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눈발이 그물대는 새벽 詩 한컷]- 가위바위보
2016년 04월 15일 02시 39분  조회:3603  추천:0  작성자: 죽림

 

남태식 시몇수

집중

 

 

안개가 짙다. 안개가 짙으면 안개에 집중해야만 한다.

 

 

안개의 몸피를 더듬어 가늠하고 손가락 발가락의 수를 세어보아야 한다. 안개의 표정은 맑은가 어두운가, 입술은 여태껏 앙다문 체인가 배시시 열리는 중인가, 안개의 속살은 두꺼운가 부드러운가 또 얼마나 깊은가 음습한가 헤아려보아야 한다. 안개의 속살 사이에 들어앉은 나무와 풀과 집과 그 안의 숨결들, 웃음들, 빈 들판의 눈물들, 쉼 없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한숨들을 코로 귀로 숨으로 느껴야 한다. 감전된 듯 감전된 듯 온몸을 떨어야 한다. 언젠가는 걷힐 안개에 뒤따르는 햇살, 뒤따라 날아오르는 새 떼들의 날갯짓 따위는 잠시, 어쩌면 오래도록 잊어야 한다.

 

 

바야흐로 때는 안개가 짙을 때, 어김없이 안개가 짙고, 지금 우리는 오직 이 안개에만 집중해야 한다.

 

 

 

 

언제나없이

 

 

언제나없이 꿈은

무덤에서 이루어진다.

 

 

무덤이 열리고

아이들이 쏟아진다.

우리가 남이가 얼굴이 없는

짝퉁 우리가 손을 내민다.

살짝 주먹을 말아 쥐었다.

저 주먹 속에는 무엇이 들었나.

저 주먹을 본 적이 있다.

저 주먹과 거래를 한 적이 있다.

그 거래는 무엇이었나.

 

 

뒷짐을 지고

한 아이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또 한 아이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또또 한 아이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무덤 앞에는 아직은

고개를 가로저은 아이들과

고개를 가로젓는 아이들뿐이다.

모두 걷고 있다.

제자리걸음이다.

 

 

언제나없이 꿈이

산허리 높이 올라앉아서도 낮은

무덤에서 틘다.

 

 

 

 

가위바위보

 

 

지나면 큰 집 대문 보이는 무덤가에

오래된 아이들이 왁자하다.

 

 

뒷짐을 풀고

한 아이가 손을 펼치면

또 한 아이가 손을 펼치고

또또 한 아이가 손을 펼친다.

머뭇머뭇 뒷짐을 풀고

머뭇머뭇 손을 펼친다.

 

 

왁자한 소리 마당은 꽃들 흐드러지게 핀 봄날인데

풍경은 아직 움 안 돋고 망울 안 맺은 겨울 산천이다.

 

 

한 아이가 손을 내밀면

또 한 아이가 손을 내밀고

또또 한 아이가 손을 내민다.

펼친 손은 언제 말아 쥐었을까.

내미는 손도 느닷없고

말아 쥔 손도 느닷없다.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가위……?

바위……?

왜?!……

내민 손들은 모두 허공을 향하고

손들이 갸웃하니 허공이 갸웃갸웃한다.

 

 

지나면 큰 집 대문 환하게 보여도

오래된 아이들 아무도 아직 무덤가를 못 뜨고 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22 [아침 詩 한수] - 오징어 2016-02-24 0 3378
1121 [아침 詩 한수] - 기러기 한줄 2016-02-23 0 3757
1120 열심히 쓰면서 질문을 계속 던져라 2016-02-21 0 3648
1119 남에 일 같지 않다... 문단, 문학 풍토 새로 만들기 2016-02-21 0 3487
1118 동주, 흑백영화의 마력... 2016-02-21 0 3468
1117 詩作初心 - 현대시의 靈性 2016-02-20 0 3497
1116 詩作初心 - 시에서의 상처, 죽음의 미학 2016-02-20 0 3233
1115 같은 詩라도 행과 연 구분에 따라 감상 차이 있다... 2016-02-20 0 3539
1114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詩의 다의성(뜻 겹침, 애매성) 2016-02-20 0 3950
1113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술 한잔 권하는 詩 2016-02-20 0 4084
1112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만드는 詩, 씌여지는 詩 2016-02-20 0 3543
1111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시의 비상 이미지 동사화 2016-02-20 0 3889
1110 무명 작고 시인 윤동주 유고시 햇빛 보다... 2016-02-19 0 4348
1109 윤동주 시집 초판본의 초판본; 세로쓰기가 가로쓰기로 2016-02-19 0 3991
1108 별이 시인 - "부끄러움의 미학" 2016-02-19 0 5144
1107 윤동주 유고시집이 나오기까지... 2016-02-19 0 5101
1106 윤동주 시인의 언덕과 序詩亭 2016-02-19 0 4032
1105 무명詩人 2016-02-18 0 3749
1104 윤동주 코드 / 김혁 2016-02-17 0 4026
1103 99년... 70년... 우리 시대의 "동주"를 그리다 2016-02-17 0 3843
1102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2016-02-17 0 3722
1101 윤동주와 송몽규의 <판결문> 2016-02-16 0 3750
1100 윤동주, 이 지상에 남긴 마지막 절규... 2016-02-16 0 3746
1099 詩와 함께 윤동주 발자취 더듬어보다... 2016-02-16 0 3419
1098 풍경 한폭, 우주적 고향 그리며 보다... 2016-02-16 0 3749
1097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시의 그로테스크 2016-02-15 0 4064
1096 오늘도 밥값을 했씀둥?! 2016-02-14 0 3975
1095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色은 상징 2016-02-14 0 3809
1094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시의 함축과 암시 2016-02-14 0 3284
1093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詩적 이미지 2016-02-14 0 3811
1092 벽에 도전하는것, 그것 바로 훌륭한 詩 2016-02-14 0 3477
1091 전화가 고장난 세상, 좋을씨구~~~ 2016-02-14 0 3587
1090 詩는 읽는 즐거움을... 2016-02-13 0 4501
1089 詩에게 생명력을... 2016-02-13 0 3566
1088 詩가 원쑤?, 詩를 잘 쓰는 비결은 없다? 있다? 2016-02-13 0 4028
1087 詩의 벼랑길위에서 만난 시인들 - 박두진 2016-02-12 0 3760
1086 詩人을 추방하라???... 2016-02-11 0 3126
1085 C급 詩? B급 詩? A급 詩?... 2016-02-11 0 3317
1084 詩의 벼랑길위에서 만나는 시인들 - 신석초 2016-02-10 0 4765
1083 풍유시로 사회를 고발한 백거이 2016-02-10 0 3807
‹처음  이전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