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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시에 대하여
빨리 봄이 오면 죄를 짓고 눈이 밝어
이브가 해산하는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윤동주, [또 태초의 아침] 부분
*“나는 신성모독을 범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낙천주의자로서의 나의 존재론이고, “세계는 나의 범죄의 표상이다, 고로 행복하다”는 낙천주의자로서의 나의 행복론이다. 모든 창조자는 신성모독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되고, 우리는 그 신성모독자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코페르니쿠스의 신성모독, 부처와 예수의 신성모독,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신성모독, 보들레르와 랭보의 신성모독 등은 이 범죄의 생산성과 그 아름다움을 가장 역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한국시문학사상 어느 누가 “빨리/ 봄이 오면/ 죄를 짓고/ 눈이/ 밝어// 이브가 해산하는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라고 노래한 적이 있었던가? 윤동주 시인은 한국적인 정한의 세계를 벗어나서, 대쪽같은 장인 정신과 성자의 영웅주의를 육화시킨 시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어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 [십자가] 부분
*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것은 ‘사상’인데, 왜냐하면 사상은 이 세상의 삶에 대한 욕망마저도 헌신짝처럼 버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은 그것이 만인평등이든, 내세의 천국이든지간에, 그 주체자에게 분명한 목적을 제시해 주고, 그 목표를 위해서는 마치, 자살특공대처럼 순교를 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것은 순교자의 삶이라고 할 수가 있다. 예수의 순교, 부처의 순교, 이순신의 순교, 윤동주의 순교 등----. 당신은, 당신은, 과연 당신만의 십자가를 짊어질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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