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9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詩란 진부한 표현을 말살하는 작업이다...
2016년 07월 20일 23시 32분  조회:4174  추천:0  작성자: 죽림

[14강] 대상에 대한 표현.4 

강사/김영천 


4) 표현은 개성적이고 독창적으로 

언젠가 제가 여러분들께 강의하면서 "낯설게 하기"란 
문학적 용어를 사용하였을 것입니다. 이는 러시아의 
형식주의자 쉬클로프스키 등이 주장한 문학비평용어인 
데요. 쉽게 말하면 문학의 표현은 관습적이고 상투적인 
표현을 피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자주 접해서 익숙해져버린 표현은 아무의 관 
심도 끌지 못해서 좋은 글이 안된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그래서, 새롭고 참신한 
맛을 느끼게 하는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표현을 찾아 
내야 합니다. 

쉬클로프스키 이론을 보면 낯설게 하기를 세가지로 
나누는데 그 첫째 이론을 보면 "낯설게 하기는 어떤 
다른 양식에서 부터라도 문학, 즉 순전히 문학적인 
체계로 가려내는 방식으로 쓰인다고 했는데 이 말은 

문학이 아닌, 철학이나, 신문의 사설이나, 광고물이나 
과학의 설명이나 이런 것들과 문학이 다른 점은 
그 사용하는 글이 문학적이어야 한다. 즉 누가 읽어도 
참신하고 독창적이며 상투적이거나 관습적이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해도 다른 사람이 쓴 표현을 그 
대로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말하자면 여러분이 볼 때 초생달이 꼭 눈섭같이 생겼 
어도, 그 표현은 옛부터 많이 써서 참신하지 못한 것 
입니다. 
앵두 같은 입술, 백옥 같은 손, 마늘쪽 같은 코, 
뭐 이런 표현은 이미 많이 써서 진부한 표현입니다. 
이런 표현을 쓰면 좋은 시가 안됩니다. 
다른 사람이 미처 보지 못한 말, 아직 발견하지 못한 
표현을 자기만의 눈으로 찾아내야하는 것입니다. 

옛날 강의하고 조금 중복되는 감이 있습니다만. 
복습하는 차원에서 다시 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눈은 이미 알고 있는 부분만을 기계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고 여기므로 
사물은 더 이상 새롭거나 경이롭지 않지요. 
나는 이미 별 것으로 보지 않는 물건도 집에 찾아온 
다른 사람들은 깜짝 놀랠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있 
습니다. 사실 내가 구할 때도 그렇게 좋아서 구했지만 
늘 보면서 그 사물에 대해 자동화되고 관습화된 시선 
을 보내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주말을 맞아 바람쏘이러 가는 곳도, 새로운 곳 
에 가기를 바랍니다. 마찬가지로 시로 쓰이는 단어들이 
새로운 것이어야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겠지요. 
그런 간단한 이치입니다. 

여기서 천양희님의 <그믐달>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달이 팽나무에 걸렸다 

어머니 가슴에 
내가 걸렸다 

내 그리운 山 번지 
따오기 날아가고 

세상의 모든 딸들 못 본 척 
어머니 검게 탄 속으로 흘러갔다 

달아 달아 
가슴 닳아 
만월의 채 반도 못 산 
달무리 진 어머니,. 

조태일님의 해설을 여기 덧붙이니 한번 들어보십시오 

"예로부터 하늘에 걸려 있는 둥근 보름달은 자애로운 
어머니의 표상이 되곤 했다. 세상 만물을 두루 감싸 
안듯 둥글고 넉넉한 모습과, 삼라만상을 어린 새끼로 
여기며 가슴에 품어 젖을 물린 것처럼 부드럽게 흐르 
는 달빛은 영락없는 어머니의 이미지이다. 

그래서 위의 시 역시 달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린 것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그믐 달에서 가슴이 닳은 
어머니의 모습을 본 것은 시인의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 
즉 "가슴닳아/만월의 채 반도 못 산/달무리 진 어머니" 
라는 구절은 새로운 그믐달에 대한 표현으로 아주 개성 
적이고 독창적인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또 "달이 팽나무에 걸렸다"와 대비해서 "어머니 가슴에/ 
내가 걸렸다" 하는 표현을 씀으로서 마치 팽나무에 
달이 창백하게 걸린 것처럼, 내가 어머니의 가슴에 
대롱대롱 내 걸린 달처럼 항상 어머니의 가슴에 걸려 
있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놀라운 표현입니다. 

이런 표현은 이 시인 외에는 아직도 전무 후무합니다. 

이번에는 박라연님의 <풍란>을 읽어보겠습니다. 

살면서 
가장 목이 마를 때 
긴 물관부를 흔들어 꽃눈을 튼다. 
터서는 1백일 지지 못해 
향기로운 혀 내밀고 서 있다. 
밤이면 
하얀 뿌리털 잘게 흔드는 한숨 소리 
떠날 날을 미리 알고 
한 점 벼랑에서도 대를 잇는 뿌리들아 
이 땅의 잡초보다 처절하구나 
숨진 네 그리움의 뿌리를 
풀이끼로 포근히 감싸준 그날 
삐죽이 고개 내민 새끼 촉 하나 
아하, 서로의 눈빛만으로 
새끼를 치는구나 사랑하므로 
헤어져 사는 너희들은 

여러분 중에 풍란을 길러보신 분들은 아주 실감이 
생생할 것입니다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을 
드리지요. 
풍란은 남쪽 섬의 해안가에 많은데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소엽풍란이라고 부르는 것이고요. 대엽풍란 
이라하는 것은 학명으론 나도풍란이라 합니다. 
그들은 기근(氣根) 즉 공기중에 뿌리를 내서 거기 
에서 질소를 흡수하는 특이한 식물로 바위나 나무 
등에 착근하여 산답니다. 


풍란(소엽풍란) 

나도 풍란(대엽풍란) 

위시에서 우리에게 탁 뛰는 표현이 몇 군데 보입니다. 

"살면서 
가장 목이 마를 때 
긴 물관부를 흔들며 꽃눈을 튼다." 

이 것은 꽃을 피우기 위해 꽃대가 하얗게 올라오는데 
그 것을 긴 물관부로 보고, 아주 간절히 목이 마를 때 
물관부를 흔들며 꽃눈을 튼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런 좋은 표현은 
생각지도 못해보았지요. 
또 "아하, 서로의 눈빛만으로/새끼를 치는구나 사랑 
하므로/헤어져 사는 너희들은"이라는 구절을 보면 
참 기가 막힌 표현이지요. 

좋은 시 또 한 편 감상하고 오늘 강의는 마치기로 
하겠습니다. 오늘 강의한 부분은 지금 기성 시인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늘 목표로는 삼되 당장에 그런 표현을 찾지 못함을 
실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것은 수 년 내지 수 
십년을 노력하고 공부해야 겨우 이룩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성선님의 <낙산사 노래>를 한 번 읽어보시지요. 

암자 안에 바다를 다 잠글 수 있다면 
내 주머니 속에 바다를 
감추고 떠돌 수 있다면 
저 無音의 山노래가 더 잘 들리리. 
오늘 아침에 가까이 설악이 또 
구름의 옷고름 풀어 
내게 속가슴 보이는구나. 
여기 오래 앉아 있으려 하였으나 
다시 떠나야겠다. 
사람 없는 곳에 사람을 찾아 
소리 없는 곳에 소리 하나 찾아 
산아, 너의 무반주 노래 
너의 무반주 육체 속에 
하룻밤 파계로 일박. 
그래도 못찾으면 
더 멀리 떠돌다가 
어느 산노을에 감추어진 
작은 꽃잎 속에 일박.

 

==================================================

 


 

 

 

보름 
―장승리(1974∼)

 

 

설익은 감이 옥상 계단 위로 떨어진다
쿵, 쿵쿵 누가 누굴 때리는 소리 같다
자고 있던 강아지들이 벌떡 일어나
동시에 짖어댄다
썩은 과즙이 누렇게 변색된 감 주위를
달무리처럼 에워싸고 있다
어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일까 저 달은
썩는 순간부터 눈부셔지는 달빛을 뭐라고
부르나요 당신은
자고 있던 사람도 벌떡 일어나
컹컹 짖게 만드는
그 옛날 끝없는 계단으로 떨어진
오늘 밤 저 달은
누가 누굴 계속 때리는 소리 같은데


옥상 계단에 감이 떨어진다니 단층집인가 보다. 아마 단독주택일 테다. 주위가 아주 조용할 때였을 것이다. 벽 너머에서 설익은 감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옥상 계단을 설익은 감이 굴러 떨어지는 ‘쿵, 쿵쿵’ 소리에 ‘자고 있던 강아지들이 벌떡 일어나/동시에 짖어댄다’. 뭣 모르고 짖어대던 강아지들은 이내 아무 생각 없이 다시 잠들었을 테다. 화자 혼자 바깥에 나가 본다. 강아지 한 마리쯤은 따라 나왔으려나. 화자의 짐작대로,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 여기저기 감이 떨어져 있다. 어떤 감은 여러 날 전에 떨어져 ‘썩은 과즙이 누렇게 변색된 감 주위를/달무리처럼 에워싸고 있다’. 하늘엔 두둥실, 미끈히 무르익은 보름달. ‘어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일까 저 달은.’ 여기부터 감은 달로 마술적 변화를 일으킨다. 어쩌면 화자를 밖으로 끌어낸 것은 감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달빛일지도 모른다. 설익은 채 떨어져 흠집이 난 감이 ‘그 옛날 끝없는 계단으로 떨어진/오늘 밤 저 달’로 교차하는 상념들. 보름날의 만월은 화자의 마음을 때린다. ‘자고 있던 사람도 벌떡 일어나/ 컹컹 짖게’ 만든다. 누군가와의 관계가 추락해 굴러 떨어지던 기억이 화자를 달무리처럼 에워싸고 있다. 달빛 아래서 으깨진 감을 내려다보던 화자는 옥상에 올라가 옛 기억을 더듬으며 한참을 서성거렸을 테다. 달이 너무 환해서! 

감 하나 떨어진 거 갖고 이토록 섬세한 사유를 펼치누나. 시인이여!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563 詩作을 할때 한쪽 다리를 들고 써라... 2016-07-28 0 3955
1562 詩속에 음악성을 듬뿍듬뿍 띄워야... 2016-07-27 0 3752
1561 흑룡강의 시혼과 함께...강효삼론/허인 2016-07-26 0 3792
1560 詩의 文脈은 山脈, 血脈 등과 간통해야 한다... 2016-07-26 0 4062
1559 보리피리 시인=파랑새 시인 2016-07-25 0 3522
1558 詩의 리론을 깨끗이 잊는것도 공부이다... 2016-07-25 0 3884
1557 詩의 언어는 암시성을 강하게 장치해야 한다... 2016-07-25 0 4017
1556 詩作은 도자기를 만드는것과 같다... 2016-07-23 0 3637
1555 詩作을 할때 詩적 은유를 많이 리용하라... 2016-07-21 0 4111
1554 詩란 진부한 표현을 말살하는 작업이다... 2016-07-20 0 4174
1553 詩란 內美之象적 언어를 뿜어내는 것... 2016-07-19 0 4019
1552 詩作은 그림을 그리는 것... 2016-07-18 0 3924
1551 詩란 의미전달목적과 론리설명언어표현도 아닌 정서적 울림! 2016-07-17 0 4005
1550 시어의 운률미/최균선//방순애시집평론/허인//김금용... 2016-07-15 0 4384
1549 詩란 전례를 타파하는것, 고로 쓰기가 힘든것... 2016-07-15 0 3823
1548 詩作은 풍부한 사유를 많이 하는 것... 2016-07-14 0 3868
1547 詩에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자... 2016-07-14 0 3573
1546 詩란 나와의 싸움의 결과물이다... 2016-07-12 0 3746
1545 詩作는 날마다 숙제를 하듯 쓰는 습관을 가져야... 2016-07-11 5 3840
1544 詩는 예리한 눈에서 탄생한다... 2016-07-11 0 3762
1543 詩作은 많은 문학적 경험에서 나온다... 2016-07-11 0 3976
1542 詩란 언어와의 사랑이다... 2016-07-07 0 3756
1541 詩란 고정관념틀을 깨고 그속의 비밀, 맘의 눈으로 보기 2016-07-06 0 4135
1540 [재미있는 詩뒷이야기]-杜牧 唐代詩人의 詩 <淸明>과 련관되여 2016-07-05 0 4925
1539 詩는 제천의식(祭天儀式)에서 유래 2016-07-05 0 3378
1538 李相和와 李陸史 2016-07-04 0 4342
1537 詩는 문학의 정점, 곧 시작과 끝... 2016-07-04 0 3890
1536 名詩들 앞에 선 초라하고 불쌍한 자아의 詩여!!! 2016-07-02 0 3364
1535 詩란 유산균이 풍부한 잘 곰삭은 맛깔스러운 국물! 2016-07-01 0 3799
1534 詩는 안이 밖이 되고 밖이 안이 되는 것... 2016-06-30 0 3778
1533 가짜 詩人과 진짜 詩人 2016-06-29 0 3503
1532 [생각하는 詩 여러 컷] - 탁발 / 소금 ... ... 2016-06-27 0 4091
1531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없다? 있다!... 2016-06-27 0 3888
1530 <조문(弔問)과 죽음 묵상> 시모음 2016-06-26 0 3907
1529 詩적 상상력을 키워야... 2016-06-25 0 4586
1528 詩作은 금기를 풀고 틀을 깨는것... 2016-06-25 0 4236
1527 詩는 時와 空을 초월해야... 2016-06-23 0 4758
1526 詩는 광고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다... 2016-06-23 0 4222
1525 [장마전, 한무더운 아침 詩 둬컷] - 밥 / 산경 2016-06-23 0 3668
1524 詩란 천장을 뚫고 하늘의 높이를 재보는것... 2016-06-21 0 4218
‹처음  이전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