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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밋는 한글 배우기 5...
2019년 10월 11일 00시 41분  조회:4056  추천:0  작성자: 죽림
 

[한글날 특집]
고딕과 명조의 차이는?

 
수학동아님의 프로필 사진

수학동아

 

 

2018.10.02. 

 
 
 
 
돋움, 바탕, 굴림, 궁서부터 안상수체까지. 문서 파일을 열어보면 폰트의 종류가 많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제각기 모양이 다르다. 이렇게 다양한 폰트를 만드는 원리를 알면 내 글씨로도 폰트를 만들 수 있을까?

글_조혜인 기자
일러스트_김윤재

고딕과 명조의 차이는?

폰트 개발 업체인 정글시스템의 폰트 개발 프로그램인 ‘드리거’의 예를 들어 살펴보자. 드리거로 만든 고딕체와 명조체를 보면 같은 문자라도 조절하는 점의 개수가 다르다. 완전한 원과 선분으로만 이뤄진 고딕체와 다르게 명조체는 선 끝마다 돌기가 있기 때문이다. 굴곡이 많은 명조체는 제작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고딕체 ‘ㅎ(위)’보다 명조체 ‘ㅎ(아래)’에 조절하는 점이 훨씬 많다. 조절하는 점이 많을수록 선에 굴곡도 많다. 사진/정글시스템

서양은 펜으로 글씨를 썼고 한국을 포함한 동양은 붓글씨를 썼다. 이 차이가 폰트 제작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양의 알파벳 ‘O’나 ‘Q’의 원은 어느 부분에서나 일률적으로 두께가 같은 완전한 동그라미를 이룬다.

이렇게 로마자는 기본이 되는 원이 있어 다양하게 변형하는 게 쉽다. 반면 붓글씨의 ‘ㅇ’은 선의 굵기가 대칭적이지 않고 기울어져 있으며 돌기가 있다. 로마자보다 모양이 훨씬 복잡하고 만드는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명조체는 디자인하기 가장 어려운 폰트로 알려져 있다.

 
한글 1만 1172자를 전부 만들어야 할까?

알파벳은 글자 하나하나가 그대로 완성형이라 다음에 오는 문자에따라 모양이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은 알파벳을 가장 균형 있게 만드는 최적의 비율에 대한 연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글은 초성, 중성, 그리고 종성을 합쳐 만드는 조합형 서체라서 하나의 자소만으로 글자를 표현할 수 없다. 특히, 기본 서체의 경우는 같은 자음이라도 모든 글자에 동일한 크기와 모양으로 사용할 수 없다. 초성에 오는 자소의 크기나 모양에 중성과 종성이 영향을 받아 전체 글자 모양의 균형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문 알파벳은 대문자와 소문자를 모두 합해도 52자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폰트를 만드는 과정이 한글이나 한자에 비해 쉽다. 그래서 알파벳 서체의 개발이 빨랐다. 사진/GIB, Lees

1만 1172자의 한글을 전부 디자인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한글 폰트 제작 프로그램에 초성과 중성에 오는 자소에 따라 어울리는 모양의 종성이 오게 하는 조합 법칙을 미리 입력해 놓는다.

‘가’와 ‘구’는 초성이 모두 ‘ㄱ’인데 모양이 다르다. 고딕과 명조는 모든 글자가 같은 네모 틀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딕과 명조의 종성은 중성에 있는 모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ㅏ‘와 ’ㅓ’ 같은 세로모양의 모음이 올 때와 ‘ㅜ’와 ’ㅠ‘와 같은 가로로 획을 긋는 모음이 올 때는 같은 자소라도 종성의 모양이 달라진다. ‘강’이라는 글자와 ‘겅’이라는 글자가 입력했을 때는 같은 모양의 종성(‘ㅇ’)을 사용하지만, ‘궁’에 쓰이는 ‘ㅇ’은 같은 자소라도 좀 더 납작한 모양으로 다르다.

고딕과 명조는 모든 글자를 같은 네모틀에 맞춰 만들기 때문에 미세하게 달라지는 모양도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글자를 조합할 때 경우의 수가 많아 제작이 어렵지만, 균형이 잘 맞고 가독성이 높아 사람들이 꾸준히 이용한다.

하지만 모든 폰트에 균형미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흘림체처럼 손글씨에서 착안해 만든 폰트는 네모틀에 맞춰 제작하지도 않고 글자 모양에 예외를 적용하기도 한다.

 
유행에 따라 바뀌는 글씨체

고딕, 견고딕, 그리고 맑은 고딕은 어떻게 다를까? 기본적으로 고딕의 모양을 유지하지만 유행에 따라 조금씩 바뀌면 이름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기본 폰트의 굵기를 두껍게, 또는 얇게 만들어 차이를 뒀다. 이후에 한글은 로마자와 다르게 블록을 쌓듯이 만든 글자라서 정사각형틀에 맞추면 오히려 왜곡이 일어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세로로 긴 직사각형틀에 맞춰진 폰트가 나왔고, 그 중 하나가 맑은 고딕이다.

전 세계에는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서체가 쓰이고 있다. 사진/GIB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만든 폰트도 있다. 표지에 쓰여 있는 ‘수학동아’를 보면 ‘동’의 종성 ‘ㅇ’과 ‘아’의 초성 ‘ㅇ’은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의 ‘ㅇ’이다. 이 폰트는 정해진 네모틀을 벗어나 한글 창제 원리에 따라 만든 ‘안상수체’다. 끝소리는 첫소리를 다시 쓴다는 훈민정음 조항대로 안상수체는 종성의 자음 모양이 초성에 오는 자음 모양과 같다.

그럼 내 글씨체로도 폰트를 만들 수 있을까? 사람이 쓴 손글씨는 쓸 때마다 조금씩 달라져 폰트로 표현하기에는 어렵다. 또한, 손글씨를 정확히 표현하려면 1만 1172자를 모두 써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그 대신 최소한의 손글씨 입력으로 개인 서체를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 앱이 있다. 정글시스템이 개발한 ‘Mr.마이글’은 손글씨 12개만 입력하면 손쉽게 개인 폰트를 만들 수 있다. 지금 한번 ‘Mr.마이글’로 나만의 폰트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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