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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조선족 시문학의 갈래와 특징
/장춘식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본인의 저서 <일제강점기 조선족이민문학>의 한 장입니다. 인용문의 글자가 웹문서에 부적격한 것들이 있어 가끔 탈락되는 수가 있습니다. 또 각주로 처리되었던 것들이 사라지는 것도 큰 유감이지만 현재까지는 무슨 방도가 없네요. 각주까지 꼭 필요한 분들께서는 덧글을 달고 메일 주소를 남겨 주시면 파일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일제강점기 우리의 시문학은 항일유격구의 항일시가와 일제강점지 문단시가 두갈래로 뚜렷하게 나뉘여진다. 이는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력사적상황에서 특이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항일유격구의 항일시가는 시가창작의 주체와 사회지배층의 정치적인 지향이 동일하였기때문에 당연하게도 일제에 저항하여 광복을 이루겠다는 정치적인 지향성이 작품속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일제강점지역의 문단시가는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시가창작의주체와 사회지배층의 정치적인 지향이 동일하지 않았기때문이다. 지배층의 정치적인 지향과 그에 반항하거나 적어도 동조하지 않으려는 시가창작주체들간의 모순된 환경에서 이루어진것이 일제강점지의 시가문학이다. 물론 시가창작의 주체내부에도 정치적인 지향은 다양하였고 따라서 시가작품에 드러나는 정치적인 지향이나 주제의식의 성향도 다양하다. 그러나 적어도 일제식민통치에 순응하거나 심지어 일제식민통치를 찬양하는 성향을 띤 작품은 아주 적은 부분을 차지한다. 동시에 일제에 대한 저항을 로골적으로 드러낸 작품도 매우 적거나 거의 없었던것 같다. 다수의 작품들은 현실에 대한 부적응이나 불만을 즐거움이나 기쁨이 아닌, 분노나 암울함, 슬픔 등 여러가지 부정적인 정서의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있다.
Ⅰ. 항일시가
항일시가는 주로 항일유격투쟁중에 창작된 시가를 말한다. 조선족의 항일투쟁이 동북지역과 관내지역 두 부분으로 나뉘여지기때문에 항일시가 역시 이 두 지역의 항일시가로 나뉘여진다. 그리고 이들 두 지역 항일시가는 장르적으로 항일가요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따라서 이 항에서 항일시가로 분류된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항일가요들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항일가요의 가사 즉 노래말부분이다.
관내지역 항일시가
조선의용군, 광복군들이 활동했던 관내지역에서 창작된 가요들은 일제의 죄악에 대한 규탄과 항일군민들의 투쟁의지를 고양하는 내용들이 기본적인 주제를 이루고있다. 대표적인 작품들로 혁명가요 《최후결전》(석정), 《의용군행진곡》(리덕산), 《어둠을 뚫고》(김학철), 《광복군항일전투가》(송호성), 《민족해방가》(작자미상), 《자유는 빛난다》(작자미상), 《선봉대가》(이두산) 등을 들수 있다.1)
동아의 노예들 단결하여 일떠나
다같이 쳐부시자 일본군벌
우리는 동아의 참다운 주인공
다 앞으로 동무들아!
조선의 형제 대만의 동포
그 압박 또 어찌 받을소냐
혁명의 기발 높이 추켜들고
다 앞으로 동무들아!
---《전가》
사회주의 공산주의 리념에 의한 혁명사상과 반침략투쟁의 의지를 동시에 구현하고있다. 계급적자각과 민족의식을 담고있음이다. 당시 항일무장투쟁에 나선 의용군이나 광복군들의 사상적리념이 그대로 반영된셈이다.
최후의 결전을 맞으러 나가자
생사적 운명의 판가리다
나가자 나가자 굳게 뭉치여
원쑤를 소탕해 나가자
[후렴] 총칼을 메고 혁명의 길로
다 앞으로 동무들아
혁명의 기는 우리앞에 날린다
다 앞으로 동무들아!
---《최후결전가》에서
이 작품은 시적인 가공의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고 혁명의 의지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고있다. 항일혁명의 구호를 그대로 시적인 리듬만 갖추어서 표현하였다 하겠는데, 그러나 그만큼 직접적인 선전선동의 효과를 달성하고있는것 또한 사실이다. 수용자 대중의 수준에 맞춰진것으로 항일가요의 중요한 특징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전부가 그런것은 아니고 일부 민중적인 수사법과 투사적격정을 두루 갖춘 작품들도 창작되였다. 가령,
사나운 비바람 치는 길에서
다 못가고 쓰러지는 너의 뜻을
이어서 이룰것을 맹세하노니
진리의 그늘밑에 길이길이 잠들어라
……
---《조선의용군추도가》에서
더럽던 동방하늘 전운을 뚫고
광명은 불꽃같이 굽이쳐 빛나
뛰노는 가슴파도 쇠북 치나니
사무친 원한 풀러 나가자
[후렴] 우리 자유 우리 행복 우리 나라
이 주먹 이 총칼로 빼앗아오자
……
---《진군가》에서
등 작품들은 시적인 공명과 력동성이 돋보인다. 주제사상의 표현에 맞는 문체와 수사를 적절히 사용한 외에 력동적인 운률을 조성함으로써 내용과 형식면에서 강한 표현력을 획득하고있는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조선의용군들의 불굴의 의지와 투쟁정신을 드러내고 선전선동의 목적에 도달할수 있었던것이다.
이밖에도 당시 조선족인민이 처한 망국노의 운명을 통탄하고 고국의 고향산천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표현한 《망향가》, 《그리운 조선》, 《고향리별가》 등이 부대와 대중들속에서 널리 애창되였으며 연안의 대생산운동에 참여한 군민들의 정서를 반영한 《호미가》(류동호 작사), 《미나리 타령》(집체 작)과 같은 가요들도 군민의 사랑을 받았던것으로 전해졌다.
관내의 혁명부대내에서는 상기한 가요외에 시집 《자유의 노래》(프린트본, 작품을 찾지 못하고있음)를 인쇄한바 있고 일부 자유시들이 창작발표되기도 하였다. 이중에서 민족부흥에 대한 기원을 표현한 《조국을 부흥의 길로》(려전. 1940), 《너 또 왔는가―3.1절을 기념하여》(리두산, 1940), 《광복》(진구, 1941), 망국노의 삶을 통탄하며 민족의 재생을 위해 헌신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압록강》(백치, 1941), 《어머니를 그리며》(운청, 1940)와 중조 두 민족의 친선을 노래한 《양자강》(김유, 1941) 등이 주목을 받은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지역의 항일시가
관내지역 항일시가와 쌍벽을 이루며 동북지역의 항일시가도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관내지역의 항일시가는 량적으로 적다고 보기 어려우나 현재 남아내려오는 자료가 빈약하여 사실상 오늘날 우리 항일시가문학의 주요 업적은 동북지역의 항일시가라 해도 대과는 없을것이다.
그런데 동북지역 항일시가는 관내지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항일가요가 절대다수를 차지하지만 관내지역의 경우와는 달리 일반적으로 전문적인 작가들의 창작이 아니라는 뚜렷한 특징을 드러낸다. 무명시인들이나 집단창작에 의해 이러우진것으로 보인다.
주제성향의 측면에서는 일제의 만행과 죄행에 대한 폭로단죄, 나라 잃은 민족의 참상 표현, 그리고 일제타도와 국권회복에 민중을 궐기시키려는 선전선동의 내용들이 중심을 이루고있다.
가령 다음 례문은 이를 잘 보여주는 경우다.
1931년 9월 18일
일제놈이 만주를 강점하였다
대포와 비행기며 기관총으로
넓은 만주 피바다로 물들이였다
압박착취 강탈을 당하다못해
일어나는 3천만의 반일의 고함
만주벌판 몇천리를 진동하면서
거족적인 반일전쟁막은 열렸다
(중략)
일어나라 3천만의 로력대중아
우리앞에 무서운것 그 무엇이랴
굳고굳은 반일전선 힘있게 맺어
자유정권 건립하려 힘껏 싸우자
―《9.18사변가》에서
일제가 동북땅을 강점한 이른바 《만주사변》이라 불리는 《9.18사변》을 상기시키면서 일제의 만행을 폭로규탄한 동시에 3천만 민족이 일떠나 일제를 몰아낼것을 호소하고있다. 아래의 례문들은 그러한 내용들을 좀더 구체화시키고있다 하겠다.
일제놈들이 말발굽소리 더욱 요란타
만주벌과 넓은 천지 횡행하면서
살인방화 착취략탈 도살의 만행
수천만의 우리 대중 유린하도다
나의 부모 너의 동생 그대의 처자
놈들의 총창끝에 피흘렸고나
나의 집과 너의 집, 놈들의 손에
재더미와 황무지로 변하였고나
(중략)
일어나라 단결하라 로력대중아
굳은 결심 변치 말고 살길을 찾아
붉은기아래 백색공포 뒤엎어놓고
승리의 개가높이 만세 부르자
―《반일가》에서
1932년 4월 6일에
대감자의 반일전쟁 개막되였다.
(중략)
대두천의 불길은 하늘에 닿고
덕원리의 농촌은 재터뿐이다
무죄량민 주검은 들에 널리고
왕청벌엔 인적이 고요하구나
동북땅에 살고있는 중한대중아
일치단결 일어나서 싸워나가자
―《인민의 처지》에서
이들 가요의 특징은 앞부분에서 일제의 만행을 렬거하여 민중의 분노를 촉발시키는 동시에 마지막부분에 이르면 그러한 일제의 만행을 그냥 두고볼수만은 없으니 모두모두 일떠나서 목숨 걸고 일제와 싸워 이겨야 한다는 원리를 직설적으로, 명료하게 표현하고있다. 다음의 례문들도 별로 큰 차이는 없으나 항일투쟁의 수요와 혁명구호의 변화를 반영한 반일의 통일전선정책을 가요속에 담고있다. 1930년 《붉은 5월투쟁》때에 널리 애창된 《총동원가》 등이 이에 속한다.
누구나 다 나오라
일제와 주구를 미워하는 동포
전 민족 혁명의 반일전선에
모두다 모여오라
내몰자 쳐없애자
일제놈을 우리의 손으로
ꠏꠏꠏ 《누구나 다 나오라》에서
만주의 벌판에 불이 붙는다
만주의 뫼봉우리에 불이 붙는다
시뻘건 화염이 치솟는 그속에서
반일하는 대중의 함성이 인다
나가라 싸우라 항일의 병민들
모두다 전선에 나가 싸우라
ꠏꠏꠏ 《총동원가》에서
이들 작품에는 계급, 계층, 성별, 신앙을 가리지 않고 전 민족적인 통일전선을 결성해야 한다는 중국공산당의 전략사상이 반영되여있다. 무산계급만이 아닌 일제의 망국노 되기를 원치 않는 모든 민족구성원이 반일투쟁에 궐기할것을 호소하고있는것이다. 《민족해방가》, 《로동자가》, 《농민혁명가》, 《혁명곡》, 《녀자투사가》, 《소년투사의 노래》 등 작품들도 같은 주제를 표현하고있다.
한편 항일가요의 또 하나 중요한 주제는 항일투쟁에서 굴함없이 싸운 투사들의 헌신성과 고결한 품성을 노래한것이다. 이런 작품들에서는 동시에 민족의 해방을 위해 싸웠던 투사들의 의지와 긍지감도 표현되고있다. 《혁명군의 노래》, 《혁명군인 되련다》, 《혁명의 길》, 《끓는 피는 더 끓어》, 《혁명조의 노래》 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남북만주 설한풍 휩쓰는 산중에
결심 품고 떠다니는 우리 혁명군
천신만고 모두다 달게 여기며
피와 땀을 흘린자 그 얼마더냐
몽골사막 지동치듯 거세찬 바람
사정없이 살점을 떼여갈 때에
산림속에 눈깔고 누워 잘 때면
끓는 피는 더욱더 뜨거워진다
지친 다리 끌고서 보보행진코
주린 배를 졸라매고 힘을 돋군다
무정하다 세월은 흘러가는데
목적하는 혁명사업 언제 이룰가
ꠏꠏꠏ 《혁명조의 노래》에서
비슷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항일전쟁의 가렬한 전투에서, 원쑤들의 철창속에서와 단두대에서 굴함없이 싸워 민족적정기를 떳떳이 떨친 항일투사들의 불굴의 의지와 희생정신을 구가한 작품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연길감옥가》, 《추도가》, 《유격대추도가》 등이 이에 속하는데 특히 《연길감옥가》는 현재까지도 일부 불려지고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바람세찬 남북만주 광막한 들에
붉은기에 폭탄 차고 싸우던 몸이
연길감옥 갇힌 뒤에 몸은 여웨도
혁명으로 끓는 피야 어찌 식으랴
(중략)
너희는 짐승같은 강도놈이다
우리는 평화사회 찾는 혁명군
정의의 총칼은 용서없나니
정당히 판결하라 죄인이 누구냐를
팔다리에 족쇄 차고 자유 잃은 몸
너희놈들 호령에 굴복할소냐
오늘 비록 놈들에게 유린당하나
다음날엔 우리들이 사회의 주인
일제놈과 주구들아 안심말어라
너희 세력 강하다고 뽐내지 말라
70만리 넓은 들에 적기 날리고
열린다 감옥문 자유세계로!
《연길감옥가》의 일부이다. 적의 고문과 박해에 의해 몸은 비록 만신창이가 되였으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민족해방의 의지는 조금도 굽힘이 없다. 반일민족투사의 정신적인 풍모를 잘 그려낸 작품이라 하겠다.
이밖에도 10월사회주의혁명과 국제적친선을 노래한 《쏘련혁명가》, 《10월혁명의 노래》, 《메데가》, 《10진가》, 항일투사들의 다양한 감정의 세계를 드러낸 《유희곡》, 《딴스곡》, 《사랑의 축복》 등 작품들도 많이 창작되여 항일가요의 내포와 외연을 풍부하게 해준다.
한편 항일무장투쟁시기에는 민중들속에서 《유격대》, 《왜호박》, 《어이어이 앵고댕고》, 《왜놈병정 벼락맞았네》 등 항일민요들이 자생하여 불려졌던것으로 전해진다.
뒤동산의 딱따구리
참나무벌레만 잘 잡고요
동서남북 유격대 번쩍
왜놈의 대가리 잘도 까눕힌다네
앞마당의 함박꽃은
바람만 불어도 방긋 웃고요
언제나 잊지 못할 유격대는
인민에게는 언제나 웃음이라네
―구전민요 《유격대》
동요의 형식을 리용한 이 민요는 그 특징상 구전민요라 보기보다는 오히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창작민요라 보는것이 더 나을것 같다. 하지만 작사자를 알길이 없으니 그냥 민요로 보아도 큰 문제는 없을것이다. 《왜호박》이라는 작품도 비슷한 경우이다.
호박은 가을에야 따는줄 알았더니
겨울에도 호박은 풍년이라네
공산군 《토벌》에 으르렁거리며
거뜰머뜰 떠났던 황군나리들
올적에는 그 위풍 어데로 갔나
수레마다 마대를 싣고 오기에
둥글둥글 무엇이냐 물어봤더니
백두산에 심어놨던 호박이라니
일년사철 잘도 따는 왜호박이라네
―구전민요 《왜호박》
이는 일제군이 항일유격대《토벌》에 나갔다가 항일유격대에게 저격당해 무리죽음을 내자 급한김에 미처 시체를 운반해올수가 없어 대가리만 잘라 마대에 넣어가지고 오면서도 그것을 호박이라 부르며 민중의 눈을 속여넘기려 했던 랑패상을 신랄하게 풍자하고있다. 《어이어이 앵고댕고》라는 작품에서도 왜놈들의 랑패상을 드러냄으로써 일제멸망의 불가피성을 표현했다 하겠다.
형식적측면에서 항일시가들은 직설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했으며 력동성과 랑만성을 상당히 중요시했던것으로 보인다. 이들 작품은 대체로 단순하고 알기 쉬우며 생활적이고 선동적이다. 따라서 대중성과 투쟁성을 동시에 구비하고있다 하겠다. 그러나 이런 특징을 예술성의 결여로 보는 견해는 수긍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항일시가는 항일혁명투쟁에 민중을 궐기시킨다는 뚜렷한 목적성을 지니고있기때문이다.
이는 또한 항일시가의 존재방식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있는것 같다. 앞에서도 언급된바 있지만 항일시가중에서는 항일가요작품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항일가요의 주요 영향대상은 민중이며 민중에게 있어 가장 쉽게 받아들여질수 있는 형태가 바로 노래이며 평이하고 투쟁적인 항일가요였던것이다. 따라서 단순성이나 직설적인 표현은 오히려 작품창작의 목적성에 가장 적절한 형식이였다고 보는것이 옳을것 같다.
주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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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항일시가작품들 다수는 현재까지 텍스트가 공개되지 않아 여기서는 조성일 권철 주필 《중국조선족문학사》(연변인민출판사, 1990)의 자료를 참고했다.
[출처] 일제강점기 조선족 시문학의 갈래와 특징(1)|작성자 반벽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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