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화는 옥수수 밭 풀무더기 위에서 단잠을 자다가 악몽을 꾸고 깨였다. 열시나 되였을까? 그러니 해뜨기전부터 계산하면 예닐곱시간은 잔 것이다.
시퍼런 도끼날이 번쩍 하더니 온 얼굴에 뜨거운 피가 뿌리우고 그피는 전신에 훌러내렸다. 헌데 그피는 유별나게도 뜨거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너무도 뜨겁기에 “악!”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어 잠에서 깼다.
8월 한낮의 해볓이 그의 얼굴을 지지고 남색 비닐박막 속의 몸을 찌고 있었다. 허리부터 발목까지 감싼 비닐박막을 풀어버렸다. 하신은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풀잎과 나무에 글키운 자국들이 쓰리여났다. 풀잎 한줌을 들어 해볓을 가리워보았다.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강물에 뛰여들어 몸을 식히고 싶었다. 그녀는 비닐박막으로 몸을 다시 가리우고 옥수수 밭에서 뛰여나갔다. 멍청하게도 바람 한점 없는 옥수수 밭 해볓밑에 앉아 고생 할건 뭐란말인가? 그녀는 나무그늘을 찾아갈 예산이였다.
밭가에 나와 둘러보니 나무들은 남쪽으로 오던길을 따라 돌아 올라가야 있었고 자기가 선 발 아래 북쪽으로는 전부다 밭들이였다. 그래도 그녀는 북쪽을 향해 내리 걸었다. 한발자국이라도 리화촌을 향해 다가서는 것이 대방향이고 죽더라도 후퇴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 하였던 것이다.
펑버짐한 언덕을 거이다 내려서니 산뿌리에 버들방천이 보였다. 방 화는 무등 기뻤다. 버드나무 그늘이 있을 것이고 버들방천이라면 개천이나 강이 있을 것이다. 시원한 물속에 몸을 잠그고 머리도 감을 수 있게 되였다.
버들방천을 지나 남새밭 가운데로 마을까지 곧게 난 수레길이 있다. 강역에서 몇몇 벌거벗은 조무래기들이 미역감고 있는것도 똑똑히 보였다. 버들방천에서 낮을 쉬고 어두워지면 저길을 따라 마을 뒷산에 오르면 될 것이였다. 그녀에게 있어서 밤길의 공포와 산길의 험난쯤은 인젠 아무것도 아니였다. 지난 하루밤 사이 그녀는 30년을 살면서 겪어보지 못했던, 아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시련을 겪었고 완전히 딴 사람으로 된 듯 싶었다. 하루밤에 산 하나씩 넘으면 된다. 이제 두밤만 더 고생하면 승리가 아니겠는가? 그녀는 희망에 부풀어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버들방천에 방금 발을 들여놓았는데 “사람 살려요!”하는 어린애들의 자지러진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방 화는 정신 없이 소리나는 쪽을 향해 뛰여갔다. 버드나무 숲을 지나 강가에 이르러 바라보니 여나문살씩 돼보이는 벌거숭이 애들 일여덟이 강 건너쪽에서 풀숲을 헤치며 소리를 지르며 아래로 달려 내려오고 있었다.
“얘들아! 무슨 일이냐?!”
방 화는 손나팔을 입에 대고 높은 소리로 물었다. 애들은 구세주나 만난듯이
좋아라고 퐁퐁 뛰면서 강중심을 가리켰다.
“아지미! 애가 빠졌어요! 애가요!”
방 화는 그무엇도 돌볼 사이가 없었다. 강물에 뛰여들고 볼판이였다. 조금이라도 지체하여 물에 빠진애가 자기 앞으로 지나쳐버리면 끝장난다. 간밤의 소나기 때문에 물이 엄청나게 불었고 거세차졌다. 하기에 기회를 놓지면 애가 떠내려가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게 된다.
가슴을 치며 거세차게 흐르는 강물은 방 화를 꼰져놓고 굴려놓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만약 이대로 꺼꾸러 진다면 지나간 밤에 피눈물 흘리며 겪은 시련이 헛 고생으로 되는 것이니 절대로 싫다! 고생 한 것만큼 보람이 있어야 한다. 얻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지금 죽더라도 저 어린 생명은 건져내고 죽어야 한다. 저애를 살리려고 오늘까지 살고 여기에까지 온 것이 아니겠는가?
그녀의 머리속에 딸 신애가 떠올랐다. 그것이 힘이였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더는 밀리지 않았다. 그녀가 힘이 세여지거나 물살이 낮아진 것이 아니라 몇바퀴 뒹구는 사이 아래도리를 감쌌던 비닐박막이 풀려 떠내려 가고 개구유 같은 구멍빠진 운동화도 벗겨져 없어졌던 것이다. 그러니 저애력이 완전히 줄어들어 물에 밀리지 않고 서 있을 수가 있었다. 그녀가 안깐힘을 쓰며 몸을 일으키자 마침 벌거숭이 어랜애가 눈 앞에까지 떠내려왔다.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어린애의 발목을 덥석 잡았다. 일거에 성공 하였다. 신애 만큼만한 남자 애였다. 강가의 벌거숭이 애들은 “건졌다!”“아짐이 만세!”까지 웨치며 두손을 머리위에 들고 퐁퐁 뛰였다.
방 화는 질식한 어린애를 품에 안고 애들이 있는 강가로 물살을 가르며 힘겹게 걸어나갔다. 물속에 넘어지면 안된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제 넘어지면 그녀 자신의 힘으론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였다. 다행히 물길이 깊고 센 중류를 무사히 지났다. 그녀의 하신이 물위에 점차 드러났다. 조무래기들의 눈이 휘둥그래 짐은 부끄러움을 가리우던 비닐박막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방 화는 알았다. 허지만 추호도 부끄럽지 않았다. 부끄러워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였다. 키가 제일 크고 우둑지게 생긴 고수머리 벌거숭이 애가 두손으로 자기의 작은 물건을 가리우더니 방 화를 향해 물을 첨벙거리며 뛰여왔다. 많이 쳐서 열 둬살이나 되여 보인다. 허지만 방 화는 흠칫 놀랐다. 고것도 남자노라고 앞을 가리울 줄을 알지 않는가? 그놈은 방 화 앞까지 뛰여와 픽 돌아서더니 앞에서 팔을 벌리고 걸었다. 다른 조무래기들도 그제야 알았노라고 물판에 엎어지고 뒹굴며 뛰여와 방 화의 앞에 한줄로 늘여서서 걸었다. 방 화의 가슴속 깊이에서 욱 하고 뜨거운 무엇이 치밀더니 두눈으로 용솟음쳐 쏟아져 내렸다. 그녀의 근심걱정과 아픈 마음을 헤아려 주는 순수한 애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통곡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였다.
“대난에 살아남으면 복이 온다”고들 한다. 방 화는 시퍼런 도끼날에 맞을번 하였고 또 시커먼 흙덩이같은 물결에 깔릴번하였다. 그녀에게 복이 올 수 있을런지?
그녀는 죽어가는 애를 안고 애들 뒤를 따라 걸으며 목멘 소리로 진심을 담아 말 하였다. “사랑하는 애들아, 참으로 고맙구나!”고.
먼저 뛰여왔던 고수머리애가 머리를 돌려 방 화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아지미는 정말 곱게 생겼어요! 히히히…”
“얘, 어린애가 그런 소리 하믄 못 쓴다! 알았어?”
“알았어요, 그럼 말 안 하죠 뭐.”
아마도 고추가 익어가는 사춘기에 곧장 들어설 애인것 같았다. 그런 애 앞에 자기를 홀딱 드러낸 그녀는 부끄럽고 미안하였다. 허지만 그런애의 흠모와 도움과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신세인걸 그녀인들 무슨 수가 있더란말인가?
벌거숭이 대오가 강가에 이르자 방 화는 쭈크리고 앉아 안고 나온 어린애를 자기 무릎에 업드려놓고 등을 두드렸다. 이윽고 어린애는 왈칵왈칵 물을 토했다. 똥똥한 배가 홀쪽해 졌다. 돌려 안고 가슴을 만지며 눌러 주었다. 애는 여전히 눈도 뜨지 않고 숨소리도 없었다. 방 화는 긴장되였다. 오래간 뇌세포에 산소 공급이 정지되면 죽어버린다고 하던데… 그녀는 아무런 주저 없이 개흙탕에 펑덩그렁 들어앉았다. 자기 몸을 돌볼 겨를이라곤 전혀 없었다. 어린애를 무릎 위에 눕히고 오른손 엄지와 식지로 애의 코를 쥐였다. 왼손 엄지와 식지로 애의 볼을 쥐여 입을 벌리고 자기의 입술을 파아란 입술에 가져다 대였다. 작은 입술은 그녀의 입술보다 썩 차가웠다.
조무래기들이 빙 둘러서서 숨을 죽이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한애만은 기도 하듯이 방 화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린다.
“평, 깨여나라. 깨여나… 아지미, 동생 구해줘요, 내동생 꼭 구해줘요, 꼭…”
방 화는 인공호흡을 시키다가 왁짝지껄 떠드는 소리에 머리를 들어보니 마을 사람 너덧이 그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어른들을 알리러 갔던 조무래기가 벌거 벗은대로 꽁지처럼 뒤에서 따른다. 그런데 그 고수머리 애가 또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다른 애들도 인츰 따라 팔을 벌리고 한줄로 가로 섰다.
“아저씨, 서요! 더 다가오면 안 돼요! 부녀만 와요.”
고수머리애의 명령에 장정들은 영문을 몰라 걸음을 뚝 멈추었고 뚱뚱한 아주머니 하나만 통과되여 애들 뒤로 왔다. 평의 엄마였다. 방 화는 시름놓고 인공호흡을 계속 하였다. 숨 끊어진 애 앞으로 다가선 엄마는“평아!”를 한번 웨치고는 소리를 죽이고 흐느끼며 눈물만 훔쳤다. 떠드는 소리는 아들 구급공작에 방애 되고 아들이 깨여나는데 지장이 된다고 여긴 것이다. 제지 당해 멍청히 섰던 나그네들은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왔는지 “비켜”하고 고수머리 애의 머리를 홱 밀쳐버리며 지나가려 하였다. 고수머리애는 넘어지면서 앞선 사나이의 다리를 죽어라 끌어안고 소리쳤다.
“류망! 나쁜놈! 큰 류망! 큰 나쁜놈!”
“무슨놈이 개소리야?! 정말 못 놓겠어?”
평이 엄마가 몸을 돌리고 한손을 들었다 내리며 낮으나 위엄 있게 말하였다.
“떠들지 마! 조용해! 당신들은 돌아서 있어요, 아가씨가 옷을 안 입었어요.”
평이 엄마는 자기바지를 벗어들고 팬티바람으로 기다리고 섰다.
“평아, 제발 살아나거라.”하고 속으로 빌며 방 화는 평의 작은 입안으로 련속 따스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방 화의 뜨거운 눈물이 평의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애가 물에 막혀 숨 멈춘지가 너무 오래 된 것이나 아닐까고 그녀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데 평이가 긴숨을 가늘게 내쉬며 눈을 반짝 떴다. 그다음은 고사리 같은
두손을 내저으며 “마야!ㅡ”하고 엄마를 불렀다.
벌거숭이 조무래기들이 “평이는 살았다!”“아지미 만세!”를 환호하고 뚱뚱한 여인은 “평아(平儿)!”를 다시 웨치며 어린애를 받아 안았다.
방 화는 평이와 평이엄마의 몸을 방패로 삼고 바지에 다리를 끼였다. 그리고는 물에 들어가 들썽거리며 바지속의 몸을 헹구었다. 자맥질 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빨았다. 몸도 마음도 한결 개운 해졌다.
벌거숭이들이 몰려와 둘러싸고 물을 친다. 죄죄꼬마한 손으로 치는 물이 얼마나 되오리만 그녀는 무서운듯 한팔로 얼굴을 가리우고 몸을 돌리며 한손으로 물을 쳤다. 애들은 흥겨워 야단들이다. 어른이 함께 물장난 쳐주는데 어찌 흥겹지가 않겠는가?
그녀 역시 애들 못지 않게 흥겹고 먼 동년으로 되돌아 가는 듯한 기분이였다.
“얘들아 깨끗하게 살자! 몸도 마음도…”
그녀는 마음을 씻고 정신을 다듬이질 하고 있었다. 정신이 강의 하고 마음이 깨끗한 아름다운 생을 살아야 함을 새롭게 느끼며 오물로 얼룩지고 엉망진창 구겨진 사랑을 빨래하고 다림이질 하게되였다. 평이 엄마가 소리쳤다.
“얘들아, 아짐이 힘드신다. 그만 놀구 집에 가 밥 먹어라. 아짐이, 아짐이 신발 옷은 어데 있어요? 내 가져 올게요, 바꿔 입으셔야죠?”
“아짐이 푸른 치마 물에 떠내려 갔는데 뭐, 신발두요. 물에 마구 구불어 죽다가 겨우나 살았어요. 세번이나 넘어지고 구불었는데 뭐. 우리 다 봤어요.”
또 고수머리애다. 애들은 강건너에서 푸른 비닐박막을 고운 치마로 본 것이다.
“그랬군요! 그런줄도 모르고 미안합니다. 바지가 루추하지만 입은대로 집에 가 바꿔 입읍시다. 호호호, 이 기름통 같은 몸뚱이에 걸치던 옷을 당신 같이 아름다운 몸매에 입히기가 미안하여 어쩌죠?”
“무슨 말씀을요, 저는 살만 보이지 않으면 돼요. 페를 끼치게 되였어요.”
“페라니요, 오늘 아짐이 아니였더면 평아는 잃어버렸을건데요. 애 달고 강가에 가지말라고 그렇게 잔소리 했건만 일곱살이나 먹었다는 화가 말을 안 들어요. 애를 잠간 맡기고 장에 갔다오는 사이 일 났잖아요.”
“친구들 물장난 다 가니 화도 가고 싶어 애를 달고 나왔겠죠, 무사히 지났으니 너무 기 죽게 하지는 마세요.”
평이를 건진 곳에서 30메터가량 올라와 애들은 자갈 밭에 벗어둔 옷들을 주어 입고 방 화와 평이 엄마를 둘러싸고 걸었다. 먼저 떠난 나그네들은 이미 마을에 들어서고 있었다. 방 화는 앞서 걷는 고수머리 소년한테 한발 다가서며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애는 머리를 돌려 쳐다 보더니 또 씨익 웃었다.
“얘, 너 이름이 뭐지?”
“정 강입니다, 아지미.”
“정 강, 이름이 참 사내답고 좋구나. 몇살이니?”
“열 두살입니다, 아지미. 개학 하믄 육학년이구 명년이믄 중학교 가요.”
“그래? 인젠 다 큰 사나이구나. 어른들 말씀 잘 듣구 선생님 말씀 잘 듣구 꼬마 친구들과 잘 지내구 공부 열심히 해서 큰 사람 되구, 남을 위하여 좋은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알겠니? 정 강아.”
“예, 아지미. 나두 아지미처럼 좋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아지미 후제 와 볼 때 좋은 사람 안 됐으믄 가만 안 놔둔다.”
“예, 아지미. 근데 아지미 우리 선생님 하믄 좋겠습니다.”
“선생님 아무나 하는거 아니야, 아지미는 공부 잘 못 했어. 어른들 말씀두 잘 안 듣구 애 먹였더랬어. 선생님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그래두 우리 선생님 했으믄 좋겠습니다. 고치믄 좋은 사람이라구 어른들은 말 하면서요. 아지민 훌륭한 사람이구 다 고쳤어요.”
“아직 고치지 못 했거든. 금방 고칠 계획을 하고 있어.”
말끝마다 아지미를 부치는 애가 귀여웠다. 방 화는 정 강의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앞으로 떠밀었다. 그들은 마을에 들어선 것이였다.
방 화로서는 지나기가 무섭고 근심으로 쌓였던 첫 마을을 이렇게 들어선 것이다.
40여세대 두개 소대가 살고 있는 이마을은 3리가량 떨어진 아래마을 여섯개 소대와 함께 이루어진 토봉촌이다. “구석툰(旮旯屯)”이라고도 부르는 이마을은 한족이 다수였는데 한전과 남새 농사를 위주로 하였고 토봉 본촌인 아래마을에는 조선족이 대부분이라 남새는 가꿀줄 모르고 수전 농사가 위주였다.
정 강이란 애가 길가에 서서 우측으로 접어든 방 화네의 뒷모습을 한동안 지켜 보더니 “아지미!”를 높이 부르며 쫓아왔다.
“아지미, 이름 주소 말해줘요, 내 있다메 크믄 평이랑 같이 놀러 갈게요.”
“아지미 성은 방가이고 이름은 화라고 한다. 주소는 있다가 평이 엄마한테 남겨 둘테니 후에 물어보면 돼. 그저 말로만 남기면 기억하기도 힘들거다.”
“방 화아지미, 고마워요!”
“아니다, 내가 너한테 고맙단 말을 해야 한다. 너는 내편이였거든. 고마워 정 강아, 아지미는 널 잊지 않을거야.”
방 화는 허리를 굽히고 두손으로 정 강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 하였다. 정 강은 씨익 웃더니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방 화의 손에서 벗어나 뛰여갔다.
“정 강이 저애 착해요, 학교에서 대대장이랍니다.”
뒤에 섰던 평이 엄마가 알려주었다.
평이 엄마의 이름은 왕 수진이고 금년 나이 서른둘이다. 평이를 낳은 후 밭일을 그만두고 집안 일만 하고 있다. 계획생육정책 위반으로 벌금도 사천원이나 했었다.
길가의 첫집이 평이네 집이였다. 넓은 마당에 울타리도 없는 푸른벽돌 팔간 기와집이다. 왕 수진은 강 평을 방에 내려놓고 옷궤부터 열어제꼈다. 바지며 와기며 팬티까지 한아름 가득 온돌방 바닥에 무져놓는다. 방 화가 꺼내지 말라고 말려도 옷자랑이나 하려는 듯 말을 듣지 않았다. 사실 수진이는 은인한테 몸에 맞는 옷 하나 찾아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였다. 많은 옷들은 개봉도 하지 않은 새것이다. 키 작고 뚱뚱한 여인의 옷은 방 화한테 맞는 것이라곤 없었다. 방 화는 개봉하지 않은 푸른색 바탕의 흰꽃 원피스 하나와 붉은색 팬티와 브래지어가 함께 담긴 비닐봉투 하나를 골라들고 곁방으로 갔다가 인츰 나왔다. 왕 수진은 두팔을
벌리며 “와!”하고 소리를 질렀고 큰 애 강 화도 입을 벌리며 손뼉을 쳤다.
“야! 이모 멋져요!”
“애 이모 참으로 아름다워요, 맞는 옷이 없다고 근심 했더니만 인물 체격이 좋으니 뭘 입어도 패션모델 같군요!”
방 화는 뒷끈을 바짝 줄여매고 헐썩한대로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었다. 속에 입는 것이니 작으면 안 되지만 큰 것은 별문제였다. 푸른색 원피스는 길이가 짧고 통이 넓어 입은 후 허리끈을 꽉 졸여매니 찾아보기 힘들게 멋진 새로운 디자인이 되였다. 늘쩍한 브래지어와 원피스의 목으로 탐스러운 젖무덤이 내려다 보이고 브래지어의 오른쪽 어깨끈 붉은색 나비매듭이 푸른 원피스와 검은 머리 사이 새하얀 어깨위에 앉아 날듯말듯 춤을 춘다. 원피스의 원칙대로 아래 길이는 무릎을 덮어야 할테지만 새 디자이너는 맞춤하게 무릎 위까지이다. 넓은 옷을 길다란 허리끈으로 매여놓으니 굵직한 주름발들이 내려섰고 많이 남은 허리끈도 옆구리에서 춤을 춘다. 방 화는 벗어낸 반쪽 원피스와 가슴띠, 방금 입었던 수진이의 검은 바지까지 한데 꿍져서 새 원피스를 꺼낸 비닐주머니에 담아 마루바닥 구석진 곳에 놓아두었다.
“이리와요, 우리 패션 표연 마저 합시다.”
왕 수진은 방 화의 손을 잡아끌고 신장 앞으로 왔다. 신장문을 열더니 두손으로 새것, 낡은것, 흰것, 검은것, 가리지 않고 신들을 마구 끄집어 내렸다. 방 화는 제일로 값이 안 갈, 수진이가 몇년전 일 할 때 신던 국방색 운동화를 신발장 밑에서 꺼내여 한켠에 놓았다. 수진이는 굽 높은 검은 구두며 붉은 가죽 싼다루를 주어주며 신어보라고 야단이다. 신어보나 안보나 신들은 방 화의 발에 딱 맞았다. 수진이는 몇개 안되는 핸드빽도 꺼내놓고 고르라고 졸랐다.
“언니, 전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인젠 밥이나 둬숫가락 먹고 떠나게 해줘요.”
방 화는 가리울 곳을 다 가렸으니 인젠 사람들의 눈을 피할 필요가 없게 되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애 아빠야 만나고 가야지요.”
“안돼요, 갈길이 바빠요.”
“이대로 보냈다간 내가 남편한테 혼나요. 갈길 근심말고 조금만 있어요, 올 때가 됐으니깐요. 점심 전이면 꼭 와요. 내가 점심 준비 할테니 평이나 안아줘요. 오늘부터 평아는 엄마가 둘이랍니다. 하나는 낳아준 엄마구 하나는 죽음에서 구해준 엄마입니다.” 수진이는 주방에서 일 하면서 큰 애를 불렀다. “화아(和儿), 그방을 치워라. 옷장에 마구 집어넣으믄 돼, 내가 후에 정리 할게. 방이 지저분하면 니아빠 기분 상하신다. 신들도 신발장에 싹 넣구.”
“애아빠는 어델 가셨죠?”
“연길에요, 해방패 차에 남새나 과일을 싣고 날마다 가요, 새벽에 도매시장에서 넘겨주고 돌아온답니다. 조양가에 그이 형님분께서 어머님 모시고 계신데 내가 따라 갈 때만 들려요. 그냥 마을 사람들 부탁을 들어주다보니 점심때가 다 돼야 온답니다. 오늘 참외위에 가지 몇주머니 싣고 갔어요. 평 보구파 마구 달려오는 중일겁니다.”
들어보니 돈 잘 버는 남새 되거리 장사에 운수 전문호였다. 산골 여자한테 무슨 옷이며 신발들이 그리도 많은지 방 화는 리해가 안 갔었는데 인젠 알것 같았다. 왕
수진은 전기밥가마에 쌀을 안치고 남비에 반찬을 볶으며 말을 계속 하였다.
왕 수진의 남편 강 을봉은 서른 두살, 안해와 동갑이였다. 아버지는 을봉이가 태여난 이듬해에 자위반격전에서 희생되였기에 그는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컸다. 그의 어머니는 서른 셋에 과부로 되여 을봉이와 세살 위인 갑봉이 두 아들만 키우며 한생을 보냈다. 전쟁터에서 돌아간 아버지가 그립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
하고 큰 것이 한이 맺혀 을봉이는 아들이 생기자 화로 이름 지었고 둘째를 기어이 낳아 평이라 불렀다. 온 세상 어디나 화평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였다. 을봉이는 군대에서 돌아와 인츰 결혼 하였고 어머니, 안해와 함께 셋이 둬해간 남새를 심다가 부대에서 익힌 운전 기술을 살려 운수일에 달라 붙은지도 만5년이나 되였다.
“물어봐도 될런지, 어데로 가는 길이기에 갈 길이 바쁘시다고 합니까?”
“녜, 언니 집에 가는 길입니다.”
“급한 일이 있나 보죠? 어디길래 여기로 갑니까?”
“리화촌입니다. 산 세개 넘으면 된다기에 떠났더니 꽤나 멀군요.”
“얼마나 걸으셨는지는 몰라도 아직 이틀은 걸어야 할건데요. 차타고 가야죠.”
“남편하구 싸우고 빈손으로 뛰쳐나왔어요, 자존심에 치받쳐 무작정 떠났죠.”
“오ㅡ 그랬군요, 자존심 죽여야 해요. 아무래도 모순이 있기가 마련이지요.”
“글쎄요, 후회 큽니다. 언니집에 갔다가 돌아가 빌어야지요.”
방 화는 평을 안고 사이문가에 서고 왕 수진은 주방에 점심상을 차리며 한창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마당에서 “빵!빵!”하고 자동차 나팔소리가 났다. 어느새에 온줄도 몰랐는데 을봉이가 랑군님이 왔노라고 신고하는 것이다. 수진이는 방 화를 보며“왔어요.”하곤 즉시 밖으로 뛰여나가며 “왔어요?”를 웨쳤다.
“여봐요, 빨리 들어오세요! 귀한 손님 오셨어요!”
“무슨 도깨비 같은 소리요? 약을 잘 못 먹은게 아니요? 마중까지 다하면서.”
사실 그들 집엔 귀한 손님이란 올 사람이 없었다. 연길에 사는 어머니나 형님은 을봉이 모르게 올 법이 없고 평이네 외갓집은 곧바로 아래집이라 매일 본다.
“빨리 오란데 왜 말 안들어요? 내가 언제 헛소리 하는걸 봤어요?”
옳은 말이다. 을봉의 안해는 헛소리라고는 한 적 없는 똑 부러지게 똑똑하고 소나무처럼 대바른 산골 여자였고 도라지와 더덕 냄새가 물신 풍기는 순박하고 무던한 산골 여자였으며 꽃방의 꽃과는 달리 화려하지는 않으나 산간의 들꽃처럼 싱싱하고 자연의 향기가 넘치는 산골 여자였다.
강 을봉은 안해의 말이 롱담이 아니임을 느끼고 급급히 다가왔다.
“누구요? 누가 왔단 말이요?”
“보면 알게 아닙니까?”
수진이는 무작정 남편의 손목을 잡아끌고 집안에 들어섰다. 본적 없는 아름다운 여인이 미소를 머금은채 평이를 안고 서있다. 헌데 입은건 며칠전 자기가 안해한테 사다준 원피스와 꼭 같은 것이 아닌가? 참으로 이상하다… 더 길게 생각 할 여유를 주지 않고 안해가 입을 열었다.
“인사 해요, 이분이 없었더면 오늘 평아가 없어졌을 겁니다.”
“뭐라구요? 왜서요?”
을봉이는 놀란 나머지 인사하라는 소리는 뒷전으로 하고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고
다그쳐 물었다. 안해의 서술을 상세히 들은 후에야 눈물이 글썽하여 허리를 굽혔다 펴고 두손으로 방 화의 한손을 잡아흔들었다. 수진이가 다가와 평이를 받아 안았다. 방 화도 평이를 안았던 한손을 가져다 을봉의 손등에 덮었다.
“뭐라 감사 드려야 할지, 이 은혜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감사랄 게없어요. 누구든 그모에 닥치면 다 그렇게 할겁니다.”
“이리들 와요, 식탁에 앉어 이야기 합시다. 간편하게 점심 식사 하면서요.”
수진이가 그들을 식탁으로 불렀다.
을봉이는 키도 크고 몸집도 좋고 얼굴엔 구레나룻이 짓게 났다. 그를 보니 방 화의 머리속엔 자연히 남편 장만이가 떠올랐다. 눈시울이 젖어들어 머리를 숙였다. 똑똑한 수진이는 그 눈치를 읽었다. 눈치를 모르는 을봉이는 반반한 반찬을 방 화의 밥그릇에 집어 쌓노라고 바빴다.
“방 화씨라고 했죠? 방 화씨, 우리 평아의 양어머니로 되여주세요. 그러신다면 우리 평아 탈 없이 잘 크고 좋은 사람 될겁니다. 여보, 당신 생각은 어때요?”
“두말이면 잔소리지, 방 화씨만 동의 한다면 뭘 더바라겠소?”
“언니, 형부, 황공 합니다. 나같은 여자를 사람같이 봐주고 믿어주니요. 제가 체면 없지만 받아 들이겠어요. 평이 건강히 잘 크게 진심으로 평생 기도 할게요.”
“감사합니다! 방 화씨…”
을봉이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말을 뗐으나 다음 말은 무엇으로 이어야 하는지를 몰라 뚝 멈추었다. 을봉이가 밖으로 뛰여나가더니 인츰 장인과 장모님을 모셔왔다. 그리고 안해에게 경과보고를 시켰다. 이야기를 다 듣고난 평이 외할머니 할아버지도 감사하다는 말뿐이였다. 을봉이는 답답하였다. 무슨 조언이라도 있으려니 했더니…
“아빠 엄마, 그저 말로만 감사하다 하면 끝입니까? 무슨 다른 의식은 없어요?”
“의식이야 뭐 따로 있겠냐? 평이 양엄마 옷이고 신이고 다 떠내려갔다 잖느냐, 사 입도록 하고 식구들 한테도 인사 하도록 하고 두집 사이 잘 다니면 되는거다.”
외할아버지가 싸위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수진이가 남편을 불러 밖으로 나갔다.
“미안 하지만 나갔다가 인츰 들어올게요, 이야기 나누며 계셔요.”
그들 부부는 2분도 안 지나 돌아왔다. 사례금으로 2천원을 내놓을 것과 그녀를 리화촌에 실어다 주자는 결의를 짓고 들어온 것이였다. 을봉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평이 어머니, 리화에 계시는 언니집에 간다구요? 혹시 리화목제품공장 회계를 아십니까? 아주 멋지게 생긴 여성인데.”
수진이의 눈이 휘둥그래지고 가슴이 뛰였다. 남편이 생뚱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차 몰고 나가 멋진 여자 보며 다닐 사람은 아닌데… 방 화도 을봉이를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되였다. 언니를 말하고 있지 않는가…
“예? 제 언니도 그 공장 회곈데요.”
“내 추측이 맞군요. 방회계와 잘 아는 사이입니다. 며칠전에도 연길에서 점착제 한차를 실어다 주었는데 방회계한테서 운비를 결산 받거든요. 연길서 실어갈 물건이
있으면 그공장에서는 나의 핸드폰에 전화 치는겁니다. 생김새도 같고 성씨도 같구나
생각 했었는데 평이 엄마 말이 리화촌 언니 집으로 간다기에 긍정 한겁니다. 자, 우리 떠납시다. 갔다 와서 남새를 실어놔야 하니깐요.”
세상이란 참으로 넓다가도 좁다. 하도많은 사람들 중에 이런 인연이 이어지다니.
“아닙니다. 일에 지장이 있어서야 됩니까? 나절로 갈 수 있으니 걱정 말아요.”
“전혀 지장 없어요. 지금처럼 더울 때 실어놓으면 남새가 다 상할게 아닙니까? 원래 저녁해 넘어간 후 실어놓고 밤중에 연길로 달려 아침해 뜨기 전에 넘겨 버리는겁니다. 그저 아침 저녁 일이지요.”
남편이 연설 하는 새에 안해는 방 화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방 화는 밤길 걸을 때를 고려해 갖추어 놓았던 운동화와 자기가 입었던 수진의 바지, 그리고 젖싸개와 원피스 윗도리까지 다 버려두고 검은색 비닐 싼다루만 얻어신고 따라섰다. 방 화는 평이 외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 하고는 차에 올랐다. 평이를 데리고 가야 하나 두고 가야 하나 시비 끝에 애가 피로 하다고 해도 양할머니한테 인사해야 한다면서 데리고 가기로 결정 되였다.
해방패 자동차는 산골길을 인츰 벗어나 국도에 들어섰다.
수진이는 돈을 담은 봉투 하나를 방 화의 손에 억지로 떠밀며 말 하였다.
“동생, 너무 적어 미안해요. 옷이나 한벌 사 입고 할머니 소고기나 조금 사서 대접 하세요. 그리고 앞으로 바쁘시겠지만 꼭 평아 보러 다니세요.”
“언니, 죄송합니다. 내가 원래 평아 옷이나 한벌 사주어야 하는건데…”
“후에 천천히 사주세요. 지금 바쁘시다는걸 알아요.”
방 화는 사양하다 못해 방법 없이 돈을 받아 원피스 품속에 담았다.
“언니, 정 강이가 나의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주소가 인츰 변할 수 있어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애하구 말해줘요, 아지미가 어느때건 보러 올거라구요…”
방 화는 기어코 아짐이다운 아지미로, 마음도 정신도 다가 새로운 인간으로 되여 사랑스럽고 고마운 정 강이 평이네를 보러 오리라 남 몰래 속다짐 하고 있었다.
… …
방 화가 당도한 이튿날 오후 언니 방 숙이는 현국형사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방 화 방 숙이는 지난밤 한이불 속에서 눈물로 베개를 흠뻑 적시며 날을 새웠다. 형사경찰대 지도원 곽 만석은 동생을 만나면 상세한걸 묻지 말라고 하였으나 언니가 묻기 전에 동생 방 화는 모든 것을 낱낱히 털어놓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물었다.
방 화는 언니네 공장에 들어가 일 하고 싶었다.
“그래, 우리 공장에서 일하는 건 아무 문제가 아니다. 수선 곽지도원의 말대로 해야 하고 안건의 결말을 보아야 한다. 곽지도원은 너한테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말 했는데 곰곰히 생각 해봐라, 너는 간접적인 살인자다. 법에서는 묻지 않는다고 해도 너는 너의 죄를 알아야 한다. 자수 하고 자평이를 적발 하고 견결히 남편의 켠에 서야하는거다. 하루 푹 쉬고 공안국에 전화 하자. 누구나 일시적인 충동으로 기로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너는 기로에서 헤여나와야 한다. 이미 헤여나오고 있는거야, 앞으로는 새사람이 되고 새 삶을 사는거야.”
언니는 곽지도원이 시킨대로 위로나 고무의 말을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애썼다.
“언니 말대로 할게, 나도 그 악몽에서 하루 속히 헤여나와 새 길을 가고 싶어. 내 공안국에 갔다 올테니 인츰 일 할 수 있도록 언니는 사돈사장님하구 말 해 줘.”
방 화는 아침에 일어나자 엄마방으로 건너가 광철이를 내보내고 무릎을 꿇었다.
“엄마, 이 못 쓸 년을 죽여주오. 내가 바람 피웠구 그래서 신애아빠가 못참구 사람까지 죽였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라우?! 엄마ㅡ”
방 화는 처음으로 엄마의 무릎에 머리를 박으며 목놓아 통곡 하였다. 강 련옥의 머리엔 청천 벼락이 떨어진듯 했다.
“바람이라니? 살인이라니? 그게 뭔 소리냐?! 이 세상 못쓸년아, 에미가 그렇게 가르쳤냐? 뒈질거지 뭣하러 왔어? 아이고 너죽고 나죽고 다 죽자, 다 죽어!…”
엄마는 주먹으로 딸의 등을 마구치며 넉두리 쳤다.
방 숙이가 달려들어 와 울음을 멈추게 하였다.
“끊쳐! 뭐 잘 했다구 울고불고 야단이야? 울어서 해결 된다면 울어, 콱 울어! 새 사람으로 되겠다며? 울면 새 사람 되는거야? 정신 차리란 말이다! 빨리 먹구 자라. 오후에 공안국에 전화 치겠다. 푹 쉬게 래일 칠까 했는데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끝을 봐야지 끌다가는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니고 뭐가 될지 모르겠다.”
방 숙이의 전화를 받은 현국 형경 지도원 곽 만석은 즉시 리화촌으로 작은 차를 파견 하였고 룡화시국 형사대에다 방 화를 접해 가도록 전화를 쳤다.
방 화가 현공안국의 작은 차에 앉아 떠난지 30여분이 되였을 때 그녀의 시아버지 김 병국과 평민 차림인 박 경산이 방 숙이네 집으로 찾아왔다. 김 병국이와 방 화의 어머니 강 련옥은 사돈인사를 깎듯이 하였고 경산이도 인사를 나누었다. 박 경산은 그들을 사돈 맺어준걸 지금에 와서 더없이 후회 하고 있다. 좋은 인연을 맺어 준줄 알았었는데 세상에 이런 악연이 또 어데 있으랴 싶었고 모두가 자기의 잘못이라고 느껴졌다. 그 두 남녀를 마주세우지만 않았더면 이런 불행은 없었을 것이 아닌가?
“사돈님, 참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딸년 교육 잘못 시켜 이런 만회 할 수 없는 악과가 빚어졌습니다. 뭐라고 말씀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강 련옥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말을 경산이가 받았다.
“아주머님, 애들 일을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누가 옳고 긇고 따질 때가 아니구요, 사과같은 것도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방 화를 만나 사실 경과를 들어보고 문제가 잘 풀리도록 다같이 노력 해야 합니다. 일이야 이미 벌어진 것이니 어쩌겠습니까? 될수록이면 좋도록 마무리 지어야지요.”
“안사돈님, 우리는 며늘아기를 탓하자고 온 것이 아닙니다. 아들놈이 좀만 랭정 했드믄 이런 일이 없었을게 아닙니까? 우리가 자식 교육 잘못한 탓입니다. 우리 며늘아기는 여기밖에 오갈데가 있는것 같지 않으니 오늘이 아니믄 넬쯤은 오겠지요. 우리 기다렸다가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갈가 합니다.”
방 화의 시아버지 김 병국이가 하는 말이였다. 강 련옥은 방 화가 전날 오후에 왔었고 얼마전에 현공안국에서 내려와 데려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죄 지은 년이니 법적 처분을 받고 개조해야 할겝니다. 그같은 계집애를 그냥
며늘아기라 불러주니 송구스럽습니다.”
방 화가 현공안국으로 싣겨 갔다니 김 병국과 박 경산은 “행차뒤에 나발”이라 더 할 말이 없었다. 빈몸으로 천동곡을 떠나 이렇게 빨리 리화촌에 왔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공안국에서 데려갔다면 인젠 만나기도 힘들것이나 덤벼 봐야 하는 것이다. 하나는 시아버지이고 하나는 그 향파출소의 소장이니 봐줄런지…
김 병국은 속옷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여 강 련옥 앞으로 밀어놓았다.
“이속에 며늘애기의 신분증과 돈 천원이 들어있습니다. 이리저리 다닐라면 돈이 필요 할텐데 미처 갖추지 못해 요것밖에 못 가져왔시유. 갖추어 놓을테니 아무때건 필요되면 천동곡에 왔다가라고 하십시여. 현에 가서 그애를 못 만날 수도 있으니 사돈님께 맡깁니다. 그리구 신애 보러도 다니라 하구요…”
강 련옥은 봉투속에서 방 화의 신분증만 꺼내고 도루 김 병국의 앞으로 밀었다.
“사돈님, 안됩니다. 이건 도루 가져가세요. 신애 우유가루라도 한봉다리 더 사 먹이십시요. 이건 절대로 받을 수가 없습니다.”
“신애는 제할미가 잘 키울테니 안심 하슈.”
김 병국은 돈봉투를 놓아둔채 박 경산이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 련옥은 눈물을 훔치며 문밖에 따라 나와 허리 굽혀 배웅 하였다.
김 병국네 두사람은 급행군 하여 국도가의 아래 마을에 이르렀다. 마침 현성으로 가는 마지막 뻐스가 기다리기나 한듯 그들이 오르자 떠났다. 현성에 이르렀을 때 길가의 문 열린 가게방 텔레비죤에서 중앙뉴스 중계프로가 한창 방송되고 있는 것을 보아 일곱시가 넘었고 일곱시 반은 채 안 된 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돌볼 겨를이 없이 택시차를 잡아타고 공안국으로 갔다. 나젊은 밤당직원 쑈리가 그들을 접대 하였다. 더운물을 한컵씩 부어주고는 찾아 온 사유를 물었다.
“저, 오늘 오후 리화촌에 방 화라는 애가 여기에 왔는데 만나 볼 수 있겠소?”
“규칙상 곤난합니다. 방 화와 어떤 관계십니까?”
쑈리는 경산이의 청구를 잘라버린 후 반문 했다. 그는 한쪽으로 말하고 들으면서 시종 컴퓨터 건판을 딸깍딸깍 누르고 있었다. 경산이가 또 대답 하였다.
“나는 그가 사는 향 파출소에서 일하는 사람이고 이분은 그의 시아버지시요.”
“증명서류 봅시다. 신분증이나 공작증이나 소개신 같은걸 말입니다.”
경산이는 병국의 신분증과 자기 공작증을 함께 내밀었다. 민경 쑈리는 컴퓨터에 그들의 이름과 증건의 번호들을 때려넣고는 돌려주었다.
“박소장님, 호출 받아 구류중인 사람을 함부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공무면 또 몰라도. 공무는 아니시죠?”
“사적 관계일 뿐이요. 언제면 우리 시국으로 옮기는지 알 수 있겠소?”
“비밀은 아니지만 딱히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이 언제 접수하러 올런지요.”
“잘 알겠소, 수고끼쳤구만.”
“괜찮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경산이와 병국이는 공안국 부근에 려관을 잡았다. 칼국수 한그릇씩 사 먹고 일찍 잠 자리에 들었다. 여름의 밤은 찌는듯 무더웠다. 옛날 같으면 둘이 한방에 누워선
이야기로 날을 샐 것이지만 이밤엔 할 말도 없었다.
이튿날 아침 일곱시 반, 전 중국 공무원의 여름날 아침 출근 시간이다. 경산이와 병국이도 출근하는 공무원처럼 일분일초도 차이 없이 공안국 접대실에 들어섰다.
“또 오셨어요? 박소장님!”하는 소리에 경산이가 머리를 돌려 보니 당직을 서던 젊은 경찰 쑈리였다. 헌데 쑈리는 룡화 공안국의 작은 차가 방 화를 싣고 일곱시에 떠났다고 말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가 막힐 일이였다. 또 “행차뒤에 나발”이 된 것이다. 원래는 기다렸다가 그차에 함께 타고 가면서 방 화를 보려고 했었던건데 이렇게 맹랑 할 줄이야! 시국에서 로공안 박 경산이를 모르는 사람이면 간첩이나 다름 없으니 차에 안 태워 줄 리 없었던 것인데. 그들은 별 수 없이 어깨를 떨구고 뻐스역으로 갔다. 연길을 에돌아 집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방 화가 룡화시 공안국 구류소에 갇힌 후 김 병국이도 갔었고 경산이도 갔었으나 누구도 만나보지 못하였다. 법적으로 만날 수 없는 것이라 한다. 아무리 이름 있는 로공안이라 하지만 안면은 서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 방 화를 만나지 않아도 그녀는 그들의 뜻과 같이 생각 하고 있고 준비가 되여 있었다.
룡화 공안국에 온지 닷새 되는 날, 방 화가 받는 첫 심문 날이였다. 또한 마지막 심문 날이기도 했다. 구류소에서 나와 복도를 따라 몇걸음 안 가니 심문실이 있었다. 30대의 뚱뚱한 녀경찰이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가니 자그마한 방에 걸상 하나가 놓여있고 철창 밖에 남녀경찰 하나씩 앉아 있었다. 먼저 성명, 성별, 민족, 년령, 집주소 등의 것들을 물은 후 체포지점을 물었다.
“자수도 체포라 해요?” 방 화는 리해가 안되였다.
“그렇소.” 두경찰은 철석 같은 표정이다.
“그럼 공안국입니다.”
“어느 공안국?”
“도안현 공안국입니다.”
“김 장만이를 아오?”
“예.” 마치 어느 드라마에서 본 듯 한 정형이고 질문이다.
“무슨 관계요?”
“부붑니다.”
“장 자평이를 아오?”
“예.” 인제야 본론으로 들어가는구나 하고 방 화는 생각 했다.
“무슨 관계요?”
“성관계를 가진 사이입니다.” 부끄럽거나 두렵거나 하는 그런 단계는 지났다.
“몇번 관계를 가졌소?”
“한번입니다. 채 끝나기 전에 죽었습니다.”
“누가 죽였소?”
“저의 남편이 죽였습니다.”
“어떻게 죽였소?”
“작은 도끼로 뒷골을 쳐서 죽였습니다.”
“장만이는 방 화도 죽이려 하였소?”
“아닙니다. 자평이가 죽자 저는 겁에 질려 뒹굴어 도망쳤습니다. 자평이와 저는 남편 앞에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습니다.”
“묻는 것만 말하면 되는거요. 자평이와 살자고 했소?”
“그건 아니구요, 절 데리고 남방에 가 일자리를 구해준다고 했습니다. 광주에는 친구도 많고 사촌형님도 큰 일 한다면서 자기 말만 잘 들으면 모든걸 책임져준다고 했습니다. 지금 와 생각 해보면 거짓말이고 나를 유혹 하려는 소리인것 뿐이였는데 그땐 모르고 믿었습니다. 광주에 지반이 그렇게 든든 하다면 왜서 거기에 가지 않고 우리사는 산골 같은데에 와서 목수일을 하겠습니까? 제가 눈이 멀었었습니다.”
방 화는 자기를 변호 하는 것이 남편을 변호 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자평이한테 기편 당하고 릉욕 당한 가련한 모양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 했고 모든 죄과는 죽은 자평이한테 밀어야 한다고 생각 했다. 하나라도 가능하면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방 화는 근간에 생명을 구한 일이 있소? …”
“…사람 구한일이 있느냐 말이요.”
“예. 있어요.” 심문도 별걸 다 물어본다.
“구한 사람 이름과 나이는?”
“강 평이라 부르고 나이는 두살입니다.”
“경과를 간단히 말해보오.”
“나는 남편한테 맞지 않으려고 도망 하여 언니집으로 향해 떠났습니다. 밤에 비가 엄청 많이 내렸거든요. 산 넘어 구석툰 앞강가에 이르렀는데…”
심문도 아니고 좌담회도 아니고 보고회도 아니고 방 화는 이상하게 생각 되였다.
“계속 이야기 해요?”
“됐소. 다음 사실은 여기에 다 있소. 사실에 맞는가 가져다 보오. 오늘 이만.”
뒷문 밖의 복도에 섰던 30대의 뚱뚱한 녀경찰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 녀경찰이 방 화에게 신문 한장을 던져주고 구류소의 문을 잠궜다. 신문 첫페지에“방 화이모, 어데 있어?”하는 큰 글이 있고 강 평이의 커다란 채색사진도 나 있었다. “평아, 나 여기 있다!”하며 방 화는 눈물을 솟구쳤다. 다급히 팔페지를 번져 보았다. 정 강이 구술 하고 강 갑봉이가 정리한 방 화가 강 평이를 구한 사실을 쓴 기사였다. 격정에 넘치는 글을 그녀는 눈물 흘리며 읽었다. 정 강, 강 평이 그애들한테 부끄럽지 않는 이모로 살아야 한다! 음침한 구류소에서 며칠동안 그녀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였고 마음 빠금히 밝아오고 차츰 뜨거워짐을 느꼈다. 이틀 후이다.
“방 화, 나와요!”
“철컹!”구류소문이 열리고 방 화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방 화는 녀경찰을 따라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 책상위에 방 화의 옷과 휴지품들이 놓여 있었다.
“물건들을 점검하고 싸인 하세요. 저 뒤에 가 옷부터 갈아 입구요.”
방 화는 번호찍힌 겉옷을 벗어버리고 언니한테서 얻어입은 고운옷을 바꿔 입었다. 방 화가 사무상 곁에 돌아오니 녀경찰이 말을 이었다.
“방 화에 관한 조사는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게 되였습니다. 앞으로 옳바르게
깨끗하게 살기를 부탁합니다. 다신 구류소 같은 곳에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살아야 한단 말입니다. 그리구 전반 안건 조사처리 과정에 방 화씨가 다시 출석해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련계가 끊기지 않게 어데 나가더래도 집사람이나 곁사람들이 방 화씨가 가는 곳을 알도록 해야합니다. 지금 도안현으로 갈겁니까?”
“예, 리화촌 언니네 집으로 갈겁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일주일간의 수감생활을 끝내고 방 화는 룡화 공안국 대문을 천천히 걸어나왔다.
자평의 안해와 아버지가 며칠전에 왔다가 골회함을 들고 어제 돌아갔다. 장만의 아버지 병국이가 마련해준 돈 10만원도 가지고 갔다. 그들이 기소하지 않겠다는 답복으로 10만원을 번 것이다. 범인이 자수 하고 피해자가 기소하지 않는다고해서 무죄로 되는 것은 아니였다. 장만이는 근근히 사형을 면하고 무기도형에 떨어졌다. 자수 한것, 기소를 포기 한것, 각방면의 증언등이 장만이의 생명을 겨우 건지였다.
남포향 파출소에서는 박 경산의 지시에 따라 장 자평의 뒷조사를 진행 하였다. 장 자평은 남포마을에 있는 달포 사이에 두 여자와 불정당 관계를 가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나는 노래방 아가씨인데 돈을 내고 몸을 몇번 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평이보다 두살 위인 왕씨 과부인데 먹여주고 재워주고 돈까지 주면서 몸을 맡겼던 것이다. 그녀가 지장을 찍은 증실자료에 따르면 장 자평은 몇달간 돈을 벌어가지고
함께 돌아가 결혼 하자고 했다는 것이다.독신이라 기편하고 저녁마다 자기를 갖고 논것이 원통하다는 것이였다. 사실 누가누굴 갖고놀았는지는 몰라도말이다.
참외막 도끼사건 두달 후인 한가을 장만이는 성 감옥으로 옴겨졌고 그해 겨울 김 병국 부부는 황소무리, 락엽송림과 백양나무림 그리고 집까지 다 팔고 있는 돈을 싹 긁어 모아 빚을 겨우 다 문 후 신애만 안고 성 소재지 시교 조선족 마을 룡광촌으로 이사 갔다. 아들이 갇힌 가까운 곳으로 간 것이다. 이는 모두 후에 있은 이야기이고 금방 구류소에서 풀려 나온 방 화는 룡화 장거리 뻐스터미널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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