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2017년 07월 24일 06시 18분  조회:2372  추천:0  작성자: 죽림

한용운 시 모음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

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

(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

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

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배기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

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잎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

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

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나룻배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사랑하는 까닭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주검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나의 꿈   


당신이 맑은 새벽에 나무 그늘 사이에서 산보할 때에 나의 꿈은 작은 별이

되어서 당신의 머리 위에 지키고 있겠습니다

당신이 여름날에 더위를 못 이기어 낮잠을 자거든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당신의 주위에 떠돌겠습니다

당신이 고요한 가을밤에 그윽히 앉아서 글을 볼 때에 나의 꿈은 귀뚜라미가

되어서 책상 밑에서 「귀뚤귀뚤」 울겠습니다

 

 

 

복 종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더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

니다.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행 복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합니다.

나는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정발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겠습니다.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을 미워하는 고통도 나에게는 행복입니다,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미워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얼마나 미워하겠습니까.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는다면,

그것은 나의 일생에 견딜 수 없는 불행입니다.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자 하여

나를 미워한다면, 나의 행복은 더 클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원한의 두만강이 깊을수록

나의 당신을 사랑하는 행복의 백두산이 높아지는 까닭입니다.

 

 

 

사랑의 존재 

 

사랑을 사랑이라고 하면, 벌써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을 이름지을 만한 말이나 글이 어디있습니까.

미소에 눌려서 괴로운 듯한 장미빛 입술인들 그것을

스칠 수가 있습니까.

눈물의 뒤에 숨어서 슬픔의 흑암면(黑闇面)을 반사하는

가을 물결의 눈인들 그것을 비칠 수가 있습니까.

그림자 없는 구름을 거쳐서, 메아리 없는 절벽을 거쳐서,

마음이 갈 수 없는 바다를 거쳐서 존재? 존재입니다.


그 나라는 국경이 없습니다. 수명은 시간이 아닙니다.

사랑의 존재는 님의 눈과 님의 마음도 알지 못합니다.


사랑의 비밀은 다만 님의 수건에 수놓는 바늘과,

님의 심으신 꽃나무와, 님의 잠과 시인의 상상과

그들만이 압니다.

 

 

 

고적한 밤 

 

하늘에는 달이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는 주검인가요.

인생은 참인가요.


한 가닥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닥은 작은 별에 걸쳤던

님 생각의 금실은 살살살 걷힙니다.

한 손에는 황금의 칼은 들고 한 손으로 천국의 꽃을 꺽던

환상의 여왕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

아아, 님 생각의 금실과 환상의 여왕이 두손을 마주잡고,

눈물 속에서 정사(情死)한 줄이야 누가 알아요.


우주는 주검인가요.

인생은 눈물인가요.

인생이 눈물이라면

죽음은 사랑인가요.

 

 

 

해당화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

려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90 살아있는 시는 류행에 매달리지 않고 시대를 초월한 시이다... 2017-09-02 0 2059
689 문제 시인, 유명 시인, 훌륭한 시인, 무명 시인... 2017-09-02 0 1960
688 어떤 시인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자대를 늘 자랑하는데... ㅉㅉ 2017-09-02 0 2176
687 늘 헛시농사를 짓는 시지기는 죽을 때까지 시씨를 뿌리고지고... 2017-08-29 0 2054
686 녀성의 립장에서 쓴 시와 남성의 립장에서 쓴 시... 2017-08-28 0 2333
685 걸어온 길과 걷고 있는 길과 걸어가야 할 길... 2017-08-28 0 2011
684 시어의 보고는 비어, 속어, 사투리, 은어, 구어 곧 활어이다... 2017-08-24 0 2260
683 "이 아름다운 날들이 언제까지라도 계속되길"... 2017-08-24 0 2242
682 당신들은 아버지 사타구니를 닦아본적 있으십니까?!... 2017-08-23 0 3008
681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2017-08-23 0 2283
680 시세계, 시나라 좁고 넓고 짧고 길다... 2017-08-22 0 2279
679 시는 짧은 세계, 짧은 시의 나라... 2017-08-22 0 2447
678 짧은 시의 나라, 시는 짧은 세계... 2017-08-22 0 2666
677 시를 쓴다는것은 상투적 껍질을 벗겨내는 작업이다... 2017-08-22 0 2208
676 "아버지의 성기를 노래하고싶다"... 2017-08-22 0 2471
675 "그때 사방팔방에서 저녁노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2017-08-22 0 2074
674 시는 활자화되기전, 랭정하게 다듬기에 온갖 피를 쏟으라... 2017-08-22 0 2005
673 시를 시의 나라로 던질때 진저리치며 받아주는 이, 그 누구?!... 2017-08-22 0 2086
672 시는 무의 세계, 침묵의 나라, 시다운 시여야 절에 들어가는것, 2017-08-22 0 2018
671 시는 멀리 있는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살그머니 있다... 2017-08-22 0 1631
670 시속의 비밀은 모든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주파수를 준다... 2017-08-22 0 2045
669 시는 진술이 아니라 언어에 늘 새옷을 입히는 행위이다... 2017-08-22 0 1884
668 "온몸으로 불 밝히는 살구꽃나무 환하게 서서 있었다"... 2017-08-22 0 1834
667 시는 언어를 재료로 하는 예술이며 미학이지 철학은 아니다... 2017-08-22 0 2033
666 "한줄을 쓰기전에 백줄을 읽고 독파하라"... 2017-08-22 0 1707
665 시적 언어재현으로 시각적인 상(像)-이미지를 찾아 그려라... 2017-08-22 0 1842
664 "어미를 따라 잡힌 어린 게 한마리"와 군용트럭... 2017-08-21 0 1805
663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것이다"... 2017-08-21 0 1661
662 "아, 이거 시가 되겠네"... 2017-08-21 0 1619
661 "장백산아, 이야기하라"... 2017-08-21 0 1881
660 "틀에만 얽매이지 말고 틀을 벗어나 살라"... 2017-08-21 0 1840
659 "한개 두개 세개" 동요동시야 나와 놀쟈... 2017-08-21 0 2690
658 시인은 전자아(全自我)를 대변할수 있는 화자를 발견해야... 2017-08-21 0 1760
657 "그 바보들 틈에서 노는것이 마냥 즐겁기만하다"... 2017-08-20 0 1967
656 시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수 있는 시가 재미있는 시?!... 2017-08-20 0 1861
655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2017-08-19 0 1646
654 추억의 "되놀이" - 문득 "되놀이" 하고싶어짐은 또... 2017-08-18 0 1997
653 [땡... 복습시간이다...] - 중고생들 안녕하십니까... 2017-08-18 0 3115
652 [땡... 복습시간이다...]- 와- 동시를 쓰는 방법을 배워준대... 2017-08-18 0 2175
651 시적 상상력을 어떻게 구사할것인가... 2017-08-18 0 2082
‹처음  이전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