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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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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씨앗
2016년 04월 07일 05시 58분  조회:4001  추천:0  작성자: 죽림
 
만개한 여수 영취산 진달래
 
 


詩의 씨앗

강사/ 나 호 열 교수

詩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詩의 씨가 있어야 한다.
그 씨를 詩想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이는 靈感이라는 신비로운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흔히 쓰는 말로 이미지라고 불러도 무방하리라.
나의 경우 이 이미지는 새로운 대상과의 접촉을 통해서 많이 얻어진다.
그래서 여행은 나에게 시의 씨를 얻는 좋은 방편이 된다.
이 글에서는 졸작 <영산홍>과 <꽃방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가를 들춤으로
내 시 쓰는 습성의 일단을 보이고자 한다.

* 어느 해 봄의 일이다.
학생들이 졸업여행을 떠나던 날 강의를 쉬게 되어 나도 어디든 잠시 다녀오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계룡산 남쪽 골짝에 자리한 동학사였다.
진달래는 이울고 철쭉이 피어날 무렵이었다.
평일이어서인지 절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많지 않았다.
한적한 계곡 길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혼자 기어올랐다.
동학사 어구에 있는 길상 암이라는 작은 암자 가까이 이르렀을 때의 일이다.
주위의 산천이 마치 저녁놀에 젖듯 환하게 밝았다.
무슨 연고인가 하고 주위를 살펴봤더니, 길상 암 뜰에 한 그루의 거대한 꽃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온몸으로 수 만개의 꽃봉오리들을 밀어올리고 있는데 마치 이글거리는 모닥불 같았다.
영산홍(暎山紅)이라고 했다.
평소에 작은 영산홍만 보아왔던 내게는 무척 낯설고 여간 경이로운 일이 아니었다.
꽃이 아무리 곱기로 천하에 저렇게 황홀할 수가 있단 말인가.
온 산천에 울긋불긋 피어난 철쭉들이 다 이놈의 꽃그림자인 것만 같이 느껴졌다.
나는 이놈에게 한동안 정신이 팔려 멍청히 바라다보고만 있었다.
다리마저 후들거리는 것 같았다.
영산홍 구경을 한 뒤 길상 암 입구의 돌계단을 다시 내려오는 도중이었다.
문득 하나의 섬광이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한 여승이 나를 올려다보며 잔잔히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길가에 책상을 내다놓고 앉아서 기왓장 시주를 받고 있는 비구니인데 스물 한, 둘쯤 되었을까,
바로 그 섬광은 옥처럼 맑은 그녀의 얼굴에서 반짝이는 영롱한 눈빛이었다.
선녀의 아름다움이 아마 저러하리라.
그 여승의 신묘한 아름다움은 조금 전까지 영산홍에 사로잡혔던 내 마음을 단숨에 앗아가 버렸다.
세상에 저렇게 눈부시게 고울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제대로 바라 볼 수 없어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터벅터벅 동학사를 오르는데 절은 보이지 않고 그 여승의 얼굴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기왓장 시주라도 하면서 몇 마디 얘기라도 건네 볼 걸.......
생각이 이에 미치자 절구경은 안중에 없고 마음이 급해졌다.
절의 책방에 들러 김달진의 <산거일기> 한 권을 사들고는 서둘러 경내를 돌아 부랴부랴 다시 내려왔다.
시주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인지 길상 암의 그 여승은 자리를 거두고 막 일어서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어인 일인가.
지금의 얼굴은 조금 전의 그 여승의 것이 아니었다.
볼 옆 비스듬히 칼자국 인 듯 큰 흉터가 끔찍스럽게 이 여인의 얼굴을 갈라놓았다.
선녀는 간 곳이 없고 흉측한 한 여인이 주섬주섬 그 자리를 거두어 총총히 절 안으로 사라진다.
이 무슨 변고인가. 마치 도깨비에게 잠시 홀렸던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나는 절을 내려오면서 내가 겪은 일련의 사건들이 부처님의 어떤 조화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꽃에 흠뻑 빠져 정신을 잃고 있는 나를 보고, 세상에는 그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느니라.
하고 슬쩍 보여준 것이 아마 그 여인인지 모른다.
그래 이젠 그 여인의 아름다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불쌍한 내 몰골을 보고, 네가 지금 마음 빼앗기고 있는
그것의 진면목은 사실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이렇게 흉측스러운 것이니라 하고
다시 일깨워 주려는 그런 의도였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 체험을 바탕으로 그날 저녁 밤잠을 설치며 써 내려간 것이 <영산홍>이다.

<영산홍>

동학사 아래 절
길상 암 뜰에
흐드러진 영산홍
온 산천 태우는데
고놈보다 더 고운
사미니(沙彌尼)* 한 년

절문 뒤에 숨어서
웃고 섰다가
달려 나온 돌부처에
귀잽혀 가네

* 사미니 : 불도를 닦는 스무 살 이하의 어린 여승

제 6행까지 내가 본 영산홍과 여인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그린 것이다.
그런데 그 여승의 변모를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가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참 궁리타가 위와 같은 극적 구성으로 엮어보았다.
가만히 세속을 엿보고 서 있는 사미니를 깜짝 놀란 돌부처가 달려 나와
귀를 잡고 끌고 들어가는 장면으로 만든 것이다.
여승의 불가사의한 변모를 돌부처의 의인화로 대치했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보니 내가 겪었던 정황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나는 내가 의도했던 대로 작품이 완성되지 않더라도 별로 아쉬워하지 않는다.
체험과 작품을 반드시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
체험보다는 상상력을 따르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으니까.


옮긴이의 말

詩人은 끝없는 思索 속에서 살아갑니다.
事物을 바라보는 눈길에도 빈틈이 없어야 하며
日常生活이 곧 사색의 과정이며
매 순간마다 열성적인 탐구의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그러나 조급증은 금물 이지요
世上事를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觀照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며
宇宙를 가슴에 담고
理致를 풀어 가는 일도
詩作에서 없어선 아니 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眞理를 쫒는 따뜻한 가슴으로
모든 人間을,
모든 事物을,
모든 事由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하며
하찮은 微物에도 관심과 열정으로 詩的 眼目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細微한 소리에도 민감하게 대처하여 보이지 않는 眞理를 찾아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모두가 아님을 깨닫고
보이는 것, 그 裏面 에 있는 眞理를 발견하고
아름다운 詩語로 표현하는 것이 詩人의 궁극적 使命입니다.
知的인 높이와
思索의 넓이와
眞理의 깊이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詩.
한 편을 남기는 것이 詩人으로서의 마지막 念願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막연한 배설물을 이 땅에 쏟아 내는 것이 아니라
찬란히 빛나는 한 편의 玉稿를 남기기 위하여
부단한 자기 開發과 思索의 領域擴張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시인님께 감사의 마음 전해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전 온 시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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