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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천상병 옛집, 생면부지 오지澳地마을로 이사하기까지...
2016년 01월 07일 22시 33분  조회:5293  추천:0  작성자: 죽림






▲ 고(故) 천상병 시인의 옛집 충남 태안군 안면도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모종인(56), 이숙경(47)부부가 천 시인이 마지막 생을 마감할 때까지 살던 의정부 옛집을 재개발로 인해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시골 오지마을로 옮겨왔다.
ⓒ 정대희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말하리라 아름다웠더라고..."


고(故) 천상병 시인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도 그의 대표적인 시 '귀천'의 일부분인 이 문장을 한 번쯤 들어보지 못한 이는 없을 것이다.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또는 '문단의 마지막 기인(奇人)'이라 불리는 고(故) 천상병 시인. 그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을 끝내는 날까지 살다간 옛집은 어떻게 되었을까?


충남 태안군 안면읍 대야도. 시골마을에서도 오지로 불리는 이곳에 고(故) 천상병 시인의 옛집이 서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동산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출생해 마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삶의 둥지를 의정부에 틀었던 시인의 옛집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왜 이런 오지에 들어서 있을까?

고인의 옛집을 옮겨왔다는 모종인(56), 이숙경(47)부부를 만나보았다.


카페 '귀천'이 맺여 준 인연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모종인, 이숙경 부부. 겉보기도 여느 시골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이들 부부가 고인의 옛집을 옮겨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모종인씨는 '사명감을 느꼈다'는 말을 시작으로 사연을 풀어놓았다. 모씨는 대학 시절 디자인을 전공하고 졸업 후 고향인 충남 안면도로 귀향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허나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주기적으로 서울 인사동을 찾게 만들었다. 천 시인과의 인연은 이때 비로소 시작됐다.


젊은 시절부터 평소 천 시인의 시를 좋아한 모 씨는 주변 동료들이 마련해준 천 시인과 그의 부인 목순옥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귀천'을 찾게 됐고, 그 후 서울에 갈 때면 어김없이 인사동 카페에 들러 이들 부부와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면서 친분이 두터워졌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천 시인이 고인이 된 후에도 이어졌다. 모씨는 아직도 한 달에 두세 번 이제는 목순옥 여사(작고)가 홀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사동 '귀천' 카페를 찾고 있다.



▲ 고인의 책상 천상병 시인이 사용했던 책상. 그의 부인 목순옥 여사가 모종인씨에게 기증했다.
ⓒ 정대희  

재개발에 떠밀려 사라질 위기 처했던 고(故) 천상병 시인의 옛집

천 시인의 옛집이 철거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여름.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목 여사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전화통화를 하던 날이었다.


모씨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설명했다.


"서로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나누던 중 흘러가듯 목 여사가 생전에 천 시인 살던 옛집이 안타깝게도 재개발로 인해 철거되게 됐다고 소식을 전해주더군요. 그 말이 밤이 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거예요."


긴 대화중에 나눴던 짧은 몇 마디지만 모씨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천 시인의 옛집 철거 소식은 결국 시골 오지마을에 천 시인의 옛집이 새둥지를 틀게 한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당시 목 여사는 천 시인과 살던 집이 낡아 바로 옆집으로 이사를 한 상태였다. 전 국민에게 사랑받으며,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의 입을 통해 자주 읽히는 문학작품을 펴낸 유명시인의 옛집이 재개발로 인해 세워질 아파트에 의해 헌신짝 같이 내팽겨 치워진다고 생각하니 피가 끓었다. 문득 '아~내가 책임져야겠구나' 라는 사명감을 느꼈다." 


옛집 옮기기 위해 펜션 포기해


모씨는 결심이 서자 바로 의정부 천 시인의 옛집을 찾아 집 주인을 만나 2004년 당시 집값 120만원을 주고 구입한 후 철거해 지붕과 문틀 등 부자재를 가져와 복원했다. 천 시인의 옛집을 복원하기 위해 모씨는 펜션을 포기했다. 목 여사로부터 철거소식을 접하기 전, 모씨는 비교적 규모가 큰 펜션을 운영하기 위해 공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펜션을 짓기 위해 허가 받은 토지가 있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것보다 좀 더 큰 규모로 펜션을 운영하려고 했는데, 천 시인의 옛집 철거 소식을 듣고 포기했다. 사실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고민도 많이 했는데, 숙경씨가 오히려 용기를 주고 힘을 보태줘서 무사히 옮길 수 있었다."


아직도 연애할 때처럼 아내의 이름을 부르는 모씨는 천 시인의 옛집을 복원하기까지 아내의 역할이 상당했다고 한다.


"숙경씨가 펜션짓는 사람한테 밥은 안해줘도 (옛집) 복원하는 사람들한테는 밥도 해주고 간식거리도 챙겨주는 등 신경을 많이 써줬다."


천 시인의 옛집이 복원되자 목 여사가 천 시인이 남기고 간 유품이라며 70여점의 그림, 사진 등을 기증했다. 또, 다른 문화․ 예술인도 모씨의 선행을 듣고 자신들의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소식이 뒤를 이었다.


결국 모씨는 당초 펜션을 지을 부지에 천 시인의 옛집을 옮기고 바로 옆에 문학관을 건립하는 등 작은 문화․예술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




▲ '귀천'과 '안면송' 옛집의 방 한켠 벽에 걸려져 있는 천상병 시인의 대표적인 시 '귀천'. 태안군에서 자생하는 안면송 그림과 함께 액자로 만들어 있었다.
ⓒ 정대희
 

옛 집 옮긴 후, '오해와 감동' 엇갈려...


허나 모씨는 생각지도 않던 고민거리가 생겼다. 천 시인의 옛집을 복원하고 나자 주변에서 "펜션장사를 위해 천 시인의 옛집을 옮겨와 이를 이용한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도 이런 소문에 맘이 아프고 가끔씩 고민도 하고 있다.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광고효과를 위해서가 아니면 누가 펜션 지을 토지에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의 집을 옮겨 놓겠냐는 것이다. 당연히 주위에서 생각하기는 펜션 지어 여름철 찾아오는 관광객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것이 마땅한 일이지요."


그렇다면, 이들 부부가 5년째 옛집을 관리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고인이 된 천상병 시인을 사랑하고 그를 찾는 사람들 때문이다.


모 씨는 아직도 생생하게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며 감동적인 일화를 얘기해줬다.


"몇 해 전 일겁니다. 하루는 천 시인 옛집에 내려갔는데 아주 오래된 구형 프라이드 한 대가 주차돼 있더군요. 너무 낡은 것지요. 누가 왔나? 하고 조심히 주변을 살펴보니 한 가족으로 보이는 아빠와 엄마 아이들 두 명이 눈에 띄더군요. 근데 떠나는 순간까지 그 가족에게 아는 체 할 수가 없었어요.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 장면은 마치 영화속 한 장면 같았어요. 아빠와 아이들은 의자에 앉아있고 그들의 앞에서 엄마가 시낭독을 하는 아름다운 광경이었지요. 한참을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눈물이 흐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어요."...


"또 한번은 청주 어느 시골에서 택시를 타고 온 분이었는데, 택시비만 무려 26만원을 들여서 찾아왔다는 거예요. 그냥 천 시인의 옛집이 보고 싶어서...그래서 이렇게 초라해서 어떻게 하냐고 되물으니...그 분이 원래 이렇게 초라했잖아요. 만약 화려했다면 실망했을 거예요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애정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힘이 납니다. 이젠 오해하는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무런 연고가 없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그렇다면, 모씨가 기억하는 천상병 시인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참 막걸리를 좋아하셨던 분이예요. 그리고 참 순박한 사람이었지요. 매일 '천원만 주게 막걸리 사먹게'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그게 다 예요..."라고 말했다.


끝으로 앞으로 계획이 있냐고 묻자 "농사지어 번 돈으로 기념비를 세워 개관식을 하는 것이 꿈이다. 또한, 지금처럼 우리부부가 잘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길 바란다. 허나 만약 정말 의미 있는 장소에 뜻 있는 분들이 이주를 희망한다면 언제든지 내줄 의향은 있다."고 말했다.


 






▲ 모종인, 이숙경 부부 천상병 시인의 옛집을 지키고 있는 모종인, 이숙경 부부. "농사해 번 돈으로 비석을 세우는 날 개관식을 할 것이라고 한다."
ⓒ 정대희
 

천상병 옛집은 현재 안면도에서 5대째 농사를 짓는 모종인씨가 평소

천상병 시인과 가깝게 지내던중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 있는 옛집이

재개발로 인하여 철거된다는 소식을 목순옥여사에게 전해듣고

천상병 시인의 또다른 인연을 만들고자 안면도에 이전 복원하였다​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대야도 해안을 따라 가다보면 만나는 시인의 섬

그곳에는 시인 천상병 옛집이 있습니다​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지는 바닷가옆

그윽한 송림사이로 솔향은 은은하게.....

지금 비라도 내린다면 더욱 더 애절하게 다가올것만 ​ 같네요~


​오롯히 걸어보는 길에서

야트막한 오솔길을 오르면 청상병 옛집을 만나네요~~​


​시인 천상병 옛집

한눈에 들어오는 단아한 옛집 참,...수수하다,..

단초로운 집한채

그리고 세월이 느껴지는 장독대 누군가가 심어놓아 예쁘게 피어난 꽃들​


시인 천상병 고택

단아한 집을 보니 고택보다는 옛집이 더 어울릴것 같습니다​


스레트 지붕과 회색의 콘크리트 벽면

한적한 시골길에서 만난 그런 평범한 집 같네요...

요새 시골에도 이런 작은집 보기 힘들죠! ​


​대문도 없이 지나가는 여행객이 이정표를 보고 가끔씩 들리기도 하지만

드라이브라면 그냥 지나치고 맙니다....


​아래에는 시인의 작은 갤러리가 있습니다

​부뚜막에는 작은 양은냄비와 큰 솥이 걸려있고,...

옛집을 통해 보지만 시인 천상병님의 수락산 기슭의 옛집도 이런 모습이였겠죠



작은 창문이 열리면서 반갑게 맞아줄것 같은데

쓸쓸함이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인적이 없어서 더욱,...​

​삐그닥 소리를 내며 방문을 열고 잠시 시인의 흔적을 엿보려합니다


​아주 작은방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작은 창문,...

창문을 열면 송림사이로 낙수물 소리와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겠죠

작은 창문사이로 따스한 햇살도,...​


​낮은 구조이지만 다락으로 연결된 사다리도 보입니다


​작은 책장


​그리고 시인의 흔적들

책을 보시고 이렇게 앉아 시도 쓰시고 하셨겠어요~~​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천상병​


 

시인 천상병

 

 


​방문을 열고 마당에서 시인이 주로 생활하신 그곳을 담아봅니다

 


​이렇게 내려모면 안면도 대야도의 바다 풍경이 맞아주고

갯벌의 바람을 타고 송림사이로 스며들겠어요​


​아래 작은 갤러리에서 바라본 옛집


​쓸쓸한 이곳에 연이 찾아왔네요,...

그래서 조금은 외롭지 않다는...​


​천상병

1930년 1월29일 출생 시인겸 평론가 문단가 마지막 순수시인

문단의 마지막 기인으로 불렸으며,우주의 근원 죽음과 피안

인생의 비통한 현실등을 압축한 시를 씀 서울대 상대4년 중퇴하였으며

마산중 5년때 담임 김춘수시인에 의해 '강물'로 등단후 1967년

윤이상등과 함께 동백림 사건에 연류되어 옥고를 치른후 생사를 몰라

1971년 가을 신봉승을 비롯한 문우들이 유고시집 '새'를 출간하기도 하였다.

고문옥고등의 휴유증으로 자식없이 지병인 강병변으로 1993년 4월28일에

별세하였으며 부인 문순옥여사도 2010년 8월26일 세상을 떠났는데

목순옥은 1935년 상주출생으로 오빠 목순복시인의 친구인 천상병시인을 만나

1972년 5월14일 김동리선생의 주례로 결혼하였다 이후 1985년부터

인사동에 '귀천'카페를 운영하며 천상병시인의 곁을 지켰으며

천상병시인의 작고후 지금껏 남편의 추모사업을 벌여 왔었다

시집 '주막에서' '요놈 요놈 요 이쁜놈'등과 산문집

'괜찬다 괜찮다 다 괜찮다​' 그림동화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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