개를 넘어가 “만인갱”을 참관 했었고 그 행군중에 어머니와 눈이 맞고 정이 들어 부부로 된 것이라는 것도 방 화는 남편한테 들은 옛말이다. “장정”이라는 “장”자와 제정 때 일제가 광부들을 생매장하여 만들어진 만인갱의 “만”자를 따서 장만이라고 아들 이름도 그때 지어놓았다고 하였다. 이시각 방 화는 그런것들을 생각 할 겨를이 없었다. 단지 북쪽 방향으로 달려야 한다는 일념 뿐이였다.
산골마을에서 나서 자란 방 화지만 그는 산길을 걷는 것을 몹시 두려워 하였다. 밝은 낮에 친구들과 여럿이 산길을 걸어도 숲속에서나 바위뒤에서 무엇이 뛰쳐나와 와락 덮칠것만 같은 공포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방을 살폈고 사방을 살피는 사이 또 독사가 기여나와 발목에 감기고 물어뜯으며 기여오를 것같은 공포감에 몸을 떨었다. 그는 산짐승보다도 뱀을 더욱 무서워 하였다. 날랜 산짐승이래도 큰 나무
따위를 안고 돌면서 피할 수 있을것 같은데 뱀이란 놈은 언제 어디에서 나타나 습격 할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어쩐지 뱀이란 말만 들어도 오싹 온 몸에 소름이 끼치고 머리칼이 곤두선다. 이시각 방 화는 그런것들을 무서워 하고 따져보고 할 겨를이 없었다. 오직 날 밝기 전에 리화촌 언니네 집으로 가야 한다는 일념 뿐이였다.
검은 하늘을 쪼개며 벼락이 지나가자 대지는 더욱 캄캄하였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방 화는 손더듬과 발더듬으로 몸을 움직이였다. “후두둑, 후두둑ㅡ” 굵직한 비방울이 나무잎사귀를 때리고 벌거숭이가 다 된 그녀의 몸을 사정 없이 후려친다. 남편의 팔베개를 베고 누워서도 “꽈르릉ㅡ 쾅!쾅!”하는 우뢰소리를 들으면 놀라 몸을 옹크리며 남정의 품만 파고들며 떨던 여인이고 시집 온 후로 비 한방울 맞아보지 못한 방 화였다. 이리저리 나무가지와 풀잎을 잡으며 폭풍우 속에서 휘청거리는 지금 힘 있고 따스한 장만이의 넓은 가슴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른다. 허지만 그 가슴, 그 사랑은 영영 가버리고 시퍼런 도끼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이는 기어이 나 같은 년을 죽여버리고 도망 가든 자살 하든 자수 하든 할 것이다.>라고 방 화는 생각 하였다.
그는 후회에 울면서 걸었다. 추운 것도 배가 고픈 것도 살이 찢겨 아프고 쓰린 것도 느끼지 못하고 걷기만 하였다. 걷는것 외엔 아무것도 알 수도 할 수도 없었다.
비가 끊었다. 산간에 새벽의 싸늘한 기운이 돈다. 줄창 올리막이던 길이 내리막 길로 변하였다. 구름이 걷히고 별도 몇 점 나타났다. 미끄럼질 타던 가파로운 내리막 길이 끝나고 늬연한 산길이 시작 되였다. 그녀는 처음으로 찬기운을 느꼈다. 걸음을 다그쳤다. 빨리 걸으면 덜 추울상 싶었다.
먼동이 텄다. 한여름의 밤은 너무나도 짧았다. 수림과 바위는 뒤로 가고 수풀속의 뙉밭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바퀴자리가 반반한 수레길도 넓어졌다. 산발하여 얼굴과 가슴을 덮고 하반신이 드러난 귀신같은 여자의 정체가 똑똑히 보였다. 방 화 자신도 자기가 그모양새임을 이제야 알았다. 날이 밝기를 고대 했었는데 아니였다. 흩어진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고 옷자락을 찢어 동이였다. 그리고는 두손으로 하신을 가렸다.
걸음을 늦추었다. 빨리 걸으면 날이 더 빨리 밝을 것만 같았다. 사실은 빨리 걸으면
마을과 빨리 가까워지고 사람들과 빨리 맞띄운다. 그것이 무서웠던 것이다. 그것은 죽기보다도 더 무서웠다. 차라리 그때 장만의 내려치는 도끼를 맞아버리고 말았을걸, 그랬더면 모든 것이 끝나고 편안 했을터인데, 후회도 되였다. 헌데 인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그 도끼날은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다.
사람은 사선을 넘으면 인생이 바뀌는 법이다. 방 화의 인생은 어떻게 바뀔런지??
방 화는 느릿느릿 걸으면서 사방을 살폈다. 실오라기라도 앞을 가리울 수 있는 그 무엇을 찾고 싶었다. 아무것도 찾지 못한다면 숲속에 숨어 밤을 기다려야 한다고 느꼈다. 멀리 맞은켠 산 밑에 검실검실 마을이 보였다. 마을이 무서웠다. 지금이라면 어둠의 장막을 빌어 마을을 지나쳐 뒤산 숲이나 곡식 밭에 몸을 감출 수도 있으련만 마을에 닿을 때면 한낮일 것이다. 더 내려 가지말고 숨어있을 곳을 찾는 것이 옮음직 하였다. 다시 사방을 휘익ㅡ둘러봤다. 오른켠은 넓은 콩 밭이고 왼켠은 깊은 계곡의 낭떨어지였다. 조금 더 내려가니 우측 콩 밭은 여전한데 좌측의 낭떨어지는 가파로운 비탈의 락엽송림으로 바뀌였다. 그녀는 오솔길을 만나자 락엽송림 속으로 들어갔다.
오솔길은 비스틈이 아래로 뻗어있었다. 풀잎에 쓸리지 않으려고 손빠닥을 앞에 대고 걸었다. 차디찬 하신이 손빠닥 열기를 받아 따스해진다. 그놈 하신 때문에 일이 난 것이라고, 콱 찢어버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들을 구할 수만 있다면 와락 찢어버려도 아까울 것이 없을것 같았다. 사나이들이 빠지기가 쉽고 한번 빠지면 길을 잃어 헤여나오기가 힘든다는 수풀 계곡을 그녀는 훼멸 하고 싶었다.
방 화는 계곡의 밑바닥 수풀속에 내려섰다. 간밤에 내린 소나기에 골물이 커지고 어지러워졌다. 어지러운 물에 얼굴을 씻었다. 오솔길은 계곡 내가 수풀속에 아래 위로 뻗어 있었다. 방 화는 올라갈 것인가, 내려갈 것인가, 잠시 망설이다가 그래도 북쪽 방향을 향해 내려가는 것이 옳을것 같았다.
하늘은 푸름히 밝아오고 있었다. 몸 감출 곳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 못 하는 때에 소 방목지를 만났다. 길다란 락엽송 몇대를 눕혀 곧게 서있는 락엽송에 사람허리 높이로 처매여 란간을 만들고 여나문마리 소를 가두어 놓았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첫 눈에 띄는 것은 나무가지에 걸쳐놓은 푸른색 비닐박막이였다. 그것을 벗겨 허리에 빙 두르니 치마처럼 앞뒤도 가리우고 추위도 막았다. 비닐박막 밑에는 구멍 난 운동화도 한켤레 걸려있고 녹 쓴 무드럭 낫도 하나 박혀 있었다. 누군가가 그녀를 위해 일찍이 갖추어놓은 것처럼 말이다. 너무나도 감사한 나머지 눈물이 왈칵 치솟았다. 한짝밖에 남지않은 비닐싼다루를 벗어버리고 구멍난 운동화를 신었다. 신 한짝에 그녀의 발 두개가 들어갈 정도로 컸으나 맨발보다는 너무나 좋았다. 그녀는 녹 쓸고 무든 낫도 뽑아 들었다. 그만큼이면 무서울 것이 있을것 같지가 않았다. 금방 지나간 밤을 회고 하니 몸서리가 쳤다. 그녀는 계곡의 개천을 건너 맞은켠 비탈로 올라갔다. 방목 하러 올라오는 발 큰 사람을 만나면 새 장비들을 몰수 당할 것이라 생각 하여 길을 바꾼 것이다. 그녀는 참나무 숲속에서 오솔길을 찾으며 여전히 북쪽을 바라고 내려갔다.
“워엉ㅡ” 등뒤에서 황소의 영각소리가 들려왔다. 주인이 올라온 것인지 아니면 방 화를 부르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그는 본능적으로 머리를 돌렸다. 락엽송림 아래에
누른점 몇개가 보인다. 날은 확연히 밝은 것이다.
코마루가 찡ㅡ하니 저려났다. 그녀의 시아버님도 이때쯤이면 퇴색하고 구멍난 군용가방에 이며느리가 정히 담아준 도시락과 차곡차곡 개인 비닐박막을 담아메고 허리에 낫을 차고 승냥이골 이깔나무 밭으로 소방목 나가신다.
시아버님은 아들 며느리 시내 나들이가 편리하게 가을엔 황소 몇마리를 팔아 좋은 오토바이 한대를 사주겠다고 말씀 하셨었다.
“에그ㅡ 아버님두, 아버님께서 오토바이 타고 싶으셔 그러시죠?”
방 화는 시아버님의 말씀이 참담인줄 번연히 알면서도 롱담을 걸었었다.
“그래, 그렇지, 니가 시아비 맘을 안다, 허허허… 그때 가서 누가 먼저 올라타면 누가 임잘게 아니냐? 허허허…”
시아버지 역시 롱담으로 받아 넘겼다.
이불속에서 하는 남편의 말은 달랐다.
“돈을 많이 모아야 하오, 신애 학교 붙을 때 시내로 들어가 아빠트 사고 장사도 벌려야 하오. ‘송아진 낳으면 산으로 보내고 아이는 낳으면 버덕으로 보내라’고 옛날
사람들이 말했소. 우리는 우리딸을 훌륭한 대학생으로 길러내야 하오. 부모님 모시구 잘 살 날이 올게요. 그러니 지금 아끼고 모아야 하는게요. 견뎌 낼 수 있지?”
“물론이죠, 든든한 당신이 계신데 내가 뭘 근심 하고 못 견딜게 뭐가 있겠어요?”
방 화는 남편의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대답 했었다. 헌데 그 아름다운 꿈들을 자신이 부셔버렸다. 오토바이도 아빠트도 대학생 딸도 다 있을 수 없게 되였다.
비닐박막 속의 몸은 더워났다. 배속에서 “꼬르륵ㅡ” 소리가 났다. 그제야 생각 해보니 저녁도 먹지 않은채 온 밤을 헤맨 것이였다. 그녀는 참나무 잡목림 비탈을 벗어나 넓다란 언덕으로 올라섰다. 무엇이든 찾아 먹어야 했다. 언덕에는 생각대로 밭들이 많았다. 헌데 모두가 콩 밭이 아니면 조 밭이라 먹을 것이 없었다.
그녀는 언덕 변두리에 난 오솔길을 따라 북으로 내리 걸었다. 북쪽산 밑에 앉은 마을의 지붕 끝마다에서 새하얀 아침 연기가 피여오르고 있었다. 그녀가 고대하는 참외나 오이밭은 나타나지 않고 커다란 옥수수 밭이 나졌다. 옥수수 하나를 따서 겁질을 벗기고 앞이로 긁어 먹었다. 물이 톡톡 터지는 옥수수는 조금 텁텁한 맛이 있긴해도 먹을만은 하였다. 불을 피워 구워 먹으면 오죽 좋으랴고 주제넘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그녀는 다리도 쉬울 겸 밭고랑에 풍덩앉아 몇개를 련속 먹어치웠다. 속탈이라도 만날까봐 두려워 너무 많이 먹을 수는 없었다. 다시 일어서서 걸으려니 다리가 말을 들어주질 않았다. 피곤기가 확 몰켜 오면서 눈도 바로 떠지질 않았다. 그자리에 아무렇게나 꼬꾸라져 자고 싶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겨우 지탱 하며 키를 넘는 옥수수 밭 깊이에로 들어갔다. 휴식이 극히 필요 했던 것이다. 그녀는 옥수수대의 이파리를 훑고 밭이랑에 난 풀도 베였다. 낫이 잘 들지 않으니 풀을 벤다기 보다는 뽑았다는 편이 더 합당 할 것이다. 두툼하게 자리를 펴고 들어누웠다. 너무나도 편안 하였다. 아무것도 생각 할 사이 없이 깊이 잠 들어버렸다.
장만이 부친 병국은 해 떨어진 후에야 소를 가두어놓고 승냥이골에서 돌아왔다. 집 대문 어구에서 마누라가 손녀를 안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여보우, 어쩜둥? 애들 둘 다 나간게 여직 안 오꾸마.”
“그래우? 오갰지 뭐. 다 큰 놈들이 잃어야지겠수? 어디 간다 소리는 없구?”
“영철 할매 말로는 아애비 공사마을 갔다 온다구서 가더라는게 이게 어느땜둥?”
신애 할머니는 향마을을 예전 집체화 때 이름 그대로 공사마을이라고 불렀다. 말투도 “이랬어요, 저랬습니꺄” 했었는데 며느리를 맞은 후로 늙은 것이 말투가 너무 아양 떠는것 같다면서 “이랬으꾸마, 저랬씀둥”으로 변하였다. 김 병국의 나이 명년이면 60이고 마누라의 나이는 그보다 네살이나 어린데도 며느리를 삼고 손녀까지 보니 자연히 할머니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였다.
병국이는 근심 할 것 없다고 안해를 위안 했지만 슬그머니 불안한 기분이 들어 세수 하고 손발을 씻으며 어두워지는 창밖으로 눈길이 저도 모르게 넘어가군 한다.
외동 아들 장만이는 태여나서 지금까지 애비 에미 속을 태워본 일이란 단 한번도 없었다. 어른이 된 지금에도 어디에 잠깐 나가더라도 꼭꼭 엿쭈고 나갔고 제시간에 돌아오군 하였었다. 헌데 오늘만은 달랐다.
<혹시 목수 일이 끝났다고 자평이를 아래 마을까지 보내주고 한잔 하는거나
아닐까? 아니면 며느리가 불시로 아파서…> 이렇게 생각이 돌아가니 더욱 안절부절 할 수가 없었다. 전화라도 쳐봤으면 좋으련만 그는 어데다 쳐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아들에게 언녕 핸드폰 하나 사 줬어야 하는건데 젊은 촌장의 집에 국가에서 놓아준 고정 전화가 있고 산골이다보니 핸드폰 신호가 잘 접수 되지 않으니 무용지물이라고 사지 않았었는데 이제보니 아주 필요한 물건임을 알겠다. 향 마을쯤엔 통신신호가 잘 되니 장만이가 핸드폰이 있다면 촌장한테 전화를 하든가 아니면 촌장집에 가서 아들한테 전화를 치든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암만해도 아래 마을 피끗 가봐야 할 것 같으오. 뭔 일이 꼭 있는것 같구만.”
“그람둥? 며느리 없어서 내 들어와서사 쌀을 앉혀놨으꾸마. 쪼꼼 기달레 한술 뜨구 갑소, 하루종일 산에서 돈게 얼매나 시장하겠씀둥.”
“밥이 넘어 갈것 같지 않소…”
김 병국은 큰 함박꽃무늬가 돋힌 와이셔츠에 팔을 꿰며 마당에 나서고 있었다.
청년들 입기에나 적합한 꽃무늬 셔츠는 지난해 여름 방 화가 장에 갔다가 사 온건데 원래는 남편한테 입히려던 것이고 시아버지에게는 토색셔츠를 사왔던 것이다. 헌데 그들 앞에 꺼내놓으려니 시아버지의 토색셔츠는 너무도 초라해 보였고 남편의 꽃셔츠는 너무도 화려해 보였다. 하여 방 화는 먼저 꺼낸 토색셔츠를 데꺽 남편 앞에 놓으며 “동무 김 맬 때 입을 적삼이 없길래 샀습니다.”하고는 함박꽃셔츠를 꺼내여 “여름 나들이 하실 때 입으시라구 샀습니다.”하며 시아버지 앞에 놓았다. 그것을 본 병국이는 깜짝 놀라는 표정이였다.
“이거 바뀐게 아니냐? 새 색시들이나 입겠구만 내가 어떻게 입는다니?”
“아닙니다, 지금 시가지에서는 어른들마다 다 이렇게 입는대요. 텔레비에서도 보셨잖아요? 년세가 높을 수록 더 곱게 입어야 젊어지신답니다.”
“그래도 고운건 젊은이가 입어야지비.”
시어머니도 기쁨에 넘쳤다. 안해로서 남편한테 이같이 기분 설레이게 하는 옷을 한견지도 사드려본적이 없었다. “며늘애기 고맙네!”를 번지려다가 체면에 못이겨
사양의 말을 한 것이였다. “가재는 계편”이라고 장만이도 물론 각시편이였다.
“우리들은 앞으로 사 입으면 되잖습니까? 아버지 엄마 더 늙으시기 전에 고운걸 많이 입으시구 많이 젊어지셔야 합니다.”
병국인 그 셔츠를 퍽 좋아 했고 아꼈다. 향급 이상으로 출마 할 때에만 입었다.
함박꽃무늬 와이셔츠에 팔을 다 껴넣고 대문을 밀려는데 밖으로부터 누군가가 대문을 당기며 들어서는통에 이마를 맞쪼았다. 두사람은 와뜰 놀라며 서로 쳐다 보는데 병국이는 들어선 사람이 다름 아닌 박 경산인지라 다시 한번 놀라며 뒤로 자빠질번 하였다. 박소장은 그러는 병국이의 한팔을 날렵하게 잡아세웠다.
“병국형, 일이 있어 올라왔다가 물이나 한그릇 얻어먹고 갈라구 들어왔수. 근데 옷 모양이나 급급히 서두르는걸 보니 어델 갈 참이였든가 보오?”
“아따 이사람아, 인기척이나 하구 나타날 것이지 놀랐잖아. 자, 들어오라구…”
“형수님, 안녕 하시유?”
“예ㅡ에, 아주번님 어쩌다가 오셨씀둥? 날래 올라오십쇼!”
박소장은 방에 올라가 병국이와 마주 앉았다. 담배를 꺼내 부치고는 대방한테도 한대 권하였다. 긴장이 될 때면 담배를 부쳐 무는 것이 습관인것 같았다. 병국이는 손을 저어 사양하고는 쌈지를 꺼내여 토초를 말았다.
“애들은 다 어델 갔소?”
박소장이 입을 열었다. 병국인 “후ㅡ”하고 담배연기와 함께 긴숨을 내쉬였다.
한가 할 사이가 없는 친구 경산이가 문뜩 찾아들자 병국이는 심장 박동이 가속화 되고 마음이 초조하여 어쩔바를 몰랐었는데 애들을 물으니 되려 시름이 놓였던 것이다. 불행한 소식을 가지고 온 것이 아니였구나 하는 안도의 긴숨이였다.
“가네 오후에 아래 내려간다구 했다는데 동생한테 안 갔습데?”
병국이가 반문 하였다. 경산이는 말문이 막혔다. 사실을 털어놓아야 할 때가 된 것이였다. 경산이는 할미등에 업혀 있는 신애한테로 두손을 뻗히였다.
“이리 온, 작은 할배 좀 안아보자… 안 오려면 말거지 왜 머리까지 돌려버려? 허허허…짜식. 형수님, 신애 내려놓고 여기에 와 앉으슈. 드릴 말씀이 있어유.”
봉녀는 무릎을 옆으로 포개고 앉으며 등거리에 붙은 애를 떼여 다리위에 놓았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엄습 해 오고 있음을 병국이와 봉녀는 느꼈다. 소장 경산이는 자평이와 방 화의 관계로부터 이야기를 시작 하였다. 참외막에서 도끼로 자평이를 단방에 쳐 죽였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들 로부부는 미소한 반응도 없었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듯 살인범으로 되였다는 사실에 겁을 먹으면서도 속 시원한 느낌에 위로를 찾는것 같았다.
“장만이 그길로 내려와 자수 하였슈, 지금 시공안국 구류소에 갇혔는데 판결을 기다려야 할겁니다.”
그제야 허 봉녀의 울음소리가 “왕ㅡ”하고 터졌다. 판결이란 사형 판결을 받고 사형을 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봉녀는 너무도 억울 하다고 생각 되였다. 나쁜놈을 죽였어도 살인범이라 총살 맞아야 하는 것이 법이라 알고 있다. 방바닥을 두드리고 가슴을 치며 “애고, 이게 웬 날벼락이야? 내아들 장만아!”하며 뒤로 누워버렸다.
안해가 정신을 잃고 뒤로 넘어가는데도 김 병국은 손등으로 눈물만 훔칠뿐 관계하려
하지 않았다. 경산이가 팔을 잡아흔들며 “형수님!”을 부르다가 “흥태야! 빨리!”
하고 웨치니 젊은 두 민경이 뛰여 들어왔다. 주사를 놓고 팔다리를 주물러주니 인츰
의식을 회복 하였다. 흑흑 흐느끼고 눈물 코물을 훔치면서도 “앙-앙ㅡ” 울어대는 신애를 달래느라고 무릎을 들썩이며 코구멍이 막힌대로 “어어”를 불렀다.
젊은 민경은 병국이한테도 주사를 놓았다. 흰 알약 네개를 주면서 밤잠 자기전에 두알씩 나누어 먹으라고 알려주었다. 병국이는 경산이가 주는 담배를 받아 물었다. 경산이는 그에게 불을 부쳐주었다. 그리곤 자기도 한대 뽑아 부쳐 물었다. 병국이가 한숨을 길게 내 쉬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동생, 이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소? 무슨 방법은 없을까?”
“글쎄요… 아뭏든 먼저 진정하구 천천히 생각 해 보기유.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 하는 것만큼 되겠지. 그런데 방 화 그애는 안 들어왔었슈? 빨리 찾아야겠는데…”
“무슨 낯짝에 들어옴둥? 만나면 찢어 죽일거구만. 아니, 언니네 집으로나 갔을
것이니 내 찾아가서 그년 죽이구 나두 죽구 결판 내겠으꾸마.”
며느리때문에 아들을 잃게 된 것이라고 허 봉녀는 원쑤를 갚을 생각이였다.
“형수님, 그럴게 아니라 방 화의 증언이 중요 할겁니다. 그러니 혹시 집에 오면 욕하거나 내 쫓으려만 말구 많이 달래구 보살펴 주슈. 형님이 직접 데리구 나한테 오던가, 나한테 전화를 치든가 해야합니다. 아셨쥬?”
“오기나 할까?”
“신애가 있으니 올 가능성이 많지유, 오지 않는대도 우리는 그애를 찾아야쥬.”
경산이는 위로의 말 몇마디 더 하고는 두 민경을 데리고 나갔다. 봉녀는 신애를 안은채로 따라나가며 말했다.
“아주버님, 많이 애써 줍소. 아주버님만 믿겠수꾸마.”
방 화가 옥수수 밭에서 자고 있을 때 리화촌으로 소형뻐스 같은 경찰차가 왔다.
방 화의 언니 방 숙이는 와락 들이닥치는 경찰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로서는 한회사나 한마을 나그네들과 마작을 놀며 휴일을 보낸것 외엔 꼬리잡힐 일이라곤 한 적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녀는 동생 방 화보담도 더욱 매력적이고 섹시하게 생겼다. 이백호가량 되는 리화촌 뿐만이 아니라 린근 마을에서 방 숙이라고 모르는 남자라면 아마 채 여물지 않은 어린애나 찐이 다 빠진 늙은일 것이다. 남자로 생겼다면 늙은이나 젊은이나 한번 보면 다시 돌아보고 싶게 하는 그런 매력이 넘치는 스타이고 그누구도 감히 범접 못하는 그런 힘과 압박감도 과시 하는 여성이였다.
방 숙이가 모시고 함께 사는 그의 어머니 강 련옥을 보면 리해가 된다. 륙십을 넘겼다는 할머니가 허리 다리가 전혀 휘지 않고 흰머리칼 한오리 없으며 얼굴엔 주름살 하나 없을뿐만 아니라 살결이 부드럽고 탄력이 있어 보인다. 50세 전이라해도 안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강 련옥은 천동곡의 웃동네인 갑수동 한족 마을에서 평생 소교 교원일을 하였고 마흔살 전에 남편을 잃고 두 딸애를 키워 시집 보냈다.
지금은 그런 촌 소학교들이 하나 남지 않고 사라졌다.
방 화가 시집 가자 사위가 한국으로 가고 일곱살내기 아들 하나 달고 있는 큰 딸집으로 건너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의 외손자 리 광철이도 벌써 열살이 되였다. 열살인 애가 똑똑 할 뿐만 아니라 동갑내기들보다 키가 크고 얼굴이 여자애처럼 이쁘장하게 생겼다. 아마 유전인가부다. 광철이는 학교에 붙을 때부터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다녔다. 애는 엄마보담 할머니를 더 따랐다.
방 숙이는 리화목제품공장의 회계였다. 원래는 공사에서 꾸린 집체의 것이였는데 방 숙이 남편 리 홍국의 외삼촌 박 동규가 임대 맡아 사영기업으로 되였다. 그덕에 고중공부만 한 방 숙이가 회계로 될 수 있었다.
무너져 가던 집체화 공장이 개인의 손으로 넘어가자 생기를 되찾고 날로 발전 하였다. 잡목을 깎아 나무장판 오리를 만들고 거기에서 나온 톱밥과 대패밥으로 압축판을 만들었다. 지금 그들의 산품은 없어서 팔지 못하는 상황이다. 방 숙이의 일은 편하고 로임도 높았다. 자습하여 기업 회계과를 익히고 증서까지 따낸 그녀의 장부엔 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명확 하였다. 사장 박 동규 또한 납세 모범이고
빈곤호를 돕는 모범이라 현적으로 이름 있는 인물이였다.
방 숙이는 다가오는 경찰들을 바라보면서 머리를 잽싸게 굴려 봤으나 아무런 실마리도 찾지 못 하였다. 경찰들은 방정맞게도 회계과 사무실 문앞에 와 멈춰섰다. 지나가면 사장 사무실인데 말이다. 회계과란게 출납원 하나에 재료회계 하나 그리고 현금회계와 과장직을 방 숙이가 맡고 있었다. 회계과를 목표로 하고 온 것이 분명하니 그녀가 나서야 했다.
“어서 오십시요! 무슨 용무이십니까?”
방 숙이는 그들이 문고리를 잡기전에 문을 열어주며 맞이했다.
“동무 방 숙이요?”
앞장 섰던 나이가 듬직한 경찰이 물었다.
“녜, 접니다.”
“우리는 현국 형사과에서 왔소. 료해 할 일이 있는데 잠간 나가야겠소.”
“그러죠, 사장님께 엿쭈고 따라가도 됩니까?”
“그리 하오.”
사장님과는 관계되는 안건이 아니임을 방 숙이는 알았다. 큰 시름이 놓였다. 사실 경찰을 따라 나갔다 오련다고 사장님한테 청가 맡을 필요가 전혀 없는 일이고 박 동규가 방금전에 공장밖으로 나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회계는 업무상 밖에 나갈 일이 많기에 출입이 마음대로이나 형사들의 태도를 알려고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방 숙이는 사장실의 문을 열고 머리를 들이밀었다가 꺼냈다.
“안 계시네요, 동료들이 알고 있으니 갑시다. 날 찾으면 말해줄겁니다.”
형사들이 앞에서 걷고 그녀가 뒤에서 따랐다. 붇잡아가는 태세는 전혀 아니였다. 그들을 따라 경찰차에 오르려고 하니 운전수 곁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앞자리에 앉아 방동무네 집으로 안내 하오, 가서 집을 좀 봐야겠소?”
“녜? 우리집을 본다구요? 호호호…볼건 없지만 공무집행에 협조 하겠습니다.”
방 숙이는 웃음까지 나갔다. <탐오범이라고 누가 신고나 한건가? 그래서 재산 점검이나 하려고? 뭐 금덩이라도 나올까베?> 그녀는 속으로 또 웃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경찰과 대면 하면 자연히 저촉사상이 생기고 불쾌감이 든다. 그녀에게는 남편의 저금통장 하나밖에 큰 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자기의 로임으로 세식구가 살면서 남편이 한국에 나가 벌어 부쳐오는 돈은 일전 한푼 건드리지 않고 저축하고 있었다. 다섯해 사이 딱 50만원을 모았다. 홍국이는 5년만 더 벌고 돌아 오리라고 계획 하고 있었다. 방 숙이가 길을 가르키며 잡궁리를 하는 사이 경찰차는 그녀의 집 옆길에까지 왔다.
“세우십시오, 다 왔어요. 내립시다.”
“방 숙동무, 잠깐만. 내리지 않고 차에서 말 하겠소.”
방 숙이가 손님접대에 나서려는데 여전히 나이가 좀있는 그형사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건 동무네 집 위치를 알아두자는것 뿐이요. 사실은 동생이 안건에 말려들었는데 아무때건 언니를 찾아 올 수 있으니 우리가 먼저 온거요. 동생 만나면 우리와 련계해야 하오. 동생이 안건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범인도 아니요.
그는 우리를 협조해야 하는 립장이요. 지금 겁을 먹고 도주중에 있으니 만나면 위로 하고 용기를 줘야 하오. 알아들었소? 방 숙동무.”
“녜,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안건인지 저도 알면 안됩니까?”
“살인 안건이란 것만 말하겠소. 동생하고도 너무 많은걸 묻지 말고 내가 선에 말한대로만 해주면 좋겠소. 이것이 나의 명함장이요. 일이 있으면 전화 치오. 이만 하면 됐으니 동무를 공장에 실어다 주겠소.”
“아닙니다. 때도 다 되고 집까지 왔는데 점심 먹고 나가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오. 협조해주어 고맙소!”
“천만의 말씀입니다. 집이 루추하여 초대 못하니 용서 하십시오.”
방 숙이는 인사를 마치며 차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손을 몇번 흔들어 보였다.
“곽지도님, 쑈팡 똑똑하게 생겼지요?”
“엑기 임마, 츨하게 생겼으면 츨하게 생겼다 하고 곱게 생겼으면 곱게 생겼다 하고 욕심 나면 욕심 난다고 하고 그런거지 권총까지 찼다는놈이 죄치는 소리가 똑똑하게 생겼다는게 뭐냐? 실말 하면 누가 널 잡아 가냐?”
“지도님 모르시는 말씀임다. 내 여친앞에서 지나가는 여자 곱다 했다가 죽을번 했씀다. 뭐 옛날인가 합니까? 지금 여자애들이 얼매나 쎈지 아는것 같잖씀다.”
“야야, 여친이란건 또 뭐야? 여친이가. 부친 모친 외에 여친님이 생겼어?”
“정말 정치를 모르셔도 한창 모르시네요. 현대정치에서는 여자친구를 여친이라 부른답니다. 여물지 않아 속대 없이 물만 찼을 땐 부친 모친을 부르고 땅땅 여물어 알이 꽉 찼을 땐 여친만 부른답니다. 친할 친자, 어려선 부모가 제일이고 커서는 여자가 제일이란 말이지요. 그래서 친할 친자를 부치는 거랍니다.”
“우리 같은 나이에 여친이라 부르면 우숩지 않느냐?”
“물론 우숩죠. 곽지도님 오라잖으면 여친이 아니라 노친이라 불러야 합니다. 노자친구, 늙으막 친구라 그겁니다. 등거리 긁어주는 친구말이죠. 그러곤 사랑하는 님의 손을 꼭잡고 인생의 고개길을 넘어가 자취를 감추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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