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동그랗게 떠있는 두개의 작은 구(球)
돌돌 굴려지는 구속에 비끼여있는 이승의 얼굴들
동그란 구가 동동 떠서 움직인다
동그란 구가 가까이 왔다 멀어졌다 한다
그외의 것은 다 없고 동동 떠다는 구만 있다
바다에게
바다, 네가 물일 수 없다. 천만갈래 강 다 품어주고 때론 뭍에 넘쳐나는 누런 홍수도 지체없이 받아주는 네가 어찌 물이랴!
마도로스의 슬픈 노래를 파도의 갈기마다에 새겼고 적아가 하나의 색갈로 흐르는 명랑 앞바다의 피빛 노을까지도 꺼안은 너를 그냥 물이라 하면 안되지!
타이타닉호의 현악4중주와 함께 갈앉은 1514개의 심장은 어쩌고, 아직 피지 못한 꽃들과 함께 잠긴 진도바다의 혼들은 어쩌고, 칼레, 살라미스, 오카나와, 솔로몬, 트라팔가, 유틀란드… 그 많은 해전으로 감춰버린 수천수만의 눈빛은 또 어쩌고, 너를 막 물이라고 할 수 있겠니!
너에게서 만들어진 이야기만 건져 올려도 하늘같을텐데, 너의 품에 잠긴 사연만 모아놓아도 태산보다 더 높을텐데, 너를 어떻게 그냥 물이라고 하랴!
그러나 이 세상은 물 아니고서는 이뤄질 수 없나니, 8천8백 고도의 쵸몰랑마봉도 물 다 걸러내면 먼지로 흩어지고 엠파이어스테이빌딩도 100% 건조시키면 폴싹 물앉을거고, 무액(無液)으로는 하루밤 정사도 성사시킬 수 없겠거늘, 물ㅡ너는 뭐니?
물은 바다다! 아무리 작은 물이래도 물은 바다다! 바다는 물이다! 아무리 큰 바다래도 바다는 물이다!
그러니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이 선 바다, 너를 어찌 물이라 하지 않을 수 있으랴! 바다, 너는 물이다!
폭염 ㅡ오규원의 <현대시작법>을들고더위피하다
멀리서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음악소리도 땀을 뚝뚝 떨구는가, 헐떡거린다
거기에 풀벌레소리가 양념이 되여 맛을 낸다
구름은 부글부글 괴고 있겠지만
풀잎과 나뭇가지 사이로 랭기가 싹 빠진 바람이 눈치껏 힐끔거린다
불 붙은 꺼먼 왕파리 두 마리가 쫓고 쫓긴다
쫓는 쪽은 사내고 쫓기는 쪽은 늘 계집이였는데…
오규원이 무릎 위에서 시적표현의 리해를 열심히 력설한다
손톱으로 제자의 손바닥에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글귀가 폴싹폴싹 뜀질한다
한적한오후다 불타는오후다 더는잃을것이없는오후다 나는나무속에서자본다
지금 딱 그만큼한 때이다, 한적한 오후다
파란 순을 가득 단 물푸레나무가 반짝반짝 바라본다
침엽수들은 바늘을 다 거둬들였다
참말로 더는 잃을 것 없는 오후다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