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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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10월에 쓰는 편지
2023년 01월 17일 19시 22분  조회:181  추천:0  작성자: 남춘애
      적삼속을 한들한들 들추는 바람입니다. 색저고리 차려입은 풀포기 끝에 살풋이 달라부은 물이 핥아먹고 쨍쨍한 볕속에 뺑소니치는 건조함입니다. 뚝뚝한 땅엄마의 젖을 빨아먹다 숙성해진 제 모습 읽어보고 얼굴 붉히며 고개 숙이는 이삭입니다. 노오란 얼굴 꼰지 화장 짙은 고운 얼굴로 겨울려행 준비하는 단풍입니다. 인간생활의 구석마다에 넘치는 풍요로움 부어주는 삶의 절찬입니다.
10월입니다. 10월이 왔습니다. 10월은 봄날의 기앧입니다. 10월은 황금의 품입니다. 10월이 내곁에 찾아오면 고향부모님께 편지 띄우는 습성 이어갑니다. 내 생활의 아름다운 디테일을 차곡차곡 적어보내는 나에게만 있는 프랜차이즈입니다.
 
      알곡이 곡간바닥을 꽝꽝 채우고 있을 고향집의 번영하는 경상을 기분좋게 필끝에 실어봅니다. 피로에 젖어든 육신에 마사지 바라실 어머님 심경에 한알의 신약이 되여줍니다. 벼이삭 떨굴세라 꼬랑할머니 되어 논바닥 눈빗질 하시던 어머님 알뜰한 삶의 이미지 마음속에 새겨봅니다.
10월은 고향어머님 생신입니다. 축복 한토막, 효성 한페이지. 강산이 제모습 잃고 이 세월이 어디까지에 가든 부모님께 드리는 빛바래지 않을 10월의 편지입니다.
  
      10월의 편지에다 어머님 생신상 차립니다. 삶은 사과 한알, 곶감 두개, 명태찌게에 모두부 한 모타리. 세월은 가도 입맛은 남는다시던 어머님 구입니다. 생신선물 받으시고 주름살 쫙쫙 펴시는 어머님 기쁨에 잠긴 모습 가슴 따뜻이 살려봅니다. 만물이 성장이 려행을 마감하고 있는 10월이 오면 내 마음속 그리움은 하늘을 바라고 무작정 날개를 펼치는 연이 됩니다. 어머니 곁에 꼭 붙어 고생 먹으며 살던 옛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워입니다. 겨울이 오면 식량난 해결코자 입쌀자루 등에 지고 30여리길 도보로 걸어걸어 중국인마을에 가시는 어머님 동행자 되여 줍니다. 잔뼈가 여물지 않은 나도 입쌀 한근에 좁쌀 두근씩 바꿔 곱으로 불어난 쌀자루 어깨짐 만들어가지고 엄마따라 집을 오면 성에사람 되여버리던 그 무겁고 추운 기억 어제같이 생생합니다. 해바라기대 이삭 주어 집에 오면 하루 굼불 땔 근심은 잘러버린 내 기룩함을 닭알지짐으로 어루만져주시던 어머님 그윽한 사랑 살아납니다. 여름이면 돼지풀 찾아 키작은 곡식밭을 누비며 돼지머기를 해가지고 이고 옵니다. 목이 자라목처럼 쏘옥 들어가 한참은 괴로움 먹어야 풀어지는 안달이 되여도 어머님의 가식없는 칭찬 한마디면 얼굴은 인참 꽃송이가 됩니다. 하고 또 해도 끝이 없는 일, 하고 또 해도 피지 않는 생활. 그 시절엔 어찌하여 할 일이 그렇게도 많았던지 아직도 미결입니다. 매일을 일에 쫓기며 살았던 나는 학교를 가면 회초리에 손바닥 맞는 첫사람이 되여 버립니다. 나머지생공부에 잡혀있으면 돼지죽 삶으라는 엄마의 부름소리에 선생님도 귀가를 허락합니다. 그러다가 중학시절엔 집에 와 일찍농군이 되라는 엄마의 기막힌 독촉을 피해가며 기숙사에 기숙사에 숨어박혀 용돈 꿔쓰고 의복 빌려 입어가며 뻗치던 외고집쟁이 아다모끼 되여 공부책만 꼭 그러쥐고 돌던 나입니다. 대학교승학이 되였다는 소식 들으시고 빨간 고추 따던 어머님, 검정보따리인채의 모습으로 강뚝길 달려오시며 손저으시던 그 정겨움 이제도 마음의 땅 떠밀고 파란옷 펼쳐 입습니다.

     10월이 오면 나는 어머님 옆에 꼭 붙어 살았던 그 시절로 되돌악ㅂ니다. 고나 많고 찌들려도 그 행복했던 맛만은 고스란히 남아 먼지낀 내 추억의 세계에 청신제 다분히 뿌려주는 옛시절입니다. 시대의 패러다임이 글로벌, 디지털화로 바뀌고있는 요즘에도 나는 그 시절 이야기 내 기억의 페지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자세가 되였습니다.

     나도 이젠 한 아기의 엄마가 되였습니다. 어머니란 세글자 바로 쓰기 이리도 힘겨운줄 미처 몰랐습니다. 밭머리 보따리 하여 가지고 쉴참 오면 저희들 헤여진 옷 기워주던 어머님 고달픔에 리해가 만들어집니다. 일곱살난 내가 부뚜막 타고 지은 설익은 이밥 맛나게 잠수시던 어너민 그 소행 이제도 눈물겹습니다. 엄마되여 사는 감각 이다지 행복한줄 미처 몰랐습니다. 마을잔치에 가실 어머님 모시고 머리단장 해드릴 때 어머님 얼굴에 피였던 환한 웃음의 뒤에 숨겨있는 그 이미지에 납득이 갑니다.

     13년이날 세월의 흐름속에 한시도 그침이 없는 어머님의 노래를 엮으며 나는 살아왔습니다. 힘겨움에 시들다가도 “hvoe agood day”를 웨치며 학교가는 아들의 모습에서 싱싱하니 살아납니다.
올해도 10월은 왔습니다. 자연의 계절은 의연하건만 가슴에다 돌멩이 눌러주는 아들애의 변함입니다. 코플레기인줄로만 알았던 아들애에게 오늘 첫 편지 써보냅니다. 경제적 모순때문에 이 엄마와 얼굴 붉히고 소리 높이며 학교 간 아들애의 고약함입니다. 단전수입도 없는 작작가 매달 용돈 삼십원에서 오십원으로 인상해달라는 기막힌 사연입니다. 눈섶에 불이 붙었습니다. 내 사색의 외선은 어느새 또 옛날ㄹ로 감겨들어갑니다. 내가 자라던 그때는 돈때문에 엄마 속마음에 재가루를 얹어본적 없는 깨끗한 기억입니다. 동전 10전이면 형제끼리가 어울려 사탕 나뭐 사먹고 웃음넘치는 즐거움에 빠졌던 그 시절입니다. 그때의 사탕은 엄청 달았습니다. 한알을 깨여먹기 아까워 반나절 빨았습니다.

     별스럽게 변모해가는 아들애입니다. 다른 친구 몇몇은 매달 오십원 용돈인데 나는 왜 이렇게 적은가를 짜개놓고 제기해옵니다. “나도 함께 해주면 좋겠습니다”하는 간절하고 야박한 청구앞에선 죽으려는 사람처럼 말문이 막힙니다. 통제력으로 커버를 해봐도 인츰 구멍이 펑 뚤허지는 심경이 되여 버립니다. 마음은 집을 못찾는 사람이 벌판을 헤매는 무행방감에 잡힙니다. 실련의 아픔도, 부부의 위기도 자식의 엉망에 대면 한결 가볍습니다. 입안이 모래알로 가득찹니다. 엉덩매를 안겼습니다. 그랬다고 아침 모든 용돈 톡톡 털어 봉지만들어 되돌려 놓고 어른마냥 기세사납게 해가지고 학교간 아들애입니다. 판가리청사니었습니다. 쩔쩔 매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나의 아이디어를 검토해보며 돌이 된 아들애의 마음녹이고저 편지를 보냅니다. 하학하고 돌아온 아들애 고개를 숙여옵니다. “오늘 아침 잘못했습니다.”하고 곱살 차협해옵니다. 눈물이 예고없는 홍수마냥 얼굴에 강을 이룹니다. 이 시각 어머님 내곁에 계셨다면 그 따듯한 품에 기대여 슬기로운 가르침 받을겁니다. 헌데 피뜩 나도 어머니라는 생각에 잡힙니다. 자식의 교양을 떠메야 한다고 약해지는 정감의 오래기를 손목에 걷어잡으며 굳셈으로 달래봅니다. 아들애의 눈에 이슬이 맺혀 똘롱 떨어집니다
. “나도 이젠 철이 들었습니다”하고 보내오는 신호입니다.
  “오십원이면 고중생 한달 용돈인데 소학생이 무슨놈의 그 많은 돈을. 틀려먹었어! 공부하러 학교자지 돈 쓰는거 비기러 학교가? 돈만 물쓰듯 하는 애 공부 잘 하는거 몇돼?” 하고 땅땅 얼러매며 아들의 순두부같은 여린 마음에 굵은 소금치고 칼 박아넣던 어투를 오늘 편에선 꿀을 섞었습니다. 학생이 학업을 비기고 공부에서 제보다 나은 사람을 부러워해야지 돈 많이 가지고 다니는걸 눈 크게 뜨고 지켜보기 시작하면 큰 사람 못된다......  아들애에게는 이 편지가 어느 정도 깊은지는 몰라도 얼마간 심장을 치는 감각을 가졌는가 봅니다. 돈을 비기는 자기가 천만 잘못이었다고 서면으로 반성을 하여 왔습니다. 엄마 속 썩이는 아이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나는 이겼습니다. 그랬건만 마음속에 그득하니 고여오는 감각은 기쁨인지 아픔인지 분간할바 없습니다. 우리가 자랄 때는 어머님한테 이런 깊은 교육을 받은적이 없습니다. 귀한 자식 매 하나 더 안긴다고 조금만 잘못해도 어머님 손에 쥐여진 비자루꽁지가 말합니다. 그럴지언정 우리는 원망이 없이 컸습니다. 엄마보고 말대답질 했다간 하늘이 무너지는 날로 압니다. 철부지 되고 싶습니다.
     
       못난 로파심이 얼굴을 내빕니다. 근심이 츤근만근으로가슴귀퉁을 눌러옵니다. 아들애도 성장이 되여 언젠가는 자식을 거느린 어른이 됩니다. 자녀를 앞에 두고 오늘에 내가 했던 일깨움의 채찍을 이어 높이 들수 있을가 미진해지는 마음입니다. 인류가 하늘나라에 가 살든, 땅을 파고 지하세계를 만들어 살든 인간이 존재하는 한 가리킴은 영구한 주제입니다. 오늘의 이같은 타이름이 언젠가 요절할까 은근히 저어됩니다.

     돈에 묻혀가는 세월입니다.
 
 
     



                     발표내역: <료녕조선문보>(압록강 9면) 2001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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