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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건초더미에서 겨우겨우 찾을수 있을가말가 하는 시를 쓰라...
2016년 12월 26일 18시 50분  조회:2477  추천:0  작성자: 죽림




詩창작 실기에 대한 단상-김경수 



4. 詩 쓸 때, 불현듯 떠오르는 詩적 영감은 어떻게 詩화할 것인가, 


나는 서정을 느낄 때 뜻 모를 선율의 부딪힘을 깨닫는다. 

나의 경험으로 그것은 거의 완전 투명한 선율, 그것의 순도를 가지는 것이다. 

때로는 몇 주일, 몇 달 흥얼거리는 상태가 지속되지만 완강하게 언어의 의상을 거부하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순수한 가락으로서 모든 감정을 애절한 흥얼거림으로 순화시키고 투명하게 용해시켜 그 흥얼거림이 언어를 용납해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진종일 흥얼거릴 뿐이다. 허지만 이와 같은 상태가 시일이 흐름에 따라, 약화되고 처지기 시작하게 된다. 

그 무렵에 이르러 그것은 이미지를 환기시키고 세계의 사상과 융합되며 시적 표현의 불순물, 즉 언어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언어의 건반 위에서 멜로디를 육화할 수 있는 심적 안정과 침착성을 얻게되고, 

뜻모를 것으로 소멸하게 되고 또 다를 성질의 선율이나를 사로잡게 되는 것이다. 

山은 九江山/ 보라빛 石山/ 山桃化/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 슴/ 발을/ 씻는다. 

-박목월. -산도화 당시에 쓴 작품, 

이것이 7.5조를 바탕에 깔고 있음을 제작 당시에는 의식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문제는 이점이다. 내게 있어 '뜻모를 선율' 은 그것이 수그러지는 일종의 여운 적인 상태에서 시적 형상을 입게되고 선율 자체에 의존하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수그러진 상태라는 것은 공간적 확대를 의미하며 그러므로 한결 객관적 침착성이나 냉정성을 지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5. 詩의 언어는 일상어와 다른 것인가, 


시는 일차적으로 관념적, 추상적, 직설적 진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예) 내 마음은 슬프다 --- 이 문장은 시적 진술이 될 수 없다. 

즉, 시적 화자가 주관적으로 체험한 특별한 감정반응을 표현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예)내 마음은 벌레 먹은 능금이다 

이처럼 시는 시인 자신에게 환기된 독특한 감정 이입이 형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언어의 사용에 있어서 정보소통을 중심으로 한 인식적기능을 떠나서 별도의 미적기능을 말하기란 어렵다. 

그렇지만 미적인 것의 영역이 매우 넓어서 그것이 어떻다고 한마디로 정의 하기란 어렵다. 

한 예를 들기로 하자.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 저기 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황동규. 

조그만 사랑노래 매우 쉽게 쓰여진 이 詩에는 '어제, 편지, 그대, 길, 어린 날, 사랑, 저녁하늘 몇 송이 눈' 등의 詩어가 사용된다. 

이들 언어들은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일상용어인 동시에 어감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여 詩에 자주 동원하는어휘들이다. 

이 詩는 '조그만 사랑노래'라는 제목에 걸맞게 그다지 논리적일 필요도 없고 또 뭔가 철저히 일상생활에 가까워야 한다는 강박관념과도 거리를 둔, 평범한 어휘들로 구성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 詩는 詩에 대한 잘못된 관념들 즉 뭔가 현학적이어야 한다던가 대단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반성하게 하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詩의 인식적 측면은 무시할 수 없다. 

'얼굴을 가리고 박혀있는 돌'들과 '눈뜨고 떠다니는 몇 송이 눈' 이 환기하는 불안과 불온의 심리적 배경이 그것이다. 

남쪽에선 과수원 입김이 익는 냄새/ 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산 위에 마른풀의 향기/ 들 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 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 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 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 상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어... -김현승. 가을향기 1,2연에서 가을 향기를 맡는다. 

과수원의 사과 마른풀과 장미 등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4연에 이르러서는 생명의 소멸이라든가, 인간의 이별에 대해 좀더 높은 질서를 부여한다. 

죽어 없어져도 거기에는 '풍성한 향기'가 남으며 상하였지만 아름답다는 것, 

그리하여 '높고 깊은 하늘'이 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쯤이면 앞에 둔 황동규의 시도 그저 단순한 서정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몇 마디 시어에도 이처럼 인식적 기능과 미적 기능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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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개구리처럼 앉지 마시고 여왕처럼 앉으세요”

―데니즈 두허멜(1961∼ )

―필리핀 어느 대학의 여자 화장실 벽에 쓰인 낙서
제멋에 살기를 잊지 말라, 멋 부리기를 잊지 말라.
세상은 여드름투성이 소녀에게 보상하지 않는다.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머리채에 광채를 내는 샴푸를 사라.
머릿결이 직모라면 파마를 해라.
제멋에 살기를 잊지 말라, 멋 부리기를 잊지 말라.
숨결은 박하 향이 나도록 하고 이는 희고 깨끗이.
손톱은 매니큐어 발라서 반짝이는 진주 열 개로.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웃음 지어라. 특히 기분이 더러울 때.
차를 운전하면서 급회전할 때에는 머리를 숙여라.
제멋에 살기를 잊지 말라, 멋 부리기를 잊지 말라.
욕망에 자신을 내맡기지 말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야
사교춤 출 때 치맛자락을 추켜올릴 수 있지.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교수와 혼인하지 말고 학장하고 해라.
왕하고 혼인하지 백작하고는 하지 마라.
제멋에 살기를 잊지 말라, 멋 부리기를 잊지 말라.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한국어판으로 발행한 ‘2006 미국 올해의 가장 좋은 시’에서 옮겼다. 이 시선집의 편집자로 시를 선정한 빌리 콜린스(시인)가 쓴 서문 제목이 ‘시의 건초더미에서 찾은 75편의 바늘’이다. 해마다 거듭 탈락된 ‘건초더미’ 시인들의 불쾌감을 언급하며 그는 ‘제목은 기껏해야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고, ‘그럭저럭 읽을 만한 시’라는 시집에 독자의 손이 선뜻 가겠느냐고 눙친다.
 

 

여대생과 여왕처럼 변기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있을까. 새침한 여대생도 고고한 여왕님도 거기서 거기일 화장실에서 취할 자세가 떠오르면서 빙긋 웃게 되는 화장실 낙서. 그에 촉발된 요즘 젊은 여성의 살아가는 모습과 생각을 나열하며 언뜻 부추기는 모양새다. ‘멋 부리기’는 기본! 화장 안 해도 예쁜 나이라는 건 네 라이벌들이 지어낸 거짓말이다. 몸을 가꾸는 데 돈과 시간을 투자해라. 그렇게 해서 기껏 멋진 여인이 돼도 아무 남자나 만나면 ‘꽝’이니라! 최고의 남자를 만나라. 좌식변기에서는 여왕인들 개구리처럼 앉을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해라. 

결혼을 신분 상승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젊은 여인에게 결혼시장에서 상품 가치를 높일 지침을 이리 내려주시는 이는 아마 신붓감의 어머니이리. 젊은 여인들이여, 이런 삶에 완전 공감인가요? 여하간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는 건 바람직한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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