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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님의 자유로운 령혼과 죽음앞에서...
2017년 09월 09일 02시 39분  조회:2270  추천:0  작성자: 죽림


중앙일보
"『즐거운 사라』 두 달 간 옥살이, 공개적 망신주기 "

독특한 유형의 심약한 천재를 변태로 몰아세워 
고인의 죽음은 사회가 공모한 타살에 가까워
한 솔직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죽음 앞에 ―고 마광수 선생님을 기리며

마광수(1951.4.14.~ 2017.9.5.) 선생의 별세 소식이 갑자기 날아들었다. 날벼락 같은 부고(訃告)였다. 어제 오후,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와 받으니 한 일간지 기자였다. 기자는 마 선생이 몇 분 전에 자택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전했다. 전화를 끊으니 여러 매체에서 잇달아 연락이 왔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버렸다. 서울 동부이촌동 아파트에 경찰은 오후 1시 51분에 도착하고, 그는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유서가 나오고, 자살로 추정할 만한 죽음이었다. 아, 마 선생이 돌아가셨구나! 놀라움과 황망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추스릴 수 없는 슬픔이 덮쳐 의자에서 일어나는데 다리가 휘청거렸다.

마 선생은 지식사회가 온통 마르크스 이념에 경도되던 1980년대 단독자로 성 담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독특한 유형의 천재였다. 그는 솔직하고 유쾌하고 명랑한 성정의 사람이었다. 그는 책과 본성이 둘이 아니라 하나인 사람이었다. 내가 경영하는 출판사에서 그의 초기 저작물들인 『마광수 문학론집』, 『상징시학』, 『심리주의 비평의 이해』를 펴내고, 1992년에 장편 『즐거운 사라』를 펴냈다. 1992년 10월 29일, 마선생과 출판사 대표인 나는 『즐거운 사라』 건으로 서울 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검찰 권력이 소설의 가치와 의미를 따지고 심판했다. 사문화된 법을 들이밀며 ‘음란문서 제조 및 반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우리는 ‘공범’으로 포승줄에 묶이고 수갑을 찬 채 끌려 다니다가 두 달 만에 집행유예로 나왔다. 두 달간의 ‘옥살이’는 공개적 ‘망신주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필화사건은 마 선생과 내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큰 변곡점이 되었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쫓겨나고, 법정 싸움을 벌이며 해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나는 이듬해 출판사를 접었는데, 사업과 가정이 다 깊은 내상을 입고 풍비박산이 났다.

최근 마광수 선생은 건강이 안 좋고,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먹었다. 병고와 생활고와 외로움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렸다. 연금을 받았지만 입주가정부 월급을 주면 생활비가 빠듯했다. “책을 써도 낼 데가 없다!”고 자주 하소연했다. 화랑주인에게 그림을 팔아달라고 맡겼으나 불경기 탓에 잘 팔리지 않았다. 마 선생은 새 책을 내면 내게 꼬박꼬박 부쳐주었다. 그때마다 만나기를 청했으나 건강이 좋아지면 만나자고 미뤘다. 마 선생 목소리는 기진(氣盡)한 듯 땅으로 꺼져 들어갔다. 그의 건강이 염려되었으나 도울 방법이 없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앞서서 성 담론의 해방을 외쳤다. 그는 『소돔 120일』을 쓴 마르 끼 드 사드 후작이고, 『눈 이야기』를 쓴 조르쥬 바타이유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고 외친 미치광이이고, “장미여관으로 가자”고 꼬드기는 사악한 유혹자며, 건전한 성 풍속을 해치는 사회 질서의 파괴자로 낙인찍었다. 그를 제1급 전염병균 보균자나 된 듯이 사회에서 격리하자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심약하고 고립된 한 예술가에게 저주를 퍼붓고 방자를 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 한 시대의 아이콘이고 영웅이 될 수도 있었던 그를 우리 사회 전체가 공모해서 죽인 것이다.

이 죽음은 억울하고 분한 죽음이다. 앙토냉 아르토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자살을 두고 ‘사회적 타살’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마 선생의 죽음도 자살의 형식을 빌렸지만 한 사회가 공모한 사회적 타살에 가깝다. 우리 모두는 그를 몰이해와 냉대 속에 오래 방치하고, 이 천재를 ‘변태’라고 몰아세웠으며,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를 향해 빗발치는 저주의 말들은 그의 뇌수를 쇠꼬챙이로 쑤시는 듯 했을지도 모른다. 따돌림 당하고 조리돌림을 당한 뼈에 사무친 외로움과 살을 저미는 절망을 우리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한번 핀 것은 지고, 온 것은 기어코 돌아간다. 그게 자연의 섭리이다. 우리 목숨이 화사하다 한들 그 섭리를 넘어설 수는 없을 테다. 그러나 마 선생의 죽음은 너무 빨리, 억울하게 온 죽음이다. 솔직하고 자유로운 한 영혼의 죽음은 슬프고 안타깝다! 마광수 선생님, 서둘러 이승의 삶을 등지고 떠난 그곳은 얼마나 평화로운가요? 아침이면 누리에 금빛을 뿌리는 해가 뜨고, 저녁이면 누리의 빛들을 거두며 해가 지나요? 이제 바글거리는 생명마저 놓으셨으니, 이승의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도 다 놓아주시고, 고단한 영혼을 편히 쉬게 하소서! 당신 영전에 머리 숙이고 흰 국화꽃 한 송이를 바칩니다.

///장석주 삼가 바침(시인, 문학평론가)



내가 죽은 뒤에는 
내가「윤동주 연구」로 박사가 되었지만 
윤동주처럼 훌륭한 시인으로 기억되긴 어렵겠고 

아예 잊혀져 버리고 말든지 
아니면 조롱섞인 비아냥 받으며 
변태, 색마, 미친 말 등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칭송을 받든 욕을 얻어먹든 
죽어 없어진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으랴 
그저 나는 윤회하지 않고 꺼저버리기를 바랄뿐 

- 마광수 시 <내가 죽은 뒤에는> 전문


내가 쓸 자서전에는
누구의 자서전처럼 고생 끝의
성공 자랑으로 가득차 있지도 않고

 

누구의 자서전처럼 똥도 안 누고
섹스도 안 할 것 같은 사람이
있지도 않을 것이다

 

내 자서전에서 독자들은
너무나 고상한 지식인 사회에
섞여 살며 힘들어 했던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슬퍼하는 사람과

 

으리으리한 교회 앞에서
구걸하는 걸인을 보고
가슴 먹먹해 하는 사람과

 

사람은 누구나 관능적으로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또한 그것으로 너무나 불이익을 당했기에
과거의 집필생활을 후회하는 사람도
독자들은 만나게 될 것이다

 

내가 쓸 자서전에는
나의 글쓰기는 이랬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장면이 담겨있을 것이다

 

우선 손톱 긴 여자가 좋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고
그리고 야한 여자들은
못 배운 여자들이거나 방탕 끝의 자살로
생(生)을 마감하는 여자여야 했다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라는 즐겁지 않았어야 했다고
권선징악으로 끝을 맺는
소설 속 여자이어야 했다고

 

나의 고된 삶 속에서
그나마 한줌 상상적 휴식이 돼주었던
그녀와 나의 잠자리가
타락이었다고 그래서 반성한다고

 

- 마광수 시 <내가 쓸 자서전에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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