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쉼터] - 사랑의 노래는 학습되지 않는 막무가내의 모든 것...
2017년 01월 15일 11시 42분  조회:3130  추천:0  작성자: 죽림

[이주엽의 이 노래를 듣다가] =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양희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중

 
이미지 크게보기
양희은 앨범 ‘1991’

사랑은 짧고 슬픔은 길다. 생(生)의 대부분은 그 짧았던 사랑의 후일담이다. 사랑은 생의 가장 높은 곳까지 치솟았다가 슬픔의 가장 깊은 바닥으로 떨어져야만 하는 비극적 운명에 닿아 있다. 한순간 불꽃처럼 확 타오르는 것, 그 뜨거움에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것, 그 짧은 순간에 전 생애를 걸고 싶은 것, 그 간절하고 아름다운 '헛것'이 사랑이다. 사랑에 취해 우린 덧없고 가여운 이승을 겨우 건너간다.

가수는 노래한다.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난다"고. 그렇다. 사랑이 지나간 뒤에 도대체 무엇이 남을 것인가. 목젖이 뜨거워지는 이 처연한 고백 앞에서 나는 속수무책이다.

비루하고 너절한 일상을 견딜 수 없을 때, 문득 구원처럼 사랑은 온다. 그때 세상은 은밀히 숨겨둔 황금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른다. 사소했던 모든 풍경이 "날 위해 빛나기" 시작하며, 사랑의 힘으로 세상은 재구축된다. 그러므로 사랑과 혁명의 낭만성은 같은 것이다. 실패한 혁명가처럼, 사랑이 끝난 뒤엔 찬란했던 영지(領地)를 잃고 망명객이 되어 떠돈다. 그 눈물겨운 폐허 위에서 가수는 탄식한다. "모든 것이 그 빛을 잃어버렸다"고. 사랑은 전부(全部)이거나 전무(全無)다.

양희은이 나이 마흔에 발표한 이 불후의 연가는, 처연하나 슬픔을 터뜨리지 않고 꾹꾹 눌러 노래한다. 음악 평론가 강헌의 표현대로 "청승의 습기가 제거된" 목소리로 사랑의 황홀함과 허망함, 그리고 사랑이 남긴 폐허의 쓸쓸함을 담담하게 얘기한다. 노래는 귀로 들어와 가슴 한쪽에 슬픔의 웅덩이를 남긴다. 그것을 들여다보며 우린 밤새 술잔을 기울여야 한다.

이 노래의 주인공 또 한 명은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 이병우다. 양희은의 가사와 노래도 아름답지만, 이병우의 고전적 멜로디와 유려한 연주는 단연 발군이다. 지금은 영화 음악가로 더 유명하지만, 조동익과 함께 결성했던 '어떤날' 시절부터 보여준 그의 작곡·연주 능력은 시대를 앞서간 비범한 것이었다.

기타 한 대와 목소리만으로 이뤄진 미니멀한 편곡이지만 노래는 더없이 충만하다. 기타가 음을 조심스럽게 풀어놓으면 보컬은 그 속으로 침잠한다. 보컬이 격정으로 치달으면 기타가 그 슬픔을 앞질러 가 공간을 넓힌다. 둘의 조밀한 대화로 만들어 낸 이 음악적 비경(秘境)은 깊고도 아늑하다. 이후에 많은 일급 가수와 성악가가 앞다퉈 리메이크 버전을 발표했지만, 그 누구도 원곡의 성채 근처에 이르지 못했다.

이 노래가 실린 양희은의 앨범 '1991'은 발표한 해를 제목으로 삼았다. 그때 양희은은 성공의 정점을 지나 세속의 기대와 시선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마흔 나이였고, '어떤날'의 음악적 성과를 뒤로하고 해외 유학 중이었던 이병우는 거칠 것 없던 스물일곱 나이였다.

발라드와 댄스뮤직이 음악 시장을 양분하던 그해에,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단 두 소리만으로 채운, 시대를 역행한 명반 하나를 우리에게 선물했다. 모든 트랙이 투명한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이 음반은, 노래의 본령이 쇼가 아니라 자기 성찰임을 새삼 일깨웠다.

사랑은 영원히 치정이다. 학습되지 않고 통제되지 않는 막무가내의 것이다. 노래처럼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에 이르는 길은 아득하고 멀다. 누군가의 곁에 있어도 외롭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이다.

 

 

ⓒ 조선일보 /이주엽 작사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50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2) 2017-05-05 0 2793
449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 2017-05-05 0 2561
448 시인은 자국자국마다 시향을 흩날려야... 2017-05-05 0 2778
447 시의 파문이 느리게 오래 지속되는 시를 써야... 2017-05-05 0 2438
446 시인은 위대한 상상력의 소유자이다... 2017-05-05 0 2448
445 시는 자기 자신의 삶을 발견하는것이다... 2017-05-05 0 2119
444 [고향문단소식] - 시내물 흘러 흘러 강물이 되여 바다로 간다... 2017-05-04 0 2374
443 시인은 령혼이 없는 시, 5차원이 없는 시를 쓰지 말아야... 2017-05-04 0 2256
442 시인은 함께 하는 눈과 멀리 보는 눈이 있어야... 2017-05-04 0 2282
441 시인은 화폭같은 이미지를 잘 구사할줄 알아야... 2017-05-02 0 2657
440 시는 짧은 속에서 시인의 시력과 시야가 압축되여 있어야... 2017-05-01 0 2308
439 시인은 언어란 이 괴물을 쉽게 휘여잡을줄 알아야... 2017-05-01 0 2343
438 시인은 고독한 원을 긋으며 도망친다... 2017-05-01 0 2357
437 시란 잘 고양된 수학이다... 2017-05-01 0 2920
436 [시문학소사전] - "이미지스트"란?... 2017-05-01 0 3638
435 [시문학소사전] - "무운시"란?... 2017-05-01 0 3562
434 시인은 자기자신만의 시론으로 시창작에 림하면 행복하다... 2017-04-30 0 1954
433 시의 정신활동은 가장 중요하게 통찰력과 상상력 이다... 2017-04-30 0 2217
432 시를 배울 때 이전에 배운 지식들을 다 버리시ㅠ... 2017-04-30 0 2138
431 시를 공부하는 과정에는 "이미지"가 한 필수조건 이다... 2017-04-30 0 2258
430 시지기라는 눔에게 "치매 걸린 엄마"라도 있었으면... 2017-04-30 0 2137
429 시인은 고독을 줄기차게 친구 삼고 문제의식을 늘 가져라... 2017-04-30 0 1954
428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2017-04-24 0 3172
427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크릴로프의 우화를 읽게 해야... 2017-04-24 0 3077
426 시란 무경계 세상에서 희노애락의 꽃을 꽃피우는 행위이다... 2017-04-24 0 2475
425 시인은 자기자신만의 시를 찾아야 생명력이 있다... 2017-04-23 0 1896
424 "시인"이랍시고?-, 당신의 "구두"는 젖어보았는가... 2017-04-21 0 2288
423 윤동주 묘비의 각인을 살펴보다... 2017-04-21 0 3418
422 아프리카 세네갈 대통령 시인 - 상고르 2017-04-20 0 2537
421 시인은 시를 오랫동안 삭힐줄 알아야... 2017-04-20 0 1893
420 [쉼터] - "연변말"이 "마지막 수업"으로만 되지 말기만을... 2017-04-19 0 2341
419 아리랑은 영원한 아리랑이다... 2017-04-19 0 2160
418 시속에 무르녹아 있는 시어와의 만남을 류의하라... 2017-04-19 0 2518
417 [시문학소사전] - "산문시"란?... 2017-04-19 0 3002
416 하나가 여럿이고, 여럿이 하나이다... 2017-04-19 0 2425
415 절대적으로 정신을 차려야 할 편집들께= "표절은 절대 금물" 2017-04-18 0 2661
414 그대들의 마음속엔 어떤 나무를 심었는가?!... 2017-04-18 0 2082
413 <화투> 잡설시 2017-04-18 0 2418
412 서사시는 敍事詩로서 장시(長詩)이다... 2017-04-18 0 2115
411 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서사시를 지은 시인 - 호메로스 2017-04-18 0 2491
‹처음  이전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