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미스 코리아라든지 미스 유니버스 따위를 아름다움으로 신용할 수 없어. 그들에게는 잡지의 표지나 사진관 앞에 걸린 그림처럼 혼이 없기 때문이야. 아름다움을 정치처럼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것은 정말 우스운 일이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아름다움을 드러내기보다는 모독하고 있는 거야. 아름다움이란 겉치레가 아니기 때문이지. 상품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야. - 法頂 <無所有> '아름다움' 중에서
* 언젠가 버스 종점에서 여차장들끼리 주고받는 욕지거리로 시작되는 말을 듣고 하도 불쾌해서 그 차에서 내리고 말았다. 고물차에서 풍기는 휘발유 냄새는 골치만 아프면 그만이지만, 욕지거리는 듣는 마음속까지 상하게 하니 말이다. 그것은 인간의 대화가 아니라 시궁창에서 썩고 있는 추악한 악취야. 그러한 분위기 속에 잠시라도 나를 빠지게 할 수가 없었어. - 법정 <무소유> '아름다움' 중에서
* 그러니까 아무개를 안다고 할 때 우리는 그의 나타난 일부밖에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데서 우리는 불쑥 그와 마주칠 때가 있다. 길가에 무심히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풀꽃이 때로는 우리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듯이.
- 법정 <무소유> '相面' 중에서
* 따지고 보면, 본질적으로 내 소유란 있을 수 없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물건이 아닌 바에야 내 것이란 없다.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게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버리는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나의 실체(實體)도 없는데 그 밖에 내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한동안 내가 맡아 있을 뿐이다. - 법정 <무소유> '本來無一物' 중에서
*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 한낮의 기온에는 아랑곳없이 초가을의 입김이 서서히 번지고 있는 근일(近日). 이른 아침 우물가에 가면 성급한 낙엽들이 흥건히 누워 있다. 가지 끝에 서성거린 안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져버린 것인가. 밤 숲을 스쳐가는 소나기 소리를 잠결에서 자주 듣는다. 여름날에 못다 한 열정을 쏟는 모양이다. 비에 씻긴 하늘이 저렇듯 높아버렸다. 이제는 두껍고 칙칙하기만 하던 여름철 구름이 아니다. - 법정 <무소유> '復元 佛國寺'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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