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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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도문의 명산 일광산(김철호)
2008년 09월 01일 14시 58분  조회:1571  추천:34  작성자: 김철호
금강산일각 옮겨온듯 기암괴석 멋있는데 울긋불긋 단풍물결 산자락에 넘실거린다

일광산은 도문시의 명산이다. 가을이면 단풍때문에 더욱 자색을 뽐내는 일광산은 거의 일색인 참나무단풍으로 노랗게 물드는데 이따금 한두그루 섞여있는 고로쇠나무의 빨간 나뭇잎들이 연지 찍은듯 눈에 유표해 즐겁다.
10월에 금방 잡아들었던 얼마전에 찾아간 일광산은 말그대로 울긋불긋한 단풍물결로 산자락이 너넘실거리고있었다.

범진령 십리고개 청줄마대 박아싣고
여량수레 줄을 지어 흥겹게 령넘어가네...


이 노래는 한때 연변에 널리 류행되던 <<여량수레 령넘어가네>>라는 노래이다. 일광산을 찾아갈 때마다 저도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이기도 하다. 그것은 일광산을 오르려면 노래에 나오는 범진령고개를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도문시가지를 벗어나 남쪽을 바라고 가다가 언덕에 오르면 유명한 <<범진령십리고개>>가 누워있다. 그러나 나무 한그루 없는 밋밋한 언덕과 밭사이의 수레길을 가볍게 생각하고 걷다가는 맥진할수도 있다. 여북했으면 <<오르다 범이 지쳤다>>고 하여 <<범진령>>이라는 이름이 달아졌겠는가. 바로 그 령을 오르면 탐방객들에게 탄성과 스릴을 가득 채워주는 일광산이 대기해있다.
먼저 멀리서부터 눈길을 앗아가는 괴상한 석봉이 바라보인다. 가까이 갈수록 그것은 하나의 생명체같이 느껴진다. 이때 탐방객들의 입으로 한결같이 <<거부기다!>> 하는 탄성이 터져나온다. 바위산은 심통히 <<거부기>>였다. 거북 한 마리가 산언덕을 기여오르다가 잠간 쉬고있는 모습이다. 지금 거북바위는 단풍에 한껏 젖어있다. 하여 꽃천으로 옷을 지어입은 <<꽃거부기>>로 변해버렸다.
여기서부터 일광산은 자신의 신비한 모습을 하나하나 벗어보인다.
서쪽으로부터 동쪽 두만강기슭에까지 전부 깎아지른듯한 괴암절벽으로 병풍쳐져있는 일광산은 수려하고 멋들어져 한폭의 산수화를 감상하는 기분이다. 더구나 일광산을 휘여잡고 흐르는 두만강은 산과 조화를 이루고있어 신비한 운치를 돋혀준다.
첫봉에 올았을 때에는 여기가 제일이라고 느껴진다. 아츠라니 내려다보이는 절벽! 여름에 한껏 우거져있던 살진 숲이 황금의 가을을 맞아 빨갛고 노란 색채로 물들어져 단풍의 찬란한 세계가를활짝 펼치고있다.
둘째 봉에 올라보면 더구나 입이 벌려진다. 뿌죽뿌죽 삐여진 바위, 바위우에서 자라고있는 소나무, 산비둘기, 산매들이 발밑에서 날아예는 모습이 참으로 그림같기만 하다. 셋째봉, 넷째봉에 오르면 저마다 희광(喜狂)을 터뜨린다. 오를수록 더욱 신비한 경개가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일광산에서 지척으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이 유명한 삼툰자(三屯子 지금의 도문시 월청향 마패촌 제7촌민소조)마을이고 삼툰자 대안의 자그마한 역전마을이 조선 함경북도 온성군 강양동철도역과 마을이다. 삼자툰을 간평 혹은 새불이라도 부른다. 이 마을은 1920년 당시에는 화룡현 월신사에 귀속되여있었댔는데 유명한 봉오동전투의 도화선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1920년 6월 4일 아침 5시, 독립군 신민단소속 박승길부대 30여명이 삼툰자에서 출발하여 도강한후 강양동의 일본군초소를 습격, 일본군 4-6명을 감쪽같이 섬멸하고 강을 건너 돌아왔다. 이렇게 불이 붙은 독립군과 일본군의 전투가 마지막에는 봉오동에 가서 고조를 이루게 되는데 그번 봉오동전투에서 독립군은 수많은 일본군을 살상하고 많은 총을 로획하는 전과를 올렸다. 봉오동전투는 반일부대들이 계획적으로 매복전을 벌려 일본침략자들을 격파시킨 중국에서의 첫 전투였고 첫 승리로서 중국의 반일무장투쟁의 첫 발단을열어놓았다. 많은 사람들은 평범해 보이는 저 간평마을이 이럴듯 대단한 사연을 갖고있는줄을 잘 모르고있을것이다.
아름다운 산정에서 선렬들의 장한 이야기가 깃들어있는 마을을 바라보는것도 또한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도문-개산툰 국도를 따라 곧바로 산굽이에 이르러 아츠란 절벽사이에 난 등산코스를 택할수도 있다. 그러면 단풍구경과 함께 짜릿한 모험을 느낄수도 있다. 국도옆의 수십길이의 아츨한 절벽은 운남의 석림을 련상시킨다. 다람쥐도 발붙이기 힘들어보이는 절벽은 누가 억척 장검으로 깎아놓은듯 미끈해보인다. 하늘에서 내려온 장수가 창을 비껴들고있는 듯 위무당당하게 솟은 기암, 처녀마냥 곱게 다듬어진 바위... 이런 바위들에 뿌리내린 나무들은 화려한 가을을 맞아 울긋불긋 단풍물이 곱게 들어있는데 마치 화려한 옷을 갈아입고 떨쳐 나서서 장고치고 춤을 추며 손님들을 맞아주는 선남선녀들같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바위산 틈새에 산을 톺을수 있는 골짜기가 째져있다. 골짜기에 들어서서 바라보는 일광산 또 다른 풍치이다.
사람의 발길이 크게 닿아보이지 않은듯 어렴풋이 알리는 산길을 톺아오르면 곧바로 일광산주봉의 석벽밑이 된다. 얼핏 보기에는 아츠란 절벽을 톺아오를 방법이 없는듯해보이나 찬찬히 살펴보면 들쑹날쑹한 바위굽에 발을 능히 붙일수 있는 곳이 있다. 어지간한 동산객이면 바위를 딛고 나무가지를 휘여잡으면서 절벽을 오를수 있다. 물론 아슬아슬하고 위기일발의 시각을 깜짝깜짝 맞을 단단한 마음가짐이 없으면 모험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
일광산주봉은 해발 390.7메터이다. 주봉에는 여람이 편안히 앉아 즐길수 있는 널직한 너적바위가 있다. 우리가 간 날 마침 도문시의 어느 소학교 친구들이 등산을 와있었는데 식료품 비닐주머니랑 마구 던지면서 산을 깨끗이 챙기지 않고있어서 안스러웠다. 우리가 산에 와서 쓰러기를 이렇게 마구 던지는 사이에 산은 더러워지고 망가질수도 있는것이다. 그래도 너적바위에 동그랗게 모여앉아 신나게 점심을 먹는 붉은넥타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했다.
너적바위에 앉아 사위를 살펴보니 과관이였다. 도문이며 조선의 남양, 멀리 개산툰쪽으로 흘러오는 두만강이며가 한눈에 안겨들었다. 특히 두만강의 은검에 의해 갈라진 도문과 남양은 일광산우에서 바라보기가 그처럼 아담할 수가 없었다.
주봉옆에 큼직한 바위덩이가 간들간들 붙어있는데 보기에 너무도 신비스럽기만 하다. 툭 밀면 금방 무너져 굴러떨어질것만 같아 막 달려가 붙잡아주고싶어진다.
듣는 말에 의하면 저 간평마을의 한 사람이 쇠꼬챙이를 챙겨가지고 와서 이 바위를 굴러내려보내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쇠꼬챙이로 뚜지고 어쩌고 해도 바위가 끄떡 안더라고 한다. 바위는 아마도 산에 깊숙히 뿌리내린것 같다. 바위는 사람이 올라서서 쿵쿵 굴러도 끄떡 안는다. 아니 벼락이 쳐도 끔쩍 안는다고 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간들간들 매달려있었지만 루루천년을 끄떡 않고 박혀있는 괴암일것이다.
때마침 화사히게 비쳐오는 일광에 산의 아름다운 모습이 더욱 돋보인다. 일광산은 미상불 금강산 일각을 옮겨온듯 싶다. 해종일 햇볕을 품는다고 하여 일광산이라는 멋스러운 산명을 가진 일광산, 일광산은 이 가을을 맞아 금빛 찬란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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