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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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구수하(김철호)
2008년 09월 01일 09시 27분  조회:1826  추천:25  작성자: 김철호
항일의 피어린 발자국이 찍혀있는 력사의 량안
4200헥타르 농경지를 적셔주는 영원한 생명수


삼도만시가지에서 하발령산맥이 멀리 보인다. 바로 그곳에서부터 흘러온 구수하(조양하)는 수많은 이야기를 싣고 78.3키로메터의 숨가쁜 려정을 시작하게 된다. 련련히 뻗은 하발령산맥처럼 구수하의 이야기는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1

구수하는 얼마나 많은 항일투사들의 갈한 목을 축여주었던가. 김일성, 최현, 김정숙, 림춘추, 박성철, 려영준... 이들의 그림자가 구수하강반에 비끼여있다. 구수하량안에는 팔도항일유격근거지, 삼도만항일유격근거지,왕우구항일유격근거지가 있었으며 중공동만특위, 동북인민혁명군 제2군 독립사 등이 일제침략자를 쳐부수기 위해 피어린 펼전의 활동을 펼쳤다.
삼도만시가지는 보기에도 함지처럼 생긴 천혜의 전략요충지이다. 높고 험한 산봉으로 사면을 둘러친 지리적위치는 항일투사들의 혜안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가지를 벗어난 맑은 구수하는 앞이 막힌것 같은 깊은 골짜기를 뱀처럼 구불구불 빠져나간다. 버들숲에 몸을 감추기도 하고 절벽밑을 휘돌기도 하면서 구수하 맑은 물은 몸을 살지우며 내처 흐른다.
팔도구항일유격근거지는 구수하량안에서 가장 력향력이 큰 근거지의 하나였다.
1932년 일제는 연길현 각지에 대한 <<토벌>>을 감행하여 봉림동, 대마록구, 신흥동, 소팔도구, 영창동 등지에서 류혈사건을 빚어냈다. 항일유격활동을 광범위하게 벌리기 위하여 팔도, 태양, 연집, 연길 등지의 항일군민 천여명을 석인구, 부암촌과 장재촌에 이동시켜 창설한 것이 팔도항일유격근거지이다. 둘레길이는 10-15킬로메터에 달하였다.
로동촌 상룡수평과 구수하 서쪽 기슭에 로동촌렬사순난유적지가 있다. 바로 마을앞에 있는 자그마한 늪인데 지금까지도 원 모양대로 보전되여있다. 그런데 유적비가 헐망하여 쓰러질것만 같던 것이 요즘엔 종적마저 감춰버리고말았다. 이 늪에서 지하당원 4명이 살해당했으며 후에는 작탄을 만들기 위해 화약을 훔쳤다는 오봉금광의 20여명 광부들이 살해당한 곳이기도 하다.
옛날엔 여기서부터 금방아가 강안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섰댔는데 멀리서도 쿵쾅쿵쾅거리는 금방아소리가 귀맛좋게 들렸댔다고 한다. 지금도 저기 오봉산에서는 금을 캐고있지만 전성기일 때에는 비할바가 못된다고 한다.
금광을 바라보고 얼마나 많은 광부들이 모여들었는지 모랐다. 일제가 마수를 뻣친후부터는 금광을 화약을 얻는 노다지판으로 리용하였기에 더욱 소문나기도 했다고 한다.

2

구수하반의 명주는 오도저수지이다. 팔도진 로동촌과 삼도만진 오도촌사이, 구수하중류에 위치해 있는 오도저수지는 가뭄에 물이 말라 많이 줄어있는 상태였으나 그래도 바람결에 푸른 물결을 힘있게 일구면서 류람객들을 맞아주고있었다.
<<오도저수지는 연길시 도시급수를 위주로 하고 관개, 발전, 양어, 홍수막이 등 종합리용을 결부시킨 수리시설이다>>고 오도저수지기념석비에 새겨져있다. 오도저수지의 총용적은 6천300만립방메터이고 언제높이는 46.5메터이며 공사건축비용은 9천200만원에 달한다. 저수지는 해마다 도시에 물 3천700백만립방메터씩 공급할수 있고 농경지 근 4천200헥타르를 보상관개할수 있으며 년간발전량은 500만킬로와트시이다. 저수지는 1989년에 착공, 1992년에 준공되였다.
오도저수지를 내리면서 바라보는 구수하벌은 한포기의 그림같아보였다. 형제바위가 위용있게 오봉산기슭에 솟아있고 천주교성당이 우뚝 솟은 팔도진을 배경으로 푸른 논벌이 펼쳐지고있는데 보기만해도 흥이 난다.

병풍산 굽이돌아 흐르는 구수하
형제바위 지나 70리벌을 적시누나
형제민족 한맘으로 밭갈고 씨뿌리는
아, 아름다운 구수하반 살기좋은 내고향...

1950년대에 이 고장에서 불러지던 노래이다. 참으로 향토심이 물씬 풍기는 노래이다. 구수하에 의해 노래가 많이 지어졌을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전설들도 많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형제바위이야기며 금방아이야기, 적암동이야기... 그 중에서 <<7>>자나무 이야기를 여기에 옮겨본다.
룡정시 조양향 광석촌의 서북쪽기슭을 감돌아흐르는 구수하언덕에는 세아름되는 신비한 비술나무 한구루가 있다. 신통히도 <<7>>자형으로 푸른 가지를 치며 자라 유난히 눈길을 끈다.
옛날 이 고장에는 푸른 늪이 있었다고 한다. 늪에서 핀 련꽃향기는 천궁까지 풍겨올라갔다. 천궁의 칠선녀들은 향기에 취하여 아버지 옥황상제를 졸라 하천하게 된다. 칠선져들은 늪에서 맘껏 미역을 감았다. 그런데 갑자기 먹장구름이 밀려오더니 세찬 소낙비를 무더기로 쏟아놓았다. 급기야 언덕으로 달려나온 선녀들은 자기들의 날개옷이 새초로 엮은 우장속에서 비 한방울 맞지 않고있음을 발견한다. 마음착한 목동이 선녀들의 옷을 챙겨준것이였다.
그후 선녀들은 짬만 있으면 늪에 와 미역을 감았다. 이 소식을 들은 동해바다와 서해바다의 흑룡이 선녀들을 빼앗아 룡궁에 바치려 했다. 선녀들이 한창 미역을 감고있는데 흑룡들이 번개를 일구며 덮쳐들었다. 목동이 채찍을 울리자 흩어졌던 양들이 7개의 무리를 지어 몰켜섰다. 흑룡들은 양무리속에 숨은 선녀들을 찾을수 없자 벼락을 내려 목동을 죽여버렸다.
옥황상제는 씨앗 하나를 선녀들에게 주어 목동을 기리여 구수하기슭에 심게 했다. 씨앗은 싹터 이상하게도 <<7>>자형으로 가지를 뻗으며 자랐다. 사람들은 어린 목동이 저승에서도 선녀들을 못잊어 그리는 모습이라고 하여 이 나무를 <<7>>나무라고 불렀다. 지금도 광석촌에 가면 국도옆에 이 나무가 름름히 서있는 모습을 볼수 있다.

3

구수하는 민담구술가 황구연선생이 있어 더욱 소문났다. 황구연선생은 중국민간문예가협회 회원으로 천여컬레의 이야기를 구술한 민간이야기대왕이다.
이 이야기대왕을 찾아낸분은 원룡정시문련주석이며 민간이야기수집가인 김재권선생이다.
김재권선생은 황구연선생을 찾던 그때를 회상하기만 하면 감개무량해 한다. 민간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 김재권선생은 조사조를 거느리고 개산툰, 팔도하자 등지를 참빗질하다가 팔도구 룡수평에 들렸는데 1툰에 박식하고 력사이야기를 잘 하는 로인이 있다고 하여 찾았는데 그가 바로 황구연로인이였다. 김재권선생은 20여차나 되는 기회를 빌어 그에게서 옛말과 민요를 들었는데 세상을 뜨기전까지 730컬레의 신화, 전설, 설화와 300여컬레의 민요, 동화, 우수운 이야기, 수수께끼를 수집하게 되였다. 그가 구술한 이야기로 묶은 <<천상배필>>, <<파경노>>, <<황구연이야기집>>(한어)이 연변인민출판사, 민족출판사, 중국민간문예출판사에 의해 출판, 전국을 들썽해놓았다.
1987년 12월 15일, 79세로 세상을 뜬후 길림성민간문예가협회, 연변민간문예가협회, 룡정시민간문예가협회에서는 백옥으로 다듬은 비석을 황구연선생의 묘비앞에 세워주었다.

맺는 말

구수하는 깨끗한 흐름으로 조양천진 태동촌 강가의 쓰레기장을 간신히 스쳐 부르하통하와 합류한다. 고향의 맑은 물은 바다를 향한 걸음을 재우치다가 부르하통하의 품에 안기는 운명을 갖지만 그만큼한 로정에서도 순결을 지킨것으로 하여 자랑을 느껴야 할것이다. 고향의 강들이 저마다 구수하처럼 맑고 깨끗했으면 얼마나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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