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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봄날, 섬진강 길은 연둣빛으로 그득하다.
매화와 벚꽃이 지고 난 자리엔 싱그러운 녹색잎이 무성해지고 온갖 야생화들이 길섶을 수놓고 있다. 녹음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는 햇볕에 반짝반짝 은빛을 낸다.
그 풍경 속 걷기만 해도 마음이 치유되는 구간이 있다. 전북 임실의 '섬진강 문학마을길'이다. 섬진강 500리 중 약 8km 길이의 '진뫼마을~구담마을'까지 이어지는 길로 이곳의 소박한 자연 속엔 순박한 김용택 시인이 살고 있다.
시인의 마을은 섬진강 길을 걷다가, 잠시 땀을 식히기 좋은 길목에 자리해 있다. 이름은 진메 마을. '진메'는 마을 앞에 긴 산이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진뫼', '장산마을'로도 불린다.
시인의 옛집은 진메 마을 내에서 전망으로는 으뜸이다. 돌담에 작은 마당이 있는 옛집에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섬진강과 산을 바로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풍경을 김용택 시인은 70평생을 보면서 살고 있다. 그는 1978년 덕치초등학교 교사를 시작해 지난 2008년까지 38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재직 중 1982년 창작과비평사가 펴낸 '21인신작시집'에 연작시 섬진강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또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보는 것만으로 부족해 섬진강 주변을 부지런히 오고 간다.
새벽 6시에 천담마을까지 약 40분을 걷는데, 바로 이 구간이 시인이 '서럽도록 아름답다'고 했던 바로 그곳이다.
"남들은 좋은 풍경도 하루 이틀이지 섬진강에서 사는 것이 지루하지 않냐고 하는데, 매일 똑같이 흐르는 강물이 어딨겠냐. 새들의 지저귐도 유심히 들으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그가 걷는 이 구간은 봄에 걷기에 그지없이 좋다.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 일렁이는 섬진강은 보기만 해도 마음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다.
시인처럼 강변을 따라 걸으면 어느새 자연이 길동무가 되어 준다.
"어린 산이 따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이리 오거라'라고 어린 산을 불러두고. 같이 바위에 앉아 섬진강을 바라보며 땀을 식힌다"
그가 말하는 어린 산은 정확한 실체는 없지만, 아마 섬진강 주변 자연의 하나일 것이다. 그만큼 주변엔 때 묻지 않은 자연만이 펼쳐진다. 걷다 보면, 자연이 주는 선물도 받게 된다. 봄이면 맛과 향이 일품인 두릅이 올라오면 하나둘 따고, 여름이면 입가심용으로 산딸기를 따서 먹으며, 길을 거닌다.
그가 매일 천담마을을 목적지로 둔 이유는 또 하나가 있다. 섬진강변에 귀농·귀촌인들의 제자를 두고 있어서다.
최근 농촌으로 정착하려는 도시민들이 느는 추세이지만, 대부분 원주민과의 갈등으로 대개 1년을 못 버티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섬진강의 '강변사리'의 경우 그런 면에서 성공적인 귀농·귀촌인 모임이다.
이들은 섬진강 마을의 분위기를 흐리지 않고 가꾸어 나가고 있다. 주기적으로 모여 영화 이야기, 기타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그중 하나가 김용택 시인과 함께하는 문학 캠프다.
김용택 시인에 따르면 글 쓰고 시를 짓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연을 관찰만 해도 너무 재미있다. 봄이 되면 꽃을 피워주니 얼마나 재밌나. 자연이 하는 말은 받아쓰기만 해도 곧 시가 된다. 나무만큼 시를 잘 쓰는 사람도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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