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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님, "님께서 죄가 있다면 '시대를 앞서간 죄' "라네ㅠ...
2017년 09월 16일 01시 00분  조회:3099  추천:0  작성자: 죽림

 

 

지금 보면 그렇게까지 충격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신드롬 그 자체였다. 책의 상당 부분은 마조히즘, 리비도, 나르시시즘 등에 대한 문화 비평이었지만 세간의 평가는 달랐다. 지나친 쾌락주의로 우리 사회를 성적 향락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여성계 역시 마광수 교수가 여성을 성적 도구로 바라본다고 비판했다. 결국 1989년 2학기 마광수 교수의 강좌는 모두 폐지되고 만다.

그리고 3년 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그 사건이 벌어진다. 1992년 10월29일 마 교수는 강의 도중 검찰 수사관에게 연행된다. 그해 출간된 <즐거운 사라>가 음란물이라는 이유였다. 출판사 대표(장석주 시인)도 함께 구속됐다. 1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고, 1995년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담당 검사가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었고,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는 심재륜 전 고검장이었다. 심 전 고검장은 1997년 한보 사건 때 김현철씨를 구속해 ‘국민 검사’ 별명을 얻기도 했다. 심 전 고검장은 마광수 교수의 정년퇴임을 앞둔 지난해 6월 <주간조선>과 한 인터뷰에서 “마광수 선생은 할 말 없을 겁니다. 그 소설이 도덕적으로도 나쁜 게 교수와 불륜을 벌이는 건 물론이고 엄한 아버지를 성적 대상으로 보고 있어요. 김진태 검사도 처음엔 ‘자기는 문학도로서 수사할 수 없다’고 했어요. 책을 한번 읽어보더니 ‘맡겠다’고 했어요. 발행인까지 구속했잖아요”라며 25년 전 검찰 수사에 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법정에서 마광수 교수를 옹호했던 민용태 전 고려대 교수는 학교에 시말서를 제출해야 했다. 고려대 교수가 연세대 교수를 도와줘서 되겠느냐는 비난까지 터져 나왔다. 

이러다 보니 보수는 물론 진보를 향한 마광수 교수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그는 백낙청 교수나 고은 시인을 향해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어서 문단정치, 문단권력이 나온다. 후배들이야 출세하려면 이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하거나, 김애란 소설가에 대해서는 “왜 인기가 있나 봤더니 역시 소외계층만 다뤄. 넓은 의미의 민중문학이라서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평했다. 각종 시국선언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그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은 2008년 촛불집회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딱 두 번이다.

자칫 여성혐오로 읽히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가령 1997년 펴낸 <성애론>에서 마 교수는 “성은 이제 인권의 문제요, 문화적 민주화의 문제다”라며 공론화를 제안하지만, 같은 책에서 이런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기형적인 남녀평등운동 바람이 불어, 섹스 행위에 있어서도 여자가 주는 쪽에 서기보다 ‘뻔뻔하게 받는 쪽’에만 서게 됐다. 그러다 보니 요즘 남자들은 아주 죽을 지경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잘난 ‘섹스’ 하나 제공받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늘같이 마누라님을 떠받들어야만 하는 처지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시대가 공명하지 않았다.
세상의 99%는 눈살을 찌푸리거나 노여워했다. 그 결과 제도가 그를 옭아맸다. ‘세계 최초로 음란물로 인해 구속된 작가’라는 불명예만 부각됐다. 대학교수직도 온전히 유지하지 못했다. 해직과 복직, 휴직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여름 연세대에서 퇴직했다. 우울증과 외로움으로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이야기가 풍문으로 들렸다. 그리고 꼭 1년 만에 불귀의 객이 되어 이 땅을 떠났다.

강준만 교수는 마광수에게 죄가 있다면 ‘시대를 앞서간 죄’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형벌은 가혹했다. 옥고를 치른 이후 그는 서서히 무너져갔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빠져 완성도 높은 작품 창작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마광수 교수 사후 그의 작품세계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공허하다. 가장 큰 불행은 그가 죽기 전까지 내놓은 수많은 작품(그는 올 초까지 개정판을 포함해 무려 90여 권에 이르는 시집, 소설, 에세이집 등을 펴냈다)을 어떤 잣대로 평가해야 할지 난망하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그를 한반도라는 감옥에 영원히 가둬버린 건지도 모른다.///////////////////////////////////////////////////

마광수 교수가 2017년 9월 5일,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감했다. 66년간이었다. 그를 둘러싼 담론은 사후에도 뜨거운 진행형이다. 말하자면, 그의 죽음이 있었기에 이 사회는 달구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학 현실 한탄하던 천생 소설가” “내가 오해했던 그 남자, 마광수” “욕망과 자유를 아는 자를 찾아라” 등, 언론 매체에서 마광수의 문학적 속살과 그의 삶을 연결 짓는 글들이 잇달아 나오는 것도 고조된 사회적 관심의 반영을 방증한다.
 
그의 죽음과 관련된 글들의 대부분은 애도하는 성격이 짙고 그에 대한 편견이 지나쳤다는 의견이 주된 흐름을 차지한다. 결론적으로 이 글도 그런 애도의 글에 상당부분 의견을 같이 한다. 다만, 필자는 그의 문학 외적인 삶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판단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이 글을 쓴다. 마광수는 시인이며 소설가이기 이전에 교수였고 한 사람의 자연인이었다. 문학적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교수로서의 삶과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그것은 곧, 우리 사회가 그에게 자살을 선택하게 할 만큼 그에게 중대한 과오가 있었고 결정적 하자가 있었는지에 대한 인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명사의 죽음, 유명인의 죽음도 때로는 보통의 시각에서 들여다볼 줄 알아야 세상은 공정한 것이다.
 
마광수, 어쩌면 그는 살아가면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보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더 무서워했고, 그보다 더 무서워했던 것은 문학을 떠나 사람과 사람의 경계였을지도 모른다. 짐작컨대, 마광수를 괴롭히고 그의 곁을 맴돌았던 ‘우울증의 바람’은 무척이나 혹독했을 것이다. 그의 죽음으로 우울증이 멈추고 난 후, 그의 지인들과 제자들이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앞으로 이 사회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을 것이다.
 
“위선과 가식으로 오염된 세상과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싸우다 꺾여버린 인문학적 지성의 정수이신 그분을 기억할 뿐입니다.” 연세대학교 동창회 밴드에 올라온 어느 졸업생의 이 글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인식을 제대로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적어도 그는 인간적으로는 지탄받을 인격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접근하게 해주고 또한 합의하게 해준다. 안타깝게도 그와 나는 아무런 문학적 인연도 학문적 인연도 없어서 그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그에 대한 인품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강의를 둘러싼 담론과 한 인간으로서의 인간성에 관한 문장들은 부정적인 것보다는 유효하고 긍정적이었다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말하자면, 교수로서의 강의와 학생들에게 대한 태도와 양심에는 문제가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제자들에게 마음에 담을 만한 스승이 된다는 것, 그 자체는 교수로서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다. 왜냐하면 그런 스승이 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그가 문인으로서 뛰어난 문학적 업적에 도달하지 않았고 외설 시비의 중심에 섰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그에게 죽음을 강요했다는 사실 만큼은 용납될 수 없는 문제다. 자살은 얼마나 고통스런 선택인가. 보다 중요한 사실은 누군가에게 자살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흠결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이다. 그가 가진 문학의 세계도 넓게 보면 다양성의 범주에 속한 하나일 뿐이다. 성숙되지 못한 우리의 편견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역사는 기록될 것이다. 더불어 왜 우리는 그의 문학 외적인 삶에는 관심을 갖지 못했을까 하는 점도 향후 우리의 과제로 기록될 것이다.
 
곧 단풍이 물들 것이다. 마광수, 그의 이름도 연중행사처럼 우리들의 가슴을 물들이기 위해 찾아 올 것이다. 그래도 그는 ‘사라’를 잃어버렸을지는 몰라도, 우리에게 ‘윤동주’ 라는 시인을 다시 되새기게 하는 선물을 주고 갔다. “윤동주는 주석 없이도 누구나 알 수 있게 쉽게 시를 썼소, 문학이 결국 소통 아닌가.” 라는 그의 언급은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말로 영원히 유효할 것이다. 마치 유언처럼 들린다. 올 가을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물들 단풍에 윤동주의 시집 제목처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내려앉을 것이다. 마광수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되어 우리의 곁을 맴돌 것이다.
 
마광수 교수님, 부디 저 세상에서는 염라대왕의 문학 선생이 되어 영원불멸의 삶을 누리소서.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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