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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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독(보들레르[프랑스])
2009년 03월 18일 15시 13분  조회:1859  추천:14  작성자: 김철호

술은 아무리 지저분한 빈민굴도 기적과도 같은
사치를 옷 입혀 꾸며줄 줄 아니
그 붉은 아지랑이의 금빛 속에 전설과도 같은
희랑을 얼마라도 솟게 한다
마치 흐린 하늘에 지는 석양처럼

아편은 끝간데도 없는 것을 더욱 넓히고
무한을 다시 늘여
시간을 더 깊이 파고 관능의 기쁨을 파고들어
어둡고 서글픈 쾌락들로
넋을 제 부피에 넘치게 채워준다

이 모두도 네 두 눈에서 네 초록색 눈에서
생겨나는 독을 당하지는 못한다
네 눈은 내 넋이 떨면서 거꾸로 비치는 호수 ...
내 꿈들이 떼지어 와서는
그 쓰디쓴 구렁에서 목을 축이는 호수

이 모두도 나를 깨무는 네 침방울의
무서운 기적을 당하지는 못한다
내 넋을 여한도 없이 망각 속에 잠그고는
현기증을 몰아대며
기진한 넋을 죽음의 강변으로 굴려가는 네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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