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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詩공부]- 詩란 압축된 언어적 건축물
2016년 04월 08일 23시 31분  조회:6024  추천:0  작성자: 죽림
시(詩) 제1강...詩란 어떤 글인가/김용진


詩란 어떤 글인가

시는 운률적인 언어로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 관념이나 정서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문학의
한 형식이다. 따라서 산문과는 달리 논리의 비약, 생략, 함축적 비약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詩)의 정의를 쉽게 말한다면 "시(詩)란 압축된 언어로 표현된 건축물"이다 라는 말로 대
신할 수 있다. 시(詩)의 정의에 대해서는 이미 동서고금의 많은 문인들이 수 없이 언급한 바
가 있다. 그러나 "시(詩)란 결국 인생의 비평이다"라고 한 T.S 엘리어트의 말은 시(詩)가 가
진 두 개의 측면을 대표하고 있다.

시(詩)의 언어
시(詩)란 문자로써 표현하는 문학에 소속된 한 장르이며, 그래서 일반적인 문학과 마찬가지
로 자기의 생각한 바 또는 생각하는 바를, 혹은 느끼고 있는 것 또는 느낀 것을 문자로써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詩)가 아닌 운문적 특성은 다른 문학과 달리 문자(시어)를 배열
함에 있어서 일정한 규율(운률)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시(詩)에서 사용되는 시어
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이다. 그러나 그 언어를 어떻게 배열, 조작하느냐에
따라 전혀 일상생활 속에서 쓰여지는 언어와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느낌이 놀랍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시(詩)에는 작가의 언어 운용에 따라 여러 가지 비유, 상징 등이 이를 효과적
으로 나타난다.

예문1

해와 하늘 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서정주 <문둥이>

위의 시(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詩)에 사용된 언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
는 언어와 전혀 다른 것이 없다. 그러나 운율적 언어 구사가 생략과 압축의 묘미를 가미하
여 아주 긴 이야기를 실타래 풀 듯 토해내고 있다. 세상에서 그 누구도 아는 체 하기를 꺼
려하는 문둥이, 오히려 해와 달까지 쳐다보기 민망한 문둥이의 처절한 절규가 시행 한 줄로
압축되어 긴 이야기를 끝없이 토로해내고 있다. 보리밭이라는 향토색 짙은 낱말을 배경으로
해서 차가운 달빛의 조명을 받으며 애기의 배에서 간을 꺼내먹는 문둥이의 속설은 어느 긴
긴 실화와 같은 이야기를 토해내고 있다. 그러나, 문둥이가 우는 꽃처럼 붉은 울음은 인간이
면 누구나 자지는 속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처절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시(詩)는 이처럼 압축된 언어로 생략의 묘미를 보여 줄 때 시(詩)가 가지는 요소를 어김없
이 나태내 주는 것이다.

예문 2

얼굴 하나여
손바닥 둘로
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나
눈 감을 밖에

정지용 <호수>

이 시(詩)의 화자는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있다. 그 그리운 사람의 얼굴쯤이야 두
손바닥으로 충분히 가릴 만큼의 넓이 밖에는 안 된다. 그러나 보고 싶은 마음의 넓이는 호
수만큼이나 된다. 그러니 그것을 가릴 길이란 아예 자기의 두 손을 "호수"라는 말로 빗댐으
로서 드러 내는 정서, 그리고 무엇보다 일체의 군말을 생략함으로서 오히려 강렬하게 드러
나는 이 시의 주제 등에서 우리는 시의 언어적 특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시
에는 시의 운율로서의 음악적 요소와 시의 색상으로서의 회화적 요소, 시의 사상과 감정으
로서의 요소가 포함되어 나타난다.

다음 시간에는 시의 종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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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地上의 시 / 김현승














地上의 시

김 현 승

보다 아름다운 눈을 위하여
보다 아름다운 눈물을 위하여
나의 마음은 지금, 상실의 마지막 잔이라면,
시는 거의 반쯤 담긴
가을의 향기와 같은 술……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사라지는 것만이, 남을 만한 진리임을 위하여
나의 마음은 지금 저무는 일곱시라면,
시는 그곳에 멀리 비추이는
입 다문 창들……

나의 마음-마음마다 로맨스 그레이로 두른 먼 들일 때.
당신의 영혼을 호올로 북방으로 달고 가는
시의 검은 기적-

천사들에 가벼운 나래를 주신 그 은혜로
내게는 자욱이 퍼지는 언어의 무게를 주시어,
때때로 나의 슬픔을 위로하여 주시는
오오, 지상의 신이여, 지상의 시여!


김현승 시집 <옹호자의 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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