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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휘리리릭. 마을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작은 새 한 마리가 나에게 날아들었다. 깜짝 놀라 가던 길을 멈추었더니, 새는 내 앞을 스치듯 지나 덤불 속 나뭇가지위에 날아가 앉았다. 그러더니 무언가 불안한 듯 연신 이편을 향해 짹짹거렸다. 가만히 보니 참새였다. ‘보통 야생 참새는 사람 주위에 날아들지 않는데, 도대체 저 새가 왜 저러지?; 그런 생각을 하며 갈 길을 다시 가려는데, 저 앞에서 한 동네에 사는 지호가 뛰어오며 외쳤다.
“발 아래를 조심하세요!”
“응? 발 아래라고?”
얼른 내려다보니 몇 걸음 앞에 나뭇가지 위의 새보다 더 작은 새가 주저 앉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이 새는 어떻게 된 거니?”
“아까부터 날다가는 떨어지고, 다시 날다가 떨어지는 게 이상해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나무 위 새는 어미새 같고요. 계속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경계하더라고요.”
지호 말이 맞았다. 나에게 날아들었던 새는 여전히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어미새가 분명했다. 지호는 이어 말했다.
“아파보이는 새가 있더라도 이소하는 새 일지 모르니 한 시간 정도 지켜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 잘 날지 못하는 새를 구조할 때는, 둥지를 떠나는 연습하는 아기새일 수 있으니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잘 관찰해보라고 했었지? 그걸 기억하고 있다니, 대단한걸?”
지호는 우리 큰 아이의 학교 친구였다. 지호네 가족은 동물을 좋아해서 종종 우리집에 놀러왔고, 야생동물 이야기를 해주면 귀 기울여 듣곤 하였다. 아마 지난번 새들 이소에 대해서 말해준 것을 잊지 않고 있었던 듯 했다. 나는 녀석이 대견해서 머리부터 쓰다듬었다. 그리고 물었다.
“잘했어. 그럼 지금까지 얼마나 지켜 본거니?”
“음, 한 20분정도요? 그런데 아까 길가로 떨어진 이후로는 점점 기운이 없어 보여요. 이젠 사람이 아주 가까이 가도 움직이지도 않고요.”
과연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아기 참새는 눈을 감은 채 움직이려하지 않았다. 한발짝 더 다가가 보니 양쪽 눈이 감겨있었다. 게다가 눈 주위에 피고름 같은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 아기 참새는 아픈 것 같구나. 잡아서 자세히 봐야겠어.”
지호와 나는 작은 수건을 펼쳐 새를 잡았다. 어떻게든 도망가야 했을 아기새는 너무나 쉽사리 손바닥 안에 들어왔다. 기운이 몽땅 빠져버린 모양이었다. 우선 눈을 살펴보았다. 양쪽 눈을 다 덮은 피고름은 눈주위 깃털들과 함께 엉망으로 뭉쳐있었다.
“이 정도면 앞을 볼 수가 없겠는걸. 안 보이는 채 날다보면 많이 부딪쳤을 텐데. 어서 가서 치료해줘야겠다.“
하지만 걸음을 옮기자마자 풀숲에서 지켜보던 새가 휘릭 날았다. 앞을 가로막기라도 할 기세였다.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걸 보고 지호가 소리쳤다.
“어미참새야! 우리 나쁜 사람들 아냐! 꼭 치료해서 돌려보내줄게!”
집에 돌아와 아기 참새를 잘 살펴보니 다행히 다른 곳은 부러지거나 다치지 않은 듯 했다. 탈수도 심하지 않아서 1~2일 정도 물과 먹이만 잘 먹이면 금방 기운을 차릴 듯 했다. 다만 눈 주위에 있던 피고름 딱지가 주위 피부를 상하게 해서 눈이 괜찮을 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상당기간 치료가 필요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당장 그날 저녁부터 2주 이상 연구소 일로 해외 출장을 가야했기 때문이었다. ‘저 녀석을 어떻게 치료하지?’ 난감했다. 고민 끝에 지호의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이고. 불쌍해라. 눈을 많이 다쳤나봐요.”
지호 엄마는 얼른 달려와 참새 새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 어미가 잘 먹였는지 몸 상태는 나쁘지 않은데, 어찌된 일인지 양쪽 눈위로 염증이 심각해요. 매일 피고름을 닦아내고 안약을 넣어주어야 할 것 같아요.”
“네, 제가 지호랑 함께 잘 해볼게요.”
지호의 엄마는 어릴 적부터 새를 키워 본 경험이 있는 데다가 언젠가 아기 박새를 키울 때 나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 나는 지호 엄마를 믿고 출장길에 나섰다. 하지만 출장 기간 내내 아기 참새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지호네를 찾아갔다.
“어떻게 되었니? 그 아기새 살았어?”
“네, 그런데요···.”
지호가 말끝을 흐렸다.
“설마, 죽은 거야?”
고개를 돌려 보니 작은 새장에 아기 참새가 보였다. 의외로 아주 활력 있어 보였다. 답답해 새장 밖으로 나가려는 듯 푸드덕대며 새장 안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기우뚱 한 채 한쪽으로 날다가는 곧잘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제 피고름은 모두 사라졌는데, 아무리 찾아도 한쪽 눈이 없어요.”
자세히 살펴보니 지호 말이 맞았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리 찾아도 눈꺼플조차 보이지 않았다. 애초부터 한 쪽 눈 없이 태어난 기형이었다.
“지호야. 그동안 참 고생했어. 먹이도 일일이 손으로 준거지? 한쪽 눈이 없으니 먹이도 못 찾아먹었을 텐데. 네가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그래도 이 새는 네가 살린 거야. 소중한 생명을 구했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호네 가족은 그동안 작은 아기 새를 살리느라 애를 많이 쓴 모양이었다. 아기 참새가 배가 고프다고 울어댈 때마다 작은 핀셋으로 먹이를 집어 입에 직접 넣어주곤 했던 것이다. 나는 연신 지호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지호의 표정이 여전히 어두웠다.
“그런데 이 아기 참새 엄마가 아이를 찾고 있을 거에요. 제가 돌려보내주기로 약속했어요. 하지만, 한쪽 눈 없이도 밖에서 살 수 있을까요?”
지호는 걱정스레 물었다. 난 사실대로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 새는 이제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없을 것 같구나. 야생에 돌아가면 먹이를 찾지도 못하고 고양이 같은 천적들을 피하지도 못해 금방 죽을 것 같아.”
그러자 지호는 금방 울상이 되었다. 그런 지호에게 내가 다시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다행히 다른 한쪽 눈은 보이니까, 이제 스스로 그릇에 있는 먹이를 찾아먹도록 가르쳐보자. 보이는 쪽에 그릇을 놓아주고 유도하면 가능할거야.”
“네! 그렇게 해볼게요.”
지호가 기쁜 듯 외쳤다. 그런 지호를 보면서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야생동물들
사람과 마찬가지로 야생동물들도 자연적 혹은 환경 이상으로 발생한 기형 때문에 혹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장애동물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실례로 지난해 한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된 동물 중 42.7%는 다행히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 17.4%는 치료를 마쳐도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 너무 많은 동물이 장애 상태에 놓여 이 모든 동물을 평생 돌봐준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 더 이상 다치거나 질병 상태에 놓이지 않도록 예방적인 자연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 하지만 사라져가는 야생동물들의 유전적 보전을 위해서, 또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당연한 것처럼 장애동물들 또한 품어줄 수 있는 생명존중의 사회로 점차 발전해 가기를 희망해봅니다 .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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