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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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몸 나를 버렸다(김철호)
2011년 04월 25일 08시 37분  조회:1804  추천:27  작성자: 김철호

어머니 몸 나를 버렸다

김철호


어머니 몸 나를 버렸다
버림받은 살덩이가 땅에 떨어졌다
섬뜩 차거웠다
차거운 재속에 얼굴이 파묻혔기때문이다

어머니 몸에서 버림받은 나는 울었다
발버둥치며, 손을 휘저으며 울었다
태줄이 팔에 감겼다 발에도 감겼다

울면서 나는 이 세상을 느꼈다
울면서 나는 이 세상의 한 개인을 선포했다
무거운 눈까풀을 열고 이 세상의 하늘과 땅을 보았다
해가 동쪽 산마루에서 솟고있는것을 보았다
코를 벌름거리면서 이 세상의 내음을 맡았다
싸리나무 연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두 귀를 벌쭉거리면서 이 세상의 소리를 들었다
아들애라우 하는 칼날같은 목소리가 귀청을 찢었다

어머니의 몸 나를 버렸기에
나는 나의 심장을 가질수 있었다
나의 페와 위장과 간장, 취장을 가질수 있었다
쥘수 있는 손과 디딜수 있는 발과 막을수 있는 가슴과 기댈수 있는 등을 가질수 있었다
어머니의 몸 나를 버리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어머니의 어느 부위의 살덩이가 되여
어머니만큼 늙어서 어머니처럼 슬픔에 젖어 슬퍼할것이다

나를 버린 어머니 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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