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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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토월산(김철호)
2008년 09월 01일 14시 47분  조회:1422  추천:27  작성자: 김철호
금은보화 있었다는 신비한 신선동 달을 토한다는 아름다운 전설의 산

후지산 닮은 산

안도현소재지 명월진은 아름다운 산간도시이다. 칼바위산, 영월산, 처녀봉 등 뭇산이 빙 둘러있는데 그 중에서도 시가지 동쪽에 우뚝 솟은 토월산(吐月山)은 각별이 눈길을 끈다. 맑은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그 산너머로 아침해가 방긋 솟고 저녁이면 휘영청 밝은 달이 두둥실 뜬다고 한다.
아침 안개가 토월산허리에 휘감길 때면 산은 틀림없는 일본의 후지산을 닮은 모양이다. 뿌죽한 웃수리가 아래로 점점 넓어지면서 금자탑의 모양을 만드는데 명월진을 둘러싸고있는 뭇산중의 왕자산이다.
잘 다져진 오솔길이 예쁜 가리마처럼 산우를 향해 곱게 뻗어있는데 어찌보면 시가지에서 토월산을 오르는 유일한 오솔길인 것 같았다. 오솔길은 무성한 숲에 묻혀있는데 그 숲속에서 숱한 이름모를 잡꽃들이 노랗게, 빨갛게 웃고있다. 가끔가다 눈길을 앗는 보라빛 도라지꽃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바위틈새에 뿌리를 박은 도라지꽃은 손을 뻗치면 금방 꺾을수 있을만큼 지척에서 피고있었지만 등산객들은 그 꽃을 다치지도 않고있었다. 꽃철이면 연길의 모아산에는 한아름씩 꽃을 꺾어가지고 오는 사람들로 줄쳐있다. 그러니 땀을 철철 흘리는 등산객들의 옷자락에 부딪치여 한들거리는 저 도라지꽃이랑 잡꽃들은 행운이 아닐수 없었다.
산중턱까지 오르면 평지길이나 별반 다름없는 느슨한 길이 나타난다. 가쁜 걸음을 쉬우며 뉘엿한 길을 몇분간 걸으면서 숨을 돌릴수 있었다. 그러나 인차 다시 가파로운 길이 나타난다.
맑은 날에 산에 오르면 명월진의 모습을 완벽히 볼수 있다고 한다. 토월산을 에돌아 흐르던 장흥하가 이룡산쪽에서 흘러오는 복흥하, 량병하(부르하통하 원줄기)와 손을 잡는 모습도 산우에서만이 그림보듯 볼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안개가 꽉 낀 날이여서 도시의 소음만 들릴뿐이였다.
《토월산이라는 토자는 토한다는 토자입니다. 시가지에서 보면 항상 달이 이 산의 등뒤에서 솟는데 마치 산이 달을 토하는것 같아 보이지요.》
토월산 정상에서 만난 한 한족등산객의 토월산에 대한 설명이였다.

달을 토하는 산

아름다운 산에 전설이 없다면 이상할것이다. 물론 토월산에도 전설이 있다.
옛날 국자가(지금의 연길)에 있는 한 사또가 옹성라자(명월구의 옛이름)관아로 장기시찰을 내려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 작자는 열까지도 셈을 셀줄 모르는 반편중의 반편이였다. 대신 술마시고 놀아대는데는 이골이 나있었다.
《휘영청 밝은 달 아래서 흥나게 놀아야겠는데 왜 달이 없는고? 이상한 고장이로다!》
그 말에 수하 관원은 어안이 벙벙해났다.
(아니, 이게 어느때라고 달을 찾는담? 음력 초하루날에 달을 찾는걸보니 무지무식하기 짝이 없군. 오라, 이런 놈은 좀 골려주어야해.)
《해해... 저 달을 보시려면 선심을 쓰셔얍죠.》
《달을 보는데 웬 선심이라는거냐?》
《저기 둥글 넙죽한 산이 있잖습니까. 예, 예... 그산 말입죠. 돈을 주어야 달을 토해낸단말입네다.》
《산이 달을 토해낸다고? 그거 신기하구나. 그런데 그것도 돈을 주어야...》
사또는 재밌다는 듯 씨익 웃더니 5백냥이 든 돈주머니를 던져주면서 그렇게 해보라고 일렀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 관원이 돌아왔다.
《네 이놈! 달돈을 언녕 갔다 주었겠는데 왜 상기도 달이 뜨지 않느거냐?》
《성 내시지 말고 얼른 산쪽을 보셔요.》
사또가 턱을 잔뜩 들고 바라보니 과연 녀인의 눈섭같은 달이 산마루에서 솟고있었다.
《오 달을 토해내는구나. 흐흐흐.. 그런데 저 달이 왜 저리도 희미하고 작으냐 말이다?》
《사또님께서 5백냥 주셨으니 그 돈에 맞게 토해내는겁죠.》 급해난 사또는 천냥 든 돈주머니를 던져주면서 더 큰 달을 토해내게 하라고 령을 내렸다.
관원은 돈을 챙겨가지고 얼싸 하고 자리를 떴다.
다시 이레만에 관원이 나타났다. 지난번같은 사또의 질문에 관원은 동산을 가리켰다. 사또가 바라보니 산은 전보다 훨씬 큰 달을 토해내고있었다.
《천냥을 받았으니 천냥만큼한 달을 토해주는겁죠.》
《아직 멀었어. 시원치 않단말이야. 만월이여야 하는데 저게 뭔가? 저게...》
머리를 내저으며 두덜대던 사또는 1천5백냥이 든 돈주머니를 던져주면서 어서 커다란 달을 토해내게 하라고 호통쳤다.
음력 보름이 되던날 관원은 싱글벙글 거리면서 사또 앞에 나타났다.
《사또님 저 산을 보십시오.》
산뒤로부터 휘영청 밝은 달이 환한 얼굴을 내밀고있었다. 그것을 본 사또는 무릎을 탁 치면서 흥겨워했다.
《저 놈의 산이 돈을 많이 먹더니 과시 큰 달을 토해내는구나. 으하하...》
그때로부터 이산을 토월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신선동이 있는 산


쉬지 않고 꼬박 톺으면 산정상까지 오르는데 30여분 걸린다. 가파로운 산길이라 오르고나면 사우나실에 들어앉은듯 땀벌창이 되고만다.
산정엔 너럭바위가 있는데 등산객들은 그 바위에 걸터앉아 휴식하면서 산아래 시가지를 내려다 본다.
《아마 저쪽 산자락에 신선동이 있을겁니다.》
언젠가 한번 가본적이 있지만 방향이 잘 생각나지 않아 한 등산객에게 신선동을 물었더니 동쪽산기슭아래를 가리켜주었다.
토월산기슭에 자동차가 통할수 있는 흙길이 오른쪽으로 빠져있는데 그 길을 따라 한창 가면 채석장이 있고 채석장 뒤로 토월산 중턱까지 오를수 있는 토들막 오솔길이 있다고 했다.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아 풀에 쌓여있는 길을 찾아 한창 오르면 원시인들이 살던 곳이라고 하는 큼직한 동굴이 있다. 신선동이라고 부르는 동굴이다. 40평방메터쯤 되어보이는 동굴안은 가장 높은곳이 4메터 남짓 되고 보통 2-3메터는 되어보였다. 이 동굴에도 역시 재미있는 전설이 깃들어있다.
옛날 풍달이라는 젊은이가 있었는데 도박에 미쳐 재산을 탕진하다보니 알가난뱅이로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백발로인을 만났는데 로인은 많은 재산을 줄터이니 다시는 도박놀이에 빠지지 말라고 했다. 로인을 따라 산밑에 이르러 보니 큰 바위가 있었다. 바위벽을 살살 둟으니 커다란 동굴이 나타났다.
《동굴속에 금은보화가 많으니 가질만큼 가지고 나오게.》
동굴속에는 과연 금은보화가 기수부지였다. 풍달은 있는 힘껏 금은보화를 지고나왔다. 수중에 돈이 있고보니 또 옛병이 도졌다. 1년도 채 안되여 빈털털이로 된 풍달이는 또 로인을 찾았다. 로인은 이번엔 돈을 꼭 좋은데만 쓰라고 당부했다. 금은보화를 가지게 된 풍달은 다시 옛병이 도져 돈을 망탕 써버렸다. 그래서 또 로인을 찾았다.
로인은 풍달이를 데리고 산에 오른후 한 바위에 앉게 했다. 갑자기 바람이 불고 번개가 치더니 숱한 귀졸들이 몰려들어 풍달을 묶어가지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하늘에서 옥황상제에게 문초를 당한 풍달은 이번에 지옥에 떨어져 염라대왕의 단죄를 받았다. 손이 발이 되게 빌고빌어서야 염라대왕은 회과자신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풍달을 놓아주었다. 옹성라즈에 돌아온 풍달은 다시는 놀음에 빠지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운좋으면 <화광(火光)>을 구경할수도 있습니다.》
산정에서 만난 한족등산객 부부가 새벽에 산정에 올라 해뜨기를 기다리느라면 이상한 광경을 볼수 있다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해를 등지고 산아래를 바라보면 동그란 칠색무지개속에 자신의 모습이 담겨지는 광경이 나타나는데 산밑을 감돌아흐르는 장흥하의 조화라는것이였다. 그런 정경을 《화광》이라고 부르는데 운이 좋아야 만날수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안개가 감돌아 근본상 보이지 않는 산밑에 눈길을 쏘면서 못내 아쉬워했다. 그러나 구름이 유유히 감돌아 흐르는 하늘산에서 노니는것만 같아 기분을 돋굴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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