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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자기자신의 원고를 "퇴고"할줄 알아야...
2017년 06월 15일 23시 51분  조회:2435  추천:0  작성자: 죽림

퇴고 

일단 완성된 글, 즉 초고를 다시 읽어 가며 다듬는 일을 ‘퇴고’라 한다. 
퇴고는 한 편의 글을 더 매끈하고 충실한 글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므로, 
퇴고의 요령은 이제까지 우리가 배워 온 작문의 절차에 관한 갖가지 요령, 
주의사항 등과 거의 일치한다. 

(1) 퇴고의 원칙 

① 부가의 원칙 : 미비한 부분, 빠뜨린 부분을 첨가·보충하면서 표현을 자세하게 한다.
② 삭제의 원칙 : 불필요한 부분,지나친 부분, 조잡하고 과장이 심한 부분 등을 삭제하면서 
                       표현을 간단 명료하게 한다.
③ 재구성의 원칙 : 글의 순서를 바꾸거나 어휘를 바꾸어 효과를 더 높 일 수는 없는가를 
                      살펴본다. 적절한 것으로 변경하여 주제 전개의 양상을 고쳐 나간다. 

(2) 퇴고의 방법 

① 전체의 검토
가. 주제는 처음에 글을 쓴 의도 및 동기와 일치하는가?
나. 주제 외의 다른 부분이 오히려 강조되어 주제가 흐려지지 않았는가?
다. 주제를 뒷받침하는 제재가 주제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쉽게 씌여져 있는가? 

② 부분의 검토
가. 문단 간의 연결이 잘 되어 있으며, 중요도에 따라 적절한 비율이 지켜 지고 있는가?
나. 문단이나 문장 간의 접속 관계에서 논리적인 모순은 없는가?
다. 비문이나 모호한 문장은 없으며, 효과적인 문장으로 되어 있는가? 

③ 어휘의 검토
가. 글의 주제와 분위기에 알맞은 어휘를 선택했는가?
나. 적절하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표현했는가? 

④ 표기법 및 문장 부호의 검토
가. 맞춤법 및 띄어쓰기가 바르게 되어 있는가?
나. 문장 부호의 사용은 적절한가? 

⑤ 자연스러움의 검토:소리를 내어 읽어 보았을 때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곳은 없는가? 
⑥ 최종적인 검토 : 퇴고를 다 끝내고 나서 다시 한 번 부족한 곳이 없는 지 살펴본다. 

(3) 퇴고할 때의 유의할 점 

①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읽게 하여 충고를 듣는다.
② 낭독해 가며 어색한 곳을 고친다.
③ 적어도 서너 번 정도 읽고 수정한다.
④ 참고 서적을 적절히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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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보자기 ―이준관(1949∼ )

어머니가 보자기에 나물을 싸서 보내왔다
남녘엔 봄이 왔다고.
머리를 땋아주시듯 곱게 묶은
보자기의 매듭을 풀자
아지랑이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남녘 양지바른 꽃나무에는
벌써 어머니의 젖망울처럼
꽃망울이 맺혔겠다.
바람 속에선 비릿한 소똥 냄새 풍기고
송아지는 음메 울고 있겠다.
어머니가 싸서 보낸 보자기를
가만히 어루만져 본다.
식구들의 밥이 식을까봐
밥주발을 꼭 품고 있던 밥보자기며,
빗속에서 책이 젖을까봐
책을 꼭 껴안고 있던 책보자기며,
명절날 인절미를 싸서
집집마다 돌리던 떡보자기며,
그러고 보면 봄도 어머니가
보자기에 싸서 보냈나 보다.
민들레 꽃다지 봄까치풀꽃 
한 땀 한 땀 수놓아 만든
꽃 보자기에 싸서.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봄은 한 걸음 다가왔다 두 걸음 물러나는 듯 안타까이 더디 온다. 어쨌든 무슨 일이 있어도 어김없이 시간은 가고 봄은 제가 오고 싶건 말건 기어이 오게 돼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메리 올리버 산문집 ‘휘파람 부는 사람’에 한 해의 이맘때 썼을 구절이 있다. ‘지치고 졸린 겨울은 긴긴 밤에 천천히 달을 윤나게 닦고 북쪽으로 물러난다. 겨울의 몸이 줄어간다. 녹아간다.’ 그 달은 우리에게 정월 대보름달이다. 대보름달이 기울면서 겨울의 몸은 사뭇 줄어가리라. 다음 보름달은 봄으로 차오른 달이리라.

‘어머니가 보자기에 나물을 싸서 보내왔다/남녘엔 봄이 왔다고’, 아직 겨울인 듯 몸과 마음이 움츠러져 있던 화자는 어머니가 보자기에 싸 보낸 나물에 뭉클해진다. 남녘엔 벌써 봄이 왔구나. 이렇게 보내주자고 어머니는 봄이 오자마자 부지런히 나물을 캐셨구나. 남녘, 고향의 봄같이 따사롭고 한결같은 어머니의 정! 그 손길로 ‘곱게 묶은/보자기의 매듭을 풀자’ 코를 싱글거리게 하는 나물 냄새와 함께 ‘아지랑이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단다. 어린 날의 화자가 나물 캐는 어머니 곁에서 보았을, 봄 들판에 피어오르던 그 아지랑이! 

다용도로 톡톡히 쓰이던 어머니의 보자기를 기억 속에서 정답게 떠올리며 화자는 ‘그러고 보면’ 어머니가 이번에는 봄을 보자기에 싸서 보낸 거라고 흥겨워한다. 화자를 감싸듯 나풀나풀 내려오는 봄, 어머니의 꽃 보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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