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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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자연을 닮은 사람은......
2023년 01월 21일 21시 38분  조회:174  추천:0  작성자: 남춘애
       여름이 저 멀리를 향해 걷고 있다. 그는 자기의 온기에 쌀쌀함을 견뎌내고자 했던가을의 부탁을 거절한 채 걷고 있다. 가을은 그러는 여름이 야속해났다. 그리하여 가고 있는 여름의 마음을 되돌려보려고 저 매미에게 노래도 그만하라고 부탁하고 밤샘을 하면서 머리를 짜고 대책을 생각해냈다.
 
      일단은 처음 여름과 만날 때와는 달리 자기의 표정부터 랭랭하게 변하기로 했다. 자기의 변화가 여름의 동정심을 살 수가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며칠간 시험을 거듭해봤으나 여름은 가을의 얼굴을 봐서 펴정바꾸는 노력 조금도 없이 떠나기로 작심한 걸음을 한걸음 두걸음 옮기고만 있다. 가을은 실망하지 않고 몇배 쌀쌀해진 랭기와 충만된 소슬바람으로 여름이 가는 길을 막아내고저 나무잎을 한잎 두잎 떨어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름은 자기의 따뜻한 몸콩에 가을랭기를 받아 챙기고  시훵해진 자세로 있을 곳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갔다. 이에 좀 화가 난 가을은 찬바라으로는 여름의 옷섶을 들추고 비물로는 바지가랭이를 적시고 하여 이젠 가냘파진 여름의 몸을 추위에 떨게까지 했다. 그리고는 택한 길을 계속 가는 여름의 그 아련한 뒤모습을 보면서 얼마쯤 지나면 내 전략에 못이겨 돌아설거야 생각하며 흐뭇해하기까지 했다. 가을은 자기으 품으로 돌아와 온기를 나누어줄 여름이기를 바라며 그 품을 못내 그리워했다.
 
      그리하여 가을은 추위로 안색이 짙게 변해가는 여름의 가여움에도 추호의 동정을 보내지 않고 자기의 파워로 기어코 그를 돌려세우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래서 여름이 온 생ㅇㄹ 바쳐 이루어놓은 푸른색을 노랑으로 빨강으로 바꾸고 여름이 생명으로 가꾸어놓은 나무잎들을 싹뚝싹뚝 잘라 떨어뜨리고 그것도 모자라 구질구질 질척질척 을씨년 비까지 양푼으로 퍼서 쏟아부었ㄷ. 그리고는 련민 없이 가는 여름의 등 뒤에 대고 고래고래 웨쳤다. 좀더 천천히 가라고, 나와 마주앉아 커피라도 한잔 하면서 한해 동안 쌓였던 회포라도 풀어보자고! 그러나 여름은 정한 생애의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그는 가을의 정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다. 단 자기에게 속한 길을 가을이 대신 걸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속깊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은 갔다. 가을은 추위와 한식구가 도여 살 것을 생각하니 앞길이 막막해났다. 뼈속 깊이 싫었다. 원망스럽기만 했던 여름의 길을 자기도 똑같이 걷게 된다고 생각하니 나날이 으스스해졌으나 그것을 초극할 방법은 딱히 없다. 그래서 인류에 의해 만들어진 온난화에 흐망을 걸어봤으나 지혜의 정상에 사는 인간이 그렇게 얼석을 리가 없다. 틈이 안 보이게 자연의 매락을 착착 관리하고 짚어가는 인간에게 눈을 흘겨봤자 가을은 역시 자기의 운명을 만구할 수가 없게 되였다. 상강을 지나니 가을의 얼굴에 소름 끼치는 덕지된 서리가 내돋았다. 해빛의 애무를 받아 정오가 되면 가을의 얼굴이 한없이 찬란하나 다음날 아침을 맞이하면 엯 또 그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그 무서워지는 서리의 뿌리를 뽑으려 몸부림치다보니 가을의 맥이 갈수록 진해져 가슴엔 차츰 겨울이 잉태되여버린다.
 
     사실 가을은 자기의 려정이 시잘될 때 황금옷만 걸쳐입고 넘실 더덩실 춤출 생애만 남았는줄 알았다. 그런데 가을도 어느새 밖으로 비집고 나오려는 뼈대를 겨우 감싸안고 휘적위적 가는 길을 걷고 있다. 그도 여름에게서 배워 자기를 따라와 바람술이라도 한잔 하고 가라는 겨울의 손을 뿌리치며 앞으로만 쥉쥉 가고 있다.그는 가는 길에서도 겨울한테 칼날식의 야박한 자세를 서슴지 않았다. 련민 담긴 눈길 한번 더 주는 것으로 새 생을 맞아올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럴 바 하고는 겨울이 자기 절개를 더 잘 지킬수 있게 하는 것이 배려라 사료되여서 그랬는지 모른다.
 
     겨울은 자기를 무시하고 가는 가을에게 불만 불평을 들이댈 사이도 없다. 세상에 조금씩 널려있던 생기의 흔적들을 싹싹 설겆이 하느라 그럴 정신이 없다.  이미 말라 비틀어져 아무 용맹도 없는 나무잎까지도 빡빡 긁어내려야 한다. 눈에 보이느ㄴ족족 꽁꽁 얼궈내야 한다. 자기의 일에 걸림돌이 되는 태양의 위협을 좀 느끼다가도 그가 집에 쉬러 간 사이에 밤샘을 해가면서 얼궈붙이는 일에 집착한다. 그이 하루의 일정은 단 하가지 일로 점철되었다. 녹지 않게 하는 일이다. 만물이 녹기 시작하면 그는 자기의 파워에 얼룩이 간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를 사려무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어쩌면 겨울은 좀 유치한 면이 있는지 모른다. 자기가 무서워하는 것에 숨어있는 희망의 꿈틀거림을 도무지 발견하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여름은 종당에 가게 되지만 자기가 살아있을 때는 한가지 꽃만 피운 것이 아니라 백만가지를 피워놓고 간다. 가을 또한 그러하다. 그는 드문드문 내구력이 지극히 강한 국화 같은 꽃을 피우기도 하고 자연을 한 색으로가 아니라 여러가지 색으로 단장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겨울은 자기가 내내 승리만 하는 동장군인 줄로만 안다. 고개를 조금만 갸윳하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희망의 씨앗들이 잉태되여있어 어느날 인가 자기가 갈 때가 되여도 희망을 남겨놓았다는 것을 알아내겠지만 왕고집 겨울은 곁눈 한번 팔지 않는다. 여름과 가을을 거치면서 자생된 악종 바이러스들을 다 죽여내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만을 가슴에 품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다행한 것은 얼음투성이 얼굴을 돌리고 갈 때는 겨우내 짝사랑 편지를 보내오던 생명의 봄을 인간에 돌려주는 배포가 있는 것이다. 보기에는 뚝하기를 그지없어 봄의 윙크에 알은 체 않으려고 노력하는것 같아도 봄의 생애에 량면의 고수라는 오범이 찍힐가봐 그냥 꽃샘바람을 변장하고 봄과 얼굴을 비비고 갈 길을 완성한다. 겨울은 수확과는 십만팔천리지만 수확을 지켜주는 지킴이로 만족을 하면서 이것이 바로 자기다운 삶이라고  생각하고 충성을 다한다.
 
   여름이나 가을이나 겨울은 생명이 있는 한 성심을 다해 주인답게 살다가 가는 것을 철칙으로 지켜냈다. 말하자면 인간의 만방을 비춰주는 것으로자기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꽃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단풍은 세상을 화사하게 하고 얼음은 세상을 정화한다. 이렇게 큰일들을 하면서도 그들은 누구 앞에서 자기의 멋을 자랑하고저 우쭐대는 법을 모른다. 자기의 무대가 오면 해야 할 바에 충심을 다 바친다. 누구의 감시도 필요 없고 누구의 격려도 바라지 않는다.
 
     자연을 어머니로 알고 있는 사람의 생명 또한 자연을 반받았음이다. 그 역시도 주어진 삶에 충실하면서 살다가 가는 것이다. 지위나 신분이나 성별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젊음의 나이든 제 나이대로 살았던 것과 무관하게 모두가 가게 되는 한가지 길을 갖고 있다. 자연은 자기의 계절을 어떻게 살았던지에 무관하게 무한 순환의 곡선을 긋는 생명을 갖고 있어 갔다고 오고 왔다가 가느ㄴ일을 거듭한다. 그러나 인간의 생은 직선적이고 일회적이라서 갔다가 오는 길이 열려져 있지 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자연은 있는 그대로를 인간에게 다 헌시난 것은 아니였다. 그는 인간을 사랑하여 무조건으로 바치며 살지만 생명의 순환법만은 물려주지 않았던 것 같다.
  
     순환의 생애가 없는 인간은 그가 어떻ㄱ 살았느냐에 다라 사회적인 평가값이 매겨지고 그에 따라 그가 남겨놓은 령혼의 무게가 저울질된다. 생을 달리한 후에도 계속 우리곁에 남아있는 사람이면 그는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사회의 위화감을 소멸하기에 혼신을 쏟아붓고 더불어 살다가 가는 것으로 삶의 가치고库를 채운 사람이라 하여 영원히 살아있게 된다.
  
     베풀며 사는 사람들을 자무 만나고 있다 그들과의 만남을 다리로 하여 나문의 함다운 의미를 새겨보게 되고 삶의 무대가 빛나게 하는 이런 저런 알짜 법을 배우게도 된다. 멋지게 생긴 사람을 보면 우리는 눈길을 더 주게 된다. 그러나 더불어 살아가는 길에다 실제적 배려심을랑 듬뿍듬뿍 주는 사람을 보면 마음에 담아두게 된다. 그리고는 존경심으로 잘 포장하여 간지갛게 도는 것이다. 그들은 행복 만들기 법을 내내 실천하며서도 내색하지 않는다. 묵묵히 말이 없는 자연이 모습을 닮았음이다.
 
 
 
  

                                          발표내역: <장백산> (2021년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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