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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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곤혹(남영도)
2008년 07월 29일 20시 13분  조회:930  추천:54  작성자: 남영도
 

도시의 곤혹




“철커덩, 쫙… 철커덩 쫙…”

귀청을 째는듯한 요란한 소리에 새벽잠에서 깨여났다. 베란다로 나가보니 또 그 문제의 건축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소리이다. 벌써 여러달째이다.

철근콩크리트에 대한 도시인의 집착은 언제까지 계속될것인가?

가로세로 나란히 들어앉은 아빠트틈새에 잔디나 꽃을 심었으면 좋음직한 좁은 틈새에 또 층집이 들어서는것이다. 계획에 어긋나는것도 어긋나는것이려니와 하늘땅을 진동하는 그 소음이 주민들에게 주는 피해는 시끄러운 정도만이 아니다. 그래서 아빠트주민들이 피해보상비를 받겠다고 들고일어났는데 나중에는 흐지부지해지고 그 문제의 층집은 나 보란듯이 5층건물로 완공이 되어 아빠트틈새에 우뚝 서있다. 조그마한 자투리땅도 사정을 두지 않는 도시인의 “걸작”이 또 하나 탄생한것이다.

도시의 비애는 이뿐이 아니다. 얼마전 상해 어느 구의 주민들이 주택구역남쪽 10메터 앞에 28층짜리 아빠트를 짓는데 항의해 들고일어났다. 높이가 85메터나 되는 그 초대형아빠트 3채가 줄지어 일어서는 날에 거폭의 병풍마냥 태양광선을 차단하여 그 주택구역의 주민들이 영영 해빛을 볼수 없게 되기때문이라는데서였다. “우리는 해빛없이는 살수 없다.(我们不能没有阳光!)” 자연이 하사한 마지막 권리마저 박탈당하게 된 그 주민들이 터뜨린 분노의 원성이다.

도시인이 만들어놓은 “걸작”중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풍경이 또 하나 있다. 회색빛의 콩트리트벽에 유일하게 나있는 조그마한 창을 쇠창살로 얼기설기 얽어맨 그것이다. 맨 아래층에서 안전을 고려하여 쇠살창을 해다는건 그런대로 리해가 가겠으나 2층, 3층, 지어 6, 7층에서까지 쇠살창을, 그것도 부엌이건, 거실이건, 화장실이건 할것없이 창이란 창엔 죄다 쇠살창을 해다는데는 통 리해가 되지 않는다.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만단의 태세를 취하고잇는 맹수의 그것처럼 보여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친다.

베란다에 나가 설때마다 어쩔수 없이 대하게 되는 그 을씨년스러운 풍경앞에서 나는  한번 또 한번 도시의 삭막함을 느낀다.

쇠살창의 포위속에 갇혀있는 아빠트단지, 그것은 으스스한 감옥을 방불케한다. 도적을 방비하기 위하여 자기를 청창속에 가두어야 하는 오늘의 도시인! 자기를 철창속에 가두고 그대신 도적을 철창밖 너른 천지에서 활개치게 한다는것, 이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현대인의 “걸작”인가?

다시금 우리의 삶의 공간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다.

날이 갈수록 도시를 메우는 고층건물, 철근, 콩크리트, 유리, 화강암…여하튼 견고하고 빛이 번뜩거리는 재료란 재료를 다 써가며 경쟁이나 하듯이 더 높이 더 멋있게 도시를 “장식”한다.

그 빌딩의 유리가 해빛을 반사하여 날아가는 새들에게 여러 가지 착각을 주는바람에 새들이 빌딩유리벽에 부딪쳐 죽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신문은 전한다. 회색빛 콩크리트숲이 푸른 숲을 대신하는 도시에서 새들은 이제 점점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외국의 어떤 나라들에서는 새들이 사나운 날짐승(猛禽)을 두려워하는 원리를 리용하여 그런 날짐승모양의 종이를 유리벽이 붙이는 것으로 새들이 빌딩에 부딪치는것을 방비하는 대책을 세우기도 한다지만 그것은 인류로 말하면 비애가 아닐수 없다. 지구에 생존하는 생물들이 직면한 위기는 곧 인昰黴탔?위기를 예시하는것이 아닐가? 자기 거처를 짓기에 정신이 없는 인류는 그까짓 새들의 거처 같은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차를 타고 거리에 나가면 눈에 안겨오는것은 온통 회색빛의 콩크리트건물뿐이다. 옛스러운 단층집들은 하나하나 현대냄새를 풍기는 고층건물로 대체되고 어쩌다 푸른 풀이 자란 자투리땅이 눈에 띄여 다행이다싶었는데 웬걸, 몇달후에 다시 나가보면 그것은 철근콩크리트의 세례를 벗어나지 못하고만다. 도시의 복판을 흐르는 강은 진작 오염이 되여 혼탁해지고 석탄가스와 자동차배기가스로 하늘은 희뿌옇다. 어쩌다 마음먹고 찾아간 도심의 유일한 록지―공원도 인산인해로 발디딜 틈이 없다. 기능과 효률만 따지는 도시인은 그까짓 쾌적한 삶의 공간같은것은 안중에도 없다.

도시는 지금 어디로 가고있는걸가?

어느 만화에서는 콩크리트숲속에 곡괭이를 든 신농(神农) 씨를 세워놓고있다. 사무청사, 오락성, 술집, 가라오케 등으로 꽉 들어선 건물들 틈새에서 신농씨가 농사지을 땅이 없다고 푸념하자 핸드폰을 손에 든 도시인이 골프장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개의찮게 대답한다. 자연과 점점 멀어져가는 오늘의 도시에 대한 신랄한 풍자라 하겠다.

실지로 도시의 끝없는 확장으로 교외의 경작지와 목장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교외의 농민, 목축민들이 곤혹을 겪고있다고 매스컴은 전한다. 교외에 들어선 연분홍빛의 화려한 별장과 얼마 남지 않은 언덕에서 풀을 뜯는 젖소가 텔레비죤화면에서 묘한 대조를 이루며 보는 이를 슬프게 한다. 이제 젖소업도 다 된것 같다고, 친부모를 잃었을 때처럼 마음이 허전하다고 젖소주인은 비감한 어조로 말한다.

작가 풍기재는 요지음의 도시를 우려하면서 이렇게 쓰고 있다. “동양사람들이 도시로 대거 밀려들 때 서양사람들은 시골로 돌아가 푸르른 자연에 입맞추기 시작하고 동양에서 하늘을 찌를듯한 고층건물을 현대화의 상징으로 간주 할 때 서양에서는 이 차디찬 콩크리트괴물을 이제 어떻게 제거할것인가를 두고 걱정하고있고 동양사람들이 화학섬유, 비닐, 플라스틱 등 인공재료로 만든 물건에 열을 올리고있을 때 서양사람들은 다시금 목천, 나무, 흙, 가죽 등 원시적재료와 가까이 하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 자연은 무엇이던가?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가는 인생이라는 말도 있듯이 인간은 자연을 떠나 살수 없다. 옛 선인들이 집은 초가집이로되 자연을 벗으로 삼고 산수와 어우러져 풍월을 지으며 여유있게 산 그것은 우리의 귀감으로 되지 않을가.

푸른 숲대신 철근콩크리트숲을 숨막히게 만들어놓고 그것을 발달한것인양 착각하는 현대인, 자연을 하나, 둘 파괴하면서 거기에 이른바 물질문명의 탑을 구축하기에 정신이 없는, 그러고도 물질문명의 창조자로 으시대는 현대인이 참으로 가소롭다. 이제 이 땅에서 록지가 서서히 사라지고 만구할수 없는 공해로 생물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는 날, 인류는 과연 어떻게 될가? 자기가 구축한 그 “문명의 탑”속에서 자멸할가 겁난다.

요즈음 신문에 소개된 위계영이라는 농촌녀성이 12년간 민둥산에 나무를 심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올해 60인 위계영은 집을 아예 산에 잡고 남편과 자식들을 동원하여 12년을 하루와 같이 5,000여무의 산에 100여만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말그대로 나무는 숲을 이루고 숲은 삼림을 이루었다. 언제 그 혜택을 볼지 모르는 요원한 사업이라 할수 있는 나무심기에 온 정력을 몰부은 이 녀성,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나무를 심는다고 한 그 말이 심금을 울린다. 아직은 지구의 위기를 모르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런 말이 조금은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나, 그러나 회색빛의 콩크리트숲속에서 자기의 사업에, 돈벌기에만 정신이 없는 도시인에게 주는 계시는 적지 않다.

며칠전 《남방일보》에서 보았던 한 미국청년의 이야기도 한줄기 샘물마냥 가슴속에 흘러들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대위라는 그 미국청년은 중국 주해에서 아이들한테 글을 가르친다. 평범한 그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아이들과 같이 있는게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천진란만한 애들과 같이 있느라면 일하는것이 노는것처럼 편하게 느껴져요. 퇴근하면 기타를 치고 편지를 씁니다. 때로는 동료들과 어울려 롱구를 치거나 등산을 갑니다. 저는 대도시사람이 아닙니다. 비교적 농민적이죠. 그래서 그런지 반드시 대자연과 가까이 있어야만 통쾌하거든요. 저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떵떵 어는 그런 감각을 말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주해에는 겨울이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중국의 북방을 더 좋아합니다. 올 겨울에 저는 서북으로 갈가 합니다. 거기 가서 애들을 가르치지요. 주해는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다 돈벌기에 여념이 없는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도시로 밀려들고 많은 사람들이 콩크리트숲속에서 출로를 찾으려 하고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에서 시체멋에 열을 올리고있는데 반해 이런 사람의 소행은 얼마나 촌스러운가! 그래도 어쩐지 그런 촌스러운 사고방식이 마음에 든다. 자기는 비교적 농민적이라는 말이 인상깊다. 대자연과 가까이 있으면서 천진무구한 아이들과 어울려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 미국청년의 삶이 얼마나 충실해보이는지 모른다.

언제면 우리의 사회가 기능과 효률만 따지던데로부터 지투리땅에 잔디를 깔고 꽃을 심을만큼 멋과 여유를 즐길줄 아는 사회로 변할가? 언제면 우리의 도시인이 철근콩크리트의 집착에서 벗어나 자연과 교감할줄 알고 주위의 동물, 식물들과 어울릴줄 알만큼 여유로와질가? 언제면 우리의 인간관계가 쇠창살속의 삭막함에서 벗어나 세상을 향해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사랑으로 이 세상을 아량있게 포섭할줄 알만큼 원만해질가? 언제면 우리의 현대인 모두가 지구의 위기를 느끼고 지구를 살리는 환경보??발벗고 나설수 있을만큼 문명해질가?

이 모든것이 결코 물질문명의 발달에 정비례하는것이 아님을 안다. 그러기에 인간 스스로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것이 아닐가?

벌써 여러 도시들에서 애조(愛鳥)협회같은것들을 내오고 실질적인 일을 벌리고 있다니 반갑다. 그리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백색오염”을 제거하는 등 환경보호운동을 벌리는것도 기꺼운 일이라 하겠다. 그래서 요지음의 우려에서 벗어나 도시의 밝은 미래를 전망해봄도 과분한것은 아니리라.

199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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