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0월 2024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그것이 알고싶다] - 털을 버렸다?... 털을 잃었다?...
2018년 11월 27일 23시 09분  조회:4014  추천:0  작성자: 죽림

털 잃은 인류,
언제부터 옷을 입었을까
[과학의  한귀퉁이]

김홍표 |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2018.11.27. 
 
 

[경향신문]

첫눈이 내렸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대부분의 겨울 외투 안에서 보온 효과를 주는 날짐승의 깃털은 피부의 변형된 형태로 인간의 손톱이나 침팬지의 털과 그 유래가 별로 다르지 않다. 갓 태어난 새끼만 먹을 수 있도록 젖을 발명해 낸 포유류의 또 다른 대표적인 특성이 바로 털이다. 피부 표면에 단열 효과가 매우 뛰어난 털외투를 두른 것이다. 하지만 털은 몸 안의 열을 외부로 방출되지 못하도록 막기 때문에 포유류가 덥고 건조한 기후에 적응하는 데 방해가 된다.

사람들은 흔히 5000종이 넘는 포유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털이 없는 동물이 바로 인간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그 말은 틀렸다. 사실 침팬지나 인간이나 털이 자라나는 모낭의 수는 다르지 않다. 인간의 머리에는 약 10만개, 몸통에는 300만~500만개의 모낭이 있다. 거기서 털이 나고 자라고 빠지는 일이 진행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보다 침팬지의 털이 더 굵고 더 시커멓고 길게 자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질문은 털이 왜 사라졌느냐가 아니라 ‘왜 털이 왜소해졌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이에 다윈은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인간이 털을 버렸다고 말했다. 한편 어떤 과학자들은 온도에 민감한 뇌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이 털을 잃었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가장 빠른 동물인 치타가 1분을 달리지 못하고 털북숭이 사람과 동물이 태양 아래에서 쉽게 열사병에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적도 근처의 초기 인류에게 효율적으로 열을 식히는 장치는 꼭 필요했을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은 무리지어 동굴에서 살던 인류를 괴롭힌 이(lice)나 벼룩 등, 외부 기생충을 피하기 위해 털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 기생충들이 질병을 옮기기도 했기 때문이다. 원인이야 어떻든 털을 잃은 인간은 이제 땀샘을 한껏 구비하고 외부로 열을 방출하면서 두 발로 대지 위를 오래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지구력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류가 탄생한 것이다.

그럼 인류는 언제 벌거숭이가 되었을까? 몇 가지 증거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약 120만년 전에 두 발로 걷던 인간의 몸에서 털이 사라졌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단열재 털을 잃은 인간은 밤이나 고위도의 추위를 견디기에 무척 불리했을 것이다. 뭔가 대안이 필요했으리라는 뜻이다. 털이 없어지는 사건을 전후해서 인간이 불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버드 대학의 인류학자인 리처드 랭엄은 인간의 구강 구조를 증거로 내세우며 인류가 불을 사용한 시기가 털을 벗은 시기보다 앞섰으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치아의 크기가 줄고 턱의 힘이 약해지면서 느슨해진 머리뼈 덕분에 신생아 뇌의 크기를 키울 수 있었고 소화 효율이 높아져 인간이 먹는 데 쓰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랭엄은 말했다. 그럴싸하다.

불 말고 추위에 대한 인간의 적응성을 높일 만한 수단이 또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옷이다. 그러면 인류는 언제부터 옷을 입었을까? 옷의 재료가 동물의 가죽이든 식물의 섬유든 생체 물질은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화석으로 오래 남지 못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인간이 언제부터 옷을 입게 되었는지 알아냈다. 고인류학에 분자생물학 기법이 가미된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700만년 전 공통조상으로부터 침팬지와 초기 인류가 분기된 것처럼 옷 솔기에 사는 이도 머릿니와 진화적 작별을 치르고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종(種, species)으로 살아가리라 작정한 것이었다.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의 데이비드 리드 박사팀은 해부학적으로 현생인류인 아프리카 사람들이 약 8만3000년에서 17만년 전 사이에 본격적으로 옷을 입게 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머리에 살던 이가 의복으로 터전을 옮겨 살게 된 역사를 유전체에서 복원한 것이었다. 유전체를 분석하는 과학자들은 여러 생명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매우 잘 보존된 유전자의 염기 혹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비교하면서 생물 종 사이의 유연관계를 파악한다. 인류가 언제 털을 잃게 됐는지 짐작하게 된 것도 포유동물의 피부와 털의 색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비교 분석 후 얻은 결론이었다. 털옷을 벗고 불을 지핀 인류는 이윽고 옷을 갖춰 입게 됨으로써 위도나 고도가 높은 곳으로 출정할 준비를 갖췄다. 그렇다고는 해도 인류는 섣불리 터전을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간이 대대적으로 아프리카를 등지게 된 까닭은 그들이 살던 아프리카 동부 지역이 건조해지면서 먹을 게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체체파리와 같은 곤충이 매개하는 질병이 사람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열악한 상황에서 약 몇 만 명까지 줄었던 인구는 현재 75억명을 넘어섰다. 털옷을 벗은 인류는 불과 옷을 발명한 데다 난방이 가동되는 콘크리트 벽 안에서 칩거 중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혜택을 누리지는 못한다. 지금도 칼바람이 들이치는 고시원 쪽방에서 난로 하나로 쪽잠을 청하는 이들은 먼 옛날에 잃어버린 인간의 털옷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홍표 |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717 [타산지석] - 우리 연변에서도 "단군절"이 있었으면... 2017-12-26 0 11374
171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나비야, 나비야, 어서 나와 놀아보쟈... 2017-12-26 0 5163
171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경찰견아, 맹활약하거라... 2017-12-26 0 4782
171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천진난만한 동물들... 2017-12-26 0 3915
1713 [동네방네] - 중국 장가계에도 우리 조선민족 피가 흘렀다... 2017-12-26 0 3065
1712 [고향문예기별] -연변TV방송국 40세 청춘 닐리리... 2017-12-26 0 5166
1711 [고향문단소식]- 의학전문연구소 소장 동시 "별" 출산하다... 2017-12-26 0 3151
1710 [고향문단소식] - 시인은 "옥을 파간 자리"에 그냥 서 계신다... 2017-12-26 0 2894
1709 [그것이 알고싶다] - 中, 韓 동지 음식문화 비교... 2017-12-24 0 3392
1708 [타산지석] - 우리 연변에서도 "조선족의상축제"가 있었으면... 2017-12-24 0 3839
1707 [쉼터] - 정원에서 쉬여가자... 2017-12-24 0 5169
1706 묵향인생 = "서예는 령혼의 울림" 2017-12-24 0 5012
1705 [동네방네] - 조선글 서예 "아리랑체" 2017-12-24 0 3048
1704 [쉼터] - 사진으로 보는 인문과 민속... 2017-12-24 0 3009
170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새들아", 참 남의 일이 아니다... 2017-12-22 0 3151
1702 [타산지석] - 우리 연변에서도 "소잡는 날 축제"가 있었으면... 2017-12-22 0 7361
1701 [이런저런] - 머리카락같은 손칼국수 42개 바늘귀 뀌다... 2017-12-22 0 4563
1700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락서(낙서)" 남의 일이 아니다... 2017-12-21 0 4678
1699 [이런저런] - 감귤 껍질아, 나와 놀쟈... 2017-12-21 0 4081
1698 [이런저런] - 개썰매 타고 한바탕 달려볼가ㅠ... 2017-12-21 0 5051
1697 [이런저런] - 산타할아버지, 나와 놀쟈... 2017-12-21 0 5602
1696 김호림 옛마을 새마을 가다... 2017-12-21 0 4199
1695 [그것이 알고싶다] - "려권" = 조심, 주의, 명심... 2017-12-21 0 5130
1694 [쉼터] - 롱구 생애 20년기간 등번호 8번, 24번 두개뿐... 2017-12-20 0 4270
1693 [그것이 알고싶다] - 최초의 "국어사전"?... 2017-12-20 0 5010
1692 [이런저런] - 中, 朝, 韓 세집에서의 "조선말통일안" 나와야... 2017-12-20 0 5214
1691 [그것이 알고싶다] - 조선말 "비교통일안"을 알아보다... 2017-12-20 0 4525
1690 [그것이 알고싶다] - 태권도를 알아보다... 2017-12-20 0 3988
1689 중국 새 "조선말규범" 무엇이 달라졌나?... 2017-12-20 0 5333
1688 [쉼터] - 만리장성의 보름달이여!... 별무리여!... 2017-12-20 0 4598
1687 [쉼터]-흑룡강성 녕안 동경성 경박호 얼음폭포 없다?... 있다!... 2017-12-20 0 4160
1686 [타산지석] - 우리 연변에서도 "전통벽화마을" 조성해야... 2017-12-19 0 4889
1685 [이런저런] - 중국 중경에 "파도 거리"가 없다?... 있다!... 2017-12-19 0 4435
1684 [쉼터] - 디자이너들의 활무대... 2017-12-19 0 5099
1683 [타산지석]-중국 길림 차간호에서 전통물고기잡이 시작하다... 2017-12-19 0 3964
1682 [이런저런] - 이색적인 빌딩 외벽 대형 "책꽂이"... 2017-12-19 0 4953
1681 [이런저런] - 200 = 1,000 = "百草湯" 2017-12-19 0 4090
1680 강서 파양현 경내에는 갈대꽃과 미녀들, 렬차가 없다?...있다!... 2017-12-19 0 4186
1679 [이런저런] - 17 = 1,000 = 71 2017-12-19 0 4643
1678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환경보호의식" 유아때부터... 2017-12-19 0 4428
‹처음  이전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