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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詩人과 그 詩人의 아들
2016년 03월 29일 21시 49분  조회:4860  추천:0  작성자: 죽림

‘잊혀진 시인’ 공중인 시집, 50년만에 아들이 복간

대표적 장시 ‘무지개’ 수록... “잊혀진 시인 새롭게 조명되는 계기 되길”
공중인 시집 '무지개'

50년만에 복간된 공중인 시인의 시집 '무지개'.

“50년대에 가장 인기 있는 시인은 공중인이라는 시인이었습니다. 신문에 시를 연재했는데 가판에서 그 사람의 시가 없으면 안 팔릴 정도였죠.

그런데 지금 누가 그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신경림 시인은 2004년 한 특강에서 오래도록 기억되는 좋은 시의 반대되는 예로 공중인시인의 시를 들었다. 1925년 함경남도 출생인 공중인 시인은 1940년대 김윤성, 정한모, 전광용 등과 함께 ‘시탑’ 동인으로 활동했다. ‘신세기’ ‘여성계’ ‘삼천리’ 등 잘 나가는 문예잡지에서 일했으며 현재 육관사관학교 교가의 작사가이기도 한 그는 신 시인의 말마따나 당대 가장 뜨거운 시인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대중의 기억에서 깨끗이 사라졌다.

잊혀진 시인의 시집이 50년 만에 아들의 손으로 복간됐다. 차남 공명재씨가 출간한 ‘무지개’(문학세계사)는 마흔에 간암으로 요절한 시인이 생전에 남긴 시집 ‘무지개’(1957)와 ‘조국’(1958)을 묶어 편집한 것이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유학해 박사학위를 딴 명재씨는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감사로 있다. 그는 “문학은 전혀 모른다”면서도 “사람들에게 잊혀진 아버지의 시집을 다시 내는 걸 오랜 숙원으로 삼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가정적인 분은 아니셨습니다. 한 번도 집에 원고료를 가져다 준 적이 없고 늘 술에 취해 계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겐 늘 자상한 아버지였습니다. 대학시절 은사님이 아버지의 시를 애송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심 시인의 아들이라는 걸 자랑스럽게 여겨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공중인 시인의 차남 공명재씨

1950년대에 활동했던 공중인 시인의 시집 '무지개'를 차남 명재씨가 50년만에 복간했다. 그는 "잊혀진 시인이 다시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학세계사 제공

이번에 출간된 시집에는 시인의 대표적인 장시 ‘무지개’를 비롯해 ‘불국사’, ‘비창’, 당시 시집에 실리지 않았던 미발표 육필시 ‘나의 노래는…’ 등 총 76편의 시가 실렸다. 공중인 시인은 내면의 감정을 분방하게 방출하는 낭만파적 기질의 작품을 주로 썼는데, 이러한 성향은 문단과 대중의 상반되는 평가로 이어졌다. 문학평론가 이재복씨는 “공중인의 시는 1950년대 전란으로 인한 실존적 위기 상황에서 시인 개인의 낭만을 넘어 국가와 민족 차원의 낭만으로 시적 지평을 확장해왔다”며 “유원한 감성과 정서의 발견은 그 동안 소외되고 배제되어 온 그의 시의 존재 지평을 새롭게 열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집을 아버지의 영전에 바쳤다는 명재씨는 차후에 책으로 묶이지 못한 다른 작품들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친이 책을 내는 데 큰 뜻이 없어 미출간 원고만 열 상자가 넘는다”며 “잊혀진 시인이 새롭게 조명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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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1965. 시인.
본명은 공중린(孔仲麟), 아호는 서양(曙洋). 필명은 운서(雲曙)·시예리(詩藝里). 함경남도 이원(利原) 출생. 경성(鏡城)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였다.
8·15광복 후 월남하여 김윤성(金潤成)·정한모(鄭漢模)·조남사(趙南史) 등과 함께 동인지 『시탑(詩塔)』을 발간하였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문단에 등단한 것은 1949년 3월호 『백민(白民)』「바다」를 발표하고 나서부터다. 그는 감정을 분방하게 방출시키는 낭만파적 기질을 지닌 시인이었다. 한때 종합잡지인 『신세기(新世紀)』의 편집기자를 지냈다.
1950년부터 한국문화연구소에 입소, 작가인 최태응(崔泰應)과 함께 『별』을 편집하였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헌구(李軒求)·모윤숙(毛允淑) 등과 함께 문총구국대를 결성하여 활약, 이 때에 쓴 작품들은 매우 격렬한 감정으로 징오하고 애국심을 고취한 것이었다.
그 대표작이 「민족투쟁의 노래」(국방, 1953. 6. 7.), 「최후의 무지개」(자유세계, 1953. 6.) 등이다. 1952년『희망(希望)』 편집장, 이어 『현대여성』·『여성계(女性界)』편집장을 역임하였고, 또한 『자유신문』·『삼천리』 등의 주간을 지냈다.
1957년 삼천리사에서 시집 『무지개』를 출간하였고, 이어 다음해 사진을 곁들인 시집 『조국(祖國)』을 냈다. 대표작으로는 「나무」(자유문학, 1957. 11.), 「유랑(流浪)」(1957. 12.), 「영곡(靈曲)」(1958. 5.), 「조국의 음악」(현대문학, 1958. 6.), 「백자부」(자유문학, 1958. 11.) 등이 손꼽힌다.
단적으로 보아 그는 말을 견고하게 다지거나 신상을 제시하는 작품을 쓰기보다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감동을 방출하는 경향의 시를 썼다. 편저로 『전시한국문학시편(戰時韓國文學詩篇)』(1955. 6.)과 『세계여류시인집』 등이 있고 수필집 『강남춘(江南春)』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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