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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포스트모던 시인 - 테라야마 슈우시
2017년 09월 27일 00시 17분  조회:1788  추천:0  작성자: 죽림

열차의 기억

 

 

 

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

 

 

 

 

 

 

내 시의 한복판을

언제나 열차가 달려간다

 

 

그 열차에는 아마

네가 타고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 열차를 탈 수가 없다

 

 

시인은

언제나 그 차창 밖에서

떠나가는 열차를 바라본다.

 

 

 

테라야마 슈우시의 엉터리 같은 시와 괴짜배기 인생을 소개한다.
엉터리 같다라는 말을‘absurd, 부조리하다라는 용어로
철학자들은 고상하게 번안한다

테라야마 슈우시 그는 터무니없는 부조리주의자absurdist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그는 순 엉터리 바보가 아니었다
엉터리같이 엉망으로 사고했고 괴짜같이 살았으며 엉터리 같은 시를 쓰다가 죽었으나
그는 부조리한 세계를 향해 몸부림치다가 부조리의 실상을 폭로하고 증언했을 뿐

바보는 아니었다그가 원본(original) 없는 세상에서 원본에 천착
복제해낸 복사본(simulacre)의 가치는 그러므로 사실상 원본에 접근한 작품으로써
이데아를 코앞에 바짝 끌어당긴 경이로운 것들이다.

 

우리는 왜 열차를 타지 못할까그것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뮬라크르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은 생이라는
가상공간
(cyber space)안에서 진짜로 열차를 타고 달리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며 산다
그 열차는 언제나 테라야마 슈우시의 시의 행간 한복판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다.

 

 

 

 

 

 

나의 이솝

 

 

 

 

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

 

 

 

 

 

1.

초상화 속에

그만 실수로 수염을 그려 넣어버렸으므로

할 수 없이 수염을 기르기로 했다.

 

 

문지기를 고용하게 되어 버렸으므로

문을 짜 달기로 했다.

 

 

일생은 모두가 뒤죽박죽이다

내가 들어갈 묘혈(墓穴파기가 끝나면

조금 당겨서라도

죽을 작정이다.

 

 

정부가 생기고 나서야 정사를 익히고

수영복을 사고나면 여름이 갑자기 다가온다.

어릴 때부터 늘 이 모양이다.

 

 

한데

때로는 슬퍼하고 있는데도 슬픈 일이 생기지 않고

불종을 쳤는데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하여 개혁에 대해서 생각할 때도

바지 멜빵만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는 것이다.

 

 

눈물은

인간이 만드는 가장 작은 바다이다.

 

 

 

개가 되어 버렸다.

법정에서 들개사냥꾼이 증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도대체 누가 개가 되어 버렸을까?

개가 되기 전에 당신은 나의 아는 사람 중의 누구였습니까?

크로스워드 퍼즐광인 교환처(交換妻)

선원조합 말단회계원인 부친

언제나 계산자를 갖고 다니는 여동생의 약혼자

수의(獸醫)가 못 되고만 수음상습자 숙부

하지만 누구든 모두들 옛날 그대로 건재하다.

그러면 개가 되어버린 사람은 누구인가?

세계는 한 사람의 개백정쯤 없어도 가득 찰 수 있지만

여분인 한 마리의 개가 없어도

동그랗게 구멍이 뚫리는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다윈의 진화론을 사러 갔다가

한 덩이 빵을 사서 돌아왔다.

 

 

 

 

4.

고양이……다모증(多母症)의 명상가

고양이……장화를 신지 않고는 아이들과 대화가 되지 않는

동물

고양이……먹을 수 없는 포유류

고양이……잘 안 써지는 탐정소설가

고양이……베를리오즈 교향악을 듣는 것 같은 귀를 갖고

있다

고양이……재산 없는 쾌락주의자

고양이……유일한 정치적 가금(家禽)

 

 

 

 

5.

중년인 세일즈맨은 갑자기 새로운 언어를 발견했다.

마다카스칼보다 부드럽고 셀벅로찌어보다도

씩씩하고 꿀벌의 댄스 언어보다 음성적이며 의미

없는 것 같고 표기는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되고 새들에게는

전혀 모르는 것 같은

새로운 언어다.

 

 

 

<새로운 세계>

라고 세일즈맨은 그 언어로 말을 하고 나는 해석하여 감상했다.

그리고 얼마 후 중년인 세일즈맨은

가방을 든 채 벤치에서 죽고

친척도 없이 신분증명서만이

그의 죽음을 증명했다.

나는 그가 발견한 새로운 언어로

그의 죽음을 증명했다.

말을 걸어 봤으나

아이들은 웃으며 도망치고

일꾼들은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빵집에서는 빵도 팔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세계>

가 새로운 언어로 되어 있는 것인지 새로운 언어가

<새로운 세계>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것인지를 알기 위하여

말을 거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

라는 새로운 언어가 통할 때까지

지나가는 그들

사물의 folklore

가라앉는 석양을 향해

 

 

나는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6.

불행이란 이름의 고양이가 있다.

언제나 나에게 바싹 붙어 있다.

 

 

 

7.

도포이송한 와우여

한도포이송 여와우

송도포이한 우여와

포송이한도 우와여

 

여우와 한 송이 포도를 종이에 쓰고

한 자씩 가위로 잘라

흐트렸다간 다시 아무렇게나 나열해 봅니다.

말하기 연습은

적적할 때의 놀이입니다.

 

 

 

 

                                   *박현서 역(1931년 김해 출생시집 <인간> 1958년 간행)

 

 

 

 

 

수영복을 사고나면 여름이 갑자기 다가온다는데,‘눈물은/인간이 만드는 가장 작은 바다임을 왜 몰랐던가그렇다고 그것을 알았다고 해서 행동이 달라지지는 않는 게 인간의 한계이다그러므로 개혁에 대해서 생각할 때도/바지 멜빵만/올렸다 내렸다할 뿐 인간의 한계를 도무지 극복할 길이 없다이렇듯 부조리의 안개가 시야를 덮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인간은 개가 되어 짖어야하는 걸까개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미 개가 돼버린 연후에도 그러나 도대체 누가 개가 되어 버렸을까?/개가 되기 전에 당신은 나의 아는 사람 중의 누구였습니까?’를 묻는 사람들은 차라리 깨어있는 자들이다그들은 주인()이 알아듣고 개목걸이를 느슨하게 풀어주든 말든 세상을 향해 의식적으로 짖는 자들이다그런데 정작 개가 되어버린 사람은 누구이고 한 사람의 개백정으로 살아가야 하는 자는 또 누구인가시인인 그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말을 건다새로운 세계란 <새로운 언어로 가득 찬 곳>. 말이 통할 수 있으리라는 가설이 가능한 곳이다그 세계에서라면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그래서 그는 절규하듯 외친다나는 말을 건다/말을 건다

.

<새로운 세계>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말그 말parol은 말의 문법 랑그lague가 되어 석양을 행해 울려 퍼진다사물의 folklore문법이 뒤집힌 언어의 비극을 담고.

 

 

도포이송한 와우여

한도포이송 여와우

송도포이한 우여와

포송이한도 우와여

 

 

 

여우와 한 송이의 포도’ 이 포도 한 송이는 목마른 시인에게 갈증을 풀어줄 것인가이솝 우화의 포도는 지독한 신맛식용 불가능한 포도이거나 도달할 수 없는 높이에 매달린 과일이어서 시도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라는 의문을 털어내지 못한 채 그러나 시인은 새로운 언어로 말을 거는 것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그것이 아무리 부조리한 행위일지라도 방백을 입속에 중얼거릴 자유만은 시인에게 주어진 특혜이기 때문이다그러므로 그는 계속 이 세상에 없는 언어로 독백을 내뱉는 것이다.

 

 

 

* * *

 

테라야마 슈우시 저()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김성기 옮김이마고중에는눅눅한 서민아파트에서 기어다니는 바퀴벌레와 함께 살고 있는 사내가 있다그는 알파 로메오나 마제라티 같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이 사내의 경제적 능력으로만 미루어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언밸런스한 생활이다마제라티에 휘발유를 넣을 돈으로 옷을 한 벌 사든가 조금 쾌적한 아파트로 옮겨 살 수도 있을 텐데 그에게는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이런 사내를 일점호화주의자라 일컫는다일점호화주의(一點豪華主義) 즉 다수빈약주의의 반대는 밸런스주의다밸런스주의자는 수입과 지출을 잘 조절하여 일정한 돈을 저축하며 절대로 무리하지 않게 건실한 생활을 한다그러나 언밸런스주자는 아무런 계획 없이 되는대로 산다필경 마제라티는커녕 마스다 쿠페조차 사기 힘들 거라는 이야기다. P.236

 

 

 

여기서 그는 쾌락이란 그것을 얻은 자에게는 하나의 재산이라고만 간단히 말한다.

 

퇴원하고 나서 나는 신주쿠로 거처를 옮긴 뒤 바텐더나 장사치들과 어울려 술집을 전전했다테이블 위의 황야를 사랑했으며 도박에 몰두했다대부분의 책들을 헌책방에 팔아치우고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나곤 했다가부키초의 어느 술집에서 일하는 후미라는 아가씨와 동거하게 되었다그녀의 권유로 넬슨 올그런(Nelson Algren)의 더 이상 아침은 오지 않는다(Never Come Morning)라는 소설을 읽었다이 소설을 읽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은 뒤시를 쓰는 대신 경마장이나 권투장에서 메모를 하고 그곳에서 참회하게 되었다혼자 있는 것이 견디기 힘들 때는내게 타인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으며차츰 독백 형식의 시보다는 대화 형식의 희곡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P.333

 

 

 

그래서 시인 테라야마 슈우시는 첫 장편희곡 피는 선 채로 잠자고 있다를 쓴 이후 이른 바 상황극에 빠져 시를 뒤로 하고 실험영화와 연극활동에 몰두하게 된다.

 

 

 

* * *

 

테라야마 슈우시의 시가 엉터리 같다면 그의 사생활은 더욱 더 괴팍스럽고 엉망이었다그는 문법이 통하지 않는 시를 쓰고 상식을 뒤엎는 상상력을 시의 행간에 몰아넣는다다분히 전위적인 그의 시를 어리석은 대중이 이해하고 좋아했을 리가 없다그가 죽고 난 뒤 훨씬 뒤인 2000년대에 이르러 그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기리자는 행사가 최근 일본열도 전역에 번진 모양이다운 좋게도 나는 그의 시를 그가 죽은 바로 다음 해인 1984년에 읽었다찾아가 술이라도 한 잔 나누기에 한 발짝 늦은 것이다. 1935년 아오모리 현에 태어난 그는 47세의 아까운 나이에 간경변이 악화돼 객사하듯이 요절했다그의 괴팍한 생각을 일별할 수 있는 시 한 편을 여기 소개한다예의 책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에 수록된 것으로써 17세 여고생이 쓴 이 시를 그는 책의 초반부에 엮어 끼어 넣었다.

 

 

 

 

 

 

내가 창녀가 되면

 

 

 

오카모토 아미

 

 

 

 

 

 

 

내가 창녀가 되면 가장 첫번째 손님은 오카모토에서 온 다로라네

내가 창녀가 되면 이제까지 사 모은 책들은 모두 헌책방에 팔아치우고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비누를 사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슬픔을 하나 가득 짊어지고 온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주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다로의 체취가 남은 내 방은

언제나 깨끗이 청소해놓고 미안하지만 아무도 들이지 않으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태양 아래서 땀을 흘리며 빨래를 하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안드로메다로 팔찌를 만들 수 있는 주문을 외우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누구도 범하지 못하는 소녀가 되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슬픔을 견뎌낸 자비로운 마리아가 되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흑인에게 오월의 바람을 가르쳐 주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흑인에게 재즈를 배우려네

외로울 때는 침대에 누워 다로의 체취를 느끼고

기쁠 때는 창가에 서서 다음에 일어날 일을 조용히 기다리며

공연히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지면 침대에 들어가 숨죽이고

머나먼 별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네

 

 

 

*일본의 실험극 연출가이자 포스트모더니스트 시인
테라야마 슈우시의 저서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에 수록된 시
오카모토 아미는 1980년대 당시 약관의 나이 17세 여고생이었다.

 

 

 

 

 

*김성기 번역

 

 

 

 

 

 


 
 

 

 

 

 

 

 

 

 

 

 

 

 

 

 

 

 

 

 

 

 

 

 

 

 

 

 

 

 

 

 

 

 

 

 

 

 

 

 

 

 

 

 

 

 

 

 

 

 

 

 

 

 

 

 

 

 

 

 

 

 

 

 

 

 

 

 

 

 

 

 

 

 

 

 

 

 

 

 

 

 

 

 

 

 

 

 

 

 

 

 

 

 

 

 

 

 

 

 

 

 

 

 

 

 

 

 

 

 

 

 

 

 

 

 

 

 

 

 

 

 

 

 

 

 

 

 

 

 

 

 

 

 

寺山修司 (테라야마 슈우지)

 

 

1935년 아오모리현[靑森]縣 출생. 중학교 때부터 시로 인정을 받았으며 와세다(早稻田) 대학 문학부에 재학 시절에는 천재적인 시조가로 알려져 있었다. 1959년경부터는 라디오 드라마, 희극 시나리오를 쓰며 실험 영화도 만들었고, 1967년에는 연극 실험실 '천정 관람석'을 만들어 언더그라운드 연극의 선구자가 되었다. 1971년 그 연극의 영화판인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서자」로 본격적인 극영화로 진출, 계속하여 「전원에 죽다」(1974), 「복서」(1977), 그리고 「안녕 방주」(1982)가 있다. 16밀리 실험영화로는 「토마토 케찹 황제」(1970)가 대표작이다. 시대를 초월해 현재도 계속 질주 하고 있는 천재 극시인 테라야마 슈우지. 그가 남긴 언어들은 아직도 살아 있다. 연극, 단가, 시, 소설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사후에도 그의 작품들은 계속 상연되고 있으며 여러 사람들에 읽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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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 시인

 

 

충남 연기에서 출생. 외국어대 프랑스語과 졸업. 2002년 《문학마당》과 2003년 《정신과 표현》에 작품들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불멸을 힐끗 쳐다보다』와 『투투섬에 안 간 이유』가 있음. 현재 웹진 『시인광장』 부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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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솝

 

 

           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

 

 

 

 

 

 

1.

초상화 속에

그만 실수로 수염을 그려 넣어버렸으므로

할 수 없이 수염을 기르기로 했다.

 

 

문지기를 고용하게 되어 버렸으므로

문을 짜 달기로 했다.

 

 

일생은 모두가 뒤죽박죽이다

내가 들어갈 묘혈(墓穴) 파기가 끝나면

조금 당겨서라도

죽을 작정이다.

 

 

정부가 생기고 나서야 정사를 익히고

수영복을 사고나면 여름이 갑자기 다가온다.

어릴 때부터 늘 이 모양이다.

 

 

한데

때로는 슬퍼하고 있는데도 슬픈 일이 생기지 않고

불종을 쳤는데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 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하여 개혁에 대해서 생각할 때도

바지 멜빵만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는 것이다.

 

 

눈물은

인간이 만드는 가장 작은 바다이다.

 

 

개가 되어 버렸다.

법정에서 들개사냥꾼이 증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도대체 누가 개가 되어 버렸을까?

개가 되기 전에 당신은 나의 아는 사람 중의 누구였습니까?

크로스워드 퍼즐 광인 교환처(交換妻)

선원조합 말단회계원인 부친

언제나 계산자를 갖고 다니는 여동생의 약혼자

수의(獸醫)가 못되고 만 수음상습자 숙부

하지만 누구든 모두들 옛날 그대로 건재하다.

그러면 개가 되어버린 사람은 누구인가?

세계는 한 사람의 개 백정쯤 없어도 가득 찰 수 있지만

여분인 한 마리의 개가 없어도

동그랗게 구멍이 뚫리는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다윈의 진화론을 사러 갔다가

한 덩이 빵을 사서 돌아왔다.

 

 

 

4.

고양이 ......다모증(多母症)의 명상가

고양이 ......장화를 신지 않고는 아이들과 대화가 되지 않는

동물

고양이 ......먹을 수 없는 포유류

고양이 ......잘 안 써지는 탐정소설가

고양이 ......베를리오즈 교향악을 듣는 것 같은 귀를 갖고

있다

고양이 ......재산 없는 쾌락주의자

고양이 ......유일한 정치적 가금(家禽)

 

 

 

5.

중년인 세일즈맨은 갑자기 새로운 언어를 발견했다.

마다가스칼語보다 부드럽고 셀벅로찌어語보다도

씩씩하고 꿀벌의 댄스 언어보다 음성적이며 의미는

없는 것 같고 표기는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되고 새들에게는

전혀 모르는 것 같은

새로운 언어다.

 

 

<새로운 세계>

라고 세일즈맨은 그 언어로 말을 하고 나는 해석하여 감상했다.

그리고 얼마 후 중년인 세일즈맨은

가방을 든 채 벤치에서 죽고

친척도 없이 신분증명서만이

그의 죽음을 증명했다.

나는 그가 발견한 새로운 언어로

그의 죽음을 증명했다.

말을 걸어 봤으나

아이들은 웃으며 도망치고

일꾼들은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빵집에서는 빵도 팔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세계>

가 새로운 언어로 되어 있는 것인지 새로운 언어가

<새로운 세계>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것인지를 알기 위하여

말을 거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

라는 새로운 언어가 통할 때까지

지나가는 그들

사물의 folklore

가라앉는 석양을 향해

나는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6.

불행이란 이름의 고양이가 있다.

언제나 나에게 바싹 붙어 있다.

 

 

 

7.

도포이송한 와우여

한도포이송 여와우

송도포이한 우여와

포송이한도 우와여

 

 

 

여우와 한 송이 포도를 종이에 쓰고

한 자씩 가위로 잘라

흩뜨렸다가 다시 아무렇게나 나열해 봅니다.

말하기 연습은

적적할 때의 놀이입니다.

 

 

 

 

 

 

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1935-1983): 일본의 혁신적인 포스트모던 시인. 그만의 언어에 의한 성스러운 사원을 완성하였다. 영화감독, 소설가, 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며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상력을 발휘한 작가. 1935년 일본 아오모리 현에서 출생. 1952년 아오모리 고등학교 문학부를 거쳐 1954년 와세다대학 교육학부에 입학, 2년 뒤 지병으로 중퇴. 1959년 라디오 드라마 '나키무라 이치로'로 민간방송제 대상 수상 이후 많은 저서와 영화, 연극을 발표하며 전세계에 극작가 연출가로 명성을 얻기 시작. 수필형식으로 쓴 그의 잡문,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를 영화로 제작하였다. 18편의 독립영화, 7편의 장편영화, 200여권의 저서를 남기고 1983년 47세로 절명. 그가 죽은 후 그의 시는 다시 한 번 몰아친 대폭풍처럼 나태하던 일본문단을 뒤흔들었다.

 

 

내가 그를 만난 건 서울역 근처의 한 헌책방(지금은 없어진)에서 우연히 찾아낸 <일본현대시인선>이라는 번역서(그 당시 망하기 바로 직전인 출판사 ‘고려원’간행 1984년)에 의한 것이었는데, 그것은 나에게 놀라움과 행운을 동시에 선물한 하나의 사건이었다.

(김영찬)

 

 

 
피아니스트를 쏘아라
 
 
 
1. 
소녀는 
천문학을 편애했다
스스로 눈을 감으면 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눈을 뜨면
하늘에 별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2. 
<여보게 사수
제발 별을 쏘지 말아 주게
소녀는 소경이 되어버릴 거야>

3. 
소녀에게 지껄이는 것을 가르쳐준 것은 
복화술사 도도였다.
도도는 친절했지만 귀찮은 사람이었다.
도도가 가르쳐준 것은
<워미장가가네>라는 말이었다.

에디오피아語도 아닙니다.
프랑스語도 아닙니다.
스페인語도 아닙니다.
그리스語도 아닙니다.

제발 거꾸로 읽어보십시오.

5.
피아니스트를 쏘아라!
소녀의 모친이 바람에 날라가버렸을 때도 저 곡이 들려왔다.
소녀의 부친이 강물에 빠져죽던 날도 저 곡이 들려왔다.
소녀가 학교에서 펠리컨의 생태에 관한 숙제를 잊어버려 야단을 맞던 날도 저 곡이 들려왔다.
소녀가 소년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활짝 웃어보이던 날도 저 곡이 들려왔다.
소녀는 피아니스트를 쏘라고 중얼거리며
자기의 귀에 권총을 들이댄다.

6. 
탕!

7.
아버지의 탐정은 당나귀를 미행해간 후로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소녀는 하루종일 연필로
지평선을 그리고 있었다.

8. 
한 사람의 조각가가 벽에
<이 일곱 개의 문자>라고 썼다.
소녀가 헤아려보니 자수가 꼭 일곱이었다.
그리고 소녀는 
<이 여덟 개의 문자>라고 썼다.
이번에는 헤아려보니 한 자가 모자랐다.
모자라는 한 자만이
소녀의 슬픔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9.
소녀는 어디에나 능숙하게 비행선을 그렸다.
하지만
그 비행선에 탈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든 이 비행선에 꼭 타고 싶다.)
라고 하루종일 번민하였지만
결국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말았다.

10.
바보였다.
그 비행선에 함께 타고 있는 자신을
그려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11.
꿈 속에서
큰 돌고래를 낚아
꿈에서 깨자 바다에 돌려보내주려고 했는데 
돌고래가 보이지 않는다.
한 번 더 돌고래를 낚으러 가고 싶지만
소녀에게는 
그 꿈의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12.

<주의>
이 이야기를 물에 적시지 말 것!
뜻밖의 사수가 부출인쇄(浮出印刷)로 숨어 있음.
 
 
 
 
테라야마 슈우시 詩
 
 
 
 
**  이 나이가 되면 더 이상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 말을 한 사람이 하고
 
싶다는 그것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세상의 시선에 있다. 약간 미쳤다는 말을 들을
 
것을 감내한다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 이렇게 글을 써서는 죽는 날까지 아무
 
에게도 읽히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쓴다면 그 원고는 죽고 난 후에도 서랍
 
장 안에 박혀 있을 것이다. 약간 미쳤다는 말을 들을 것을 감내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어디로도 가지 못해 방구석에 박혀 있기보다는 어디로도 가지
 
못해 전국을 싸돌아다니는 편이 낫다.
 
테라야마 슈우시의 작품은 조리에 맞는 세상사는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피아니스트는 소녀의 분신이고 소녀의 분신은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는 그것
 
들이다. '스스로 눈을 감으면 별들이 반짝이고' 자기를 발견하는 지점이다. 사수
 
가 별을 쏜다. 소녀는 소경이 된다. 소경이 된 소녀는 감은 눈으로 보고 싶은 별
 
들을 잠들고 난 후일지라도 내내 볼 수 있다.
 
말을 가르쳐준 사람은 복화술사이다. 말을 한다는 것은 입을 움직이고 혀를 움직
 
이고 머리를 움직이고 영혼을 움직이는 활동 전반을 아우른다. 이곳에서는 말이
 
홍수처럼 범람한다. 입을 움직이지 않고 혀를 움직이지 않고 머리를 움직이지 않
 
고 영혼을 움직이지 않고 말한다. 도도는 움직이고 움직이지 않고 그 부조리한 상
 
태를 탓하지 않고 소녀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친다. 말하는 법을 안 소녀는 입과
 
혀와 머리와 영혼을 향하여 말한다. 제발 거꾸로,를 부탁받는다. 소녀의 슬픔을
 
모든 사람들이 안다고 가정한다. 소녀의 슬픔은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지고 분해된
 
소녀의 슬픔은 세상 곳곳에 박힌다. 슬픔을 나누거나 보탠다. 소녀가 기뻐하겠는
 
가?  현실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 해서 슬퍼하지 말자. 슬픔의 계곡에 몸을 던지기
 
보단 손발이 문드러질 때까지 현실의 암벽을 타보도록 하자. 테라야마는 분명히
 
경고했다. 물에 적시지 말라고. 이야기를 물에 적시고 한참을 기다려봐도 사수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실망한 소년은 마을을 향해 걷는다. 마을 입구에 다다라 물에
 
젖어 팔랑거리던 이야기는 어느새 바삭거린다. 그제야 등장하는 사수. 소년은 이
 
야기 속의 소녀를 물에서 건져낸다. 다시 물 속으로 인도한다. 사수와 소년과 소
 
녀와 피아니스트와 도도와 별과 소녀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바보의 공존.
 
수수께끼를 즐기는 이들이 있다. 수수께끼의 답에는 관심이 없고 수수께끼를 내는
 
소녀의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만 궁금했을 따름인데 다행이다. 테라야마를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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