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담쟁이 잎 하나는 수천개 잎을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2018년 04월 22일 23시 42분  조회:2512  추천:0  작성자: 죽림

<담쟁이에 관한 시 모음> 


+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시인, 1954-) 


+ 담쟁이 

담쟁이는 벽을 평지로 알고 산다 
담쟁이는 벽을 넘는 것이 아니라 
평지 끝 절망의 벼랑과 만난다 
벽을 놓지 못한 채 
제 한 몸 던져 
끝끝내 매달려 있는 
담쟁이의 벽 
하늘에 목숨을 맡긴 채 
평지 끝 절망의 벼랑에서 
고공투쟁하는 
벼랑 끝 절망이 
담쟁이의 희망이다 
(강상기·시인, 1946-) 


+ 담쟁이덩굴 

비좁은 담벼락을 
촘촘히 메우고도 
줄기끼리 겹치는 법이 없다. 

몸싸움 한 번 없이 
오순도순 세상은 
얼마나 평화로운가. 

진초록 잎사귀로 
눈물을 닦아주고 
서로에게 믿음이 되어주는 
저 초록의 평화를  

무서운 태풍도 
세찬 바람도 
어쩌지 못한다. 
(공재동·시인이며 아동문학가) 


+ 담쟁이덩굴의 독법 

손끝으로 점자를 읽는 맹인이 저랬던가 
붉은 벽돌을 완독해 보겠다고 
지문이 닳도록 아픈 독법으로 기어오른다 
한번에 다 읽지는 못하고 
지난해 읽다만 곳이 어디였더라 
매번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다 보면 여러 번 손닿는 곳은 
달달 외우기도 하겠다 
세상을 등지고 읽기에 집중하는 동안 
내가 그랬듯이 등 뒤 세상은 점점 멀어져 
올려다보기에도 아찔한 거리다 
푸른 손끝에 피멍이 들고 시들어버릴 때쯤엔 
다음 구절이 궁금하여도 
그쯤에선 책을 덮어야겠지 
아픔도 씻는 듯 가시는 새봄이 오면 
지붕까지는 독파해 볼 양으로 
맨 처음부터 다시 더듬어 읽기 시작하겠지 
(나혜경·시인, 1964-) 


+ 담쟁이 넝쿨 

김과장이 담벼락에 붙어있다 
이부장도 담벼락에 붙어있다 
서상무도 권이사도 박대리도 한주임도 
모두 담벼락에 붙어있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밀리지 않으려고 
납작 엎드려 사력을 다해 
견뎌내는 저 손 
때로 바람채찍이 손등을 때려도 
무릎팍 가슴팍 깨져도 
맨손으로 암벽을 타듯이 
엉키고 밀어내고 파고들며 
올라가는 저 생존력 

모두가 그렇게 붙어 있는 것이다 
이 건물 저 건물 
이 빌딩 저 빌딩 
수많은 담벼락에 빽빽하게 붙어 
눈물나게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권대웅·시인, 1962-) 


+ 담쟁이 사랑 

끝없이 타오르는 
도벽 같은 탐욕으로 

남몰래 담을 타며 
밤마다 모의한다 

하늘이 내린 형벌이다 
중독이다 전염이다 

그대 집 다 메워도 
그대 맘 곁에 못 가 

혹독한 추위에 
몸이 얼고 생각이 얼고 

기어이 
가슴 하나 남긴 채 
전설 속에 사라진다 

여느 해 그러하듯 
여름 가고 가을 오면 

움츠린 몸 뒤척이며 
피가 먼저 나선다 

그래도 
그 흔한 사랑이라 
차마 말 못한다 
(이민화·시인, 1966-) 


+ 담쟁이 덩굴 

두 손이 바들거려요 그렇다고 허공을 잡을 수 없잖아요 
누치를 끌어올리는 그물처럼 우리도 서로를 엮어 보아요 
뼈가 없는 것들은 무엇이든 잡아야 일어선다는데 
사흘 밤낮 찬바람에 찧어낸 풀실로 맨 몸을 친친 감아요 
그나마 담벼락이, 그나마 나무가, 그나마 바위가, 그나마 꽃이 
그나마 비빌 언덕이니 얼마나 좋아요 당신과 내가 맞잡은 풀실이 
나무의 움막을 짜고 벽의 이불을 짜고 꽃의 치마를 짜다 
먼저랄 것 없이 바늘 코를 놓을 수도 있겠지요 
올실 풀려나간 구멍으로 쫓아 들던 날실이 숯덩이만한 매듭을 짓거나 
이리저리 흔들리며 벌레 먹힌 이력을 서로에게 남기거나 
바람이 먼지를 엎질러 숭숭 뜯기고 얼룩지기도 하겠지만 
그래요, 혼자서는 팽팽할 수 없어 엉켜 사는 거예요 
찢긴 구멍으로 달빛이 빠져나가도 우리 신경 쓰지 말아요 
반듯하게 깎아놓은 계단도, 숨 고를 의자도 없는 
매일 한 타래씩 올을 풀어 벽을 타고 오르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지요 오르다 보면 담벼락 어딘가에 
평지 하나 있을지 모르잖아요. 혹여, 허공을 붙잡고 사는 
마법이 생길지 누가 알겠어요 
따박따박 날갯짓하는 나비 한 마리 등에 앉았네요 
자, 손을 잡고 조심조심 올라가요 
한참을 휘감다 돌아설 그때도 곁에 있을 당신 
(조원·시인, 1968-) 


+ 담쟁이 

온 몸이 
발이 되어 

보이지 않게 
들뜨지 않게 

밀고 나아가는 
저 눈부신 낮은 포복 
(정연복)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930 남미주 아르헨티나 시인 - 보르헤스 2018-01-10 0 4529
929 하이퍼시의 뿌리는 중국시전통에 있으며 대간을 이루고있다... 2018-01-10 0 3214
928 {쟁명} - 하이퍼시는 은유와 환유의 잔치, 설명과 해석은 금물. 2018-01-10 0 2333
927 <서시> 시모음 2018-01-10 0 2492
926 [시단소사전] - "글쓰기 충전구멍가게"... 2018-01-10 0 2968
925 "모든 죽어가는것" 中 하나가 "조선어"였던것 같다... 2018-01-09 0 2311
924 <해빛> 시모음 2018-01-09 0 2320
923 <별> 시모음 2018-01-09 0 2048
922 <콩나물> 시모음 2018-01-09 0 2148
921 보이지 않는것들을 볼수있는 4차원적 발견의 눈을 길러라... 2018-01-07 0 2156
920 항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늘 기록하라... 2018-01-07 0 2003
919 [작문써클선생님께] - 동시를 어떻게 쓸가ㅠ... 2018-01-07 0 2149
918 "과연 당신만의 '십자가'를 짊어질수 있는 용기가 있는기여?"... 2018-01-07 0 2236
917 {쟁명} - 하이퍼시는 단일체가 아니라 다양체와의 춤사위이다 2018-01-05 0 2468
916 {쟁명} - 하이퍼시는 자아가 아니라 타자와 노는것이다... 2018-01-05 0 2313
915 詩人 김파님께서는 갔으나 詩伯 김파님께서는 가지 않았다... 2018-01-05 0 2565
914 이상(李箱)의 시는 이상(李箱) 이상(以上)이었다... 2018-01-04 0 2382
913 "솔숲은 늘 푸른데, 숲에 난 발자국은 모두 다르더라"... 2017-12-28 0 3213
912 교육선구자 김약연과 명동학교를 아십니까?!... 2017-12-28 0 2810
911 <시간> 시모음 2017-12-28 0 2867
910 해골의 노래에 맞춰 무도회는 잘도 돌아간다... 2017-12-27 0 3141
909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2017-12-26 0 3027
908 <말(言)> 시모음 2017-12-24 0 2242
907 시와 시작론 2017-12-22 0 1892
906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7 2017-12-22 0 2130
905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6 2017-12-22 0 2040
904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5 2017-12-22 0 2278
903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4 2017-12-21 0 2401
902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3 2017-12-21 0 2298
90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시조, 동시, 시 차이점?... 2017-12-21 0 3355
900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2 2017-12-21 0 2385
899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 2017-12-21 0 2107
898 세상에서 제일 보배로운 동요동시를 내 눈언저리에 붙혀주렴... 2017-12-21 0 2239
897 웃음은 모든 인간들의 모든 독을 제거하는 해독제이다... 2017-12-20 0 2269
896 <돌> 시모음 2017-12-19 0 2446
895 산골물 / 윤동주 2017-12-17 0 2762
894 애독자 비행기 조종사가 유명한 작가 비행기 조종사를 죽이다... 2017-12-17 0 3659
893 윤동주, 백석, 릴케 - "삼종(三鐘)의 종소리 웁니다"... 2017-12-16 0 3875
892 "암울한 시대에 시를 써보겠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2017-12-16 0 3356
891 치욕의 력사에서 참회의 역사로 바꾸어 놓은 시인 - 윤동주 2017-12-16 0 3492
‹처음  이전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