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화는 뜬 눈으로 긴긴밤을 새우고 아침 일찍 시가지로 들어갔다.
시아버지가 헛걸음이라며 몇번을 말렸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방 화는 먼저 은행에 들리여 돈 십만원을 찾아 가방에 담았다. “돈이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고 했다. 옛사람들의 말이 틀린 것이 없다고들 한다. 방 화는 돈을 내고 면회를 신청 할 생각이였다. 그는 감옥이 어느쪽에 가 붙었는지도 몰랐다. 호기사에게 핸드폰을 쳤다. 십분도 안걸려 호기사가 모는 택시차는 은행 앞에와 섰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감옥으로 실어다주세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서 오세요.”
방 화가 앉은 택시차는 복잡한 시가지를 겨우 벗어났다.
“아저씨, 이 차 하루간 쓰면 얼마나 받으세요?”
“한시간에 백원씩 예산하면 될겁니다. 명절 기간이니 조금 더 주면 좋고요.”
“오늘 다른 일 없으시면 제가 줄 탑시다. 괜찮아요?”
“나야 좋지요. 저녁에 너무 늦지만 말아주시오. 집에가 애들과 모여야니깐요.”
“알겠습니다. 아홉시가 거의 되여 탔으니 여덟시 반부터 탄거로 합시다.”
한시간이 푼히 걸려 감옥에 도착 하였다. 방 화는 호쓰푸더러 마당에서 기다리라 하고는 사무실로 향하였다. 온밤을 자지 않고 작전 방안을 세웠던 것이다.
접수실에서 길을 막아섰다. 등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바닥만큼한 등록표에는 “만날사람”이라는 란목이 있었다. 방 화는 거기에 “감옥장”이라고 써넣었다.
“옥장님, 한 여성손님이 찾아 오셨습니다… 녜녜, 알겠습니다. 녜.”
접수실 경찰이 방 화의 등록표를 보고 감옥장한테 전화를 쳐 지시 받은 것이다.
“방여사님, 가방을 열어 보이시오.”
방 화는 가방의 조르래기를 열고 경찰 앞으로 밀어주었다. 가방 안엔 벽돌장 만큼한 돈덩이 외엔 보이는 것이 없었다. 접수실 민경의 자격으론 건드릴 수도 없는 거금이였다. 돈이란 잘 못 건드리면 큰 일 난다는 것을 누구나 다 잘 안다.
“올라가 보세요. 삼층 정면이 감옥장 사무실입니다. 기다리고 계실겁니다.”
감옥장은 커다란 책상을 앞에 놓고 앉아있었다. 방 화는 들어서면서 경례부터 하고는 책상옆에가 섰다. 50대 중반이 넘어보이는 감옥장은 방 화를 한동안 말 없이 훑어만 보았다. 하는 수 없이 방 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감옥장님. 한가지 청 들 일이 있어 찾아왔어요.”
“먼저 쏘파에 앉소. 그 가방안의 돈은 뭣에 쓰시려는 것인지 말 할수 있겠소?”
“통쾌하시네요. 청들 일이 있는데 빈손으로 올 수야 없지 않습니까?”
“돈이라면 배속의 아기도 손 내민다했다고 우리를 잘 못 본 것이 아니요?”
“그럴리가요. 죄수 남편 한번 면회 하는데 무슨 그렇게까지야 심각 하겠습니까? 저는 그저 저그마한 힘이지만 보탬 하려는 것 뿐이랍니다. 남편은 나 때문에 여기에 갇혔어요. 그이는 안에서 개조하고 전 밖에서 개조하는 죄인입니다. 이돈은 그이가 여기에 들어 온 후 제가 피땀으로 번 것입니다. 유용하게 쓰시기를 바랍니다.”
방 화는 말하며 일어나 감옥장의 앞으로 가 가방을 열고 돈덩이를 끄집어냈다. 돈덩이와 함께 훈장 하나가 묻어나와 책상유리위에 “땡!”하고 떨어졌다. 감옥장이 그것을 주어들었다. 그것이 공안계통에서만 발급하는 일등공신 메달이라는 것을 감옥장은 잘 알고 있었다. 그이도 바로 며칠전 성 공안청에서 발급하는 이런 훈장을 받았던 것이다. 헌데 죄인이라 자처하는 여자에게 이런것이 있다니? 훔친 것일까?
“이건 어데서 생긴거요?”
“발급 받았어요.”
방 화는 기회나 만난듯이 가방 옆의 조르래기를 열고 증서들을 꺼내놓았다. 민족 단결 모범이라는 것과 3.8홍기수라는 것도 있고 얼마전에 광동성청에서 발급한 “방 화동지는 218특대 마약밀수 파안행동에 특수 공로를 세웠기에 이 훈장을 수여함.” 이라는 증서도 있었다. 무쇠판 같던 감옥장의 얼굴이 대뜸 웃음으로 변하였다.
“방 화동무, 삼일이면 어떻겠소? 부족한가? 초닷새로 하기요. 많이 관심하고 많이 교육해서 제시간에 보내주오. 글쎄 아무리 봐도 기질이 다르긴 다르더라니깐. 남편 이름이 무어라 했지?”
방 화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였다. 하여 그저 되는대로 “감사합니다”를 부르고 “김 장만입니다”하고 대꾸 하였다. 감옥장은 간수장에게 전화를 쳐 김 장만이를 데려오게 하였고 회계과에 전화를 쳐 직접 돈을 받아가게 하였다.
“이번 특수 죄수 다섯을 이틀 삼일씩 집에 가 설쇠고 오게 청가 줬소. 방동문 특수에 우특수라 할 수 있지. 음력 초닷새 오후 세시를 귀환 시간으로 정하기요.”
방 화는 이제야 감옥장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면회인 것이 아니라 5일간 청가를 준다는 것이 안닌가? 방 화는 미칠듯이 기뻣으나 내색을 내지 않았다. 기질이 다른 모양을 계속 내고 싶었던 것이다.
방 화와 장만이는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끌어안고 서있었다.
“신애아빠, 용서 해주세요! 세상 죽일년입니다. 살겠다고 도망 쳤다가 오늘에야 당신 앞에 죄를 빌러 찾아왔어요.”
“다 옛일이요. 용서 한지가 오래오. 동무가 찾아오기를 고대 기다렸소.”
방 화는 감옥장에게 인사하고는 장만의 손을 끌고 뛰여내려와 택시차에 올랐다. 장만이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방 화, 웬일이요? 도망 치는거요?”
“5일간 청가를 맡았어요, 5일간 자유를 얻었어요. 나도 꿈만 같아요. 세상에 이럴 수가 어데 있어요? 신애 할아버진 오늘이 면회날이 아니라면서 절대 안된다고 하잖겠어요. 그런데 난 당신 보고픈걸 어떻게 일주일이나 견딘단 말이얘요? 그래서 아버님 말도 안 듣고 무턱대고 떠나 감옥장을 찾았습니다. 잠간 얼굴만이라도 좀
보게 해달라고 사정하려고요. 그런데 글쎄 이걸 보더니 대뜸 청가를 줍디다. 뭐 암행어사 패쪽이나 되는 것처럼. 이걸 봐요, 이게 내가 일하는 곳에 공안국에서 준 메달입니다. 나쁜놈 잡는데 도와주었거든요. 내 천천히 다 옛말 할게요. 먼저 당신 옷 한벌 사고 모욕탕 가요. 싹 씻고 새옷 입어요. 래일 설이니깐요. 난 신애동생을 갖고 싶은데 이렇게 기회가 올줄이야…”
방 화는 기쁜 나머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방 화는 택시비를 푼푼히 주고 초닷새날 열한시반에 다시 와달라고 부탁 하였다.
“신애야! 아버지 어머님! 제가 왔습니다!”
장만이는 소리를 지르며 집문을 열었다. 병국이와 봉녀는 화다닥 놀라 뒤로 나 자빠질뻔 하였다. 정신을 춰세운 아버지가 욕설을 퍼부었다.
“당장 돌아가 자수해라! 탈옥이라니, 무슨 짓이냐? 신도 벗지 말고 당장…”
“아버지! 그런거 아닙니다. 청가 준 것입니다. 닷새나요. 내가 왜 도망쳐요?”
“정말? …”
“정말입니다. 아버님 어머님, 제가 가기를 잘 했죠? 엊저녁 밥상에 신애아빠 자리가 비니 밥이 넘어가질 않더라구요.”
“배고프지? 내 밥상 차릴게.”
“시내에서 택시운전수랑 같이 간단하게 먹었어요. 우리 저녁에 맛 있게 잘 해 먹어요. 애아빠는 맏아바인테 인사하러 다녀오세요. 그길로 촌장집에도 들리고요.”
이전에 방 화는 집에서 시키는 일만 하고 누구 한번 시켜본적이 없었다. 일년 남게 애들 우두머리질을 하더니 인젠 집에서도 주저없이 이래라 저래라 령도노릇을 한다. 그래도 누구하나 의견이 없었다. 령도인이 바뀔 때가 된 것이다.
이튿날 그들은 방 화의 촬영기로 가족 사진을 찍었다.
음력 초닷새날 오후 두시 45분, 장만이는 감옥에 도착하여 직접 감옥장을 찾아가 설을 잘 쇠고 돌아왔노라고 열심히 개조하여 새 사람으로 되리라고 신고 하였다.
방 화는 감옥에서 곧게 비행장으로 갔다. 장만이가 감옥에서 휴가 나오던날 방 화는 시내의 매표처에서 연길로 가는 표를 사두었던 것이다. 연길 비행장에 내리니 캄캄한 일곱시 반이다. 해연이가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철수야, 너의 아재다. 인사 드려라.”
해연이가 방 화를 껴안았다가 놓고는 뒤에 섰는 아들애를 앞으로 당겨왔다. 방 화가 자기보담 두달 어리기에 그는 아들더러 아재라 부르도록 했다. 그들은 택시에 앉아 세집으로 갔다. 해연이는 방 화의 전화를 받자마자 일을 영미한테 맡기고 먹을 것들을 사들고 집으로 와 영접 할 준비를 하였던 것이다.
“아무것도 못 갖추었다. 섭섭한대로 먹자. 철수야 아재께 술 한잔 부어야지?”
방 화는 비행기에서 저녁을 먹었었다. 허지만 성의를 무시해선 안 되는 것이라 수저를 들고 술도 받았다. 해연이가 사는 세집은 턱이 높은 한족식 온돌방이였다. 집주인이 갖춰준 낡은 이불장 하나와 작은 밥상 하나 이것이 전부의 가구였다. 김 현철이 문풍지라고 비닐박막을 창문에 박아놓은 것이 밖같 바람에 펄럭펄럭 부채질 하고 있었다. 불을 많이 때서인지 온돌에 닿인 엉덩이는 따스한데 등거리는 싸늘
하였다. 송자와 함께 살던 스팀 세방에 비기면 말도 안 되지만 정당 직업을 가지고 고생스럽더라도 아들과 함께 사는 모습이 좋았다.
“철수야, 엄마 같이 사니 좋아?”
“예. 좋슴다.”
“할머니 안 보고싶어?”
“설에 가 보구 어제 왔슴다.”
“그럼 인젠 안봐도 되겠구나.”
“여름방학에 또 가는데 뭐.”
“너의 할머니 집에 누가 또 계시니?”
“할머니 혼자 삼다.”
“너네 삼촌은?”
철수는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대답 해야 할지 궁해 진 것이다.
“갸두 공부를 제대로 못하고 엄마 같이 농사 짓다가 둬해전에 배타기 로무로 출국 했는데 소식이 한번도 없다야. 우리 엄마 속이 타겠니 안 타겠니? 나이두 스물 여덟이나 된다. 서방 가야 할 때도 막 지나가는데 대세 아니야?”
해연이는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동생은 동생이구, 어머니 홀로 남구골에서 얼마나 고독하구 고생스럽겠니?”
“엄마 신체는 영 좋다. 그래 그냥 일 하길래 거기서 산단다. 그리구 내곁에 있으믄 내 시집 못 간다구, 나를 시집 가라구 철수두 데리구 있었는데 학교에 붙게 되니 할 수 없이 내놓은게다.”
“그래두 그렇지, 그러다가 불시에 아프기나 하믄 어쩌니? 모셔다가 집일이나 해달라 하고 철수도 돌보게 하고 너는 장사나 열중하고.”
“글쎄 빨리 개학 했으믄 났겠는데 야르 혼자 집에 두는게 근심돼 죽겠다야. 농촌서는 밥벌이를 하는데 시내에 오믄 밥통이 떨어지잖니, 엄마 모시자믄 아무래도 집도 더 커야하고 지출이 늘게 아니니? 지금 아들에미 겨우겨우 사는 신센데. 정말 돈이 딸릴 때는 쿨룽장사래도 좀 할까 흔들리기도 한다.”
“절대 흔들리지 마라. 매대 잘 안 되믄 걷어치우구 다른 일 찾아봐라. 투자가 적으면서 돈 좀 벌어질만한 일이 없겠니? 례를 들어서 김치라든가, 어릴 때 너네 집에가 김치먹은 기억이 아직도 난다. 우리엄마는 한일 한족마을 교원이라서 그런지 김치맛이 수수했다. 너네엄마 집에서 김치를 만들고 니가 나가 팔고 될것 같은데. 야, 오늘이 28일이니 사흘 집에 갔다가 1일날 다시 오마. 3일 비행기로 떠나겠다. 그러니 이 사흘 사이 니 생각도 해보고 고찰도 해보고, 김치 뿐만 아니라 뭐든간에 좋으니 그때 토론 하자. 투자는 내가 도우마. 그러니 돈 근심 말고 연구 해봐라.”
“니 신세만 지고 어쩌니? 원래 벌어서 매대값도 빨리 돌려줘야 하는건데…”
“못난소리만 골라서 하는구나. 잔말 말고 내 말한대로 해라. 너네 조손 삼대가 한집에 모여 잘 살 수 있도록 머리를 써보자. 이 머리는 멋으로 얹어놓은 거겠니?”
“감사하다, 지집애야. 너의 은공 백골난망이다.”
“성공도 못한 주제에 무슨 은공이고 무슨 난망이야. 계집애야, 니 살이 빠지니
너무 매혹적이다. 송자는 또 조금 살이 올라 더 멋쪄졌다. 그 배속에서 나온 새끼는 또 얼마나 곱다고. 말도 못한다. 야, 이번에 내남편이 청가를 받아 집에 와 다섯밤 같이 잤다. 아들을 배기싶어 애를 썼는데 모르겠다, 생각대로 될런지.”
“축하한다, 꼭 될거야. 니같은 년이 아를 안 낳으면 안 된다.”
그들은 술잔을 부디쳤다.
방 화는 이튿날 아침 먼저 우정 대술집 항공권 판매처에 가서 백주로 가는 3일날 비행기 표를 샀다. 그리고는 강 을봉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안녕하세요? 방 화입니다. 설을 잘 쇠셨어요? 언니랑 화 평 모두 잘 있죠?… 예, 잘 쇴죠. 헌데 형부 지금 어데 계셔요?…연길에요?…저도 연길에 있는데요…”
강 을봉은 이날도 채농들이 움속에 보관 해뒀던 배추와 무우 그리고 하우스에서 밤에 캔 부추와 미나리를 한차 박아 싣고 도매시장으로 왔던 것이다. 그는 방 화가 연길에 있다는 소리에 너무 기뻐 남은 남새를 절반 값으로 십분내에 처리 해버리고 우정대술집으로 차를 몰았다. 구석툰 을봉이네 집마당에 자동차가 들어서자 수진이 먼저 집에서 뛰쳐나오고 뒤를 따라 강 화와 강 평이 달려나왔다. 왕 수진은 차문을 열고 꽃가마에서 새각시를 부추켜 내리듯 두손으로 방 화의 한손을 잡고 되뇌인다.
“애엄마, 천천히 조심해요. 천천히.”
방 화는 정말로 새각시가 된듯한 기분이였다. 방 화는 강 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쭈크리고 앉아 강 평이를 향해 두손을 벌렸다. 강 평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런 주저도 없이 방 화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방 화는 그것이 고마워 코마루가 찡ㅡ 저려났다. 방 화는 강 평이를 꼭 껴안고 일어섰다.
“평아, 잘 있었어? 양엄마는 평아 보고싶어 죽을번 했다.”
“자, 추운데 들어갑시다.”왕 수진이 방 화의 등을 밀었다. “평아, 널 살려준 엄마 생각 나? 안나? 엄마라고 한번 불러봐, 어서.”
강 평이는 자기의 볼을 방 화의 볼에 부비며 귀에 대고 “엄마!”하고 엄마만이 받아 들을 수 있게 뇌까렸다. 방 화는 얼굴을 돌려 애의 얼굴에 입 맞추었다.
온돌방에 점심상이 놓여 있었다. 방 화는 정 강이를 불러오라고 강 화를 보냈다.
“언니, 형부, 빈손으로 들어와 죄송해요. 어제밤에 비행기에서 내려 친구집에서 자고 돌아갈 비행기표 떼고 형부께 전화 쳤어요. 마침 연길에 계시는게 아니겠어요? 얼마나 기쁘던지. 오늘 여기서 강 평이랑 한밤 자렵니다. 래일 리화촌 엄마한테가서 두밤 자고 연길에 가서 한밤 자고 3일 아침 비행기로 떠나야 합니다.”
“그렇게 바쁜 걸음에 여기까지 들리다니요. 넬 출차 하지 않고 리화촌에 모셔다 드릴께요. 겨울엔 농가에 밀리는 남새가 없으니 드문드문 쉬여도 됩니다.”
“그래요, 시간이 많지 않으니 도상의 시간을 아껴야죠. 그길에 동무도 리화촌 어른님께 새해 인사도 드리고 그러세요.”
“아니얘요, 두분 마음 고마우신데 전 뻐스를 타고 다녀도 아무 문제 없어요…”
정 강이가 “방이모!”를 웨치며 뛰여 들어왔다. 정 강은 온돌가에 걸터앉은 방 화의 앞에 서서 경례 하였다. 한발 다가서며 두손을 내밀었다. 제법 어른스러웠다. 방 화는 두손을 들어 정 강의 두손을 잡아 흔들었다. 그리고는 바닥에 내려서며
품에 껴 안았다. 정 강이도 방 화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정 강아, 너 제법 어른이 된거로구나. 공부는 잘 하지? 반장이 됐니?”
“아지미는 무사하셨어요? 영 먼데 가셨다면서요?”
“중학교이니 다니기가 멀지? 자전거 타니?”
대답은 없고 물음들 뿐이다. 방 화는 몸을 돌려 온돌 위에 놓인 가방을 열었다. 돈 세묶음을 꺼내여 세 애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아버지 어머니와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고 공부 잘 하라는 거다.”
“애엄마, 웬일이세요? 한장씩이면 될걸 한묶음씩이나요. 말도 안 돼요.”
왕 수진이 만원짜리 세묶음을 애들 손에서 빼내여 방 화의 가방에 도루 넣었다. 방 화는 가방을 꺼꾸로 들었다. 그런 돈묶음 네개가 방바닥에 떨어졌다.
“하나는 리화촌에 있는 조카를 줄거구요, 한 애 앞에 하나씩 준비 한거랍니다. 저를 이모라고 하지 않습니까? 한번 이모 노릇 하려구요. 며칠 후 안쪽에 들어가면 또 언제 다시 나올지 몰라요. 그러니 애들을 위해 이 돈을 받아요. 저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마세요. 제가 언니와 형부님께 빌게요.”
“그럼 그렇게 합시다. 자자, 점심을 먹읍시다. 정 강아 올라와 앉어라. 그리구 화야, 너 다시 가서 정 강이 할아버지 모셔오너라. 함께 점심 드시게.”
강 을봉이 결론 지었다. 정 강이 할아버지가 오면 앉을 잘리를 비워놓고 모두가 밥상에 둘러 앉았다. 왕 수진이 김이 물물 나는 고기소를 넣은 찐만두를 올리고 솥 안에 넣어두었던 볶음채들도 올렸다. “쏸차이탕(酸菜汤)”을 큰 그릇에 올리고 매개 사람 앞에 공기 하나씩 놓았다. 강 을봉이 정 강이 부모를 청하지 않고 할아버지를 청하는 리유를 방 화는 모르고 있었다. 안해가 상에 음식을 올리는 사이 강 을봉은 방 화의 의혹을 풀어주었다. 정 강이 세살 때 그의 아버지는 돌을 캐는 일을 하다가 폭팔사고로 숨지었고 엄마는 아들을 할아버지 한테 남겨두고 자취를 감춰버렸다. 딱 십년이 되였는데 소식 한번 없다는 것이다. 정 강이가 그같이 불우한 아이인 줄 방 화는 몰랐었다. 방 화는 곁에서 눈물을 훔치는 정 강이를 꼭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아지미 정말 곱게 생겼어요.”
“아지미 우리선생님 하믄 좋겠씀다.”
“아지미 이름 주소 말해줘요, 크믄 평이랑 놀러 가겠씀다.”
“방아지미 어데있어요?”
“아지미는 무사 하셨어요? 영 먼데 가셨다던데.”
모성애! 아니, 엄마의 모양조차 모르고 고생하며 씩씩하게 자란 소년, 그애는 무언가를 갈망 하였었다. 그러한 애에게 방 화는 무한한 사랑을 퍼붓고 싶었다.
마당에서 발자국 소리가 나자 방 화와 정 강은 급급히 눈물을 닦았다.
머리가 희슥희슥한 70세 가까워 보이는 로인이 강 화를 앞세우고 들어섰다.
“아저씨, 어서 오세요. 저 가운데에 올라가 앉으세요.”
왕 수진이 정 강의 할아버지를 남겨둔 좌석으로 모셨다.
“무슨 잔치를 여는거여? 모두들 바쁠텐데. 을봉이넨 늘 이렇게…”
“할아버지, 방 화아짐이 준겝니다.”
정 강이는 할아버지에게 방 화가 준 돈을 넘기였다.
“아니 무슨 돈을 이렇게…”
“아저씨, 강이 땜에 수고 많으셨어요. 적은 돈이지만 생활에 보탬 하세요.”
“어구, 이거 어떻게 인사 해야 할지? 정부에 감사 합니다. 우리손자는 현정부나 주정부에 방아짐이란 분 계신다고, 우리를 돌봐준다고 그냥 말합니다. 나야 일이나 할줄 알았지 언제 정부에서 우리 같은 백성을 생각에 두고 계신걸 알겠어유? 애는 방아짐이 우리엄마 했으믄 좋겠다고 늘 말 해유. 이 못난 자식아, 너 아부지 없는데 어떻게 엄마 한다니? 정부령도믄 다 아부지고 엄마다 생각 하그라,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아빠 엄마는 자식 버리고 갔지만 나라에서는 이렇게 살려주고 있지요. 이돈 유용하게, 강이 공부 잘 하게 쓸게유. 강이 커서 나라의 은혜 잊지 않게 잘 키울랍니다. 이것이 내 소원이유. 아짐이 고마워유!”
그 누구도 정 강할아버지의 말을 끊지 않았다. 구태여 설명도 필요치 않았다.
강 을봉이 술을 따랐다.
“애들아, 너희들 만두 먹어라. 우리는 술 마시고 먹는 것이니 먼저 먹고 건너가 놀거라. 그럼 아저씨와 방아짐이 다 같이 건강하시고 만사여의를 위하여!…”
을봉이 술을 권하였다. 어른들이 술잔을 들자 정 강은 방 화의 그릇과 할아버지
그릇에 무엇이든 집어놓느라고 바빴다.
“됐으니 어서 너나 먹어라. 아저씨 아짐에게 잘 먹겠어요, 인사 드리고.”
정 강이는 방 화가 시키는대로 강 평의 아빠 엄마에게 인사 하고는 먹기를 시작 하였다. 할배가 아무리 잘 해준다고 해도 이런 다식구 엄마들의 음식 맛을 따를 수 없을 것만은 당연하다. 방 화는 “천천히 많이 먹어.”하며 정 강의 그릇에 만두와 반찬들을 집어 담았다. 정 강이는 웃으면서도 그냥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감수하는 가정의 따스함과 모성애에 젖어 행복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였다. 방 화는 손수건을 꺼내여 눈물을 닦아주었다.
점심 식사를 끝낸 후 방 화는 왕 수진과 함께 상을 거두려고 일어섰다가 제지 당하고 말았다. 하는수 없이 강 평이를 안고 놀면서 자기가 다니는 회사와 자기가 하는 일 그리고 백주시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다.
“언니랑 형부님, 한번 려행 오세요. 한번씩은 구경 할만한 곳들이 많아요.”
“집에 애랑 애아빠랑은 잘 지내요? 천동곡이라 하신걸로 기억 되는데요.”
“녜, 장춘시교로 이사 간지가 일년 넘었습니다. 모두들 잘 보내고 있어요. 집에 들리여 대엿새 놀다가 연변으로 나왔어요.”
“평아, 내려 놀아. 엄마 맥 없으셔.어서.”
강 평은 아버지의 말을 뒤전으로 하고 방 화의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참 이상 하네, 형 꽁무니만 따라 다니구 우리한테는 얼씬도 안 하던 애가 무슨 기가 통하는지 딱 매달려 있네. 평아, 이리와. 아빠 안자… 거거 뭘 하나 보자…”
“아니요, 제 언제 또 안아 주겠어요? 다 크면 안고 싶어도 안 올겁니다.”
강 평은 방 화의 품에서 잠 들었다. 한동안 이야기 나누며 쓰다듬고 뽀뽀하고 따스한 온돌목에 눕히며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충심으로 건실하게 잘 크기를 기원
하는 방 화의 마음이였다. 왕 수진과 강 을봉도 그정경에 감동 되였다. 고맙다는 말 뿐 그들도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들도 방 화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다. 강 평이 그리고 정 강이 그애들이 자기의 인생을 돌려 놓았다는 것을, 목숨으로 강 평이를 살림으로 새로운 두생명을 탄생 시켰다는 것을 그 자신 외엔 누구도 모른다. 하기에 방 화는 그애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였다.
“언니, 나 정 강이 집에 가보구 올게요. 혹 안 올 수도 있으니 기다리지 말아요. 난 정 강이 고맙구 또 오늘 보니 불쌍하네요. 언니, 원래는 오늘 밤에 평이 껴안고 자고싶어 여기서 하루 묵기로 한건데 정 강이하구 자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러세요. 우리 욕심 같아서는 함께 있었으면 좋겠지만…”
방 화는 마당에서 조무래기들과 뜀질 놀고 있는 정 강이를 불렀다. 정 강이는 “야, 내일 놀자!”하고 애들한테 웨치고는 방 화의 팔에 와 매달렸다.
구석툰 온돌 가계의 것을 다 걷어 산 것이 돼지고기 열근에다 술 다섯병, 권연 세보루, 가루비누 다섯봉다리, 사탕 과자 한박스였다. 강이할아버지에게 것옷이라도 한벌 사드리고 싶었으나 살 수가 없는 촌마을이였다. 가계의 다리 절른 아저씨가 밀차로 방 화가 산 물건들을 20여메터 거리의 정 강이네 집에 밀어다 주었다.
“애아짐, 루추한 집에 오시다니, 너무나 황송하우. 이 많은 물건을 또…”
정 강할아버지는 주방 바닥에서 싸리나무 광주리를 틀고 있었다. 과수원들에서 사과배나 사과를 담는 30키로 들이 광주리인데 싸리나무를 산골짜기 깊이에 들어가 베여다가 하나를 결으면 1원이라고 한다. 집마당에는 이미 백여개를 완성하여 무져 놓았었다. 순전히 힘으로 버는 미소한 수입이지만 그것으로 정 강이의 학비를 마련 한다는 할아버지였다. 주방의 오른켠은 아들며느리가 살던 방인데 창고로 된지가 오래고 왼손켠 방이 할아버지와 손자의 침방이였다. 주방엔 말라 쪼개지고 때 묻은 칼도마에 녹이 쓴 식칼이 놓여져 있고 그곁에 사발 몇개가 엎어져 있었다.
“아저씨, 쾅재일을 그만 하세요. 제가 정 강이 학비를 댈께요. 쉬시다가 마당이 녹으면 터밭이나 가꾸고 강이 밥이나 해주고 그러세요.”
“알겠수다, 나 아직 힘이 있으니 근심 마시우. 오늘 준 만원이면 애가 고중까지 마칠거우. 모자라면 내가 조금씩 벌어 보탤거구. 그러니 정부에선 시름 놓으시우.”
정 강이 할아버지는 손님이 어서 돌아가고 광주리를 하나라도 더 틀어야 할텐데 방 화는 나갈념을 하지 않고 도리여 외투를 벗어버리고 팔소매를 걷어 올린다. 솥에 물을 붓고 불을 지피고 마당에 나가 쪼개놓은 땔나무도 안아들인다. 솥에 김이 몰몰 피자 솥뚜껑을 닦고 사발과 칼도마를 씻고 나중에 가마를 부시였다. 쌀을 씻어 솥에 앉히고나서 집안 청소를 시작 하였다. 전기밥가마도 없는 형편이라 밥이 다 될 때 까지 기다려야 했다. 방바닥을 쓸어내고 물걸레로 닦았다. 바닥에 놓인 궤짝이나 탁상이나 쌀독들도 하나하나 걸레질 하였다.
주방에서 누룽지 냄새가 풍겨났다. 현대적인 전기밥가마가 가정의 부뚜막을 점령 하면서부터 구수한 누룽지 향기가 사라진지가 오래다. 먼 옛날 김사갓이 구석툰을 지나게 되였는데 구수한 누룽지 냄새와 토장국 향기에 취하여 쓰러졌다더라… 방 화는 밥을 푸며 옛말을 지어내고 있었다.
정 강이가 멜대로 커다란 물통에 물을 듬뿍 담아 지고 들어왔다. 방 화는 물을 받아 물독에 부었다. 가을 까지도 할아버지가 물을 길었는데 겨울에 들면서부터 정 강이가 맡아나섰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년세가 많아 미끌까 위험하다는 것이였다.
방 화는 누룽지를 긁어내고 콩기름을 붓고 엷게 썰인 돼지고기와 가늘게 썰인 시큰배추를 넣고 볶았다. 헌데 간장이 너무 적었다.
“얘, 정강아! 빨리 상점에 가서 간장 한병만 가져오나.”
방 화가 급한 소리를 지르니 정 강이도 조급해났다. 헌데 한동안을 기다려도 정 강이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쯤이면 온돌가계까지 세번은 뛰여갔다 올만한 시간이다. 방 화는 근심에 쌓여 마당에 나섰다. 마침 정 강이가 사립문으로 들어섰다.
“얘, 무슨 일이니?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상점에는 아무것두 없더라구요. 그래서 평이 엄마한테가서 빌려왔어요. 평이 아빠 토봉에 가서 방금 사온 두부라고 두모나 주었어요. 아지미, 나 잘 못한거죠?”
“아니, 너무나 잘 한거야. 상점에 없다고 빈손으로 돌아오면 잘 못하는 거지. 그러구 이제 상점에 간장이 오면 사다가 물어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알지?”
“예, 꼭 그러갰슴다.”
정 강이와 할아버지 그리고 방 화, 조손삼대 세식구는 저녁을 맛나게 먹었다. 정
강이는 처음으로 할아버지와 아지미에게 술도 한잔씩 부었다. 만 십년을 여자 하나 들어와보지 못한 방에 방 화는 한떨기의 아름다운 꽃이고, 밝고 뜨거운 태양이였다.
“정 강이 할아버지, 정 강이 친척은 없어요?”
“강이 큰 아버지 하나 있는데 산동 농촌에서 산다우. 구차하다보니 만날 수도 없구만. 강이애비 잔치 때 큰 놈이 한번 왔다갔수. 그러니 한 15년 됐지? 우리두 언제 좀 넉넉해져 부자지간 친척지간에 만나나보구 죽을런지 모르겠소.”
“아저씨, 이제 십년만 더 견디여내면 강이가 대학을 나오고 할아버지 모시고 친척방문 다닐겁니다. 고생끝에 락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강이야, 그럴 수 있지?”
“예, 큰 아버지 만날라 할아버지 모시고 꼭 가겠습니다.”
정 강이네는 이불 두채와 베개 둘밖에 없었다. 이불 두채를 나란히 폈다.
“아저씨 아래목에 누우세요. 강이하구 제가 이불 하나를 함께 덮으면 돼요.”
“아니, 높은 간부가 어떻게 이 루추한 자리를 쓴다고. 자동차집에 가서 쉬오.”
“저도 어려서는 이보다도 더 곤난하게 살았어요. 그리구 저는 무슨 높은 간부도 아니랍니다. 걱정 마시고 쉬십시다.”
방 화는 겉옷을 벗고 웃목에 먼저 누웠다. 베개는 자기가 베고 강이에게 자기의 팔을 베웠다. 정 강이는 부끄러움을 차츰 없애고 방 화의 품속으로 밀착 해 들었다. 방 화는 신애를 껴안듯이 강 평이를 껴안듯이 정 강이를 꼭 껴안았다. 정 강이의 뜨거운 눈물이 방 화의 가슴과 팔을 적시고 있었다.
“얘, 대장부는 쉽게 눈물 흘리는게 아니란다. 네 이름이 무슨 뜻인지를 알지?”
“예, 강해지련다는 뜻이라고 할아버지 알려 줬어요.”
“그래, 강해져야 한단다. 강철은 어떻게 단련 되였는가 하는 책을 읽어봤어?”
“예, 얼마전에 다 읽었요. 선생님이 꼭 읽으라고 방학숙제로 시켰습니다.”
“빠웰 꼴챠낀 강한 사람이지?”
“예, 저도 그같이 강한 사람 되겠슴다.”
“그래야지. 어려서부터 강한 의지를 련마하여 큰다음 사회에서 굳센 사나이로 나서야한다. 사회라는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생과 난관으로 얼킨 것이란다. 굳센 사나이가 아니라면 고생과 난관 앞에 무릎 꿇게 되고 아무일도 못하게 된다. 얘, 넌 크면 뭘 할 것인지 생각 해봤니?”
“예, 의사가 되고 싶어요. 우리 할아버지 허리 아픈병 고치겠어요.”
“아저씨, 들으셨죠? 우리 강이 크면 꼭 효도 할거얘요. 얘, 또 뭘 하고프니?”
“법관입니다. 그런 좋은 사람 보호하구 나쁜놈 징벌하는 그런 일 말이얘요.”
“참 착하구나. 이제 크면 의사로 될 수도 있고 법관이 될 수도 있고 과학가로 될 수도 있고 할 일은 많은거야.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던 할아버지는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치료 해드릴 수 있고, 지금은 각 과목을 참답게 배워 기초를 잘 닦아야 하는거다. 무슨 일을 하던 당과 인민에게 유용한 인재로 되고 남을 사랑 할 줄 아는 선량한 사람으로 성장하면 되는거야.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거지?”
“예, 꼭 그런 사람이 되겠슴다. 나는 그런데 아지미 아들로 됐으믄 좋겠슴다.”
“그래? 나도 강이 엄마가 되고 싶은데, 그럼 어쩔까? 콱 불러버릴까?”
“어-머-니-.”
“더 높이.”
“어ㅡ머ㅡ니ㅡ!”
“아ㅡ들ㅡ아ㅡ!”
그들은 서로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정 강아, 우리 안고 자는게 오늘이 처음이지?”
“예.”
“그리구 마지막이다아.”
“예?”
“몇년 후엔 너 많이 클게 아니니? 크면 엄마 팔을 베고 자는 법이 아니거든.”
“그럼 나는 그냥 요만했으믄 좋겠슴다.”
“그건 될 수 없지. 아무래도 크기가 마련이지.”
“그러믄 어머니 내팔을 베고 쉬시믄 되겠는데요 뭐.”
“너의 팔은 너의 색시가 베야하거든. 색시의 팔은 애기가 베고. 알았지?”
“몰라요, 색시 안 얻을 겁니다.”
“멍청이 소리다. 때가 되면 다 얻게 돼 있어. 네가 안 얻으면 내가 얻어준다.”
“싫어요. 어머니와 함께 할아버지 모시고 오래오래 살거얘요.”
“자식, 내가 몇년 후에 올텐데 그때도 그런소리 나오는가 두고 보자. 얘야, 색시 안 만난다는건 거짓말이구 여자친구 너무 일찍 만나서도 안 된다. 명심해라.”
“안 만난단데두요. 나는 어머니하구 할아버지만 있으면 돼요. 정말임다.”
이튿날 아침 일찍이 강이 할아버지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방 화가 가마를 부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강 화가 정 강이네 세식구를 모시러 왔다. 그들은
모두 강 평이네 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푸짐히 차려놓은 아침상을 보니 왕 수진이 아마 밤중부터 일어나 돌아친 모양이다. 아침을 먹은 후 집마당에서 사진을 찍었다.
방 화는 원래 토봉촌에 내려가 뻐스로 리화촌에 가려고 했었는데 밤을 자고나서 생각이 바뀌여 을봉이 보고 실어다 달라고 청구하였다. 방 화가 마다고 해도 기어이 실어다주려고 트럭위에 남새 몇가마니를 실어놓고 있었다. 뻐스를 타면 현성에서 한번 갈아타야 하니 시끄럽고 대합실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한다. 허나 그래서가 아니다. 방 화는 현성에 도착 한 후 백화점 앞에서 차를 세우라고 하였다.
“형부님, 잠간만 기다려줘요. 정 강이한테 옷 한견지 사주고 싶어요. 강 평이는 아빠 엄마가 골라 사주지만 그애는 사줄 사람이 없더라구요.”
방 화는 정 강이와 그의 할아버지의 솜옷과 속옷을 한벌씩 샀고 이불, 베개, 담요도 두개씩 샀다. 그것들을 트럭위에 던져놓고 다시 들어가더니 변속자전거 위에 전기밥가마를 얹어 밀고 나왔다. 을봉이는 차에 자전거를 싣고 남새를 얼지 않도록 덮씌우던 낡은 이불과 방수포로 방 화가 산 물건들을 덮었다.
“형부님께서 전기밥가마랑 자전거랑 쓰는 법을 가르켜줘요. 할아버진 나이 많고 손자는 나이 어리고하니 잘 모를 겁니다. 수고를 끼쳐 미안해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미안이라니요.”
강 을봉은 남새 네가마니를 내려놓은 후 돈 만원을 광철이 손에 기어이 쥐여주고 돌아갔다. 점심을 먹고 돌아가라고 방 숙이 자매와 강 련옥이 그렇게 만류 했지만 강 을봉은 말을 듣지 않았다. 광철이에게 주는 만원은 방 화가 그의 아들을 구해준 과분한 인사라고 언니와 어머니는 생각 하였다.
방 화는 조카애 광철이한테 공부를 잘 하라 격려하며 만원 한묶음을 주었고 강 련옥 이름으로 된 십만원짜리 저금통장 하나를 어머니 앞에 내놓았다.
“비밀번호는 엄마 생일날 마지막 여섯수자를 넣었습니다. 적은 돈이지만 엄마 쓰고 싶으신대로 쓰세요. 멀리 나가 있으니 엄마 생일에도 못 오고 하는데.”
“고맙다만, 옷이나 사 입고 할거지 일년 번 돈을 에미한테 싹 주면 어떡하니?”
“저 옷이 많아요, 나절로 산 것은 없고 다 선물 받은 고급 옷들입니다.”
“고급옷? 너 저 외투 뭐니? 지금 젊은 여자들이 어디 저런 옷 입니? 십년전에 다 버려진 옷이다. 저것 당장버리구 내것 입어라, 언니 얼굴이 막 뜨겁다.”
“호호호… 저게 딱 하나 내 돈 주고 산게요. 내 있는데는 그냥 여름인데 장춘에 오니깐 너무 추워 동태 되겠길래 샀소. 이제 비행장에 버리고 비행기에 오를게요.”
“장춘에 들렸었어? 그래 신애랑 사돈님네랑 무사 하시던?”
“예, 너무 구차하게 사시더군요. 천동곡에서는 제일 잘 살았었는데. 그래서 조금 정리 해주고 왔어요. 엄마, 여기 사진 있습니다.”
방 화는 려행가방에서 촬영기를 꺼내여 켰다. 작은 영화가 방영 되였다.
“엉? 이게 누구냐? 사위가 아니냐? 이게 웬일이냐?”
“야, 신애 아빠 어떻게 집에 와 있니? 벌써 나올 수는 없겠는데.”
“감옥장 앞에 사정하구 청가 맡아 집에 와서 설을 쇴소. 신애 동생 갖고 싶어 그런건데 생겼을지 모르겠소.”
“생겼으면 얼마나 좋겠니? 정말 별일 다 있다야. 감옥도 청가를 다 준다니?”
“금년설에 처음 특수인원 다섯을 2일씩 청가 줬다오. 신애 아빠는 명단에도 없었는데 내가 찾아가 떼질 썼지뭐요. 일이 그저 그렇게 됐소. 자자, 엄마, 우리도 사진 찍기요. 내 가지구 가 보게서리.”
방 화는 언니와 함께 박 동규사장네 집으로 인사 하러 갔다. 여 수군의 기업이 잘 나가고 있다는 소식에 박 동규는 너무도 기뻐 하였다.
해연이는 서시장의 복장매대를 팔아버리고 공원시장 식품부에 매대 하나를 사서 김치장사를 하기로 결정졌다. 10만원을 내고 공원소학교 정문앞 륙층 아파트 4층에 55평방메터짜리 집을 샀다. 남구에서 어머니를 모셔오기로 한 것이다.
방 화는 이번에 백만원을 다 쓰려고 계획 하였었는데 87만원밖에 쓰지 못하였다. 사실은 륙 학명이 25만원이나 남겨주었기 때문이였다. 방 화는 200만원을 5년 정기 저금으로 넣었다. 지금 그의 수중에는 공안계통에서 훈장과 함께 발급한 5만원의 장려금을 합쳐 류동자금이 18만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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