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 화 ☆
감 쪽 여 우
무덥던 더위가 점차 사라지더니 가을이 왔어요.
도화동의 산과 들엔 풍성한 열매들로 꽉 들어찼어요.
부지런한 로동으로 행복을 가꾸어가는 도화동의 친구들은 모두가 일떠나 겨울준비를 다그
치고 있었어요. 다람쥐는 부지런히 굴에 나들며 밤이며 도토리며 개암들을 날라들였고 토끼
들은 터밭에 심은 홍당무우를 거두어들이기에 한창 바삐 보내고 있었으며 갈색곰은 부지런
히 산등성이를 넘나들면서 돌배를 따서 집으로 날라들이고 있었어요.
갈색곰이 마을어귀에 이르렀을 때였어요.
“호호호…곰아저씨, 금년엔 왜서 돌배를 그렇게도 많이 장만하는거얘요?”하는 누군가의 간
드러진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들려왔어요.
갈색곰이 머리를 돌려보니 강건너 마을에서 사는 였어요.
이것은 강건너에서 사는 여우의 별명이랍니다.근래에 와서 늘 늙은이와 어리
무던한 친구들을 감쪽같이 속여가며 장사를 하는것이 눈꼴사나워 동네친구들이 달아준 별
명이랍니다.
“어, 네로구나, 무슨 일라도 있는거냐?” 갈색곰이 물었어요.
“아니요, 무슨 요긴한 일이 있는것은 아니구요.”
“그럼 심심풀이로 나들이를 한다는거냐?” 갈색곰은 또 물었어요.
“듣자니 곰아저씨가 생일을 크게 쇨 준비로 돌배술을 빚는다는 얘기를 듣고 온거얘요.”
감쪽여우가 말했어요.
“어…그런데 내가 생일을 쇠는것과 네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냐?”
“물론 상관이 있죠.”
“무슨 상관인데?”
“생일을 크게 쇠려고 돌배술을 많이 빚고 있잖아요?”
“응, 그래, 하지만 술을 빚는것과 네와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갈색곰은 꼬치꼬치 캐고
들었어요.
“술을 많이 빚어 저장하려면 큰 항아리들이 많아야 할것이 아니예요?” 감쪽이가 설명했
어요.
“그런데는? … 어어, 알았다, 알았어. 요지음엔 항아리 장사를 하는모양이구나.”
갈색곰이 말했어요.
“맞췄어요. 요지음 쓰기 맞춤하고 값도 싼 항아리를 많이 구입해들였으니 맘대루 골라 사
라는거얘요.” 감쪽여우가 동을 달았어요.
“우리 도화동 염소할아버지도 좋은 항아리를 많이 가져다 놓고 팔고 있다고 소문을 들었
는데…” 갈색곰이 말했어요.
“나도 듣기는 들었는데…” 감쪽여우는 하던 말을 끊고 갈색곰의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어요.
“나도 항아리 장사군이니깐 염소할아버지는 어떤 항아리를 파는가고 가보았어요. 글쎄말
이죠. 그 할아버지가 파는 항아리는 모두 아구리가 막히고 밑창이 난 그런 항아리들이였
어요. 그 항아리들을 사다가 자기로 아구리를 뚫는다 치더라도 밑굽이 없는건 어떻게 해
결하겠어요? 안그래요? 나의 말을못 믿겠으면 한번 가보세요.”
감쪽여우의 말을 들은 갈색곰은 눈을 슴벅거리더니 반신반의라는 뜻인지 도리질을 하
다가는 머리를 끄덕이기도 하고 또 도리질을 하였어요.
갈색곰과 말을 마친 여우는 더 묻기도 전에 어데론가 사라졌어요.
며칠 후 갈색곰은 항아리를 사러 염소할아버지네 집으로 갔어요.
염소할아버지네 집에 이른 갈색곰은 울바자너머로 온 마당에 정연하게 줄지어 벌려놓
은 항아리들을 건너다 보았어요. 아닌게 아니라 어느 항아리도 아구리가없었어요. (오, 감
쪽여우의 말이 과연 정말이구나.) 갈색여우는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대문안으로 들어갔어
요. 대문에 들어서자 갈색곰은 두말없이 항아리들을 하나하나 검사해보았어요. 엎어놓은
항아리들을 비스듬이 밀면서 밑을 들여다 보니 정말 밑굽이 없었어요. 하나, 둘, 셋,…다
섯개를 검사해 보았는데 모두가 아구리가 막히고 밑굽은 없는것이였어요.(에라, 더 봐도
다 그렇겠구나! 더 볼것도 없어!)
갈색곰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대문에서 나왔어요. 그리고는 곧장 강건너 감쪽이네집으로
찾아갔어요.
갈색곰이 감쪽이네 집에 이르자 감쪽여우는 침이 마를세라 자기가 파는 항아리가 어떻
게 어떻게 품질이 좋고 값이 싸다고 늘여댔어요.
갈색곰은 항아리 세개를 사서 밀차에 싣고 땀을 뻘뻘 흘리며돌아오게 되였어요. 땀벌창
이 되여 마을어구에 들어서는데 느티나무 밑에서 바람을 쏘이고 있던노루들이 물었어요.
“아니, 가까운 자기 마을에 항아리장사를 둬두고 왜서 멀리가서 이렇게 고생하면서 사온다
나요?”
갈색곰은 밀차를 세워놓고 땀도 들일겸 느티나무 그늘로 갔어요.
“자기 마을에서 사면 가까워서 좋은줄은 알지만 염소할아버지가 파는 항아리는 모두 아구
리가 막히고 밑굽은 막지 않은것이여서 어떻게 쓰겠나?” 갈색곰은 별다른 생각이 없이 말
했어요.
“호호호…”
“하하하…”
갈색곰의 말을 들은 노루들은 앙천대소하였어요.
“여보게 친구, 항아리를 바로 세워놓으면 먼지가 들어간다고 염소할아버지는 항아리를
몽땅 엎어놓고 파는걸세. 사다가 바로 세워놓으면 아구리도 있고 밑굽도 막힌 항아리가
되지 않나?” 나이가 지긋한 노루가 말했어요.
“엉? 그 말이 맞다. 그 말이 맞아!” 비록 우둔한 곰이였지만 노루의 말이 쉽게 리해되였
는지 갈색곰은 무릎을 툭치더니 뒤통수를 쓱쓱 긁는것이였어요.
갈색곰은 감쪽여우한테 또 감쪽같이 속히웠구나 하고 속으로 뇌까렸어요. 갈색곰은
악에 받쳐 주먹이 부르르 떨리였고 이를 부드득 갈았어요.
남을 속여가며 장사를 하는 도덕없는 감쪽여우의 행실이 너무도 얄미워 누군가 검거
했는가 봅니다.
며칠이 지나더니 늘 비도덕적으로 장사를 하는 감쪽여우가 영업집조를 몰수당했다
는 소식이 온 동네에 파다히 퍼졌어요.
2010년 7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