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녀성의 립장에서 쓴 시와 남성의 립장에서 쓴 시...
2017년 08월 28일 22시 42분  조회:2340  추천:0  작성자: 죽림

 

문정희 시인과 임보 시인의 은근하고 재밌는 시, 시~~

 

 

 

/문학소녀

 

 

 

 

 

몇 년 전 문정희 시인의 <치마>라는 시가 알려지자, 그 시에 답시를 한 임보 시인의 <팬티>가 알려지고,

 

 

그것이 마치 시 배틀인 양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또한 이들을 중재한다며 중재하는 시인의 시도 몇 편 나왔던 걸로 안다. 다시 읽어봐도 어쩜 이리 적나라한 듯, 야한 듯, 예술인 듯, 능청을 부리는 듯, 술술 쓰셨는지... 웃음도 나고, 고개도 주억거리게 된다.

 

 

이런 식의 화답시틀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16세기에 백호 임제와 기생 한우가 주고 받은 시, 역시 16세기에 송강 정철과 기생 진옥이 주고 받은 완전 찐한 시... 어쨌든 의도하지 않아도 이런 시 배틀, 순수한 시로 화답하는 문인들의 글들이 가끔씩 나와 준다면 시가 어렵고, 시가 재미없는 사람들에게 시를 쉽고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적인 대결로 국한하지 않고, 성별이나 나이를 뛰어넘어서 하나의 주제나 소재로 시를 짓고 다양하게 화답시를 짓는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혼자 생각해 보고 상상해 본다.

 

 

1947년생인 문정희 시인, 1940년생인 임 보 시인... 고향이 전라남도이신 두 분 시인은 완전 솔직하신 게 공통점 같다. ㅎㅎ 여성의 입장에서 쓴 시, 남성의 입장에서 쓴 시...라는 게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블로그 이웃님들 중에서도 이미 아시는 분이 많이 계시겠지만, 이런 시들을 어떻게 받아들이실 지 자못 궁금하다. 재밌는 두 시를 읽다가 쏟아지는 햇빛이 참 눈부셔서 잠시 눈을 감아보는 오후다.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 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무언가 확실히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

 

 

팬티 - 임보

 

 

-문정희의「치마」를 읽다가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도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890 화룡 두만강역 로과籍 - 방홍국 시 쓰다... 2017-12-16 0 2181
889 <섬> 시모음 2017-12-14 0 2190
888 "이 섬에서 저 섬으로 가고 싶다"... 2017-12-14 0 2597
887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2017-12-14 0 2442
886 시인은 "쉽고 편안하면서도 아름답고 품격있는 시"를 써야... 2017-12-14 0 2455
885 반도에서 최초의 성교육 동시집 "응아~" 태여나다... 2017-12-12 0 2062
884 모든 시인은 "자연파"이다... 2017-12-12 0 2409
883 {쟁명}하이퍼시에서 감정은 감옥세계에... 감각은 자유세상에... 2017-12-10 0 2124
882 노을아, 나와 놀쟈... 2017-12-09 0 3443
881 평화야, 어서 빨리 오너라... 닐리리 우리 함께 놀아나 보쟈... 2017-12-09 0 2166
880 작은것과 큰것... 2017-12-07 0 2391
879 [사투리공부] - 시 "진달래꽃"를 강원도 사투리로 보기 2017-12-06 0 2417
878 {쟁명} - 하이퍼시는 두차례 이상의 "도주"가 있어야... 2017-12-01 0 2826
877 "미안합니다, 동주"... "윤동주를 려행하다"... 2017-11-30 0 2711
876 징그러워 보이기도 하면서 아름다운 예술세계... 2017-11-28 0 4645
875 독일 유대계 녀류시인 - 넬리 작스 2017-11-21 0 2618
874 [쟁명] - 하이퍼시와 "다수"와 "소수" 그리고... 2017-11-20 0 2453
873 [시문학소사전] - 풍시조(諷詩調)란?... 2017-11-19 0 2587
872 누구나 시인이 될수 없다?... 있다!... 2017-11-18 0 2658
871 현대시 = 비유 2017-11-18 0 2788
870 현대시 = 이미지 2017-11-18 0 2287
869 시문학공부는 끝이 없다... 2017-11-18 0 2833
868 "낯설게하기"시공부 1 2 3... 2017-11-16 0 2576
867 시작은 고정관념을 파괴해야 생명력을 낳는다... 2017-11-16 0 3257
866 낯설기용법= 신선함 "회복창조"하는것, 새로운 시세계 구축... 2017-11-15 0 3265
865 "자화상"에서 "낯설게하기" 찾아보기... 2017-11-15 0 2408
864 낯설게하기란 기존의 코트를 해체, 파괴하는 용감한 행동이다 2017-11-15 0 2231
863 러시아 문예학자 - 시클로프스키 = "낯설게하기" 2017-11-15 0 4593
862 시는 낯설음의 미학이다... 2017-11-15 0 2712
861 시인은 무대(시)뒤에 숨어버린 감독이여야... 2017-11-15 1 2520
860 시인은 조탁능력이 있는 연금술자가 되여야... 2017-11-15 0 2324
859 글쓸 때 시집을 한쪽켠에 놓고 글써라... 2017-11-15 0 3130
858 시작은 "은유와 환유"라는 두 녀자를 사귀러 가는것이다... 2017-11-15 0 3142
857 시는 "광기적 드라마"이다... 2017-11-15 0 2367
856 시는 은유와 환유의 몸부림이다... 2017-11-15 0 3372
855 내전 중에 희생된 "철뚜기와 신비한 베일"에 싸인 시인 2017-11-14 0 4257
854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시조문학교과서 4 5 6... 2017-11-14 0 3112
853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시문학교과서 1 2 3... 2017-11-14 0 2890
852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동시세계에서 뛰여 놀쟈... 2017-11-13 0 2795
85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동시와 언어는 쌍둥이... 2017-11-13 0 3069
‹처음  이전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