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9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정호승 - 별들은 따뜻하다
2016년 05월 01일 19시 02분  조회:4319  추천:0  작성자: 죽림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 일러스트=권신아
정호승(58)시인만큼 노래가 된 시편들을 많이 가진 시인도 드물다. 안치환이 부른 '우리가 어느 별에서'를 비롯해 28편 이상이다. 그의 시편들이 민중 혹은 대중의 감성을 일깨우는 따뜻한 서정으로 충만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뜻한 슬픔'으로 세상을 '포옹'하는 그의 시편들을 읽노라면 좋은 서정시 한 편이 우리를 얼마나 맑게 정화시키고 깊게 위로할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닫곤 한다.

그는 별의 시인이다. 그것도 새벽 별의 시인이다. 별이란 단어를 그보다 더 많이 쓴 시인이 또 있을까. 그가 바라보는 별에는 피가 묻어 있기도 하고 새들이 날기도 한다. 그의 별은 강물 위에 몸을 던지기도 하고, 그 또한 별에 죽음의 편지를 쓰기도 한다. 어쨌든 그런 별들도 어둠 없이는 바라볼 수 없으며, 밤을 통과하지 않고는 새벽 별을 맞이할 수 없다. 

이 시는 '하늘에는 눈이 있다'라는 단언으로 시작한다. 눈은 '보리밭길'을 덮는 눈(雪)이기도 하고 '진리의 때'를 지키는 눈(眼)이기도 할 것이다. 눈 내린 보리밭길에 밤이 왔으니 '캄캄한 겨울'이겠다. 겨울의 캄캄하고 배고픈 밤은 길기도 길겠다. '가난의 하늘'이니 더욱 그러하겠다. 진리의 때가 늦고 용서가 거짓이 될 때, 북풍이 새벽거리에 몰아치고 새벽이 다시 밤으로 이어질 때 그 하늘은 '죽음의 하늘'이겠다. 그런데 그런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얼마나 따뜻할 것인가.

우리 생의 팔할은 두려움과 가난과 거짓으로 점철된 어둠의 시간이다. 눈물과 탄식과 비명이 떨어진 자리에 피어나는 꽃, 그것이 바로 별이 아닐까. '슬픔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의/ 새벽은 언제나 별들로 가득한('슬픔을 위하여')' 법이다. 어두운 현실에서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시인의 의지가 '별'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리라. 그래서인지 그의 시는 가장 낮은 곳에서 밝다.

눈 내리는 보리밭길에 흰 첫 별이 뜰 때부터 북풍이 지나간 새벽 거리에 푸른 마지막 별이 질 때까지 총총한 저 별들에 길을 물으며 캄캄한 겨울을 통과하리라. 그 별들의 반짝임과 온기야말로 우리를 신(神)에 혹은 시(詩)에 가까이 가게 만드는 것이리라. 

(정끝별·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563 詩作을 할때 한쪽 다리를 들고 써라... 2016-07-28 0 3961
1562 詩속에 음악성을 듬뿍듬뿍 띄워야... 2016-07-27 0 3772
1561 흑룡강의 시혼과 함께...강효삼론/허인 2016-07-26 0 3813
1560 詩의 文脈은 山脈, 血脈 등과 간통해야 한다... 2016-07-26 0 4069
1559 보리피리 시인=파랑새 시인 2016-07-25 0 3527
1558 詩의 리론을 깨끗이 잊는것도 공부이다... 2016-07-25 0 3913
1557 詩의 언어는 암시성을 강하게 장치해야 한다... 2016-07-25 0 4041
1556 詩作은 도자기를 만드는것과 같다... 2016-07-23 0 3644
1555 詩作을 할때 詩적 은유를 많이 리용하라... 2016-07-21 0 4115
1554 詩란 진부한 표현을 말살하는 작업이다... 2016-07-20 0 4199
1553 詩란 內美之象적 언어를 뿜어내는 것... 2016-07-19 0 4028
1552 詩作은 그림을 그리는 것... 2016-07-18 0 3956
1551 詩란 의미전달목적과 론리설명언어표현도 아닌 정서적 울림! 2016-07-17 0 4015
1550 시어의 운률미/최균선//방순애시집평론/허인//김금용... 2016-07-15 0 4392
1549 詩란 전례를 타파하는것, 고로 쓰기가 힘든것... 2016-07-15 0 3849
1548 詩作은 풍부한 사유를 많이 하는 것... 2016-07-14 0 3907
1547 詩에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자... 2016-07-14 0 3586
1546 詩란 나와의 싸움의 결과물이다... 2016-07-12 0 3768
1545 詩作는 날마다 숙제를 하듯 쓰는 습관을 가져야... 2016-07-11 5 3842
1544 詩는 예리한 눈에서 탄생한다... 2016-07-11 0 3782
1543 詩作은 많은 문학적 경험에서 나온다... 2016-07-11 0 3997
1542 詩란 언어와의 사랑이다... 2016-07-07 0 3764
1541 詩란 고정관념틀을 깨고 그속의 비밀, 맘의 눈으로 보기 2016-07-06 0 4160
1540 [재미있는 詩뒷이야기]-杜牧 唐代詩人의 詩 <淸明>과 련관되여 2016-07-05 0 4954
1539 詩는 제천의식(祭天儀式)에서 유래 2016-07-05 0 3416
1538 李相和와 李陸史 2016-07-04 0 4364
1537 詩는 문학의 정점, 곧 시작과 끝... 2016-07-04 0 3917
1536 名詩들 앞에 선 초라하고 불쌍한 자아의 詩여!!! 2016-07-02 0 3383
1535 詩란 유산균이 풍부한 잘 곰삭은 맛깔스러운 국물! 2016-07-01 0 3803
1534 詩는 안이 밖이 되고 밖이 안이 되는 것... 2016-06-30 0 3807
1533 가짜 詩人과 진짜 詩人 2016-06-29 0 3528
1532 [생각하는 詩 여러 컷] - 탁발 / 소금 ... ... 2016-06-27 0 4094
1531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없다? 있다!... 2016-06-27 0 3894
1530 <조문(弔問)과 죽음 묵상> 시모음 2016-06-26 0 3932
1529 詩적 상상력을 키워야... 2016-06-25 0 4611
1528 詩作은 금기를 풀고 틀을 깨는것... 2016-06-25 0 4237
1527 詩는 時와 空을 초월해야... 2016-06-23 0 4788
1526 詩는 광고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다... 2016-06-23 0 4225
1525 [장마전, 한무더운 아침 詩 둬컷] - 밥 / 산경 2016-06-23 0 3707
1524 詩란 천장을 뚫고 하늘의 높이를 재보는것... 2016-06-21 0 4242
‹처음  이전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