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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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모아산(김철호)
2008년 09월 01일 15시 41분  조회:2400  추천:33  작성자: 김철호

그 옛날 봉화대 오늘은 시민들의 공원 새해 해돋이를 즐기는 연길의 명소로

언제나 고향의 산

해발 517메터의 모아산은 그닥 높은 산은 아니지만 연길분지와 룡정의 세전이벌, 동불사벌 사이에 우뚝 솟아 있어 어디서나 한눈에 바라보이는 고향의 산이다. 모아산에는 스릴을 느끼게 하는 층암절벽도 없고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아름드리 로송도 없다. 모아산은 대단히 아름답지는 않지만 운치가 있다. 유별나게 둥그렇게 우뚝 솟은 모습은 농부가 벗으놓은 초모자같기도 하고 굉장한 왕릉같기도 하다.
1950년대까지만 하여도 모아산은 민둥산이였다고 한다. 원래는 아름드리 고목으로 우거졌댔는데 일제침략자들이 란벌해 가는통에 민둥산으로 되었다고 한다. 연길을 찾은 주은래총리께서 모아산에 식수하여 삼림공원을 꾸미라고 지시하여 연변의 아들딸들은 삽과 괭이를 들고 모아산에 올라 소나무며 이깔나무를 한그루 두그루 심었다. 몇십년이 지난 지금 민둥산이였던 모아산은 나무가 꽉 우거진 청산으로 되었다. 하여 새들이 날아들고 짐승들이 찾아오게 되었다.
연길사람들에게 있어서 모아산은 없어서는 안될 삶의 공간이다. 10여년전만 하여도 모아산에는 산길이 별로 없었고 있다해도 잔풀에 덮힌 가느다란 오솔길뿐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 의해 가로세로 많이도 뻗었으며 길도 걷기 편한 오솔길로 되었다.
모아산에 가면 좋은것이 너무도 많다. 불현듯 나타나 나무가지사이를 헤염치는 청설모 한 마리! 사람들의 눈길은 청설모의 뒤를 쫓으며 환성을 터친다. 지난 가을에는 모아산에 잣풍년이 들었댔다. 그래서인지 청설모가 특별이 많았다. 깜찍한 청설모를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즐거운 웃음을 아끼지 않았다. 모아산에는 청고운 새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한여름 해종일 <<뻐꾹뻐꾹>>하고 지저귀는 뻐꾹새의 노래소리는 정답기만하다. 요즘같은 겨울에는 꿩들이 많이 날아다닌다. <<꺼겅>>하는 꿔울음소리와 더불에 커다란 꿩들이 숲속을 가로지르며 저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은 우숩광스러우면서도 귀엽다.
모아산에다 민속촌까지 꾸려놓아 여름이면 모아산민속촌은 연변사람들의 광광지로 되고있다. 민속적으로 꾸며놓은 놀이터며 음식점은 객들을 즐겁게 맞아주고있으며 멋진 수석관까지 있어서 볼거리가 점점 많아지고있다. 수석관에 가면 저절로 환성이 터지게 하는 별의별 수석이 다 있다. 호랑이같은 수석, 자라같은 수석, 동해바다에서 아침해가 솟아오르는것 같은 문형석...
겨울에는 썰매장까지 건설해놓아 모아산은 사시장철 관광객들은 맞고있다.
연길공공선로뻐스는 모아산 호랑이석상있는데까지 간다. 때문에 모아산산행은 더욱 쉬워졌다. 커다란 바위를 다듬어 만든 석호(石虎)는 모아산의 문지기가 되어 위엄있게 산객들을 바라본다. 그밑으로 뻗은 길을 따라 10여분 걸으면 모아산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나타난다. 모아산정산으로 오르는 길이 여러갈래이지만 정면길로 오르기가 가장 쉽고 편하다. 날랜 사람이면 15분 좌우면 정상에까지 오를수 있다. 정상부분은 대부분 떡갈나무들이다. 여름이면 떡갈나무를 타고오르는 머루넌출이 멋있고 가을이면 오솔길가에 굴러 다니는 도토리를 줏기가 즐겁다.
모아산은 아주 중요한 발해유적지이기도 하다. 모아산을 학명으로 모아산돈대(帽兒山墩臺)라고 하는데 돈대란 봉화대라는 뜻이다. 봉화란 병란이 나타났을 때 연기, 혹은 불빛으로 하는 신호불을 말하는데 봉화대란 그런 신호를 보내기 위해 전문 설치해놓은 고지(高地)를 말한다. 모아산외에도 연길시에는 대돈대, 소돈대가 있다. 대돈대는 연길시 흥안향에 있고 소돈대는 연길공원안에 있다.

아름다운 전설이 있는 산

모아산은 아름다운 전설이 깃들어있는 산이기도 하다. 모아산전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곤룡포를 입은 사사이와 싸워 악을 물리친 목동의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멀고먼 옛날 모아산은 오늘의 모아산과 그 모양이 전혀 같지 않았고 이름도 달랐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커다란 버섯처럼 생겼다고 하여 버섯산이라고 불렀다. 곁에 다가가 보면 사면은 깎아지른 절벽이요 꼭대기는 가름발로 된 넙적한 청석으로 층층이 덮여있어 마치 양산을 씌운 듯 했다. 사면에는 크고 작은 구멍이 숭숭 났는데 큰것은 수레가 둬대 드나들만큼 크고 작은 것은 주먹이 나들만큼 했다. 이런 구멍이 어찌나 많은지 벌집같았다. 오뉴월 삼복지간에도 그 돌속에서 뿜겨나오는 랭기에 몸서리가 쳐졌다. 때때로 산우에서 구들장같은 돌이 떨어지며 산산쪼각이 나는 바람에 아무도 감히 그 산기슭으로 가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버섯산은 그저 버섯산이 아니라 독을 품은 버섯산이였다. 하여 사람들은 버섯산을 따로 독심산(毒 山)이라고도 불렀다.
독심산은 무시로 세전이벌에 재난을 가져다주었다. 안개가 푹 낀 날이면 독심산에서는 무시로 괴상한 소리가 났다. 곤룡포를 입은 사니이의 무리들이 칼을 갈고 풍악을 하는 소리였다. 곤룡포를 입은 사나이는 때론 독교에 앉아 산을 내려오는데 들판을 휘둘러보면서 너털웃음을 치는날이면 영낙없이 광풍이 휘몰아치고 우박이 쏟아졌다. 그러면 세전이벌은 큰 재해를 입었다.
하여 사람들은 사월초파일 석가여래님 생일날이면 독심산에서 굉장한 산신제를 지내군 했다. 그러나 해해년년 산신제를 성심성의로 지냈지만 그 효험이 그리 크지 못했다.
독심산 령밑 마을에 늘 낡은 삿갓을 쓰고 다니며 소를 모는 목동이 있었다. 그도 독심산의 피해를 많이 받아 소떼를 반나마 죽이고말았다. 마음씨 착한 목동은 힘이 장사였지만 언제 한번 남들과 싸우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목동은 진작부터 독심산의 곤룡포사나이를 미워했다. 목동은 화근의 뿌리를 빼리라 작심하고 도끼를 메고 독심산으로 올라갔다. 곤룡포사나이는 보잘 것 없는 목동이 죽음을 청하러 온다고 생각하고 앙천대소하며 졸개들을 이끌고 달려나왔다.
어느새 싸움이 벌어졌다. 목동은 도끼를 꼬나들고 번개같이 달려들었다. 곤룡포사나이도 장검을 비껴들고 번개처럼 지쳐왔다. 도끼와 장검이 부딪치는 순간 장검이 두동강이 나고말았다. 곤룡포사나이는 놀라부르짖으면서 어쩔바를 몰라했다.
목동이 몸을 한번 뒤채이면서 벌떡 뛰넘기를 하니 신기하게도 목동이 둘이 되었다. 목동이 몇번 이렇게 뛰넘기를 하는 동안 목동이 순식간에 백여명으로 되었다. 이리하여 일대 혼전이 벌어졌다. 고함소리, 비명소리가 산천을 뒤흔들었다. 목동은 싸울수록 많아져 천여명으로 되었다. 곤룡포사나이는 목동을 당해낼수 없게되자 황급히 굴속으로 도망쳐들어갔다. 목동도 도끼를 들고 뒤쫓아 들어갔다. 굴속에서 계속하여 고함소리, 비명소리가 울려나왔다.
싸움은 해종일 벌어졌다. 갑자기 천지를 진동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독심산이 <<꽝!>> 하고 터졌다. 먼지가 하늘 높이 치솟고 바위와 돌들이 산지사방으로 휘날려갔다. 독심산이 터져버리자 함성소리, 비명소리도 사라지고 사위는 잠잠해졌다.
얼마간 지나 먼지가 사라진 다음 보니 독버섯처럼 생겼던 독심산은 묘처럼 둥그런 모양의 산으로 변해버리고있었다. 사람들은 놀랍고 신기하여 달려가 목동을 찾았으나 목동은 간곳없고 늘 쓰고 다니던 삿갓만이 나무가지에 걸려있었다.
이때로부터 독심산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고 세전이벌에는 재화도 덮쳐들지 않았다. 그후 사람들은 이 산이 멀리서 보면 목동의 삿갓과 비슷하다고 하여 모아산(帽兒山)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모아산에서 보는 해돋이

모아산은 연길사람들이 새해의 일출을 즐기는 명소로 부상하고있다. 필자도 련속 몇 년을 설날아침이면 모아산에 올라 해돋이를 구경했다.
작년 모아산정상에서 첫 해돋이를 함께 구경한 친구의 딸은 해돋이를 보면서 용기와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던것이 끝내 중점대학에 붙었다. 많은 사람들은 첫 해돋이를 바라보면서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데 그 친구의 딸은 소원성취한것이다.
2005년 1월 1일, 모아산정산에는 어느새 몇백명 되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오늘따라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씨여서 사람들 마음은 한결 부풀어있었다. 푸른 하늘 마지막 별마저 사라지자 날씨는 환히 밝아왔다. 연길시, 룡정시, 조양천진이 한눈에 안겨왔다. 저 멀리 개산툰쪽에 우뚝 솟아있는 형제봉마저도 지척처럼 보였다. 해는 바로 그 산으로 솟아오를것이다.
푸르스름하던 동녘이 붉게 물들여지기 시작했다. 쭉 뻗은 산마루에 붉은 띠가 걸린듯 선명한 색조가 산릉선을 물들였다. 정각 6시 58분 형제봉마루에서 반짝하고 빨간 불빛이 터져나왔다. 불덩이같은 태양이 빠끔 나타난것이다. 주먹만큼하던 불덩이가 쑥쑥 솟더니 한아름 두둥그런 불덩이로 변했다. 첫 태양을 기다리고있던 수백명 사람들은 환성을 울리면서 소소리 높이 웨쳤다.
<<2005년 첫 태양이다!>>
<<와-진짜 불덩이다!>>
사람들은 두 손을 높이 쳐들고 발을 구루면서 환성을 올렸다.

365개의 태양 낳아올릴
피물든 동방의 메부리!
2005년의 태양 1호가 솟아오른다
2005년의 첫 아기가 태여난다
저 태양 이제 집집의 문 열고
복덩이 되어 안기리니
높이 받들자, 태양의 첫 날을!
꽈악 꺼안자, 첫날의 희망을!


올해의 해돋이는 왕년의 해돋이에 비해 훨씬 장엄하고 예뻤다. 작년에는 동산마루에 구름이 한층 끼여서 해가 구름을 뚫고 솟느라고 둥글고 큰 모습을 다 보이지 못했는데 금년의 해돋이는 완전한 모습을 다 보여줘 사람들을 더 흥분시키고있었다.
해가 산마루로 완전히 솟아오르자 찬란한 해살이 온 누리에 물처럼 뿌려져왔다. 눈덮힌 세전이벌은 해살을 받아 흰눈이 붉으스레 물들었고 아침연기가 모락모락 피여오르는 마을들도 붉은 물이 올라 동화속의 마을처럼 보였다. 환호하는 사람들 얼굴에도 태양은 붉은 물감을 뿌려 홍조가 어리게 했다. 새해 새 소망을 기원하는 사람들 얼굴은 새해의 첫 해돋이처럼 흥분되여 있었다. 
 
2005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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