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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 - "기생충, 기생충, 기생충"...우리는 언제면???!!!...
2020년 02월 10일 21시 03분  조회:5170  추천:0  작성자: 죽림

[오스카] 아카데미 수상 상금 0$ 그러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수상 트로피. 사진 온라인 캡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수상 트로피. 사진 온라인 캡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에게 상금이 있을까?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극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4관왕의 쾌거를 올리며 수상자에게 수여되는 상금이나 부상에 시선이 쏠린다.

먼저 아카데미 수상자들의 상금은 얼마일까? 공식적으로 $0이지만 향후 얻게되는 부가가치는 금전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미국 배우의 경우, 아카데미 수상한 배우들의 임금이 평균 60%가 상승했다는 통계가 있다.

미국 연예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따르면 오스카상 트로피의 제작비는 약 400$(한화 47만 원)다. 영광스런 상을 현금화할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다.

수상자에게 상금은 없지만 후보였으나 탈락한 이들에게는 수여하는 위로의 선물이 있다. 아카데미 측은 매년 남녀주·조연상과 감독상을 놓친 배우와 감독에게 ‘스웨그 백(Swag bag)이라는 부상을 준비한다.

‘스웨그 백’은 해외여행 패키지, 럭셔리 리조트 이용권, 트레이너 이용권이나 화장품, 핸드백, 신발, 시계, 고급 식료품 등 다양하게 꾸려진다.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스웨그 백’은 24K금으로 된 펜은 물론 총 21만 5000달러(한화 2억 5000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상품들로 구성돼있다고 알려져있다.

상금이 얼마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비영어권 영화 사상 최초 감독상, 작품상이라는 기록을 남겼으며 ‘기생충’은 하나의 ‘고전’이 되어 영화팬들에게 영원히 언급될 것이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영예다.




‘기생충’ 제작진·배우 기자회견

의 봉준호 감독이 19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19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최근 독립영화들 많은 재능 꽃피워
산업과의 좋은 충돌 일으킬 것”
동상 제작·생가 보존 추진 이슈에
“그런 얘기는 나 죽은 후에 하라”

이정은 “잘 찍으니 세계가 알아줘
굳이 할리우드 안 가도 되겠다 싶어”
조여정 “영화는 하나의 언어 실감”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부터 최근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세계 영화사를 다시 쓴 <기생충> 제작진과 배우들이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 소회를 밝혔다. 사실상 <기생충>의 국내 마지막 공식 활동으로, 장소는 지난해 4월 공식 활동을 시작한 곳과 같았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기서 제작발표회를 한 지 거의 1년이 다 돼간다.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다 마침내 여기 오게 돼 기쁘다”며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지난해 8월부터 봉 감독과 가장 오래 아카데미 캠페인을 함께한 배우 송강호는 “참 영광된 시간을 같이 보낸 것 같다”며 “한국 영화 <기생충>을 통해 전 세계 관객에게 뛰어난 한국 영화의 모습을 선보이고 돌아와 인사드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작들에서도 빈부격차, 계급·계층 갈등을 주요 소재로 삼아온 봉 감독은 <기생충>이 전작들에 비해 큰 호응을 얻는 것과 관련해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점을 인기 요인으로 봤다. 봉 감독은 “<괴물>이 한강변 괴물, <설국열차>가 미래 기차를 배경으로 해 공상과학(SF)적 요소가 많은데 <기생충>은 그런 것 없이 동시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을 배우들이 잘 표현한, 현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라 더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봉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쓴 한진원 작가는 주요 인물 모두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기생충>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봉 감독의 아이디어에 현실감을 입히기 위해 가사도우미·수행기사 등 실제 인물들을 만나 취재하기도 했다. 한 작가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립으로 흘러가지 않고, 인물마다 드라마가 있고 각자의 욕망에 따라 사는 이유가 있다”며 “기우(최우식) 집과 가까운 서민 가정에서 태어난 제게 박사장(이선균) 집은 판타지였다. 판타지를 채워줄 취재원이 중요했다. 취재원에게서 얻은 디테일을 통해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 양극화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드러낸 점도 주효했다. 봉 감독은 “대중적인 측면에서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가 사는 시대를 최대한 솔직하게 그린 게 이 영화의 유일한 길이기도 했다. 정면돌파하려고 만든 영화”라며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베트남·일본·영국·미국에서 오스카 후광과 상관없이 호응받았다. 수상을 떠나 동시대를 사는 전 세계 많은 관객이 호응해준다는 게 기뻤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섰던 소회와 뒷이야기도 전했다. 이선균은 “너무 벅참을 느꼈다”며 “재작년 시작된 멋지고 아름다운 패키지 여행이 마무리됐다. 한국 영화 100년을 황금종려상으로 마무리하고, 또 다른 100년 역사를 아카데미로 시작했다. 함께여서 너무 영광이었다”고 했다. 이정은은 “<기생충> 개봉 초반 인터뷰할 때 ‘배우가 됐으니 할리우드 한번 가봐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는데, 영화를 잘 찍으니 세계가 알아주더라”며 “굳이 할리우드 안 가도 되겠다 싶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영화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이게 영화라는 하나의 언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봉 감독) 바로 옆에 앉았는데 자세히 보시면 굉장히 자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황금종려상 수상 때) 너무 과도하게 기뻐하다 감독님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 (아카데미 때는) 뺨이나 뒷목, 얼굴 위주로 갈비뼈를 피해가며 기쁨을 나눴다”고 했다. 시상식에서 받은 오스카 트로피는 6개다. 이 중 3개(작품상·감독상·각본상)는 봉 감독이, 2개(작품상·국제장편영화상)는 곽신애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1개(각본상)는 한 작가가 보유하기로 했다.

봉 감독은 제2, 제3의 <기생충>이 나오기 위해서는 투자·배급·제작 등 한국 영화업계가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저의 데뷔로부터 한국 영화계가) 20여년간 눈부신 발전이 있었지만, 동시에 젊은 감독이 뭔가 이상하고 모험적인 작품을 하기는 어려워졌다”며 “1980~1990년대 홍콩 영화산업이 어떻게 쇠퇴했는지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 길을 걷지 않으려면 한국 영화산업이 모험과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고 더 도전적인 영화를 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나오는 훌륭한 독립영화들을 보면 많은 재능이 꽃피고 있다”며 “(그 재능이) 산업과 좋은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자신의 동상 제작 및 생가 보존 추진과 관련해서는 “그런 이야기는 제가 죽은 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5·6부작 분량의 TV드라마로 준비 중인 <기생충>은 앞서 <설국열차>가 방영까지 5년이 걸렸다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했다.

간담회에는 봉 감독과 배우 송강호·이선균·조여정·박소담·이정은·장혜진·박명훈, 곽 대표, 한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참석했다. 봉 감독은 끝인사에서 “많은 경사가 있어 영화사적 사건처럼 기억될 수밖에 없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 자체가 기억됐으면 한다”며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저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가 장인정신으로 만든 장면 하나하나, 영화 자체가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김경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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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제작진·출연진 20여명 청와대 초청…아카데미 수상 축하

김정숙 여사, 이틀 전 전통시장서 구입한 대파 이용해 '대파 짜파구리' 준비

송강호 "따뜻한 음식 먹으며 대장정 마무리해 특별…뭉클한 감동"

영화 '기생충' 격려하는 문 대통령(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0.2.20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제 아내가 여러분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섞어서 함께 끓인 요리·영화 '기생충'에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소재로 등장)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습니다. 함께 유쾌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

"암기하신 것 같지는 않고 옆에서 길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저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봉준호 영화감독)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봉준호 영화감독을 비롯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제작진·출연진과 청와대에서 특별한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리에서 아카데미상 수상을 축하하고 제작 과정에서의 노고를 치하했다.

오찬에는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씨 등 출연진들이 참석했다.

청와대의 '기생충'팀(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등이 2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초청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2020.2.20 xyz@yna.co.kr

오찬에 앞서 청와대 본관에 도착한 봉 감독 등은 사전환담 장소인 충무전실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진을 찍는 여유를 보였다.

환담에는 봉 감독의 대학 동기로 재학 중에 봉 감독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육성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도 동석했다.

어떤 인연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봉 감독은 웃으면서 "제가 결혼하고 충무로에서 연출부를 할 때 쌀도 한 포대 갖다주고 했다"고 말했다.

육 행정관은 "제가 결혼할 때 봉 감독이 결혼식을 찍어줬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기생충' 아역배우(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봉준호 감독, 송강호, 아역배우 정현준 등과 인사하고 있다. 
2020.2.20 xyz@yna.co.kr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입장하자 봉 감독은 아역배우인 정현준 군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

자세를 낮춰 정 군과 악수한 문 대통령은 다른 배우들과도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촬영을 마치고 나서부터 대장정이었죠"라며 "꿈 같은 일"이라고 말을 건넸다.

봉 감독이 "배우, 스태프들과 같이 여기 오게 돼 기쁘다"고 말하며 "축전도 잘 받았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아내가 특별한 팬"이라고 말하자 김 여사는 "남편과 영화를 봤다"고 거들기도 했다.

봉 감독이 즉석 퀴즈 형식으로 배우 박명훈 씨의 극중 배역을 물었을 때 김 여사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봐서 금방 알아봤다"며 "근세"라고 정답을 맞히자 분위기는 더 화기애애해졌다.

송강호 씨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봉 감독이 쓴 각본집 2권을 선물로 증정했다.

문 대통령과 '기생충' 팀, '오찬장으로'(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등 제작진, 배우들과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0.2.20 xyz@yna.co.kr

모든 참석자가 오찬 테이블에 앉은 뒤 문 대통령은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도, 새로운 오스카 역사를 쓴 것도 아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스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최고 영화제지만 봉 감독이 핵심을 찔렀다시피 로컬 영화제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봉 감독이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가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라는 질문에 "별로 큰일은 아니다"라며 "오스카상은 그저 로컬(지역영화상)일 뿐"이라고 답한 것에 착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기생충'이 워낙 빼어나고 봉 감독이 워낙 탁월해 비영어권 영화라는 장벽을 무너뜨리고 최고 영화,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해 특별히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찬 메뉴에 '기생충'에 등장해 화제가 된 짜파구리가 들어 있다는 말로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7분여간 막힘 없이 이어진 문 대통령의 인사말에 봉 감독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저나 송강호 씨나 모두 '한 스피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문화, 영화산업 전반에 대한 언급을 거쳐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말씀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두 페이지 분량"이라고 부연했다.

영화 '기생충' 축사하는 문 대통령(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축사를 하고 있다. 
왼쪽은 봉준호 감독. 2020.2.20 xyz@yna.co.kr


이어 "평소에 체화한 이슈에 대한 주제 의식이 있기에 풀어내신 것 같다"며 "많은 시상식을 갔지만 대사를 많이 외우는 배우들도 지금 말씀하신 것의 ¼ 정도의 짧은 스피치를 프롬프터를 보면서 한다"고 언급했다.

봉 감독은 "의식의 흐름인지 궁금하다"면서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 선택으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시는 것을 보니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졌다"고도 말했다.

봉 감독은 "작년 칸 영화제부터 아카데미까지 대장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데 (제작진, 출연진)이 근래 많이 모인 적이 별로 없었다"며 "영광스럽게 청와대에서 좋은 자리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배우 송강호 씨는 "두 분의 멋진 말씀을 듣다 보니 저도 말씀을 잘 드려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송 씨는 "음식이 우리 민족에게는 그냥 먹거리가 아니다"라며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서 대장정의 마무리를 한다는 것이 특별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송 씨는 "우리 모두 모인 게 오랜만이고 ('기생충'과 관련한) 공식행사가 오늘이 마지막"이라면서 "자연스레 뜻깊은 자리가 된 것 같아 더 뭉클한 감동이 있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 선물 받은 문 대통령(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봉준호 감독의 선물을 받고 있다. 봉 감독은 각본집과 스토리북을 선물했다. 2020.2.20 xyz@yna.co.kr

오찬 메뉴 중 '짜파구리'가 등장하자 김 여사는 "(오찬과 관련해) 저도 계획이 있었다"며 "어제 오후 내내 조합을 한 '짜파구리'"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지역경제가 위축돼 (엊그제) 재래시장에 가서 상인들도 위할 겸 작정을 하고 대파를 샀다"면서 "동행한 이연복 셰프에게 '짜파구리'와 대파를 어떻게 접목할지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소고기 안심을 넣으면 너무 느끼할 것 같아 돼지고기 목심을 썼다"며 "저의 계획은 대파였다. 이게 '대파짜파구리'"라고 부연했다.

봉 감독이 "'짜파구리를 한 번도 안 먹어보고 시나리오를 썼는데 맛있다"고 하자 김 여사는 "여러분 덕에 대파 소비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가 나왔다.

오찬 후 문 대통령과 오찬 참석자들은 본관의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의 제안에 정현준 군이 집무실 의자에 앉자 봉 감독 등은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 제작진 및 촬영진과 사진을 찍은 후 본관에서 녹지원까지 산책한 뒤 이들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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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난데없이 영화 '기생충'을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한국 영화의 쾌거를 한미 무역 관계와 연결지으면서 나온 발언인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성향이 많은 문화계 인사를 염두에 둔 것 이라고 하지만 발언의 가벼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송지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나흘간 미 서부 유세에 돌입한 트럼프 미 대통령, 콜로라도 연설 중 갑자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언급하며 "승자가 한국 영화였다"고 못마땅해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 美 대통령
"그런데 말이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얼마나 나빴습니까? 봤어요? 승자가 한국에서 온 영화에요. 도대체 그게 다 뭡니까?"

한국과 무역 문제로 연결짓기까지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 美 대통령
"우린 한국과 무역에서 충분히 많은 문제를 갖고 있잖아요. 게다가 올해 최고의 영화상을 준다고요? 그게 좋던가요? 난 잘 모르겠던데…." 

자국 영화를 제친 것에 큰 불쾌감을 드러냅니다. 

도널드 트럼프 / 美 대통령
"(기생충이) 최고의 외국어 영화상 정도라 생각했어요. 외국 영화잖아요. 아니더라고요. 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나요? "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성향이 많은 문화계 인사들을 염두에 둔 듯 미국 영화가 상을 받아야 했다는 논리를 편 겁니다. 

기생충 북미 배급사는 트위터에 "알 만하다, (자막을) 못 읽겠지"라고 반응하며 외국 문화를 이해하려 들지 않으려는 트럼프를 꼬집었습니다. 

TV조선 송지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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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뉴스

 

[앵커]

"한국 영화가 왜 아카데미상을 받아야 하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선거 유세에서 대뜸 영화 '기생충' 얘기를 하며 아카데미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비난했는데 미국 안에서 반응도 싸늘했습니다.

김나한 기자입니다.

[기자]

[트럼프/미국 대통령 : 한국 영화가 최고상을 받았어요. 대체 뭐 이런 일이 있죠? 나는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는 줄 알았죠.]

콜로라도주 유세장에서 난데없이 아카데미 시상식 얘기가 나왔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얼마나 문제가 많았던 거죠?]

트럼프 대통령은 아카데미에서 4개의 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을 깎아내렸습니다.

영화가 좋다, 나쁘다는 비평 수준을 넘어 미국 영화가 아닌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 자체를 못마땅해했습니다.

지지자들을 붙잡기 위해 선거유세에서 꺼내든 카드입니다.

영화와 상관없는 한미간 무역, 방위비 분담비 문제도 언급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한국은 우리와 무역 문제가 있는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의 영화에 최고상을 주다니요.]

트럼프 대통령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영화가 아카데미로 돌아와야 한다"고 불평했습니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브래드 피트를 향한 비난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브래드 피트/배우 : 무대 위에서 수상소감을 말하는 데 45초가 주어진다고 합니다. 이 45초는 (트럼프 탄핵 심판에서) 미국 상원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줬던 시간보다 45초가 많은 것이죠.]

[트럼프/미국 대통령 : 전 브래드 피트 별로 안 좋아합니다.]

미국 민주당은 "기생충을 보며 두 시간 동안 자막을 읽어야 하니 트럼프가 싫어할 만 하다"고 지적했고, '기생충' 배급사 네온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막을 읽지 못한다. 이해할 만한 발언이다"고 비판했습니다.

(화면제공 : AMPAS·NEON)
(영상그래픽 : 김정은)

/김나한 기자  /[영상편집: 김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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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뉴스

[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을 또다시 걸고 넘어졌습니다. 

미국을 위해서는 미국 영화가 상을 탔어야 한다는 불만인데, 반미국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됩니다. 

워싱턴에서 윤석이 특파원입니다.

[기자]

미국 서부지역에서 유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을 또 끄집어 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나는 한국 영화가 수상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 아카데미 시상식의 승자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나는 이게 도대체 무엇이냐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매우 잘 지낸다"면서도 무역과 관련해 한국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며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비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나는 그들과 협상을 하고 있고 그들은 나를 좋아합니다. 우리는 한국을 많이 돕고 있습니다. 한국은 무역과 관련해 우리를 죽이고 있습니다. 우리를 두들기고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빌어먹을'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유세에서도 한국과의 '무역' 문제를 언급하며 영화 '기생충'을 저격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우리는 한국과 무역에서 충분히 많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더욱이 올해 최고의 영화상을 준다? 잘 됐나? 모르겠습니다."

영화 자체를 비난했다기 보다는 미국 영화산업을 위해서는 미국 영화가 상을 받았어야 했다는 불만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다시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꾀하겠다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그들은 그 영화가 최고의 외국 영화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이제 그런 식으로 말합니다. 나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정말로 믿기지 않는 시대입니다. 나는 우리 나라를 위해 말하는 겁니다."

하지만 "다양성을 혹평하는 것은 반미국적인 행위"라고 CNN 방송이 비판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적지않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에서 연합뉴스TV 윤석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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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수 겸 배우 베트 미들러(사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비판하자, 날을 세운 셈이다.

베트 미들러는 22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비판했지만, 나는 백악관에 기생충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화가 난다"고 적었다.

1980년 크게 활약했던 미들러는 1979년 영화 '더 로즈'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아 대중의 인기를 얻은 배우다. 그래미상과 골든글로브상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는 지난 20~21일 이틀 연속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것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 유세 도중 갑자기 "아카데미 수상작은 한국 영화였다. 도대체 뭐 하자는 것이냐"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선셋 대로’ 같은 미국 영화가 다시 오스카상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도 "여러분도 알다시피 한국은 무역으로 우리를 죽이고 있다"며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때리고 빌어먹을 영화로 아카데미 상을 탔다"고 비판했다.

USA투데이 등 언론은 트럼프의 이러한 발언이 영화 기생충에 대한 직접적 비난이라기보다는 자국 영화가 작품상을 받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해 보수층 표심을 자극하려는 목적으로 해석했다.

CNN은 "트럼프의 발언은 반미국적"이라며 "미국은 기본적으로 용광로이고, 언론의 자유와 다양한 관점을 장려한다"고 강조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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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 미들러 트위터 캡처]
미국의 원로 배우 겸 가수 벳 미들러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비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백악관의 기생충"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벳 미들러는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가 자신의 유세에서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수상을 불평했는데 난 기생충이 백악관을 차지한 것이 더 속상하다"고 적었다. 

미들러는 또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로저 스톤이 징역형을 받았다는 소식에 "원시적인 진흙에서 50년 전 기어 나온 이 혐오스럽고 미끄러지는 파충류가 감옥에 간다. 신이 존재하는구나"라며 조롱했다. 

벳 미들러. [AFP=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기생충'을 두고 "빌어먹을(freaking) 영화로 아카데미 상을 탔다"고 막말을 했다. 

지난 20일 콜로라도주 유세에서도 "수상작은 한국 영화였다. 도대체 뭐하자는 것이냐"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영화는 없나, '선셋 대로'는 어떤가"라며 미국 영화가 수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매체도 즉각 반박성 기사를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미국의 기생충'이라는 제목으로 트럼프 비판 칼럼을 썼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모린 다우드 NYT 칼럼니스트도 "우리 대통령은 노예제도를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나이 든 여가수가 사라진 과거 속에 살면서 저택 주위를 미친듯이 돌아다니는 영화에 향수가 있나 보다"라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선셋 대로' 같은 영화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았다. 

/권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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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부추긴 '금수저·흙수저론'
빈부격차 큰 미국에서도 담론 거세
봉준호 "자본주의 심장인 미국 반향 당연"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일상에서 생기는 의문을 [왜?] 코너를 통해 풀어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1일(한국시간) 미국에서 선거유세 연설 중, 트럼프는 “한국과 무역 문제가 많다”며 뜬금없이 이 영화를 저격했다. 

기생충의 미국 배급사가 받아친 말처럼 트럼프의 불만은 ‘이해’는 간다. 자국 영화 대신 한국 영화가 수상한 것 자체도 불만이겠지만 빈부와 계층격차를 주제로 한 기생충의 내용 역시 반갑지 않으리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기생충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은 작품이다.

트럼프: “한국 영화가 작품상? 기생충이 그렇게 좋은가. 난 모르겠는데.”
배급사: “이해한다. 그는 자막을 못 읽으니까.” (사진=영화 ‘기생충’의 미국 배급사 네온 트위터)
기생충은 일각에서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사회저항운동을 부추기는 영화”라고 평가했던 ‘설국열차’ 보다 더 직접적으로 빈부격차 문제를 꼬집는다. 기생충은 지금 한국의 화두인 ‘금수저·흙수저론’으로 미국 사회에도 토론의 불을 지피고 있다.

기생충이 국제 영화상을 휩쓸면서 미국 매체는 영화의 주제의식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즈는 기생충에 세계가 반응하는 것은 ‘미국식 자본주의 상식에 금이 갔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었지만 가난한 개인은 발버둥쳐도 더 높은 계급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영화와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미국 관객에게 강하게 울려 퍼졌다”며 “기생충은 한국의 불평등을 악몽처럼 그리지만, 미국의 현실은 훨씬 더 나쁘다”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 통계를 인용해 미국과 한국의 각 상위 1%가 차지한 부를 비교한 것. (사진=JTBC 뉴스화면)
이와 함께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 통계를 인용해 한국과 미국의 불평등지수를 본격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에서 최상위 1% 계층이 나라 전체 부의 25%를 차지하고, 하위 50%가 소유한 재산은 2%도 되지 않는다.

미국은 더 하다. 최상위 1%가 전체 부의 38.6% 차지하고, 하위 50%는 단 1%도 차지하지 못한다. 심지어 한국의 하위 50%는 약 2%의 자산이라도 갖지만, 미국의 하위층의 자산은 아예 마이너스 상태라고 꼬집었다. 또 한국에서는 상위 1%가 전체 국민소득의 12%를 버는 한편, 미국의 상위 1%는 20% 이상을 벌어들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빈부격차 지표인 지니 인덱스(Gini Index)에서도 미국은 한국보다 빈부격차가 더 심하고, 매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니 인덱스는 숫자가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한 것인데, 미국의 지수는 지난 2014년 0.47에서 2018년 0.485로 증가했다. 한국은 2015년 기준으로 0.341로 캐나다(0.321)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미국은 한국 못지않게 불평등 문제에 익숙하고 또 민감하다.

반지하방에서 공짜 와이파이가 가장 잘 잡히는 곳은 화장실이다. (사진=영화 ‘기생충’ 스틸컷)
이런 불편한 지표들은 기생충의 촘촘한 각본과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녹아있다. 그래서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도 극장에서 나오는 길에는 왠지 입맛이 쓴 것이다. 

국내 관람객들이 쓴 영화평에는 ‘뭔가 모를 불쾌한 영화다. 영화에 나오는 수석이 내 가슴에 얹히는 것 같다’, ‘가난을 아는 사람에게는 너무 잔인한 영화’ 등의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다. 

영화 포스터의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라는 말과는 정반대인 결론. 이 이야기를 청소년이 감당하기 버거우니 15세로 결정된 관람등급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꼭 특정 장면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벌써 들려주고 싶지 않은 우화라는 뜻이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은 지난 11일 YTN 라디오에서 “소득이 높은 나라 중 지금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나라가 미국이고, 안타깝게도 미국을 열심히 쫓아가는 게 대한민국”이라며 “불평등 문제는 세계적으로 심각합니다만, 이 두 나라에서 이 영화의 반향이 크다는 게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생충 내용과 관련해 “계급적인 사회에서 결국 더불어 사는 공동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타인은 나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문제 제기를 아주 치열하게 하는 영화”라며 “그래서 불편했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또한 영화의 목적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대안을 찾고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저는 경제학자로서 그런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든 봉준호 감독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5일 미국 LA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기자회견에서 ‘미국 관객이 왜 이렇게 이 영화에 환호하는 것 같냐’는 질문을 받고 “자본주의에 관한 영화인데, 자본주의의 심장 같은 나라인 미국에서 논쟁적이고 뜨거운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또 “이 거대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하루하루 살면서 계급 이야기를 안 하면 그게 더 이상할 거 같다”고 한다. ‘불편해도 봐야 하는 현실’이라는 말로 들린다. 

/박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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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송강호, 방일 회견 / ‘기생충’ 日서도 흥행 돌풍 / 한국 영화 중 흥행수입 1위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23일 일본 도쿄의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연배우 송강호의 발언을 들으며 활짝 웃고 있다. 도쿄=UPI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수선한 일본에서도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24일 일본 내 배급사 비타즈 엔드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1월 10일 일본에서 개봉한 이후 이달 22일까지 44일간 전국에서 22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하루 평균 5만명이 일본 영화관에서 기생충을 관람한 셈이다.

이 기간의 티켓 판매 수입은 30억엔(약 328억원)을 돌파해 기생충은 현재 일본에서 개봉한 역대 한국 영화 중 흥행 수입 1위에 올랐다.

봉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씨는 제92회 아카데미 4관왕의 쾌거를 달성한 뒤 처음으로 23일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견에는 매체 종사자 등 약 200명이 몰려 주최 측이 사전에 준비한 150여개의 좌석이 꽉 차는 바람에 일부 기자는 바닥에 앉아 취재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상을 받아 영광”이라며 “일본을 포함한 모든 나라의 관객이 수상 전부터 영화를 보고 뜨겁게 반응해 준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영화의 주제인 사회적 격차 문제에 대해선 “양극화의 실상을 폭로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우리가 안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영화 속에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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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뉴스

 

[앵커]

영화 '기생충'의 사람들은 오늘(20일) 청와대 오찬으로 아카데미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아카데미 상의 뒷얘기는 통역 최성재 씨 입을 통해서도 전해졌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말을 영어로 술술 풀어냈지만 무대 공포증을 겪었던 일도 털어놓았습니다.

김나한 기자입니다.

[기자]

[당신도 굉장히 인기가 있어요.]

[봉준호/감독 : 이분은 엄청난 팬들이 있어요.]

아카데미상을 향한 6개월의 여정, 미국에선 도대체 봉준호 감독과 함께 했던 저 통역은 누구냐는 얘기가 터져 나왔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말을 영어로 술술 풀어내는 장면은 패러디 영상으로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최성재 씨는 미국 언론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통역으로 아카데미에 서기까지 과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시상식에서 전혀 떨지 않는 것 같지만 실수할까봐 무대공포증에 시달렸으며 긴장을 풀기 위해 무대 뒤에서 10초간 명상을 하는 것으로 극복했다고 고백했습니다.

한국말을 그대로 영어로 전하는 것을 넘어 전달하려는 이야기의 맥락, 그리고 유머까지 놓치지 않아 아카데미 시상식의 숨은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송강호/배우 : (시나리오에) 계단이 나온다고 하면 읽다가도 덮어 버려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죠.]

[최성재/통역 : If it has staircases, I'm not even gonna finish reading it.]

지난해 5월 칸 영화제부터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영화 '기생충'의 주요 순간을 함께했습니다.

대학 시절 봉준호 감독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 한 사람의 생각, 영화 철학을 이해했던 게 도움이 됐습니다.

최성재 씨는 미국배우조합 시상식에서 할리우드 배우들의 기립박수를 받던 순간 봉 감독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경의를 표시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화면제공 : AMPAS·유세윤 인스타그램)
(영상그래픽 : 한영주)

김나한 기자 / [영상편집: 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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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만에 칸 국제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동시 석권한 영화 ‘기생충’에 대한 해외 언론의 시선은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기생충’은 양극화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계급화에 이에 따른 인간 군상의 뒤틀림을 묘사한 블랙코미디다. 그러다 보니 ‘기생충’ 같은 수작(秀作)이 나오게 된 한국 사회의 배경에 대해서도 분석하는 기사가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가의 의혹과 전개 과정이 재조명받고 있다. 한국 사회가 불평등에 대한 뿌리 깊고도 민감한 정서를 설명하는 소재로 활용되는 것이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기생충' 봉준호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기생충' 봉준호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직후인 10일 “‘기생충’은 서울의 과도한 집값과 불결한 환경으로 빈곤층이 직면하는 불안감, 그리고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오를 수 없는 계급의 깊어지는 체념을 다뤘다”고 묘사했다.   
이어 뉴욕타임스는 “소위 금수저와 흙수저(gold spoon and dirt spoon)의 간극과 소외감은 자신의 자녀를 유명 대학에 들어가도록 영향력을 발휘한 의혹으로 조사받는 ...의 의혹을 부채질했다”며 “격앙된 여론에 밀려 사임한 ...은 심화하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한국의 젊은층에 사과했다”고 소개했다. 
  
영화 '기생충'과 조국 전 장관 사태를 연결해 설명한 워싱턴포스트

영화 '기생충'과 조국 전 장관 사태를 연결해 설명한 워싱턴포스트

워싱턴포스트 역시 지난달 18일자 영화 ‘기생충’ 관련 기사에서 ...사태를 다뤘다.  
이들은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선 “한국은 상위 10%가 66%의 부를 소유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브라질은 아니다. 또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나 미국에 비하면 훨씬 양호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만 직업은 혈연이나 지연에 따라 좌우된다”며 ...가족을 예시로 들었다. 이들은 “한국의 ...은 딸의 불공정한 의대 입학을 비롯해 각종 부패에 대한 혐의로 여론이 악화하자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소개했다. 
  
 영화 '기생충'과 조국 전 장관 사태를 연결해 설명한 이코노미스트

영화 '기생충'과 조국 전 장관 사태를 연결해 설명한 이코노미스트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0월 영화 ‘기생충’에 대한 분석 기사 제목을 “...은 한국 사회에 실력으로 인정받는 공정사회를 약속했다(The president promised South Koreans a meritocracy)”고 달았다. 이어 부제목으로 “그래서 그들(한국인)은 ...을 집어삼킨 스캔들에 격분했다”(Which is why they are so incensed about the scandal engulfing the justice minister)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인구는 5200만명이지만 ‘기생충’은 지난 5월에 개봉한 뒤 1000만명의 관객이 들었다”며 “불평등을 다룬 풍자영화에 대한 (한국사회의) 반향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은 2017년 임명됐을 때보다 공정한 사회를 약속했다”며 “하지만 그가 ...을 임명하자 그의 딸이 학업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이익을 받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유성운 기자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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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말맛 매끄럽게 살려 화제… 전문 통역가 아니라 영화 공부
“샤론 최가 오늘 밤의 이름 없는 영웅(unsung hero)이다.”

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맡은 최성재(샤론 최·사진) 씨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9일(현지 시간) 시상식 후 영국 출신 언론인 피어스 모건(55)이 트위터에서 그를 ‘이름 없는 영웅’으로 칭송했다. 지난달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 씨를 비롯한 비영어권 영화감독들의 통역자 이야기를 엮어 별도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후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샤론 최가 화제였다’는 질문도 나왔다. 봉 감독은 “(최 씨가) 한국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지금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그 내용이 정말 궁금하다”고 했다. 

최 씨는 전문통역가가 아니며 한국 국적으로 미국 대학을 나와 영화를 공부했다. 본인의 영화도 촬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각국의 문화적 차이는 물론이고 영화라는 분야에 관한 이해도도 높아 매끄러운 통역이 가능했다. 

여기에 감독의 말을 놓치지 않는 기억력과 맥락에 맞는 단어를 사용하는 순발력도 갖췄다. 봉 감독은 “샤론 덕분에 모든 캠페인이 잘 굴러갈 수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 씨는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영화제부터 봉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같은 해 12월 미국 NBC ‘투나이트 쇼’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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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수상작은, '기생충'입니다."]

서로 끌어안는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씨.

봉 감독은 무려 4편의 작품을 함께 한 송강호 씨와 가장 먼저 부둥켜안고 수상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송강호/배우 : "봉준호의 리얼리즘(사실주의)의 진화를 목격하면서 2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왔던 것 같아요."] 

각본상을 받은 한진원 작가는 맛깔스럽게 대사들을 풀어낸 것은 물론 꼼꼼한 현장 취재를 통해 시나리오에 현실감을 더했습니다. 

[한진원/영화 '기생충' 작가 : "제가 자료 조사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과 감독님과 회의를 하면서 나눈 이야기들이 스파크를 일으키면 그런 것들이 나오는 경우들이 있더라고요."]

'짜파구리', '반지하' 등 전달이 쉽지 않은 단어들을 해외 관객들에게 와닿게 전할 수 있었던 건 번역가 '달시 파켓' 씨의 힘이 컸습니다. 

[달시 파켓/'기생충' 영문 번역/지난해 6월 : "원래 대사랑 비슷한 리듬감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어순이 달라서) 번역도 웃긴 부분은 똑같은 데서 나와야 돼요."]

국제무대마다 통역을 맡아 봉 감독의 의도는 물론 입담까지 전달한 샤론 최 씨는 언어의 장벽을 깨트린 공신입니다.

봉 감독이 '언어의 아바타'라고 치켜세울 정도였습니다. 

[샤론 최/봉준호 감독 통역가/지난달 : "자막이라는 1인치짜리 장벽을 극복하고 나면, 여러분은 굉장히 많은 훌륭한 영화를 알게 될 겁니다."]

투자와 배급을 맡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제작사 곽신애 대표도 감독과 배우들이 영화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미경/CJ그룹 부회장 : "봉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합니다. 그의 미소, 머리 스타일, 그가 말하고 걷는 방식, 특히 그가 연출하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봉 감독은 아쉽게 수상하지 못한 편집, 미술 감독에게도 감사를 전했습니다. 

[봉준호/영화 '기생충' 감독 : "우리 위대한 촬영감독 홍경표, 미술감독 이하준, 편집 감독 양진모, 멋진 우리 모든 예술가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관객들이 없었다면 '기생충'의 성공도 없었을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KBS 뉴스 천효정입니다.

/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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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다리 나온" 이유" "눈 가린" 이유?…

봉준호가 밝힌 기생충 포스터 의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5일(현지시간) 세계 3대 영화제인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사위원 의견 만장일치였다.   
  
칸영화제에서 공개될 영화 '기생충' 해외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칸영화제에서 공개될 영화 '기생충' 해외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은 가족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네와 IT 기업 CEO인 박 사장(이선균)네, 두 집안이 과외를 매개로 뒤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블랙코미디다. 지난 21일 칸영화제에서 상영될 당시 해외 언론들의 호평이 쏟아졌고 각국 평론가 10명이 참여하는 '스크린데일리'의 평점에서도 올해 경쟁작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국내 영화 팬들의 관심도 쏟아지고 있다. 개봉 나흘을 앞둔 '기생충'은 26일 오전 11시 현재 4만3200명 이상의 예매 관객을 동원하며 예매율 3위(15%)를 기록했다. 1위는 알라딘(34.3%), 2위는 악인전(17%)이다. 
  
기생충 포스터에 담긴 의미 등 영화에 관한 이야기도 관심을 끌기 시작됐다. 영화 포스터에 나온 하얀 다리, 사람들의 눈을 가린 장치 등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영화 '기생충'으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포토콜에서 상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영화 '기생충'으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포토콜에서 상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봉 감독은 포스터에 담긴 이런 기괴한 느낌을 주는 장치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봉 감독은 지난 17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련 질문을 받고 "저게, 누구 다리니?"라고 함께 출연한 배우 최우식에게 물었다. 이어 "저희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어 봉 감독은 포스터에 대해 "영화 감독이자 디자이너인 김상만 감독의 작품"이라며 "저 눈을 왜 가렸는지, 저 다리는 누구 다리인지 그런거 사실은 저희도 모른다. 감독님이 시나리오 다 읽어보시고 촬영 현장에도 몇 번 오시고서 이렇게 디자인을 하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거나 영화에서 우식군이나 강호 형님이 눈을 가리고 이런 건 전혀 아닌데 느낌, 미묘한 어떤 기묘하고 웃기면서도 섬찟한 영화의 느낌을 드러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도 "무서운 느낌도 있고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러운데 그러면서도 잘 정제된 아름다운 색채가 마음에 들었다"고 다시 한 번 포스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어 "저희 영화가 비밀이나 반전에 목을 맨 작품은 아니다. 오롯이 캐릭터의 힘으로 끌어가는 영화"라며 "선과 색이라는 작은 터치 하나가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냈다. 저도 김 감독님을 뵈면 의도를 물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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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100년 전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꾼 새로운 나라, '문화강국'이었습니다.

이 말을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한 시상식 자리에서 인용해 화제가 됐는데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문화의 힘'을 강조한 백범 선생의 말이 또다시 SNS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봉준호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란 말을 가슴에새기고 있다고 했죠.

이렇게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제2, 제3의 기생충이 나오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김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살 길이 막막한 백수 가족의 반지하 방 탈출기.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 그랑프리에 이어 오스카 상까지 휩쓸자 외신들은 앞 다퉈 한국의 '반지하'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영국의 BBC는 반지하의 유래와 실태를 실제 반지하 생활자들의 사연과 함께 자세하게 전했고, 일본 아사히 신문도 한국의 반지하 주택을 소개하며 "반지하의 존재가 보여주는 한국 사회의 격차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반지하가 상징하는 빈부격차 문제에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공감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칸영화제 당시 봉준호 감독은 KBS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봉준호/'기생충' 감독/지난해 5월 : "영국 사람은 와 가지고 이 영화 그대로 런던 배경으로 리메이크하면 시나리오 하나도 고칠 필요 없다고 그러고... 홍콩 분들도 와서 비슷한, 완전 우리 홍콩 상황인데? 그러고."]

오스카 감독상 수상소감에서 봉준호 감독이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를 언급하며 했던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봉준호/'기생충' 감독 : "어렸을 때 제가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영화 공부 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영화라는 세계 보편적 언어, 그리고 빈부격차와 계급갈등이라는 세계 공통의 관심사.

기생충의 성공 비결은 한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해외의 제작 시스템을 따라가느라 급급했다면, 이제는 우리만의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을 살찌우는 데 더 큰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겁니다.

[송경원/영화평론가/씨네21 기자 : "정답을 쫓아가서 시장을 공략하며 답을 찾아나가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할 거고, 오히려 봉준호 같은 작가들이 육성될 수 있는 분위기나 환경들을 만들어주는 게 훨씬 중요하겠죠."]

창의적인 생각을 적극 수용하고 마음껏 날개를 펼 수 있게 하는 것,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제2, 제3의 기생충을 탄생시키는 길입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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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뉴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
2019년 5월 칸 영화제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
9개월간 이어진 즐거운 소동
"오스카(아카데미)는 뭐 모르겠어요. 가보면 알겠죠."
칸부터 아카데미까지 달려온 즐거운 결말

[앵커]

영화 '기생충'으로 달콤한 칭찬이 쏟아지지만 봉준호 감독은 스스로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물론 여기서 이상함이란 낯설면서 새로운 그런 의미입니다. 남과는 좀 다른, 봉 감독의 영화 곳곳에선 만화적 상상력이 묻어납니다. 그의 영화인생과 닮아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이야기를 온누리 기자가 모았습니다.

[기자]

프랑스 만화가 영화가 되고 영화를 위해 만화 수백 페이지를 꼼꼼히 그리기도 합니다.

한강에 괴물이 나타나고, 슈퍼 돼지가 탄생하는 설정까지.

'봉준호 영화'는 늘 만화적 상상력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사건들도 좀 다르게 펼쳐집니다.

주인공이 멋지게 괴물을 처치하려는 순간 화염병이 손에서 미끄러지고, 당차게 사건 현장을 찾은 형사는 그만 미끄러집니다.

기생충도 이렇게 사건이 시작됐습니다.

숨죽인 대치상황 속 생각 못 한 반전이 일어나는 장면은 모두 예상치 못한 '헛발질'에서 이어집니다.

어린 시절 만화에 빠져 살았던 봉준호 감독은 삶이 언제나 멋지게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기에, 영화에도 엇박자를 만들고 싶었다 말합니다.

[봉준호/감독 : (엇박자 덕에) 전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가지 않던가요?]

대학 시절, 학보에 실린 네 컷 만화로 세상을 그렸던 봉준호 감독은 그때처럼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요리하며 팬들을 사로잡습니다.

봉준호가 말 그대로 하나의 장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봉준호/감독 : (봉준호의 장르는) 기괴하되 심금을 울리는 장르다.]

봉 감독의 삶도 만화 같았습니다.

첫 영화 '플란더스의 개'가 흥행에 참패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압박을 받기도 했지만 이젠 칸과 아카데미의 감독이 됐습니다.

최고에 오른 뒤 내놓은 말도 봉준호 감독다웠습니다.

[봉준호/감독 : 일을 해야죠. 나한테는 이게 일인데.]

(화면제공 : AMPAS·NEON)

/온누리 기자  [영상편집: 오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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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뉴스

 

[앵커]

지금 듣고 계신 노래는 영화 '기생충'이 끝나고 흐르는 '소주 한 잔'이라는 노래입니다. 아카데미 주제가상 예비 후보에 올랐지요. 방탄소년단도 그렇고 우리 노래와 영화 하나하나가 어떤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이도성 기자입니다.

[기자]

남의 잔치라고 여겼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리말 소감이 네 번이나 울렸습니다.

영어가 아닌 영화로 처음 아카데미 최고상을 받았습니다.

언어의 '1인치 장벽'을 넘은 봉준호 감독에게 우리말 노래로 전 세계 청춘을 위로한 방탄소년단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봉 감독에게 축하한다고, 절친한 배우 최우식에겐 눈물 닦는 장면 잘 봤다고 장난스럽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한 달 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섰던 봉 감독도 방탄소년단을 말했습니다.

[봉준호/감독 : BTS가 누리는 그 파워와 힘은 저의 한 3천배는 넘는 거니까, 그런 멋진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인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꿈의 무대 그래미에서 서울 노래를 불렀고.

[올드타운로드/그래미 시상식 : 내 가방엔 호미가 있지. 들어는 봤니? 한국에서 온 철로 만들어진 걸 말야.]

팝의 전설들이 섰던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한국말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 낯설고도 기쁜 상황은 73년 전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말한 '문화의 힘'이란 말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영국 BBC 역시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보다 더 큰 의미라며, 이를 '문화적 돌파구'라고 표현했습니다.

(화면출처 : HFPA·AMPAS·빅히트엔터테인먼트)
(영상그래픽 : 김정은)

/이도성 기자 [영상편집: 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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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진영 인턴기자]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영화 속 피자집 가보니]

아카데미 4관왕의 주인공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피자가게의 주인 엄항기씨. / 사진 = 오진영 기자
"나는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지 몰랐지. 소식 듣고 너무 감동스러웠어."

봉준호 감독이 지난 10일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순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스카이피자'를 운영하는 엄항기씨(65)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스카이피자는 영화 '기생충'에 등장했던 피자가게다. 엄씨는 '기생충' 촬영이 끝난 후 매일 "봉 감독이 잘되게 해달라"며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엄씨와 남편 강양희씨(71),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스카이피자는 대한민국 '수험 1번지' 노량진의 자그마한 가게다. 제약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빵집을 운영하다 어려워져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낸 피자집이다.

엄씨는 "처음에 '바른손'(기생충 제작사) 직원들이 찾아왔을 땐 너무 번거로울 것 같다며 남편이 거절했다"면서 "나도 봉준호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그냥 접을까 싶다가도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영화에 나와보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남편을 설득했다"고 웃음지었다.

피자가게의 사장 엄항기씨와 포즈를 취한 봉준호 감독(왼쪽)과 봉준호 감독의 친필 사인(오른쪽). /사진 = 오진영 기자
이날 머니투데이가 찾은 '봉준호 피자집' 가게의 내부에는 곳곳에 봉 감독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봉 감독과 엄씨가 함께 찍은 사진은 모든 고객이 볼 수 있는 자리에 붙어 있었고 옆에는 봉 감독의 친필 사인이 걸려 있었다.

엄씨는 "이 피자집을 방문하신 배우분들은 장혜진씨, 박소담씨, 최우식씨 세 분"이라면서 "내가 살면서 언제 연예인들을 이렇게 많이 봤겠나. 얼굴이 조막만해 정말 신기하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엄씨는 봉 감독에 대해서는 '완벽주의자'라고 혀를 내둘렀다. 엄씨는 "봉 감독은 냉철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감독이었다. 옆에서 보기에도 겁날 정도"라면서도 "우리(사장 내외)에게는 친절하셔서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촬영일 매상도 모두 보상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가게를 찾은 미국 국적의 관광객 저스틴 탁(Justin Tak)씨(남성)와 멜리사 세레노(Melissa Serrano)씨(여성). / 사진 = 오진영 기자
아카데미 4관왕 소식이 들려온 직후 '봉준호 피자집'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영화팬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날 가게에는 해외 관광객들과 인근 주민, 소문을 듣고 찾아온 봉 감독의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가게를 방문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출신의 멜리사 세레노(23)씨는 "기생충은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걸작"이라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것 같아 가게를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온 저스틴 탁(23)씨는 "'올드보이' '옥자' 등 한국 영화를 즐겨 봐왔다"며 "이번 수상 소식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한국 영화가 우수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가게의 방명록에는 영어, 중국어, 일어 등 세계 각지의 언어로 쓰인 방문객들의 후기가 가득했다. 일본의 한 관광객은 "아카데미 4관왕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스카이피자'도 번창하시라"는 후기를 일본어와 한국어로 남겼다. 

/오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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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와 눈빛으로 통하는 송강호
차세대 배우 거듭난 최우식·박소담
드라마서도 맹활약 조여정·이선균
신스틸러 군단 이정은·장혜진·박명훈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주역들.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송강호,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봉준호 감독, 박소담, 박명훈, 조여정.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르면서 출연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송강호·이선균·조여정·최우식·박소담·이정은·장혜진·박명훈 등 주연 배우 8명이 모두 시상식에 참석한 데다 수상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이들을 모두 호명하면서 고루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는 기회였던 셈이다. 

가장 주목받는 이는 송강호다.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4편째 봉준호 감독과 호흡 맞추면서 봉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린다. 5번째 작품도 함께 할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송강호는 “확신을 못 하겠다. 너무 힘들다. 반지하에 살고 비도 맞아야 한다. 다음에는 박 사장 역이면 생각해보겠다”며 유머로 답했다. 

송강호의 차기작은 ‘비상선언’이다. 항공기 테러 소재의 재난 블록버스터로, 항공기가 재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무조건 착륙을 선언하는 항공 용어에서 제목을 따왔다. 투톱 송강호와 이병헌의 연기 대결도 관심사다. ‘관상’(2013)과 ‘더 킹’(2017)의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최우식과 박소담을 향한 관심도 뜨겁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고 공언한 최우식은 오는 26일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출연작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린다. ‘파수꾼’(2011)으로 주목받은 윤성현 감독의 신작으로 이제훈·안재홍·박정민 등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일본 작가 사사키 조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범죄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와 그리운 사람을 AI로 재현하는 가상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도 준비 중이다. 

해외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최우식은 미국 영화 제작·배급사인 A24로부터 ‘전생’ 출연을 제안받았다. A24는 ‘문라이트’(2018) ‘레이디 버드’(2018) 등의 제작사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만난 두 사람이 재회하는 내용이다. 최우식은 한국에서 나고, 캐나다에서 자라 영어 장벽이 없는 것도 강점이다. 

박소담은 다음 달 ‘후쿠오카’ 개봉을 앞두고 있다. 28년 전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한 두 남자와 귀신같은 한 여자의 기묘한 여행을 담은 작품으로 미스테리한 캐릭터 소담 역을 맡았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추는 장률 감독은 “온몸의 세포가 다 연기와 관계된 것 같다”며 박소담을 극찬했다. ‘특송’(감독 박대민)에선 돈만 되면 뭐든 배송하는 성공률 100% 운전사 역할로 범죄 액션물에 도전한다. ‘기생충’에서 사제 관계로 호흡을 맞춘 정현준과의 재회도 기대 포인트.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약하는 배우들도 많다. 조여정은 지난달 종영한 KBS2 ‘99억의 여자’에서 물오른 연기력으로 호평받았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역할로 ‘기생충’의 부잣집 사모님과는 정반대의 매력을 선보인 것. 최근 봉준호 감독이 직접 연출한 ‘기생충’ 콘셉트의 화보로 미국 ‘W’ 매거진 표지를 장식하는 등 해외 매체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이선균은 JTBC ‘검사내전’을 마치고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를 준비 중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뒤에서 뛰어난 선거전략을 펼치는 서창대 역을 맡았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으로 열혈 팬덤을 끌어낸 변성현 감독의 신작으로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에 이어 ‘불혹 아이돌’이 탄생할지도 관심사다. 지난달 개봉한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서는 흑염소 목소리 연기를 맡기도 했다. 

이정은은 시상식 직후 귀국해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
장혜진과 박명훈은 tvN ‘사랑의 불시착’에 함께 출연 중이다. 서단(서지혜)의 엄마 고명은과 외삼촌 고명석 역을 맡아 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둘 다 ‘기생충’의 기택 부인 충숙과 지하 벙커에 살던 근세와는 이미지가 전혀 달라 같은 사람인지 못 알아보는 경우도 많다. 최우식과 함께 ‘경관의 피’를 촬영한 박명훈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와 ‘휴가’(감독 육상효)를 준비 중이다. 각각 범죄 액션와 휴먼 드라마 장르로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일 것 예정이다. 

시상식 직후 기자간담회 참석도 하지 못하고 귀국한 이정은의 스케줄은 올해도 꽉 찼다. 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나 홀로 그대’에 이어 다음 달 시작하는 KBS2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도 기다리고 있다. 각각 ‘아는 와이프’(2018)로 호흡을 맞춘 이상엽 PD와 양희승 작가의 신작이다. 지난해 ‘눈이 부시게’ ‘타인은 지옥이다’ ‘동백꽃 필 무렵’ 등으로 1년 내내 시청자들과 만난 데 이어 올해는 극장에서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사극 ‘자산어보’와 박지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내가 죽던 날’을 준비 중이다. 한 소녀의 자살 사건을 쫓는 추적극 ‘내가 죽던 날’에서는 김혜수·김선영 등과 호흡을 맞춰 걸크러시 면모가 기대된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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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프리드킨(Dan Friedkin) 트위터 캡처]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석권에 '대박'난 미국 억만장자가 있다. 신생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 네온(NEON)에 2년 전 투자한 댄 프리드킨(55)이다. 네온은 북미지역에서 기생충 배급을 독점해 큰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영화 통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시상식 다음날인 10일 전날보다 15.6%, 전주보다 213.3% 늘어난 총 50만1222달러(약 5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박스오피스 순위도 12위에서 8계단 상승해 4위를 기록했다.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이 상영관 수를 현재 1060개에서 이번 주말까지 2000개 이상으로 늘린다고 밝힌 데 따라 매출은 급증할 전망이다. 흥행 수익은 이미 제작비 3배를 웃도는 3500만달러(약 413억원)로 집계됐다. 

프리드킨은 네온 대주주인 기업투자회사 30웨스트(30WEST)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프리드킨은 지난 2017년 할리우드 최대 에이전시인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 출신의 미카 그린과 함께 30웨스트를 설립했다. 이듬해 네온의 지분 과반수를 인수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미국 내 독자 판매 법인을 소유한 그는 프리드킨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이 그룹 산하에는 접객업·여행업 회사가 있다. 2014년에는 영화 투자·배급사 임페러티브(Imperative) 엔터테인먼트를 세워 미디어 사업에도 진출했다. 텍사스 출신인 그의 자산 규모는 40억6710만달러(약 4조8000억원)에 이른다. 

프리드킨은 지난해 말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명문구단 AS로마를 인수하는 협상에 뛰어들어 화제가 됐다. 협상액은 7억8000만유로(약 1조103억원)에 달한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프리드킨은 아들 라이언을 로마로 보내 클럽을 운영하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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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주역들 금의환향

美서 박스오피스 8계단 뛰고
베트남 100개 극장서 재개봉
국내서도 이틀새 1만명 관람

배우·스태프진 12일 귀국
송강호 "끊임없는 성원 감사"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팀이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선균, 최우식, 박소담, 곽신애, 송강호, 조여정, 박명훈, 장혜진. [사진 제공 = 연합뉴스]"여러분의 끊임없는 성원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그렇게 좋은 성과를 얻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한국 영화를 통해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한국의 뛰어난 문화와 예술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송강호)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상(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 석권'이라는 역사를 만든 '기생충' 배우와 스태프가 12일(한국시간) 금의환향했다. 배우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장혜진, 최우식, 박소담, 박명훈과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은 이날 오전 5시 15분께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했다.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최초로 외국어 영화로서 작품상을 받은 '기생충' 배우들의 입국 현장인 만큼 이른 새벽임에도 입국장에는 취재진 90여 명이 몰렸다.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들과 스태프는 수상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밝은 표정으로 나타나 취재진과 팬들에게 미소로 화답했다. 이들은 다음주 봉준호 감독 귀국 후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자세한 소감 등을 19일 전할 예정이다. 

이런 쾌거에 '기생충'은 북미에서 박스오피스 순위가 4위로 껑충 뛰는 등 오스카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오는 17일에는 베트남 전역에서 재개봉한다. 한국에서는 시상식 당일 재개봉한 후 이틀 만에 1만명이 관람했다. 

미국 영화 통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시상식 다음날인 10일(현지시간) 전날보다 15.6%, 전주보다 213.3% 늘어난 총 50만1222달러(약 5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따라 박스오피스 순위도 12위에서 8계단이나 상승한 4위를 기록했다. 북미 배급사 네온이 상영관 수를 현재 1060개에서 이번 주말까지 2000개 이상으로 늘린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기생충' 매출은 더욱 급증할 전망이다.

한국 관객들은 재관람 열풍으로 화답하고 있다. 10일 재개봉한 '기생충'은 이틀 만에 동원 관객 1만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순위가 급상승 중이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10일 1761명이 관람해 일별 박스오피스 9위에 오른 데 이어 11일에는 8339명이 몰려 5위를 차지했다. 

현지에서 개봉된 한국 영화 중 최고 매출인 300만달러(약 35억원)를 기록한 베트남에서도 재상영 돌풍이 이어진다. 12일 CJ ENM 베트남법인에 따르면 오는 17일 베트남 전역 80~100개 상영관에서 '기생충'을 재개봉한다. 한국 영화가 베트남에서 재개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생충'은 개봉 첫 주부터 현지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해 당시 1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이 찾아 관람하는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한층 몸값이 높아진 출연 배우들의 다음 행보에도 대중의 관심이 쏠린다. 다소 빠듯한 일정으로 배우들이 먼저 들어온 이유도 차기작 등 작품 출연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송강호는 '관상'(2013), '더 킹'(2017)의 한재림 감독 신작 '비상선언'에서 이병헌과 투톱을 맡으며 다시 관객을 찾는다. 박소담은 다음달 개봉하는 장률 감독의 신작 '후쿠오카'로 돌아온다. 최우식은 '문라이트'(2018)등을 만든 미국 영화 제작·배급사인 A24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영화 '전생(Past Lives)' 출연을 검토 중이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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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주제가 "소주 한잔"...

<앵커>

지금 들으신 노래는 영화 기생충의 주제가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 부문에서 예비 후보에도 올랐었는데 봉준호 감독이 가사를 쓰고 영화에서 송강호 배우의 아들로 나온 최우식 배우가 직접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 주제가에 담긴 의미를 김수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소주 한 잔으로 고달픈 노동의 애환을 달래는 젊은이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기생충'에서 백수 가족의 아들로 출연한 최우식 배우가 부른 이 노래, 봉준호 감독이 직접 쓴 가사에 정재일 음악감독이 곡을 붙인 주제가입니다.

영화 본편이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의 마지막에 흘러나옵니다.

[봉준호/감독(지난해 개봉 당시 인터뷰) : 길게 보면 영화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전하는 최우식 군의 어떤 작은 편지 같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최우식/배우(SBS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 출연) : 정재일 음악감독님이 정말 모든 걸 만들어 주셨고, 저는 직업이(가수가 아니라) 배우이기 때문에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예비 후보에도 올랐던 이 노래는 영화의 인기와 함께 요즘 국내외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우식, 박소담 배우의 캐릭터로 오늘날 젊은 세대를 그리고 싶었다는 봉준호 감독은 노래에도 그런 느낌을 담았습니다.

[봉준호/감독 : 잘 되기를 바라지만 녹록하지 않죠. 현실은. 거기서 오는 슬픔도 있고, 불안감도 있고, 두려움도 있고, 그런 복합적인 마음들을 한 번 담아보고 싶었어요.]

쓰라린 삶의 애수를 밝고 경쾌한 멜로디로 노래하는 '소주 한 잔', 희비극을 넘나들며 우리 삶의 모순을 드러내는 영화 '기생충'의 진정한 엔딩입니다.

(영상편집 : 박지인, VJ : 오세관, 화면출처 : 유튜브 Raindrops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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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잔 / Soju One Glass
작사 봉준호 · 작곡 정재일 · 노래 최우식

가사
길은 희뿌연 안개속에
힘껏 마시는 미세먼지
눈은 오지않고 
비도 오지않네
바싹 메마른 내 발바닥

매일 하얗게 붙태우네
없는 근육이 다 타도록
쓸고 밀고 닦고
다시 움켜쥐네
이젠 딱딱한 내 손바닥

아, 아, 아...

차가운 소주가 술잔에 넘치면
손톱 밑에 낀 때가 촉촉해
마른 하늘에 비 구름
조금식 밀려와

쓰디쓴 이 소주가 술잔에 넘치면
손톱 밑에 낀 때가 촉촉해
빨간 내 오른쪽 뺨에
이제야 
비가 오네

(영상편집 : 박지인, VJ : 오세관, 화면출처 : 유튜브 Raindrops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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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 ‘아이리시맨’ 등 오스카 후보작 중 가장 높은 평가[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영화 ‘기생충’ 해외 개봉 포스터


한국영화사를 새로 쓰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달성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과연 ‘이변’이었을까? 실제 여러나라 관객들이 왓챠에 평가한 별점 데이터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인터넷스트리밍방송(OTT) ‘왓챠’가 세계 각국에서 모은 영화 ‘기생충’과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들의 별점 평가 데이터를 정리한 결과, 영화 ‘기생충’의 평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기생충 별점, 북미>유럽>한국 순

이용자들이 속한 대륙별로 평가를 나눠보면,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이용자들의 평균 별점은 4.10점이었지만, 북미 이용자들의 평균 별점은 4.30점, 유럽 이용자들의 평균 별점은 무려 4.42점을 기록했다. 국내 이용자들이 매긴 ‘기생충’의 평균 별점 4.27점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해외에서 받은 것이다. 

기생충, 1917, 아이리시맨보다 높은 별점

미국 이용자들의 평가를 보면 ‘기생충’이 미국 관객들에게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았었는지 알 수 있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들 중 ‘기생충’의 평가가 단연 가장 높았다. 미국 관객들이 매긴 ‘기생충’의 평균 별점은 4.31점으로, 강력한 경쟁작이었던 ‘1917’(4.02점), ‘아이리시맨’(3.98점), 조커(4.06점), ‘결혼이야기’(4.16점)보다 더 높은 평균 별점을 기록했다. 

유럽 이용자들에게도 ‘기생충’(4.42점)은 2위 ‘아이리시맨‘(4.36점)을 제치고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었다. 유럽 이용자들의 평가수가 부족한 ‘1917’, ‘조조래빗’, ‘작은 아씨들’은 비교에서 제외했다. 단, 아시아에서는 ‘기생충’보다 ‘조조래빗’(4.18점)과 ‘포드 V 페라리’(4.11점)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왓챠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을 기념하기 위해, ‘왓챠‘ 웹페이지 첫 화면을 ‘기생충 버전’으로 공개했다. 영화 소개페이지 내의 ‘기생충’ 출연진들 이미지 역시 기생충 버전으로 패러디해 오스카 수상을 기념했다.

‘왓챠’는 2012년 국내 출시된 뒤 2014년 일본어 버전을 출시했고, 2018년에는 글로벌 서비스를 출시해 전 세계 이용자들의 평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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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과 관련된 모든 것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9일(현지 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 ‘기생충’의 주연 배우 조여정의 드레스 역시 그렇다. 
지난 2월 9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영화 '기생충'의 출연 배우들이 입장하고 있다. 이날 조여정은 살색 톱과 검정 스커트로 구성된 드레스를 입었다. [연합뉴스]
그는 시상식에서 살색에 가까운 누드톤 뷔스티에(브래지어와 코르셋이 연결된 형태의 여성용 상의) 스타일의 톱과 허리 부분에 주름이 들어간 검정 스커트로 구성된 드레스를 입었다. 이는 패션 디자이너 한아름·한보름 자매가 만든 한국 브랜드 ‘아보아보’의 드레스로 알려졌다. 여기에 2억6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다이아몬드 브랜드 '다미아니'의 목걸이를 착용했다. 

그런데 시상식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그의 시상식 패션에 대해 다룬 기사와 누리꾼들의 반응은 "옷이 아쉬웠다"는 부정적 의견과 "조여정의 매력을 잘 살렸다"는 긍정적 의견으로 갈렸다. 아쉬웠다는 쪽은 "왜소해 보인다" "화려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고, 그의 스타일을 칭찬한 쪽은 "단아한 동양적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는 의견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올라간 조여정. 허리 부분에 주름을 잡아 볼록한 항아리 모양을 낸 검정 스커트가 단아해 보인다. [연합뉴스]
패션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평가자의 취향과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그가 지난해부터 국내외 영화제·시상식 레드카펫에서 입었던 드레스를 살펴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누드톤 드레스는 그가 가장 많이 선택했던 드레스다.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부산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에선 어깨와 팔을 드러내는 홀터넥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었는데, 이 역시 누드톤이었다. 가슴 부분을 ㅅ자 형태로 감싸고 가는 두 가닥의 끈으로 이를 지탱한 상의 부분에 일자로 길게 떨어지는 스커트 부분까지 모두 같은 색과 원단으로 구성된 누드톤 드레스를 입었다. 
지난해 연말 드라마 ‘99억의 여자’로 K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때도 몸에 꼭 맞는 누드톤 드레스를 선택했다. 2014년 청룡영화제에서도 역시 비즈 장식이 달린 살색 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됐다. 당시 배우 천우희도 같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당황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긴 했지만, 각자의 매력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는 주로 검은색의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선택했다. 
2019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조여정 모습. [사진 뉴시스]
조여정은 지난해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도 역시 누드톤 드레스를 입었다. [사진 조여정 인스타그램]
여배우가 선택하는 레드카펫 드레스 컬러는 빨강·핑크 등 강렬한 원색이나 화사한 느낌을 주는 흰색·금색을 선택하는 게 보통이다. 조여정은 이 공식을 깨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누드톤을 고집했다. 이유가 뭘까. 

한국적 이미지 담은 절제된 관능미 
조여정이 2014년 청룡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입었던 드레스. 이때도 누드톤을 입었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비즈 장식 등 훨씬 화려한 드레스를 선택했다. 최근 조여정은 장식이 최대한 없는 단순하고 깨끗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즐겨 입는다. [중앙포토]
스타일리스트 박명선 대표(스타일링바비)는 "완벽에 가까운 몸매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나는, 현명하고 과감한 선택"이라고 평했다. 레드카펫에서 여배우가 활용할 수 있는 최대의 도구는 보석 장식과 화려한 컬러다. 드레스에 붙어 있는 보석은 조명을 받았을 때 빛날 뿐 아니라 몸매의 결점도 가려주는 효과가 있다. 화려한 색상은 검정 일색인 턱시도 차림의 남성 참가자들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무기가 된다. 
그런데 조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두 가지 무기를 모두 버렸다"는 것이다. 목걸이를 하긴 했지만, 옷에서는 어떤 장식도 배제한 절제된 디자인을 선택했다. 박 대표는 "연한 핑크, 코럴, 밝은 갈색 등 사람의 피부를 연상시키는 누드톤은 몸을 그대로 드러내는 색이다. 몸매에 자신 없는 사람이 이런 색의 옷을 입으면 그 결점이 오히려 부각된다. 몸매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는 여배우만이 이를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과감하고도 매력적인 색"이라고 설명했다. 
연한 핑크빛이 도는 누드톤 재킷과 드레스를 입은 조여정. [사진 조여정 인스타그램]
누드톤이 자신의 피부색과 잘 어울리는 색이라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퍼스널컬러 컨설턴트 이소연씨는 "조여정 배우의 피부색이 전체적으로 노란빛이 감도는 어두운 톤"이라며 "이런 사람은 누드톤 의상을 입으면 인상이 부드럽고 화사해 보인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누드톤 드레스는 그 자체로는 튀지 않는 색의 의상일지 몰라도, 조여정의 몸매와 얼굴을 돋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다. 옷은 최대한 간결한 디자인으로 힘을 빼고 자신의 몸매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이 두 가지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 

덧붙이면, 그가 한국 디자이너의 옷을 입었다는 점은 칭찬받을 만한 행보다. 영화 기생충의 인기와 명성이 이미 전 세계적인 상황에서 어떤 럭셔리 브랜드도 그의 드레스 협찬 요청을 거절했을 리 없다. 그런데도 그는 평소 즐겨 입던 한국 디자이너의 옷을 택했다. 게다가 검정 스커트 부분을 자세히 보면 한복의 곡선미가 느껴진다. 허리 부분에 주름을 넣고 형태를 지탱해줄 수 있는 원단을 사용한 것이 한복 치마를 닮았다. 헤어 스타일 역시 깔끔하게 빗어 넘긴 형태로 단아한 한국 여성의 이미지가 풍긴다. 박 대표는 "전통적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드레스 스타일은 화려하고, 길고, 번쩍이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조여정은 이 통념을 깼다.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동시에 한국 여배우의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드레스를, 그것도 한국 드레스를 선택했다는 것은 분명 의식 있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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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조여정 아카데미 드레스 두고 누리꾼 의견 '분분'…디자이너 이야기 들어보니]

배우 조여정/AFPNews=뉴스1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면서 레드카펫에 올랐던 배우들의 패션도 화제다. 특히 배우 조여정이 입은 드레스에 대해서는 유난히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엇갈렸다.

조여정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간결한 디자인의 컬러 블록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배우 조여정/AFPNews=뉴스1이날 조여정은 누드톤 일자 톱과 항아리를 연상케 하는 봉긋한 스커트로 구성된 드레스를 선택했다. 

이는 한아름·한보름 자매가 이끄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아보아보'의 드레스였다.

조여정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드레스를 선택한 대신 2억6000만원이 넘는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다미아니'의 화려한 목걸이를 착용해 포인트를 더했다. 

하지만 조여정이 선택한 아카데미 드레스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수수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연 배우가 입은 드레스가 너무 무난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미가 돋보였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우아한 드레스가 오스카 트로피와 잘 어울린 데다 한국적인 분위기가 묻어나 좋았다는 평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드레스로 아보아보의 제작 드레스를 선택한 배우 조여정/사진=아보아보 인스타그램조여정이 아카데미 드레스로 깔끔한 디자인을 선택한 데엔 숨은 의도가 있었다.

조여정의 아카데미 드레스를 제작한 아보아보의 디자이너 한아름 실장은 "화려함보다는 클래식한 분위기와 완벽한 핏으로 고전미와 조여정의 강점을 끌어내는데 특히 신경 썼다"고 밝혔다.

한 실장은 "조여정은 이목구비가 매우 뚜렷하지만 그 가운데 드러나는 동양적인 선이 매력적인 배우"라며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을 목표로 의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여정의 건강한 피부빛을 가장 잘 살려줄 수 있는 스킨톤의 톱과 고급스러운 광택의 블랙 스커트를 매치한 컬러 블록 드레스로 세련미를 강조하고, 작은 조여정의 키를 더 커 보이도록 연출한 것"이라 설명했다.

한 실장은 "조여정과 그와 10년 여 간 호흡을 맞춰온 고민정 스타일리스트가 몸에 아름답게 맞아 떨어지는 완벽한 핏과 TPO(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는 의상을 선택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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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류의 한국 콘텐츠를 알리는 것에 집중하면 ‘언젠간 사람들이 한국 것을 볼 거야’라고 생각 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으로 시상식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미국 할리우드 매체 할리우드리포터와 12일(현지시간) 가진 인터뷰에서 콘텐츠산업에 투자하게 된 이유와 시상식 후일담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1960년대 제가 보고 자란 것은 ‘보난자’(1950~60년대 미국 서부극 시리즈)나 ‘대부’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이었다”며 “한국 콘텐츠를 보며 자라지 못한 이유는 우리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1995년 드림웍스에 대한 투자로 할리우드와 인연을 맺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그는 ‘기생충’이 이룬 성과가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화계와 언론계를 비롯해 모든 곳에서 많은 아시아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제는 정말로 아시아인들이 인정받고, 그들의 노고가 드러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특별하게 제작한 의상도 소개했다.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옷인데 다양한 밴드가 부착돼있어 바로 생각했죠. ‘기생충’ 포스터는 검은 띠로 눈을 가리고 있는데 밴드마다 영화와 관련된 것을 담으면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가 공개한 의상에는 ‘최고의 계획은 계획이 없는 것’ ‘리스펙!’ 등 영화의 명대사가 영어로 수 놓여있다. 

오랜 기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발표하게 된 사연도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솔직히 마이크가 내려갔을 때 그게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의미하는지 몰랐고 기술적인 실수라고 생각했다. 톰 행크스와 샤를리즈 테론이 ‘계속해!’라고 외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봉준호 감독이 ‘저는 말을 너무 많이 했으니 수상 소감을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고 무대에 올랐을 당시를 돌이켰다.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이 할리우드와 세계 영화 시장을 바꿔놓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 세계 수많은 창작자들과 영화제작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 간 아카데미는 국제적인 회원들을 늘리며 확장해왔고 ‘기생충’의 수상으로 아카데미 회원들은 새로운 문화와 콘텐츠를 아우를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것은 한국 영화 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들에게 문을 열어준 것입니다.”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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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뉴스

 

[앵커]

"아빠가 상을 받는 것보다 더 가슴이 벅찼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딸이 한 말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을 때 스코세이지 감독한테 찬사를 보냈지요. 거기에 화답을 한 겁니다.

김나한 기자입니다.

[기자]

[봉준호/감독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 스코세이지 감독님 좋아하는데 감독상을 번번이 못 받으시는 걸 본 적이 있어서, 저는 되게 답답해하고 아니 왜 못 받으실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고 봉준호 감독은 스코세이지 감독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재차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시상식이 끝난 뒤 찍은 사진에서 스코세이지 감독은 장난스러운 모습입니다.

[봉준호/감독 : 어렸을 때 제가 항상 가슴에 새긴 말이 있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한 건 우리의 위대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입니다.]

봉 감독이 감독상을 받고 쏟아낸 이 말은 객석을 스코세이지를 위한 무대로 바꿨습니다.

이번 아카데미 최고의 장면으로 꼽혔습니다.

영화 '아이리시맨'으로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후보를 올리고도 하나도 상을 받지 못한 스코세이지 감독.

시상식에 함께 참석했던 스코세이지의 딸은 상을 못 받은 아쉬움 대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봉 감독이 영화 거장에게 보낸 찬사에 "아빠가 상을 받은 것보다 더 좋았다"고 적었습니다.

1981년 영화 '성난 황소'로 처음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른 스코세이지는 2007년에야 '디파티드'로 첫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봉준호/감독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 디파티드로 처음 받을 때 제가 되게 환호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같이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초현실적이고 영광이었죠.]

할리우드의 지나친 상업주의를 비판하고 영화의 예술적 가치에 공들인 감독.

미국사회에 가시 돋친 비판을 쏟아내는가 하면 2006년엔 한국 영화 보호를 위한 스크린 쿼터제 축소 반대 운동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화면제공 : AMPAS·유튜브 'making the movies')
(영상그래픽 : 이정신)

/김나한 기자 /[영상편집: 백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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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세대 ‘SNS 패러디’ 일등 공신]
영화 속 ‘제시카 징글’ 따라부르고
포스터처럼 ‘얼굴에 검은 줄’ 합성
봉 감독 팬덤 ‘#봉하이브’도 넘쳐나

유튜브·SNS 문화에 익숙한 세대
‘기생충 전도사’ 자처하며 적극 지지
약자 응원·기성세대 반감 성향 탓
‘오스카 대반전’에 내 일처럼 열광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관한 언급은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유독 자주 보인다. 전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기생충>과 봉 감독을 패러디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놀이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를 만든 젊은 세대의 지지가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 트위터 등에선 ‘제시카 징글’ 놀이가 한창이다. <기생충>에서 기정(박소담)이 박 사장(이선균) 집에 들어가기 직전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이라고 노래한 대목을 패러디하거나 직접 따라 부르는 영상이 봇물을 이룬다. 사진 속 자신의 얼굴에 검은 줄을 그려 넣는 등 <기생충> 포스터 패러디 놀이도 잇따른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엔 오스카 트로피를 합성한 사진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에선 봉 감독의 사진이나 영상을 재치 있게 패러디한 ‘봉준호 밈’이 넘쳐난다. 밈은 재미 삼아 본래 콘텐츠를 웃기게 재가공한 것을 뜻한다. 봉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이나 짧은 영상으로 재가공하고 ‘봉하이브’(BongHive)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한다. 봉하이브는 ‘봉’과 벌집을 뜻하는 영어 단어 ‘하이브’를 조합한 말로, 봉 감독을 벌떼의 움직임처럼 열렬하게 응원하는 팬덤을 가리킨다.

이런 놀이 문화를 주도하는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와 제트(Z) 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한 세대)에 집중돼 있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유튜브, 에스엔에스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기생충>의 매력에 빠지면서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미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영상을 즐기는 데 익숙하기에 <기생충> 같은 비영어 콘텐츠에도 쉽게 마음을 연다. 한국어로 노래하는 방탄소년단(BTS)에 열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윤필립 평론가는 “유튜브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가 <기생충>의 매력에 빠져 이를 유튜브, 트위터 등으로 전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온라인상의 이런 분위기를 전하며 “아카데미 후보작이 통상 높은 연령층에서 지지받는 것과 달리 <기생충>은 밀레니얼·제트 세대를 사로잡았다”고 보도했다.

이들 세대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휩쓸었을 때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리액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이승한 칼럼니스트는 열세에 있는 약자를 더 응원하고 지지하는 ‘언더도그 효과’에 주목한다. 그는 “<기생충>이 충분히 좋은 영화인데도 남들이 잘 몰라주는 걸 안타까워하던 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인 덕에 오스카 수상까지 이어졌다”며 “언더도그가 결국 사회적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들이 특히 열광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양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인 ‘베이비 부머’의 참견이나 가르침에 “오케이, 부머”(됐거든, 꼰대) 하며 맞받아치는 심리의 연장선에서 <기생충>에 열광하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김선영 평론가는 “봉 감독이 아카데미를 ‘로컬 시상식’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꼰대를 조롱하는 쾌감을 느낀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다”며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이 <기생충>의 오스카 대반전에 특히 열광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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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외국에서 다시 본 영화... 영국 관객들이 가장 크게 웃었던 장면

[오마이뉴스 김종철 기자]



▲  영화 기생충은 영국에서 지난 7일부터 런던을 중심으로 영국 전역에서 상영중이다. 지난 2일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 주최로 열리 영국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는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후, 오스카 4개부문을 석권하면서 영국에서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영국의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상영관 중 하나인 '오데온(ODEON)'
ⓒ 김종철

갈색 곱슬머리의 청년이었다. 그는 조심스레 나에게 말을 건넸다. 한국 사람인지를 묻더니, 궁금한 것이 한 가지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자신보다 더 영화를 잘 이해했을 것이라면서.

그의 질문은 영화 <기생충> 막바지에 "왜 운전기사가 사장을 갑자기 찔러 죽였는가"였다. 갑작스런 그의 질문에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우리는 다시 영화를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박 사장이 마지막에 자동차 열쇠를 들면서 지었던 표정, 냄새(smell)라는 표현이 영화 중간에 몇 차례 등장했던 것과 그 의미들...

지난 11일 늦은 저녁, 런던 남쪽 윔블던 한 극장에서 만난 앤디(Andi)와의 대화는 신선했다. 호기심이 가득찬 영국 청년이었다. 첫 한국 영화에 대한 감상평이 끝나자 스마트폰과 북한, 독일을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영국에서 <기생충>을 다시 본 이유

그날 저녁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작정 근처 극장으로 향했다. 바로 전날부터 내 스마트폰의 각종 알림과 웬만한 소셜미디어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 소식으로 도배되고 있었다. 심지어 아르헨티나 변호사인 친구 라미로(Ramiro, 그는 런던에 머물다 지난달 아르헨티나로 돌아갔다)는 모바일 메신저로 나에게 <기생충>이 어떤 영화인지를 물어왔다.

그리곤 그 역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했다. 사실 지난해 <기생충>을 본 이후, 이들에게 영화를 설명할 정도로 자세한 내용들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미안하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과연 그 생생한 한국 특유의 대사들이 어떻게 영어로 표현돼 있을까, 과연 이곳 사람들도 우리가 웃거나 긴장할 때 같은 반응을 보일까 등. 내가 극장을 다시 찾은 이유이기도 했다.

오데온(ODEON) 영화관은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극장 체인이다. 윔블던 오데온은 아이맥스(IMAX) 상영관을 비롯해 15개의 스크린을 갖고 있는 제법 큰 극장이다. 이날 이곳에선 10여 편의 영화가 상영 중이었다. <기생충>은 두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오후 9시 10분 표를 샀다. 여러 상영관으로 들어가는 통로 입구에서 극장 관계자가 표를 검사했다. 그는 웃으면서 "나이스 초이스(nice choice)"라고 했다.

자리는 충분했다. 일반석 기준으로 성인은 10파운드(우리 돈 1만5000원 정도), 15세 이하 청소년과 60세 이상은 9파운드였다. 프리미엄 좌석은 12파운드였다. 극장 좌석은 100석이 채 안 됐다.

서울대는 '옥스퍼드'로, 카톡은 '왓츠앱'으로

사실 주말도 아닌 평일 저녁 9시가 넘어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영화가 끝나면 밤 11시가 훌쩍 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후 9시께 자리를 잡아 앉았을 때, 극장은 대여섯 명 정도만 들어와 있었다. 이후 10분쯤 지나서 제법 관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추 세어보니 30여 명 정도 됐다. 젊은 남녀도 보였고, 중년으로 보이는 부부 등 다양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우리나라처럼 각종 광고가 이어졌다. 그 중에 농심 신라면 광고가 눈에 띄었다. 영화 내용 중에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섞어 만든 것)'가 나오면서, 농심 쪽에서 상영 전에 광고를 하게 됐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영화는 시작됐고, 새롭게 다가왔다. 매번 극장에서 외국영화를 볼 때 우리말 자막이 뜨던 자리에 영어 자막이 나오니 생경했다. 봉준호 감독이 그래미상 시상식 때 말했듯, 나는 그 '1인치 장벽'을 넘어서는 관객들의 반응을 느꼈다.

영어 자막으로 표현된 대사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단어는 '옥스퍼드'와 '왓츠앱'이었다. 영화 초반 아버지 기택(송강호)이 딸인 기정(박소정)의 대학 졸업장 위조 기술을 빗대어 '서울대 문서위조학과'를 언급했을 때, 젊은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자막에는 '옥스퍼드(Oxford)'라고 적혀 있었다. 옥스퍼드 대학은 이곳 사람들에게도 아무나 갈 수 없는, 최고의 학교로 인식돼 있다. 또 '카톡'은 영미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스턴트 메신저인 '왓츠앱(Whats app)'으로 바뀌었다.
 
▲  지난 11일 영국 멀티플렉스 오데온(윔블던)에서는 기생충을 2개의 상영관에서 평일 하루 5차례에 걸쳐 상영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상영관 1개로 2-3차례 상영하는 데, 그보다 2배 정도 더 상영하는 것이다.
ⓒ 김종철

물론 다른 한국어 대사를 영어로 맛깔스럽게 옮겨놓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관객들은 영화 초·중반 배우들이 직접 던지는 영어 대사에 미소를 지었다. 사실 영화 속 배우들이 던지는 영어 대사는 단순 의미보다는 계층적인 측면에서 함축적인 의미가 더 크다.

또 박 사장 아들의 인디언 분장과 스카우트 캠핑 이야기 등이 나오자 관객들은 좀더 친근감을 느끼는 듯했다. 이어 영화가 기택 가족과 지하층 사람들과의 갈등, 생일파티에서의 살인 등으로 전개되며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자,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는 '오우~' 하는 조용한 탄식도 들렸다.

특히 영화 중반 이후 박 사장의 전 집사가 기택 가족의 정체를 알고, 동영상을 찍으면서 북한 핵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북한 텔레비전 아나운서 성대 묘사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지하층으로 숨어들어간 기택이 새로운 집 주인으로 온 '독일' 사람을 '순진하고, 쏘세지나 맥주만 먹는 사람'으로 말하는 부분에서, 관객들은 크게 웃었다. 이는 과거 영국과 독일 사이에 있었던 1차 세계대전 등 전쟁과 연관이 있어 보였다.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 중인 앤디는 "영국인은 독일(사람)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 있다"면서 "1차 세계대전 등 전쟁을 겪어온 세대들이 여전히 살아 있고, 각종 기념 행사 등을 통해 전쟁에 대한 기억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관객들은 북한보다 독일에 반응

영화 마지막 장면, 기택의 아들이 돈을 벌어 집을 사서 아버지를 지하에서 살려내겠다는 다짐과 함께 '소오 롱(so long, 그럼 이만)'이라는 마지막 자막이 올랐다. 관객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부 관객은 마지막 스태프들의 이름 등이 오를 때까지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나 역시 마지막 장면 후 잠시 앉았다가 영화관 문을 나섰다. 문을 나서고, 발걸음을 옮길 때 한 젊은 청년이 나에게 다가왔다. 앤디는 '궁금한 것이 있다'고 했고, 내가 웃으면서 "나는 봉 감독이 아니다, 나 역시 관객"이라고 하자, 대뜸 "(마지막 부문에서) 왜, 운전기사가 갑자기 사장을 칼로 찔러 죽였는가"라고 물었다.

순간 고민스러웠다. 사실 그동안 크게 고민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영화에서 몇 차례 등장하는 '냄새'라는 표현을 말해 줬다. 이미 박 사장과 기택 사이에 '냄새'는 계층을 구분 짓는 단어가 됐고, 마지막 박 사장이 자동차 열쇠를 건네받는 과정에서 보인 모습(태도)은 상류층의 하위 계층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를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관을 나오는 통로에서 그와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이어 내가 이미 작년에 한국에서 영화를 봤고, 이번 오스카 수상과 함께 다시 한번 보게 됐다고 했다.
 
▲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수식을 전하는 영국 일간 신문 가디언(아래)과 석간 이브닝 스탠다드. <가디언>은 이미 기생충의 감독상과 각본상 수상을 예상하기도 했으며, 지난 11일치 신문에서는 1면 사진과 함께 2면에 걸쳐 수상 소식과 의미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이브닝 스탠다드>는 10일 석간식문에서 신문 제호 옆에 봉준호 감독 사진과 함께 사설까지 써가며 기생충의 수상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 김종철

그는 "한국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오스카 수상 뉴스를 보고, 신기하고 궁금해서 극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인상적이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을 알려 달라고 하자, "대학 졸업장 위조하는 것과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촬영하는 장면과 북한 핵 문제를 연결시키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집사가 북한 핵 이야기를 하면서 목소리 톤을 바꿔가면서 연설하듯 말하는 것을 어떻게 봤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냥 의기양양하게 말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에 나오는 아나운서 말투를 배우가 흉내낸 것이라고 알려줬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친구들에게 알려 줘야겠다"고 답했다. 또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브릴리언트(brilliant, 대단한), 브릴리언트"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우리가 극장 통로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중년으로 보이는 부부는 우리를 향해 웃으면서 "이츠 아웃스탠딩(it's outstanding, 훌륭했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문 사설까지 '브릴리언트 코리아'… 백인 중심 문화우월주의 변화의 전조

영국 언론들도 이번 <기생충>의 오스카상 석권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을 싹쓸이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오스카상에 앞서 열린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도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 등 2관왕을 차지했지만, 작품상과 감독상 등은 < 1917 > 등으로 돌아갔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스카 시상식 직전 주말판(8일치) 신문에서 영화전문기자인 피터 브라드쇼(Peter Bradshaw)의 '누가 수상할 것인가(Who will win?)'를 통해 <기생충>의 '감독상과 각본상' 수상을 예상했었다. 이 신문은 지난 11일치에서 기생충의 수상 사진을 1면 톱으로 싣고, "<기생충>이 오스카 작품상과 함께 새 역사를 썼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비비씨(BBC)>를 비롯해 <더타임스>와 <데일리메일>, <텔레그래프> 등 대부분 일간 신문들도 <기생충>의 수상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특히 영국 최대 석간신문인 <이브닝 스탠더드>는 10일치 신문에서 아예 '브릴리언트 코리아(Brilliant Korea)' 제목의 사설을 싣기도 했다.

신문은 "<기생충>의 수상은 전세계에 걸쳐 차세대 영화제작자들에게 큰 영감을 불러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문화 이슈가 영국 신문 사설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들은 대체로 <기생충>의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 등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오랫동안 지속돼온 '백인 중심의 영미문화 우월주의 변화'에 더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앤디도 아침 신문을 봤다고 했다. 잠시 후 그는 시계를 보더니 웃으면서 "나이트버스(night bus, 심야버스)를 타야 한다"면서 "언젠가 한국도 가보고 싶다"고 했다. "비행기로 아무리 빨리 가도 11시간 이상 걸린다"고 했더니, 그는 "오마이 굿니스(Ohmy goodness, 어이구)"라고 말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으로 돌아왔더니 밤 12시가 훌쩍 넘어섰다. 스마트폰 알림은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기자회견 풀버전 영상을 소개하고 있었다.
 
▲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수식을 전하는 영국 일간 신문 가디언(아래)과 석간 이브닝 스탠다드. <가디언>은 이미 기생충의 감독상과 각본상 수상을 예상하기도 했으며, 지난 11일치 신문에서는 1면 사진과 함께 2면에 걸쳐 수상 소식과 의미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이브닝 스탠다드>는 10일 석간식문에서 신문 제호 옆에 봉준호 감독 사진과 함께 사설까지 써가며 기생충의 수상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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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학원街 신드롬 확산

소년 봉감독 다룬 전기만화
어린이분야 베스트셀러 주목

`봉감독 통역` 샤론 최 인기에
그가 다닌 영어학원 문의 폭주

너구리·짜파게티 매출 61%↑
영화속 필라이트도 판매 늘어
CJ 구내식당선 짜파구리 특식


어린이 직업탐구 만화 `I AM 봉준호`.아카데미를 석권하며 '기생충 신드롬'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의 인기가 유통가를 넘어 서점과 학원가에 '나비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소위 위인전이라 불리는 어린이 직업탐구 만화 'I AM(아이엠) 봉준호'(주니어RHK)도 주목받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둔 지난 1월 31일 발 빠르게 출간된 이 책은 13일 교보문고 어린이 분야 베스트셀러 68위에 올라 있다.

스토리박스가 쓰고, 최우빈이 만화를 그린 이 책은 12세부터 영화감독을 꿈꿨다는 봉준호의 소년 시절을 복원하고, 그의 일대기를 통해 영화감독의 세계를 알아보는 어린이 만화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해 전문 지식을 쌓은 뒤 데뷔작의 실패를 거쳐 어떻게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됐는지를 구체적인 일화와 함께 그려냈다. 앞서 출간된 직업탐구 학습만화의 선배로는 방탄소년단(BTS), 이국종 등이 있다. 아이들을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키우고 싶은 '맹모'들이 이 어린이 위인전 시리즈의 주요 구매 고객이다.

맹모들 관심은 봉준호의 '입'으로 전 세계 외신의 큰 주목을 받은 샤론 최(25·최성재)로도 모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무대 위에서 최씨의 차분한 존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고, 영국 출신 언론인 피어스 모건은 "이름 없는 영웅(unsunghero)"이라며 최씨에 대해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최씨 영어가 극찬받는 이유는 봉 감독의 의도는 물론 유머까지 정확하게 전달했다는 점에서다. 통역 장면을 담은 유튜브 영상 중 조회 수 100만회를 넘긴 것도 많다. 

최씨는 전문 통역사가 아닌 영화감독으로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영화제부터 봉 감독과 호흡을 맞춰왔으며 지난해 12월 미국 NBC '투나이트 쇼'를 비롯한 방송 출연과 현지 무대인사,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통역을 책임졌다. 

최씨는 용인외국어고(현 한국외국어대부속고) 국제반을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으며, 단편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 초보 감독이다. 봉 감독은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최씨가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고 현재 장편영화 각본을 쓰며 준비 중이다. 나도 그가 쓴 각본의 내용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최씨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는 그가 다닌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P영어학원이 연관 검색어에 올라 있다. 그가 이 학원 유치부를 졸업했다는 소문에 입학 문의 전화도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업계에도 '기생충' 열풍이 거세다. 영화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것)나 필라이트 맥주 등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직후인 지난 10일과 11일 너구리와 짜파게티 봉지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1.1%, 전월 대비 22.5%, 전주 대비 16.7%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컵라면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3.7%, 전월 대비 10.9%, 전주 대비 10.8% 각각 늘었다. 영화에 나온 필라이트 500㎖ 매출도 같은 기간 각각 21.4%, 15.7%, 13.6% 증가하며 시상식 특수를 누렸다.

GS25는 기생충 관련 상품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GS25 공식 애플리케이션 '나만의 냉장고' 쇼핑몰에서는 14~18일 영화에 나온 핫이슈 상품 '부채살 짜파구리'를 고객이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한끼스테이크 부채살(150g), 채끝살(150g), 짜파게티(1입), 너구리(1입)'로 구성된 기획상품을 1000개 한정으로 9900원에 판매한다. 이들 상품의 정상가는 2만1650원이다. 

봉 감독의 성(姓)에서 착안해 맥스봉 후랑크소시지, 포도봉봉 340㎖ 등 '봉'자가 들어간 상품 7종에 대해 30% 할인행사를 동시에 진행한다. 기생충 영화 속 장면과 대사를 패러디한 팔도 더 왕뚜껑의 CF도 다시 회자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급식·식자재 공급 기업인 CJ프레시웨이는 CJ그룹 계열사 구내식당은 물론 위탁운영 중인 오피스, 산업체 300여 곳에 순차적으로 구내식당에서 짜파구리 특식을 선보인다. 식 수로 계산하면 모두 6만인분이다. CJ프레시웨이는 아카데미 시상식 다음날인 지난 11일 CJ ENM 구내식당, 13일에는 CJ제일제당센터 구내식당에서 짜파구리 특식 600인분을 각각 선보였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연교와 기택이 저녁 장을 보는 신을 촬영한 올가홀푸드 방이점은 방문객과 매출이 평월 대비 30% 증가했다. 

[이호승 기자 / 김슬기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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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카데미 네 개 부문을 휩쓴 우리 영화 '기생충', 최근 북미에서 상영관 수가 2천 개까지 늘어나는 등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빈부 격차를 세밀하게 그려낸 영화가 어떻게 전 세계에서 큰 공감과 인기를 얻는 걸까요?

실제 우리 현실과 한 번 비교해보시죠.

박예원 기자가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그림 같은 집.

최고급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캠핑 갈때는 또다른 수입차로 바꿔탑니다.

아내의 옷방엔 명품 핸드백이 줄지어 놓여있습니다.

이 부부가 어떻게 이런 부를 누릴 수 있을까요?

봉준호 감독은 글로벌 IT기업 대표인 집주인의 직업을 자세히 표현해 보여줍니다.

IT 재벌이라는 설정, 서구에서 더 익숙해 공감하기 더 쉽죠.

미국에선 IT기업의 억만 장자 자산이 5년 전보다 배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다른 산업의 억만장자 자산이 줄었던 2018년에도 이들 자산만 3.4%, 우리 돈으로 천5백조 원 불어났죠.

주가 고공 행진 덕분입니다.

이런 기업에 다니는 소수 직원들의 높은 임금과 복지 혜택에 대해 반발심까지 생겨 2013년에는 시위대가 구글 통근버스를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안 그래도 전 세계 상위 1%가 소득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이 부의 쏠림을 더 심화시키고 있는 겁니다. 

[김학균/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기존 기업들을 잠식하면서 일자리 창출에는 그렇게 크게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기업들의 주가들이 많이 올라가지만 실물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는 과거보다 적은 것 같습니다."]

반면 반지하 가족의 가장은 가게를 하다 실패한 이후, 대리 운전기사 등을 전전하며 가난에서 벗어날 반전의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자영업자가 늘어가는 우리 현실과도 맞닿아있죠.

영화는, 해법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인류 공통의 문제인 빈부격차를 예리하게 담아내고, 숙제를 던져주면서 세계인의 공감을 샀습니다.

미국에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IT 기업에게 세금을 걷어 모든 성인에게 매달 천 달러의 기본 소득을 준다는 공약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영화 기생충의 성공으로 부의 쏠림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박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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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뉴스

오스카상 수상 계기로 북미 '기생충' 관심 상승
이탈리아 개봉 뒤 1위…英 비영어권 오프닝 최고
우리나라 비롯해 베트남·터키 등 재개봉
[앵커]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에 힘입어 전 세계에서 다시 흥행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북미 지역에서는 지난해 개봉한 이후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4위로 급상승했고, 이제 막 개봉한 나라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김혜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 뒤 할리우드 극장가에 다시 걸린 '기생충'.

영화를 잘 알지 못했던 관객들도 오스카상을 계기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바니 / 미국 : 오스카 전에는 '기생충'을 잘 몰랐어요. 그래서 많이 안 봤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스카로 인해 많은 사람이 기대감이 높아졌을 텐데 저 역시 아마 보게 될 것 같아요.]

'기생충'은 북미에서 지난해 10월 개봉한 이래 11월에 딱 하루 박스오피스 8위를 기록한 것을 빼고는 줄곧 10위권 밖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9일 시상식 이후 박스오피스 4위로 껑충 뛰었습니다.

현지시간 11일 기준 매출액도 지난주보다 192.7% 늘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영국에선 개봉 첫 주말 4위로 출발했는데, 비영어권 영화 오프닝 성적으로는 역대 최고입니다.

재개봉 열풍도 거셉니다.

베트남, 터키, 인도네시아 등에서 재상영을 결정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시상식이 열린 지난 10일 재개봉한 뒤,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오는 26일부터는 흑백 버전이 개봉될 예정이어서 '기생충' 열풍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매출액 역시 조만간 2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비영어권 영화 역대 최고 기록인 '와호장룡'의 2,500억 원을 넘어설지도 관심입니다.

YTN 김혜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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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런 양극화, 빈부 격차는 영화 개봉 과정에서도 나타납니다.

'기생충'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도 출발부터 화려한 건 아니었습니다.

1994년, 독립영화로 시작해 2000년, 첫 상업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선보였는데, 당시 대작들 틈바구니 속에 겨우 극장 한 곳에서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을 통해 대중과 평단에 인정받는 감독으로 성장해 왔는데요.

거대 자본이 투입되지 않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은 영화들을 만든 경험, 봉 감독에게 큰 자양분이 됐겠죠.

제2, 제3의 봉준호 감독이 나오려면 다양한 영화들이 선보일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김세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따뜻한 감성을 품은 독립영화 '윤희에게'.

개봉 후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상영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상영 횟수는 5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론스타 사건을 다룬 영화 '블랙머니' 역시 호평을 받으며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일주일 뒤 상영 횟수가 절반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윤희에게와 블랙머니가 선보인 지 일주일 후, 초대형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가 개봉한 겁니다.

'겨울왕국 2'의 첫날 상영 점유율은 63%.

전체 극장 상영의 60% 이상이 '겨울왕국 2'였다는 얘기입니다.

[권영락/반독과점영대위 운영위원/지난해 11월 22일 : "'겨울왕국 2'가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에 이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또 일으키고 있습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영화들이 극장 스크린을 과점할 경우,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를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신진 감독들의 데뷔 무대도, 성장 기회도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최용배/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 "젊은 감독들이 만들고 싶은 다양한 소재나 과감하고 실험적인 소재나 의도들이 과감한 중소제작사들과 함께 결합돼서 만들어지는 것이..."]

이런 문제점 때문에 다양한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담은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지난 2016년 이래로 줄곧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결과에만 집중해 기뻐할 일이 아니라 영화계 현실을 짚어보며 제2, 제3의 봉준호 감독을 키워낼 제도적 뒷받침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김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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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뉴스

해외 언론, 과거 발언으로 봉준호 '인물탐구'
 

[앵커]

"왜 수상소감으로 텍사스 전기톱을 꺼냈는지 모르겠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지 나흘이 지났지만, 봉준호 감독은 "아직도 상을 받은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언론에선 봉 감독의 영화뿐 아니라 재치 있는 말까지 분석하고 있습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봉준호/감독 (2019년 10월) : 애기 때 봤던 영화들이 제 몸속에, 혈관 속에 들어있는 편이고요. (주한미군 방송에서) 금요일 밤마다 (영화 상영을) 많이 해줬어요. 식구들 다 잘 때 혼자 그걸 많이 봤었는데.]

봉준호 감독은 과거에 고백했던 이 말을 다시 꺼냈습니다.

봉준호라는 새 장르가 탄생할 수 있었던 그 시작은 어디서부터인지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뒤 미국의 한 미술관에서 봉준호 감독과 만난 관객들은 그 답을 여전히 듣고 싶어했습니다.

수상 소감을 다시 묻자 대단한 일이긴 한데, 여전히 이해가 잘 안 된다며 각본상에 이어 국제영화상을 받은 순간,
상을 더 받을 거라 생각하지 못해 감독상 소감도 준비 못 했다고 했습니다.

텍사스 전기톱 이야기는 왜 꺼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봉준호/감독 :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 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2시간 동안 진행한 관객과 대화에선 웃음이 이어졌습니다.

영화뿐 아니라 재치 넘치는 말로 사람들 마음을 붙잡는 봉 감독, 해외 언론에선 인물탐구하듯 과거 발언들 속에 담긴 삶의 태도, 성공의 지혜를 돌아봤습니다.

[봉준호/감독 (2017년) : (감독들은) 아침에 차에서 내리기 싫은 거죠. 현장에 수백 명의 스태프와 배우들이 감독을 잡아먹을 듯 기다리고 있는 거.]

떨리는 순간에도, 한없이 여유로워 보이는 봉 감독이 24시간 강박증에 시달리지만, 영화에 몰두하며 털어낸다는 것 또 불안과 공포는 웃음을 통해 극복한다는 말도 주목했습니다.

외신들은 봉 감독의 평소 삶이 어떻기에 상상력이 넘치는지 궁금해하지만, 봉 감독이 최대한 단순하게 살려 노력하고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되 사람은 되도록 적게 만나고 있다는 말에도 놀라워했습니다.

(화면제공 : 애니 레보비츠·@thebaosers·한국영화아카데미·링컨 센터 필름·AMPAS)
(영상그래픽 : 김정은)

/강나현 기자 /[영상편집: 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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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불편한 역설들
   
 
 
 
 
장재선 문화부 선임기자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상을 휩쓰니 자랑스러워요. 그런데 저는 그 영화가 불편하고 찜찜하더군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꽤 들었다. 계층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데서 오는 불편함. 이는 봉준호 감독이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세계인의 공감을 샀다. 빈부 격차가 당대의 공통 화두임을 새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 풍경이 불편하니까 오래 생각난다. 예술의 역설이다.

평소 문화에 관심 없던 정치인들이 이 판에 밥숟가락 얹으려고 이런저런 발언을 하고 있다. 봉준호식 블랙 코미디를 재현하는, 의도치 않은 오마주인 듯싶다. 여의도의 거대한 건물에 사는 그들은 극 중 반지하 가족의 애옥살이를 어떻게 봤을까. 영화 속엔 더 아래에 있는 지하 가족도 등장한다. 봉 감독의 뒷이야기에 따르면, 구상 단계에서는 지상 - 반지하 가족만 있었다. 제목도 ‘데칼코마니’였다. 뒤에 제3의 가족을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다중 구조로 확장했다. 더 비참한 상황을 블랙 코미디로 다룸으로써 새로움을 얻은 창조 작업의 역설이다. 

영화가 찜찜한 여운을 주는 것은 잔인한 결말 탓이 크다. 봉 감독은 당의정을 입혀서 포장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영화 속에서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특유의 ‘삑사리’ 유머로 웃게 하다가 섬뜩하게 만들고 어느 순간에 슬프게 한다. 온갖 영화 어법이 뒤섞이는 ‘봉준호 장르’에 대한 자신감. 이는 반전 결말을 밀어붙이는 힘이 됐고, 결과적으로 세계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했다. 

봉 감독의 이런 재능이 한국 영화 100년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스스로 김기영 감독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누차 강조했다. 김기영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 감독이 경의를 표했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와 인연이 있다. 스코세이지 재단이 그의 작품 ‘하녀’를 디지털로 복원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중산층의 허위를 파헤쳤던 김기영이 지금과 같은 영화 제작 환경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헛되지만 행복한 상상이다. 

알려진 것처럼, ‘기생충’은 대기업 자본으로 제작, 유통됐다. 아카데미상 시상식 무대에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인사를 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대기업의 문화 영향력을 경계하는 이들로서는 그 장면이 마뜩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대기업 자본으로서는 빈부 갈등을 다뤄보겠다는 봉준호의 야심을 불편하게 여길 수 있었다. 하지만 CJ는 그의 든든한 후원자 역을 했다. 계급 문제를 담은 SF 물 ‘설국열차’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자 제작비 475억 원 전액을 지원했다. 이번 아카데미 상을 앞두고 외국 매체, 관객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홍보캠페인에 거액을 들였다. 미켈란젤로를 후원한 메디치 가문, 어쩌고 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표현이다. 하지만 괴짜 영화예술가의 독특한 행보를 튼실히 뒷받침한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 문화 공룡을 낳는다고 비난하는 대기업 자본의 역설이다. 

한국 영화 미래는 이런 역설들과 함께 열어가야 한다. 창작자는 대중의 취향, 자본의 영향을 어느 선까지 받아들일지 늘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당대에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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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원래 제목은 ‘데칼코마니’…
부자·빈자 대칭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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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이 직접 그린 ‘기생충’ 장면 스케치. 문광(이정은)이 지하실 문을 열기 위해 커다란 장을 미는 장면(왼쪽)과 지하에서 생활하는 근세(박명훈)의 책상 모습. CJ ENM 제공
 
 
 
- 영화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2013년‘설국열차’만들다 구상 
2015년 제작자 곽신애와 만남 
“저장고 와인처럼 서서히 숙성”


“저장고 속 와인처럼 서서히 숙성됐다.”

세계 영화사를 새로 쓴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가벼운 구상에서 시작됐다. 봉 감독은 “2013년 ‘설국열차’ 후반 작업을 하며 ‘기생충’ 이야기를 처음 구상했다”며 “스태프에게 부자 네 식구, 가난한 네 식구가 얽히는 이야기를 해주며 시작했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일상에, 현실에 가까우면서 가장 기본 단위인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5년 15페이지짜리 ‘기생충’ 시놉시스를 썼고, 그가 ‘옥자’(2017)를 찍는 동안 아카데미 각본상을 공동 수상한 한진원 작가가 드래프트(초고)를 완성했다. 봉 감독은 “2004년 초 ‘괴물’을 찍으며 김혜자 선생님을 처음 찾아뵌 후 2009년에 ‘마더’를 개봉했고, ‘기생충’도 ‘옥자’를 준비하며 천천히 숙성됐다”며 “노트북을 열고 시나리오를 쓴 기간은 2017년 9월부터 4개월 정도다. 쓰기 전 숙성 과정에서 내가 살아오며 본 잔상의 느낌이 침전돼 있다가 서서히 나온다”고 말했다. 

시놉시스 단계에서 제작사가 정해졌다. 봉 감독과 함께 아카데미 작품상 트로피를 거머쥔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2015년 4월에 봉 감독님이 시놉시스를 들고 왔다. 기존에 없던 이야기였고, 엄청 재밌었다”며 “복이 넝쿨째 들어와 나는 거저먹었다”고 소개했다. 

‘기생충’의 첫 제목은 부자와 가난한 자가 대칭을 이룬다는 의미의 ‘데칼코마니’였다. 곽 대표는 “초기에 ‘데칼코마니’와 ‘기생충’ 두 제목을 섞어 쓰다가 점차 ‘기생충’으로 굳혀졌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대개 시나리오 초기 단계에서 결말을 정해놓지만 ‘기생충’은 마지막 시나리오 작성 과정에서 기택(송강호)네와 지하실 문광(이정은) 부부가 비극적으로 부딪히는 엔딩 부분이 완성됐다. 봉 감독은 “폭포처럼 써나갔다”고 떠올렸다. 곽 대표는 “최종 완성본을 보고 지하 이야기를 알게 됐다. 기택네가 문광이 비 오는 날 초인종을 누르는 장면에서 놀라듯 나도 깜짝 놀랐다”며 “물 흐르듯 흘러가는 결말 부분을 보며 ‘역시 봉준호’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기생충’의 중요한 키워드인 ‘냄새’는 한 작가의 초고에 등장했다. 봉 감독은 “초고 속 한 장면에 부잣집 꼬마가 가난한 가족 아버지의 냄새를 맡고, 아줌마한테도 같은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었다”며 “그 부분이 너무 좋았다. 그것은 하나의 작은 스파크였고, 그 스파크 덕분에 이 작품을 지배하는 냄새라는 중요한 키워드를 잡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송강호의 대사 “38선 아래로는 골목까지 훤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동행이다”와 기우 역을 맡은 최우식의 대사 “실전은 기세야 기세”도 한 작가의 아이디어다. 
 

봉 감독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500여 개의 해외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영화에 얽힌 다양한 뒷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또 지난해 8월 영화진흥위원회가 ‘기생충’을 아카데미 출품작으로 선정하며 본격적으로 펼쳐진 아카데미 캠페인 기간 동안 100여 차례의 GV(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영화의 맛을 높였다. 아카데미상은 투표권을 지닌 약 8400명의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회원들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봉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오스카상은 국제영화제가 아니다. 그저 로컬일 뿐” 등 촌철살인의 언어를 구사하며 미국 언론을 건드렸고, 대중의 호감도를 상승시키며 철학적 담론을 촉발했다. 이를 통해 아카데미가 ‘로컬 행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것이고,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 방향을 돌려놨을 것으로 보인다. 봉 감독의 말대로 세계 영화사의 기념비적 사건은 저장고 속 와인처럼 서서히 숙성됐다. 수상을 기념해 ‘기생충’ 흑백판이 이달 말 국내에서 개봉한다. 

/김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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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꿈나무'
봉준호 대학시절에도
장난기·재치 넘쳐"

2020-02-16

 

대학 친구 동원한 화염병 장면·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호두 까는 장면으로

오스카 트로피 든 봉준호 감독
오스카 트로피 든 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인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소감으로 인용한 마틴 스코세이지 말이다.

대학 시절부터 남다른 창의성을 보여준 봉 감독은 작품이 주목받기 이전부터 이미 개인적 경험을 작품 속에 녹여온 것 같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88학번인 그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선배들은 이들을 '88 꿈나무'라고 불렀다.

그의 영화에는 88학번으로서 봤던 시대의 단상,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성격 그리고 유머 감각 등이 모두 반영됐다.

대학 동문에 따르면 첫 번째 상업 영화 성공작인 '살인의 추억'에 20초가량 등장하는 화염병 시위 장면에는 숨겨진 에피소드가 있다.

영화 속에서 화염병을 던진 사람들은 봉 감독 대학 친구들이다. 다만 이들이 대학생이라기엔 다소 나이가 든 탓에 복학생으로 설정됐다.

다섯명 정도의 친구가 휴일인 촬영일 아침 일찍부터 나와 화염병을 던졌다. 봉 감독은 눈빛을 반짝이며 한 사람이 두 개씩 던지기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 장면 자체도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봉 감독은 친구들과 농활을 떠나기로 한 날 다른 시위에 참여했다가 '화염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2003년 참여연대 월간 '참여사회'에 이 에피소드를 밝힌 대학 친구 육성철 씨는 "같은 세대의, 비슷한 사건을 겪는 사람들이 겪는 시대 의식·동료의식이 영화에 들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 능력, 영화 장면을 모두 콘티로 그려내는 그림 실력, '봉테일'이라 불리는 성격은 그때도 여전했다. 당시에도 복잡한 이야기를 같은 공간 안에 욱여넣고, 결국 하나의 굵직한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었다.

교내신문 '연세춘추'에 한동안 만평을 연재하기도 했다. 대학등록금 인상 문제 등 시의성 있는 주제들을 비판적 시각과 함께 그려냈다. 자신이 직접 참가한 1989년 여름 농활을 추리극 형태로 만든 만화 '농활야사'는 동문 사이에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봉준호 감독이 '연세춘추'에 연재한만화
봉준호 감독이 '연세춘추'에 연재한만화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 연세디지털컬렉션 연세춘추 제공]

친구들의 경험을 잊지 않았다가 영화에 반영하기도 했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주인공 윤주가 모임에 나가기 위해 아내 앞에서 호두를 계속 까는 장면은 한 친구의 실화에서 가져왔다. 실제 친구는 호두가 아닌 밤을 깠다는 차이는 있었다.

육씨는 "다들 잊고 있었던 부분이 봉 감독 머리에서는 탁 튀어나오는 것 같다"며 "기억의 저장고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봉준호 감독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서울=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이전 작품들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사진은 봉 감독의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2000년). 출판부 기사 참조. 2020.02.12 photo@yna.co.kr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삑사리' 뿐 아니라 수상 소감으로도 드러나는 재치와 장난기는 대학 시절에도 여전했다고 한다.

어느 겨울, 제대를 앞둔 대학 동기가 교련 교육 이수증을 군대로 보내 달라고 봉 감독에게 부탁했지만, 그는 이수증과 함께 학장과 총장의 직인까지 실제와 똑같이 그린 문서를 군부대로 발송했다. 누가 봐도 가짜 티가 났지만, 군대에 있던 친구는 자신이 골탕먹었다는 사실에 분해했다고 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정과 기우도 연세대학교 마크를 넣어 재학 증명서를 위조한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외국어 영화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이라는 역사를 쓴 '기생충'은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았다. 대학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인 경험과 타고난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육 씨는 "'기생충'의 반전 부분에서는 옛날의 봉준호가 떠올랐다"며 "자신이 오래 생각했던 구조적인 문제를 밑바닥에 깔아놓고 복선으로 연결하고 상징이 있으며 씨줄과 날줄이 오묘하게 엉키면서 여러 가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부분이 그렇다"고 전했다.

모교에 설치된 봉준호 감독 축하 현수막
모교에 설치된 봉준호 감독 축하 현수막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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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에 기생한 테마주?

[여의도TMI]'기생충' 오스카 수상에 바른손 上
단기차익 투자자 몰린 급등세 평가
콘텐츠업계 성장 발판 마련은 소득
K콘텐츠 중장기 도약 밑거름 돼야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국내 영화계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른 기염을 토했다. 기생충은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1년여간 이어진 시상식 레이스에서 200여개의 상을 휩쓸며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겼다. 구태여 월드컵 4강이나 역대 금메달과 비교하지 않아도 대단한 업적임에 틀림없다.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 봉준호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소식은 여의도 증권가에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런데 이른바 ‘기생충 수혜주’(株)로 꼽힌 종목들의 면면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기생충을 제작한 바른손이앤에이(035620)가 23.06%, 바른손(018700)이 상한가를 기록하며 이틀간 각각 47%, 69% 급등했다. 

바른손이앤에이는 2014년 3월 바른손게임즈가 엔터 사업에 뛰어들며 사명을 바꾼 회사다. 이듬해인 2015년 7월 바른손필름을 흡수 합병하면서 사세를 넓혀 왔다. 바른손필름은 과거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방자전’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봉준호 감독과는 2009년 개봉한 영화 ‘마더’ 제작에 참여하면서 연을 맺었다. 

바른손이앤에이가 기생충 제작사긴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이를 실적이나 펀더멘털(기초체력)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카데미상 수상이 실적 업사이드(상승 여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앞서 바른손이앤에이는 지난해 6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소식에 이틀만에 50% 넘게 올랐다가 주주들의 대량 매도에 급락한 전례가 있다. 아카데미 4관왕이란 이슈 소진에 따른 급락도 어렵지 않게 점칠 수 있다. 

더욱이 바른손이앤에이가 최대주주(32.4%)로 있는 자회사 바른손의 급등세는 의외다. 바른손이 가진 바른손이앤에이 주식은 1.87%로 사실상 큰 접점이 없는 상황.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바른손이) 왜 오르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기생충이 곧 바른손이라는 공식이 성립했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거나 ‘(아카데미 수상 전에) 사둘 걸 그랬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이 단기차익을 내려는 투자자들의 이슈로만 소진되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작 기생충 수상에 설레던 종목들은 분위기가 잠잠하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소감에 직접 나서 화제를 모은 이미경 부회장이 있는 CJ ENM(035760)은 3.03% 상승에 그쳤다. 영화에 등장한 ‘짜파구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이날 4% 넘게 오른 농심(004370)보다
도 저조한 상승 폭이다. 이 부회장의 수상 소감을 두고 ‘부적절 했다’와 ‘충분히 납득할 만 하다’는 의견이 갈리면서 생각보다 큰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다행인 점은 영화 기생충의 수상이 국내 콘텐츠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한국 콘텐츠가 더는 아시아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며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에 대한 리레이팅(재평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콘텐츠 투자를 망설이던 금투업계도 제2, 제3의 기생충을 찾아 투자에 적극성을 띨 것이란 분석도 긍정적이다. 

생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영화계 경사(慶事)가 테마주 몇 개 등장으로 얼렁뚱땅 끝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 모두가 박수를 보낸 희소식이 국내 콘텐츠업계의 새 도약을 이끌 밑거름으로 작용해야 한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은 국내 콘텐츠업계가 두고두고 기생해야 할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돌아온 봉준호 “이제 본업인 창작으로”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며 세계 영화사를 다시 쓴 봉준호 감독이 16일 귀국했다. 봉 감독은 “긴 일정이었는데 홀가분하게 마무리돼 이제 조용히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 좋다”며 “19일 배우, 스태프들과 같이하는 기자회견에서 차근차근 자세하게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며 세계 영화사를 다시 쓴 봉준호 감독(51)이 16일 귀국했다.

봉 감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날 오전 10시50분(현지시간) 출발한 대한항공편을 타고 이날 오후 5시40분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 봉 감독은 평소와 다름없이 검은색 재킷과 바지에 회색 목도리를 한 차림으로 입국장에 들어섰다. 

봉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인사한 뒤 “추운 날씨에 많이 나와주셔서 감사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작년 5월 칸(영화제)부터 여러 차례 수고스럽게 해 죄송한 마음이다. 미국에서 긴 일정이었는데 홀가분하게 마무리돼서 이제 조용히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 같아 좋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16일 인천공항에서 귀국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봉 감독은 이어 “아까 박수도 쳐주셨는데 감사하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계신 국민들께 박수를 쳐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저는 미국에서 뉴스로만 봤다. 이제 저도 손을 열심히 씻으며 코로나 극복 대열에 동참하겠다. 오는 19일 저뿐 아니라 배우분들과 스태프들이 같이하는 기자회견 자리가 마련돼 있다. 그때 차근차근 자세하게 많은 얘기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공항에는 봉 감독의 ‘금의환향 소식’을 전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취재진 80여명이 모였다. 시민 수십명도 봉 감독의 귀국을 지켜보며 자신의 휴대전화에 봉 감독의 모습을 담았다.

봉 감독은 오는 19일 배우 송강호씨·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한진원 작가·이하준 미술감독 등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오는 2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만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국민들께 자부심과 용기를 주어 특별히 감사드린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인천 | 김경학 기자
 

동영상 뉴스

[뉴스데스크]◀ 앵커 ▶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부문을 휩쓴 영화 '기생충'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생충에 등장해 세계적인 주목을 끈 먹거리들 하나하나에도 봉준호 감독의 치밀한 연출이 숨어있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린 기업들이 이색적인 기생충 마케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황의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여보세요?"

"저기 아줌마, 짜파구리 할 줄 아시죠?"

"짜파구리?"

대표적인 서민적인 음식이지만, 영화에선 값비싼 한우 채끝살이 추가되며 독특한 메뉴가 됐습니다.

아이들이 인스턴트 식품을 좋아하는 건 부잣집든 아니든 똑같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감독의 세심한 연출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가족이 반지하방에 모여 앉아 마시고 있는 이 맥주.

일반 제품보다 맥아 함량이 크게 낮아, 마트에선 12캔에 1만원에 팔리기도 한 대표적인 저가 맥줍니다.

역시 주머니 가벼운 집안 사정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된 설정입니다.

영화가 '아카데미 4관왕'이란 대기록을 세우며, 사회적 양극화를 상징하던 이 먹을거리들도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너구리 사서 한 번 해먹어 봐야지, 짜(파)구리."

GS25의 경우, 해당 라면 매출이 1년 전보다 60% 넘게 증가했고, 맥주도 20% 이상 더 팔렸습니다.

[이용재]
"과거 방송에서 노출된 부분도 있어서 먹어 본 추억도 있고, 이번에 기생충 나오면서 한 번 재조명 돼서 먹어보려고 구매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영화 기생충의 수혜를 입은 기업들은 물 들어 올 때 노를 젓자는 심정으로 관련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짜파구리용 라면을 함께 구매하면 가격을 깎아주는 행사가 등장했고, 

"너구리와 함께 사면 10% 할인도 해드려요."

한 편의점 업체는 스테이크까지 곁들인 이른바 '기생충' 세트까지 내놨습니다.

제조업체는 짜파구리 전용 용기면을 미국에 출시할 계획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열풍은 한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어서, 영화 한 구석에 잠깐 등장했던 고가의 스페인 감자칩이 갑자기 주문이 150%나 폭증해 제조업체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가 하면, 역시 영화에 단 3초 노출된 칠레의 와인회사가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다가 영화 인기에 편승한다는 비판에 글을 내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기생충과 아카데미의 '기분 좋은' 위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황의준입니다.

(영상취재 : 김재현 / 영상편집 : 위동원)

/황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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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영화 ’민사라 칸나’와 ’기생충’의 포스터. [중앙포토]
인도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현지 영화를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인디아투데이, TNN통신 등 현지 매체는 인도의 영화 제작자 PL 테나판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자신의 영화를 표절했다며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1999년 ‘민사라 칸나’(Minsara Kanna)를 제작한 테나판은 이 영화와 기생충이 구성 측면에서 비슷하다며 “아카데미 시상식 후 기생충을 봤는데, 우리 영화의 내용과 유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첸나이에 있는 변호사와 이야기를 마쳤으며, 국제 변호사를 선임해 2~3일 내로 고소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나판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기생충’의 어느 부분이 ‘민사라 칸나’를 표절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법정이 모든 것을 살펴보게 하자”며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영화 제작자들이 타밀어 영화 제작자들에게 소송을 건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민사라 칸나’ 포스터. [홈페이지 캡처]

1999년 개봉된 ‘민사라 칸나’는 인도 남부 지역 언어인 타밀어로 제작된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K S 라비쿠마르가 감독을 맡았다. 영화 제작사는 KRG 무비 인터내셔널이며 공식 제작자는 K R 강가다란이다. 

TNN통신은 ‘기생충’이 지난 10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쓸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기생충’과 ‘민사라 칸나’의 스토리라인이 유사하다는 글들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라비쿠마르 감독은 “아직 ‘기생충’을 보지는 못했다”면서 “소송은 프로듀서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사라 칸나’가 ‘기생충’에 영감으로 작용했다고 할지라도 그 이야기가 오스카상을 받아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민사라 칸나’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신분을 감추고 연인의 집에서 경호원으로 일하는 남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남성의 남동생과 누이도 그 집에서 각각 하인과 요리사로 일하며 함께 생활한다. 

남성은 백만장자의 아들이며 그 연인은 부유한 사업가의 여동생으로 과잉보호를 받고 있다는 설정이다. 

/배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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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모인 ‘기생충’ 주역들[서울신문]
동시대 얘기라 폭발력 가진 거라 짐작 
팀워크로 오스카 열정 게릴라전 펼쳐 
마틴 스코세이지 ‘조금만 쉬라’며 편지‘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새 역사를 쓴 봉준호 감독이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우 장혜진(왼쪽부터)·이정은·박소담·송강호, 봉 감독,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와 한진원 작가.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여기서 제작발표회를 한 지가 1년이 돼 가려고 합니다.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마침내 다시 여기 오게 돼서 기쁩니다. 참, 기분이 묘하네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자들과 만난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4월 같은 곳에서 열린 ‘기생충’ 제작발표회를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영화는 그사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비영어권 영화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과 함께 4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날 대단원의 마무리를 위해 ‘기생충’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봉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배우 송강호·이선균·조여정·이정은·장혜진·박명훈·박소담,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오스카 캠페인을 결산하며 봉 감독은 “열정으로 뛴 게릴라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저와 강호 선배님이 코피를 흘릴 일이 많았다”며 “정확하게 세어 보진 않았지만 인터뷰 600회 이상, 관객과의 대화 100회 이상”이라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LA) 시내 한복판의 거대한 광고판, 잡지 등에 전면 광고를 내보내는 거대 스튜디오에 대항해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북미 배급사 네온, CJ, 바른손, 배우들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했다”는 것이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1999) 이후 꾸준히 빈부 격차를 소재로 삼았던 봉 감독은 유독 ‘기생충’이 전 세계적 반향을 얻은 것에 대해 나름의 답변을 내놨다. 괴물이 활보하거나(‘괴물’·2006), 미래 기차가 나오는(‘설국열차’·2013) SF적인 이야기가 많았다면 이번엔 “동시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얘기를 배우들의 앙상블로 표현해 더 폭발력을 가진 게 아닌가 짐작해 봤다”고 말했다.

‘번아웃’을 염려하는 질문에는 “2017년 ‘옥자’가 끝났을 때 이미 번아웃 판정을 받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날 아침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서 날아온 편지 내용을 소개했다. “마지막 문장에 ‘그동안 수고했고, 좀 쉬어라. 대신 조금만 쉬어라. 나도 그렇고 다들 차기작을 기다리니까’라고 쓰셨어요.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정치권의 생가 보전, 박물관 건립 등의 논의에 대해서는 “제가 죽은 후에 해 주셨으면…”이라고 답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최근 나오는 ‘포스트봉준호법’ 등 영화법 개정 논의에는 “1980~1990년대 큰 붐을 이뤘던 홍콩영화가 어떻게 쇠퇴해 갔는지에 대한 기억을 (우리는) 선명하게 갖고 있다”며 “워낙 많은 재능(독립영화)이 이곳저곳에서 꽃피고 있기 때문에 (영화) 산업과의 기분 좋은 충돌이 일어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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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뉴스

[앵커] 

영화 '기생충' 제작팀들은 기자회견에서 오스카 수상 후일담을 솔직하게 들려줬습니다.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인 할리우드에서 어떤 것들을 경험하고 느꼈을까요. 

정선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은 것은 배우들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조여정 / 배우> "저희만 한국 사람이고 타지에서 저희가 무대 전체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면서 영화의 힘은 대단하구나, 이게 한 가지 언어구나 영화라는. 그게 정말 체감이 되더라고요." 

6개월간의 오스카 레이스는 세계적인 거장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던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송강호 / 배우> "내가 아니라 그 분들,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점점 알아가는 과정이었지 않나. 참으로 제 자신이 작아지는 그런 느낌, 그만큼 위대한 예술가를 통해 많은 것들을 느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세계적으로 예술성을 인정받은 스태프들은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고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이하준 / 미술감독> "저희 스태프들은 이런 스포트라이트 자체를 받을 일이 거의 없어요. 항상 영화 뒤편에서 열심히 일하기 때문인데…." 

<한진원 / 작가> "어떻게 시나리오가 사람 머릿속에서 나오겠습니까.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저 취재할 때 도와주셨던 가사도우미, 수행 기사님, 아동학과 교수님 등 고맙습니다."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발돋움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에게 같았습니다.

<이선균 / 배우>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패키지여행이 오늘로 마무리 지어지는 것 같고요. 저희의 결과가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한국 영화의 큰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연합뉴스TV 정선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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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뉴스

[뉴스데스크]◀ 앵커 ▶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으로 당장 한국 영화 케이무비 산업이 크게 성장할 거란 예상이 나옵니다.

여기에다 '짜파구리'가 대표하는 영화 속 각종 콘텐츠도 오스카 수상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조윤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이미 전세계 흥행 수입이 2천억 원에 육박하고 있는 영화 '기생충'.

세계 영화 산업의 심장부인 할리우드에서 명품 인증을 받음으로써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커다란 자산입니다.

[윤인호/'기생충' 투자배급사 팀장]
"한국영화산업이 도대체 어떻기에 이런 괴물 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해 합니다.) 주도권을 가지고 가는 방향으로 한국영화의 북미시장 진출을 꾀하고…"

기생충 효과는 아카데미 수상에 따른 단기적 급등효과, 이른바 오스카 범프를 넘어 스크린 밖으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영국 영화관에 늘어선 관객들, 우리나라 라면 로고가 박힌 가방을 들고 있습니다. 

영화에 잠깐 나온 '짜파구리'가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면서, 이 라면 회사가 홍보에 나선겁니다. 

오늘부턴 유튜브에 영어는 물론, 중국어, 독일어, 태국어 등 11개 나라 언어로 '짜파구리' 조리법을 올리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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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비냐 모란데가 올린 메시지. 현재는 지워진 상태다. [칠레 푸블리메트로 웹사이트 캡처=연합뉴스]
칠레의 한 와인 업체가 영화 ‘기생충’에 자사 제품이 등장한 사실을 자랑했다가 네티즌으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14일(현지시간) 푸블리메트로등 칠레 언론에 따르면 칠레 와인업체 ‘비냐 모란데’는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자 SNS에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그러면서 영화에 자사 와인이 등장한 장면을 캡처한 사진을 함께 올렸다. 

비냐 모란데 측은 “비영어 작품 최초로 오스카를 수상한 기생충에 언급돼 자랑스럽다”며 “몇 초간 등장하게 해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이 와인은 영화 기생충에 약 3초 등장한다. 

영화 속 박 사장(이선균)의 아내 연교(조여정)와 기택(송강호)이 함께 장을 보고 들어오는 장면에서다. 통화하는 연교를 뒤따르는 기택이 들고 있는 와인상자에 ‘모란데’(MORANDE) 라고 적혀 있다. 와인 상자에는 6병의 와인이 담겼다. 

칠레 네티즌은 이 와인 업체가 무리한 마케팅을 했다고 조롱했다. 현지 트위터 이용자들은 업체가 한국식 표현으로 ‘숟가락 얹었다’고 평가했다. 한 이용자는 “비냐 모란데가 등장하지 않았으면 아무 상도 못 받았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한국 네티즌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국 네티즌은 “한국 잔칫상은 푸짐하게 차려진다. 이 정도 숟가락은 얹어도 된다”며 크게 문제 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업체는 현지 네티즌의 지적에 결국 SNS에서 축하 메시지와 사진을 삭제했다. 

한편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 역사를 쓴 영화 기생충은 칠레를 비롯한 중남미 각국에서도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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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아카데미 작품상이 발표된 직후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CEO가 태극기 이모티콘과 함께 한글로 “축하합니다” 트윗을 남기는 등 아카데미 수상 직후 5일 동안 ‘기생충'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영화에 올랐다. ‘조커'보다 129% 많았고 ‘1917’이 그 뒤를 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당일에는 ‘기생충’ 검색량이 857% 증가했다. 마치 로켓을 연상시키는 듯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순다르 피차이, “축하합니다” 트윗


| 지난 2주간 일별 전세계 ‘기생충’ 관련 검색량

아카데미 시상식 5일 전까지만 해도 ‘기생충’은 ‘1917'에 이어 전세계 검색어 순위 2위였다. ‘기생충’은 싱가포르, 캐나다, 핀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었는데,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전세계인의 많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아카데미 시상식 1주 전 국가별 가장 많이 검색한 작품상 후보

| 아카데미 시상식 후 국가별 가장 많이 검색한 작품상 후보

‘기생충’과 관련된 검색 트렌드를 분석해보면 얼마나 다양한 국가에서 뜨거운 관심을 보였는지도 알 수 있다. 검색어 1위는 베트남어로 'Phim  sinh trùng oscar'였고, 'Xem phim  sinh trùng đoạt giải oscar'(베트남어, 오스카 수상작 ‘기생충’ 보기), 'Oscar results'(영어, 오스카 결과), '寄生 上流 劇 透'(중국어, ‘기생충’ 스포일러) 등이 뒤이어 나왔다.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을 밝히며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꼽은 'Martin Scorsese'(영어, 마틴 스코르세이지)는 10위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을 검색하는 사람도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봉준호 감독과 관련된 배우 또는 통역사 샤론 최가 누구인지, 봉준호 감독의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등 검색을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 당일 관련 검색량이 2038% 대폭 증가했다.

‘기생충’을 비롯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도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지난 한 달 동안 ‘한국’ 및 ‘영화’와 관련된 검색량은 47% 증가했고, 이번 주 검색량은 지난 12개월간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생충’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영화 속 ‘짜파구리’도 라면과 우동을 합친 번역 용어 ‘람돈(Ram-don)’으로 팬과 소비자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 1주일 동안 짜파구리 조리법(Ram-don recipe)이 400% 이상 증가했고 더불어 아시아 슈퍼마켓(Asiansupermarket) 검색량도 350% 이상 증가했다.

한편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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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영화펀드 운용역 장욱진 컴퍼니케이 이사
극한직업·기생충 등 1000만 영화 9편 투자
"10분 안에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느냐" 초점
"기생충 계기로 韓영화수익 구조 개선될 것"
[이데일리 김성훈 이광수 기자] 투자자로 참여한 영화 ‘극한직업’이 개봉 보름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들떠 있던 지난해 2월. CJ ENM(035760)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시나리오를 읽어보겠느냐는 것이었다. 통상 시나리오를 보내주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시나리오를 읽기 위해 직접 회사로 와야 한다는 내용도 더해졌다. 서둘러 CJ ENM 영화사업본부가 있는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 타워로 발걸음을 옮겼다. 

NDA(비밀유지협약) 서약서까지 쓰고 마주한 100페이지짜리 시나리오는 단번에 눈을 사로잡았다.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시나리오를 처음 접한 순간이다. 머릿 속에 출연 배우들을 상상하며 1시간 만에 뚝딱 시나리오를 읽었다. 극한직업의 흥행에 기뻐할 틈도 잠시, ‘이거 되겠다’ 싶은 마음에 평소 영화 1편당 투자하던 금액(5억~6억원)의 두 배인 12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장욱진 컴퍼니케이 파트너스 이사 (사진=김태형 기자)
◇국내 영화 160편 투자…‘기생충’도 대박 확신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여기에 봉준호 감독에 대한 확신이 더해지니까 승부를 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컴퍼니케이(307930)파트너스 본사에서 만난 장욱진(49) 이사는 기생충의 투자 일화에 대해 “개봉 전까지 비밀 유지 조항이 있어 기생충 얘기를 주변에 못 해 답답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 이사는 지난 2008년 컴퍼니케이파트너스 합류 이후 영화·뉴미디어 분야에 약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미디어 투자 전문가다. 17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명량’과 △극한직업 △베테랑 △기생충 등 1000만 한국영화 9편을 포함해 총 160편 이상의 영화 투자를 진행했다. 

한 해 300여편 넘게 개봉하는 영화 가운데 옥석(玉石)을 가려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장 이사는 ‘롤러코스터’와 ‘10분’을 꼽았다. 그는 “롤러코스터처럼 2시간 안에 관객들을 (크고 작은 에피소드로) 들었다 놨다 하는 지를 본다”며 “영화 시작 10분 안에 극 중 인물에 관객들이 공감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지도 투자 포인트”라고 말했다. 

기생충은 투자 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작품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내용과 예상치 못한 전개에 큰 호평을 받았다. 반면 ‘계층갈등’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봉 감독 이름값에 비해 저조한 흥행을 기록한 영화 ‘마더’(301만명)와 비슷한 느낌을 받아 투자를 망설이는 곳도 있었다. 장 이사는 “평소 친분이 있는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035620) 대표에게 현장 분위기를 물었는데 ‘틀림없다’는 대답을 들은 것도 (투자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기생충 오스카 수상 계기로 수익구조 개선될 것” 

1000만 영화 투자만 9편에 달하는 미디어 투자업계 ‘미다스의 손’이지만 영화 투자는 아직도 어렵다는 게 장 이사의 말이다. “무조건 된다 싶던 영화가 흥행에 참패하고 도저히 안될 거 같다고 생각한 작품이 잘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오랜 투자 경험에도 (흥행 성적이) 예상과 다를 때면 힘들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도전을 계속할 수 있죠.”

장 이사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계기로 한국 영화의 해외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영화는 콘텐츠의 질적 성장과 달리 매출액 대비 수출액 비중이 가장 낮은 산업으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영화 전체 매출액 5조5000억원 가운데 수출액은 4072만달러(약 483억원)로 전체 0.9%에 그쳤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게임(53.5%)이나 애니메이션(25.8%)은 물론 만화(3.9%)나 출판(1.3%)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치다. 

장 이사는 “종전까지 국내 영화를 해외에 팔 때 한 편당 100만~150만달러(12억~18억원) 수준에 팔고 관객 동원에 따른 추가 수익은 받기 어려웠다”며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계기로 해외 흥행에 따른 인센티브에 변화가 생기거나 한발 더 나아가 (해외 시장)직접 배급에도 나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7년에 조성한 ‘우리은행-컴퍼니케이 한국영화투자조합’을 통해 올해 100억원 이상을 새 영화에 투자할 계획이다. 2022년 3월이 만기인 이 펀드는 회수한 투자금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누적 총액은 280억원으로 투자 원금(12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영화 극한직업으로 투자금의 4배 넘는 수익을 거뒀고 기생충도 오스카 수상 전까지 원금 대비 2배 가까운 수익을 확보했다.

요즘도 개봉을 앞둔 시나리오를 보고 있다는 장 이사는 향후 계획을 묻는 말에 “당장 올해 말이나 내년에 투자할 기대작을 찾고 있다”며 “한 두번의 흥행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장욱진 컴퍼니케이 파트너스 이사 (사진=김태형 기자)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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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뉴스

 

[앵커]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기 전 나라별로 영화 검색 1위를 색깔로 표시했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초록색인데요. 시상식이 끝나곤 이렇게 변했습니다. 기생충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1위였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미국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 기자회견을 하는데요. 이에 앞서 봉 감독의 영화를 샅샅이 뒤져보는 집요한 팬들이 늘고 있습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영화 '기생충' : 매사에 선을 잘 지켜. 내가 원래 선을 넘는 사람 젤 싫어하는데.]

여기까지라고 분명히 그어놓진 않아도 머리보다 몸이 먼저 기억해야만 하는 계급 사이의 선.

영화 '기생충' 장면 곳곳, 보일 듯 말 듯 그어진 선들은 대사보다 더 선명하게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릅니다.

세계 영화팬들은 이런 섬세한 장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같이 사는 이의 낮잠을 깨울 때도 누군가를 기다릴 때에도 무심히 그려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선을 서로 넘어서는 순간이 비극의 출발이라 말합니다.

[봉준호/감독 (1월) : 일을 시킬려고 사람들을 불러들이지만 동시에 너무 가까이 오는건 싫고 무서우니까 계속 선을 긋자고.]

아침 저녁 똑같이 뜨고 지는 해라지만 영화 속 빛은 빈부를 가르는 또 다른 선이 됐습니다.

[홍경표/'기생충' 촬영감독 : 해가 안 들고 밤에 특히 형광등의 녹색이라든가 좀 칙칙한 쪽이고 부잣집은 되게 고급스러운 빛에 노란 빛이 도는.]

계급 차가 깊게 새겨놓은 삶의 '냄새'.

열흘 뒤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흑백판에선 색감을 비워낸 자리를 이 냄새가 더욱 강렬하게 채워 나갑니다.

인물들의 의지와 관계 없이 선을 넘나드는 냄새는 애초에 선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 헛된 꿈이란 사실을 비극으로 변주합니다.

[영화 '기생충' : 근데 냄새가 선을 넘지. 차 뒷자리로 넘어와 냄새가.]

(화면제공 : CJ 미국배우방송노동조합)
(영상그래픽 : 김지혜)

/강나현 기자 /[영상편집: 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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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스틸컷

“영화 ‘기생충’을 못 보는 곳이 있다고? 아카데미 4관왕인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전 세계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단 한 곳, 우리 국적 항공사 비행기 내에서는 이 영화를 볼 수 없게 됐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현재 60여편의 영화가 제공되는데, 연내 400여편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새로 업데이트되는 영화 콘텐츠를 기존 월평균 18편에서 40여편까지 늘리고 3월부터 인도 영화도 새롭게 선보인다. 이달 한국 고전 영화도 신규 서비스한다. 비행기 내 영화 리스트를 새단장하는 과정이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그러나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며 국가대표 영화로 우뚝 선 ‘기생충’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한항공 기내 상영 영화 선정 기준에 따르면 상영 목록에서 제외되는 영화는 ▲여객기 사고 장면 등 승객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영화 ▲특정 국가·민족을 비하하는 내용이나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다룬 영화 ▲정치·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소재를 다룬 영화 등이다.

‘기생충’의 경우 빈부 격차 등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다룬 영화라는 이유로 상영 목록에서 빠졌다. 영화인들 사이에서 ‘기생충’은 양극화와 빈부 격차 현상을 블랙 코미디 방식으로 전달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일부 외신은 영화 속 주요 배경이었던 ‘한국의 반지하’를 조명하는 기사까지 쏟아냈다.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영화 속 장점들이 기내 상영 불가 판정을 받게 된 이유가 된 것이다.

이같은 결정을 내린 건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기생충’이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당시 이미 내부적으로 기내 상영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내 영상 담당팀에서 선정적인 장면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영화 속 박사장(이선균)과 그의 아내 연교(조여정)가 등장하는 장면의 수위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내에서는 연령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주로 전체 관람가나 12, 15세 관람가 영화를 선정해 상영하고 있다”며 “15세 관람가여도 혐오·공포감·불쾌감을 줄 수 있는 영화는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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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뉴스

【 앵커멘트 】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오늘 귀국했습니다.
"창작으로 돌아와 기쁘다"는 봉 감독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박수쳐 드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동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공항 입국장에는 일찌감치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몰렸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인사하며 모습을 나타내자 환호가 쏟아집니다.

여러 차례 손을 흔들어주며 미소도 짓습니다. 

▶ 인터뷰 : 봉준호 / '기생충' 감독
- "추운 날씨에도 이렇게 많이 나와주셔서 되게 감사하고, 작년 5월 칸에서부터 여러 차례 수고스럽게 해드려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조용히 원래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서 기쁜 마음입니다."

봉 감독은 거듭 "감사하다"며 "오히려 국민들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봉준호 / '기생충' 감독
- "오히려 지금 코로나19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는 국민 분들께 제가 박수를 쳐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미국에서 뉴스로만 계속 봤기 때문에 저도 손을 열심히 씻으면서 코로나 극복 대열에 동참하도록 하겠습니다."

봉 감독은 자신에게 쏟아진 칭찬을 동료들과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 인터뷰 : 봉준호 / '기생충' 감독
- "19일에 저희가 또 저뿐 아니라 기생충 배우 분들과 스태프 분들 같이 기자회견 자리가 마련돼 있어요. 그래서 그때 차근차근 자세하게 많은 얘기를 더 나누고 싶습니다."

오는 20일 봉 감독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납니다.

지난 정권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였던 봉 감독은 예술계 발전을 위한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이동훈입니다. 

영상취재 : 라웅비 기자
영상편집 : 박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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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아역배우 정현준이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작품상 수상 순간을 떠올렸다.

정현준은 최근 미국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얘기해달라”는 기자의 물음에 “저는 오스카에서 상을 받는 순간에 집에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기생충’(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에서 정현준은 박사장(이선균 분)의 막내 아들 다송 역을 맡았다. 다송은 미술치료 과외선생님으로 온 기택(송강호 분)의 딸 기정(박소담 분)의 말을 잘 따라 엄마 연교(조여정 분)를 놀라게 만들었다. 기정과 다송의 서사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영화 스틸사진

 

 

영화 스틸사진

 

이어 정현준은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하지는 못 했고 대신 집에서 TV를 통해 관람했다”며 “작품상 수상이 역사적인 승리라는 것을 가족들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이달 9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작품상, 국제 장편 영화상, 각본상, 감독상 등 4관을 차지했다.

정현준은 “나는 상을 받은 게 굉장히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치 내가 천국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스카 상을 받으려고 태어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해 웃음을 전했다. 

한편 '기생충'의 흑백판은 이달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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