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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문화재관리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19년 05월 30일 01시 02분  조회:3936  추천:0  작성자: 죽림
함양 박씨 소장했던 서양식 지도
컬러로 채색, 북아미리가 표시도
절도 시효 지나 판매하려다 덜미
양녕대군 ‘숭례문’ 목판도 되찾아
양녕대군의 글씨가 담긴 숭례문 목판을 되찾은 소감을 말하는 양녕대군 20대손 이종빈씨. 2008년 화재 후 숭례문을 복구할 때는 탁본(오른쪽)이 사용됐다. 이번에 찾아낸 건 해당 탁본과 똑같이 제작해 보관하던 목판 2점(가운데).
보물 제1008호 ‘만국전도’는 조선 현종 때(1661년) 제작된 국내 최고(最古)의 서양식 세계지도다. 현대 지도와 똑같은 배치로 5대양 6대주를 표현하고 남북회귀선 등 서양식 지도표기법을 대부분 따랐다. 

이 전도는 1994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함양 박씨 문중에서 도난당한 뒤 25년간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만국전도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해 하반기 관련 첩보를 입수한 문화재청 문화재사범 단속반은 경찰과 함께 수사에 착수했다. 

양녕대군이 쓴 ‘후적벽부’ 목판 마지막엔 ‘숭례문 목판과 함께 지덕사에 보관 중인 후적벽부를 중각해 몽한각에 보관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붉은 네모 부분은 ‘숭례문’ ‘새기다’ ‘지덕사’ ‘몽한각’ 단어들. [김정연 기자]
경찰과 문화재청 단속반은 지난해 11월 만국전도를 팔려고 시도했던 A씨(50)의 경북 안동시 주거지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과 문화재청 담당자가 “그 지도가 얼마나 귀한 건지 알지 않느냐”며 4시간 넘게 설득한 끝에 A씨는 벽지 속에 숨긴 만국전도를 내줬다. 두 번 접혀 보관돼 있던 전도는 여기저기 곰팡이가 슬고 모서리가 닳는 등 훼손된 상태였다. 문화재청은 만국전도를 가져와 2주에 걸쳐 임시 보수작업을 했다. 

도둑맞았던 만국전도와 양녕대군(1394~1462)의 ‘숭례문’ 현판 글씨가 담긴 목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이 벽지 뒤에서 찾은 만국전도. 두 번 접어 보관해 손상이 있었으나 문화재청이 회수 후 복원했다.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문화재청 문화재사범 단속반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A씨와 B씨(70)를 각각 입건하고 만국전도와 숭례문 목판, 양녕대군 초서(흘림체로 된 한자체) 목판 4점 등 문화재 총 123점을 회수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거래 불가능한 도난 문화재임을 알고 ‘절도’의 공소시효인 10년이 지날 때까지 기다린 것으로 보이지만 문화재보호법 위반(문화재 은닉)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만국전도는 서양 선교사 알레니가 들여온 소형 세계지도를 본떠 확대해 그린 것으로, 국내 민간에서 필사된 세계지도 계열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아미리가’ ‘홍해’ ‘대서양’ 등의 명칭을 한자로 표기하고 땅은 붉은색 계열로 대륙별로 다르게 칠했다. 바다는 푸른색으로 칠하고 물결을 그려 넣기도 했다. 김 위원은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세계관을 알 수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숭례문’ 목판과 양녕대군의 초서체 글씨가 담긴 ‘후적벽부’ 목판은 2008년 전남 담양에 있는 양녕대군 후손의 재실인 ‘몽한각’에서 도난당했다. 경찰과 문화재청은 2017년 10월 ‘숭례문 목판과 양녕대군 초서 목판이 경매에 나온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해 2017년 11월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B씨의 비닐하우스에 쌓여 있는 목판을 발견했다. 숭례문 목판 2점, 양녕대군이 초서체로 쓴 ‘후적벽가’ 목판 4점은 다행히 크게 훼손된 곳이 없었다. 

숭례문 목판은 2008년 불에 탄 숭례문 복원 때 쓰인 현판 글씨가 담긴 목판이다. 복원 당시에 사용된 건 서울 동작구 양녕대군 묘인 지덕사에 보관돼 있던 탁본이다. 

정제규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은 “이 목판은 숭례문 서체를 복원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자료”라고 평가했다. 양녕대군 16대손인 이승봉(40)씨는 “몇 년 동안 올해는 돌아올까 애태웠고 해외로 유출됐을까 걱정도 했는데 이를 찾아준 문화재청과 경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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