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7일은 우리가 자전거려행을 떠난지 사흘째 되는 날입니다.이날 아침 우리는 화
룡에서 떠나서 정심때가 되여 룡정에 도착했습니다.정심밥을 치른 우리는 래일엔 도문
에 가기 위하여 조금이라도 거리를 단축하려고 덕신에 가서 주숙하기로 하고 덕신에로
가는 길에 올랐습니다.
오전까지 그렇게도 무덥던 날씨가 오후가 되자 갑자기 구름이 많이 떠돌면서 잔잔
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무덥기보다는 많이 좋았습니다. 선들바람이 부는
지라 기분도 좋아서 휘파람도 저절로 나오더군요. 룡정을 떠나서 남양령이라는 길에
들어섰는데 점점 바람이 세여지더군요. 그러나 우리는 웬간한 길에서는 자전거를 탔고
힘든 곳에서는 자전거를 밀고 올리막을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길은 줄창 올
리막이더군요.약 20리 길을 갔을가 했을 때 길 아래에 아주 멋진 현대화 농촌마을이 나
타났습니다.가로세로 줄을 쫙쫙 맞춘 모양이 서로 꼭같은 집들이였습니다.몇세대나 되
겠는가 세여보니 대략 백세대는 잘되더군요. 마을 밖에는 액화가스공급기지도 있구요.
아마 우리 연변에서는 제일 아담한 마을이라 보이더군요. 마을 가까이에 이르니 길까
에 기념비석을 세운것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길림성 재정청에서 협찬하여 건설> 하였
다고 씌여 있더군요. 마을 이름은 <룡성촌>이라고 기억됩니다.우리 일행은 마을구경도
휴식도 할겸 자전거에서 내려 한창 길가에 앉아서 한담중인 이 마을 로인들을 만났죠.
말소리를 들어보니 모두가 조선족이네요.
<안녕들 하십니까? 마을이 참 멋집니다.>우리가 인사를 올리며 마을이 아름답다는
칭찬부터 했습니다.
<집을 멋있게 지은들 어쩌겠나요? 살 사람이 있어야 말이죠.>성격이 통쾌한 한 로인
의 말씀이였습니다.
<이 좋은 집에 왜서 살 사람이 없는겁니까?>
<모두가 자기가 갈대로 출국하고 나니깐 집에는 한사람 반이 남았습니다.>그 로인은
서글프게 대답했습니다.
<한사람 반?> 그뜻을 얼마든지 알아 들을수가 있었습니다. 출국풍에 어느 농촌이나
젊은이들은 모두 출국하지 않으면 성시로 진출하다나니깐 마을엔 로인과 애들만 남은
것이 우리 연변의 실정이거든요.그러니 이 마을 역시 그런 실정이란 뜻이겠죠.
돈이란 무엇이길래 아름답고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고 무엇 때문에 부모처자와 갈라
져 이국타향에서 고역살이를 해야 하는건가?!멋진 마을을 구경하던 우리의 심정에는 갑
자기 큼직한 돌덩이라도 떨어진듯 큰 물결이 술렁이였습니다. 멀리서부터 이 아름다운
마을을 감상하던 도도한 흥취는 단번에 깨뜨러지고 말았습니다. 멋진 집들을 구경할 생
각도 가뭇없이 사라졌고 머물러 더 휴식하려던 생각도 대뜸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또다시 려로에 올랐습니다.살랑살랑 기분좋게 불던 바람은 점점 세차졌고 가
야할 길도 의연히 올리막길입니다. <멋진 새마을><한사람반>,<로인과 어린애들>,다시
또<어린애들과 로인들><한사람반> <멋진 새마을>이 머리속에 소용돌이 치기에 금방까
지도 성수나게 불던 휘파람소리는 딱 끊쳐버렸습니다.
우리는 점점 세차게 부는 바람을 맞받아 힘겹게 자전거를 밀면서 묵묵히 올리막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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