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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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의 전쟁(수필)
2008년 10월 23일 19시 51분  조회:1005  추천:40  작성자: 남영도

비만과의 전쟁


 

                                                                     남 영 도


현대문명의 발전은 인류를 한없이 편리하게 해주었지만 그대신 사람들을 한없이 게으르게 만들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집에서는 티비와 에어컨을 리모콘으로 작동하고 회사에서는 장시간 컴퓨터에 마주앉아 키보드에 손목을 얹은채 손가락만 움직이는 생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인간의 활동량이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즐어든것이 요지음의 현실이다.

 

날씬하다고는 할수 없지만 30대까지도 남보기에 별로 미안하지 않은 몸매를 유지해왔었던 나다. 그런데 편리한 생활의 변화의 몫이였을가, 아니면 나이의 몫이였을가, 마흔이 넘으면서 컴퓨터앞에 장시간 마주앉아 일하는 생활이 되풀이되면서 슬금살금 살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걷잡을수 없을 정도로 몸이 붇기 시작한다는데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름대로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근 3년간 매일 요가를 견지하면서 일부 효과를 보기도 하였으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던지 1년이 지나자 또다시 붇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절구통이 왔다 울고갈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때로는 “‘육’이 있어야 ‘감’이 있지…”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안해보기도 하지만 그런 말은 대체로 날씬한 이들이 뚱뚱한 사람들의 체면을 세워주느라고 만들어낸 말일뿐 말그대로 “잠간”의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위안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수시로 다이어트의 절박성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내가 외모지상주의자인것은 아니다. 20여년전 쌍거풀수술이라는 성형붐이 크게 일 때, 보는 이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작게 생긴 외겹눈임에도 성형이란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인듯이 그 필요성이라는것을 별로 못느끼고(?) 살아왔고 옷차림같은것에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잘만 살아왔었다. “순기자연(順其自然)”이라는 말을 좋아하듯이 모든 일에 순리를 따르려고 해왔던 내 성정의 발로일것이다.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더래도 의사들의 분석을 보면 비만은 모든 성인병의 온상이요, 중년건강의 적신호로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에 암증까지 초래한다고 하니 나중에 병으로 인한 고통에 대비해서라도 미리 조처를 할 일이렷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큰 맘 먹고 균형적인 영양식사를 하면서 근원적으로 비만을 근치할수 있다는 식이료법을 받아들이고 드디어 다이어트의 행렬에 끼여들었다.

 

다이어트는 석달 일정으로, 아침과 저녁 두끼는 식이섬유가루로 식사를 대신하는데 그 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면 식사 끝. 간식뿐아니라 후식, 야식도 일절 금하고 정 배고플 경우 오이나 도마도를 먹는것은 허용한다는것, 그대신 물은 하루에 3리터이상 마셔야 한다는것이다. 그것도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시간을 맞추어 대량으로. 말그대로 살인적인 다이어트였다.

 

첫날은 호기심과 기대속에서 2~3분만에 식사를 끝내고 나앉았다. 그런데 한시간이 지나자 뭔가를 먹고픈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도마도 한개를 게눈 감추듯 먹고 났는데도 여전히 속이 허전하다. 그래서 오이 한개를 가져다가 쌈장에 찍어먹었더니 아, 그 맛이란…

 

다음날부터 밀려드는 음식물의 유혹. 배 고파서라기보다 구수한 음식물냄새를 맡고도 먹을수 없다는것이 가장 큰 유린이였다. 그럴수록 여태 분별없이 무절제하게 음식물을 먹어댄것에 대한 징벌이라고 마음을 고쳐 먹고 용케 참아내였다.

 

그러다보니 매일 기다려지는것은 점심식사였다. 밥과 반찬, 맛과 향이 어우러진 식사를 마음대로 할수 있다는것은 커다란 향수가 아닐수 없었다.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어우, 맛있다!”는 감탄사가 연방 튀여나왔다.

 

미각과 후각이 발달했다는것은 점심식사를 위해서는 좋은 일이지만 저녁식사를 위해서는 혹형에 가까웠다. 이 세상에 맛없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다식가인 나에게 식욕억제처럼 잔인한 노릇은 또 없을것이다.

특히 눈에 맛있게 보이는 음식과 갖가지 유혹으로 코를 간지럽히는 음식물의 향은 그야말로 최고의 고문이요, 최대의 적이 아닐수 없었다. 티비를 보다가도 눈을 자극하는 현란한 요리들이 나오면 제꺽 채널을 돌려버린다. 퇴근길에 상점에 들려도, 주말에 거리에 나가도 음식물냄새의 유혹은 곳곳에서 온다. 아, 미각과 후각을 가진 인간의 불행이여! 이런 감탄사를 련발하며 억제하노라니 이 세상의 모든 음식물들은 나를 곯리려고 존재하는것 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저녁회식자리는 될수 있는한 피했고 피치못할 약속으로 꼭 그런 자리에 나가야 할 경우에는 무릇 “육”이 붙은 요리들은 눈으로 보는것으로 만족하고 야채만 집었다. 옆에서 식도락이라는 말로 유혹하기도 했지만 번마다 눈 한번 질끈 감고 참아냈다.

 

배고픈 자는 먹는것을 노래한다고 했던가, 긴긴 저녁 시간, 글을 쓰려고 컴퓨터에 마주앉으니 옛날에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이 자꾸 눈앞에 얼른거려 아예 음식에 관한 수필을 쓰는것으로 먹고픈 충동을 달래기도 하였다. 그 긴긴 시간을 잘 넘기면 나는 이기는것이다.

 

자연히 다이어트에 관한 기사며 비결들에 눈길이 갔다.

신문기사를 보니 예상외로 비만은 지구 온난화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라고 한다. 영국인의 23프로, 미국인의 30프로가 비만, 현재 전세계 65억인구중 4억이 비만이라고 하며 이대로 가다가는 2050년에는 성인의 절반이상이, 영국은 60프로이상이 비만상태로 될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영국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비만과의 전면전을 펼치고있다는것, 즉 국가재정에서 자금을 떼내여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을 장려한다는것이다. 이는 2050년에 이르러 비만으로 인해 국가의료시스템에 지워질 거액의 부담에 대처하기 위한 예방조치라고 한다.

 

예상보다 심각한 분석을 보니 비만은 현대문명의 발달에 따른 물질의 풍요와 함께 나서는 인류 공동의 문제였다. 이제 비만과의 전쟁이 전 지구적인 전쟁으로 번져지는것은 시간문제일것이였다.

 

인고의 열흘이 지나자 서서히 적응이 왔고 40일이 되자 그런 식생활에 점차 습관이 되였다. 두달이 지나자 체중이 5킬로정도 빠져 아침 출근시간이면 줄어든 허리사이즈때문에 바지를 골라 입어야 하는 즐거운 고민까지 생겼다. 만나는 사람마다 날씬해졌다고 난리들이고 옷가게에 가면 예전엔 엄두도 못내던 옷들에까지 손이 가진다.

 

40여일이 지난후 한동안 체중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전문가에게 물으니 그것은 내장주변에 쌓인 지방을 빼는 중이여서 그렇다고 한다. 신비와 기대 속에서 계속 원래의 식단대로 복용하였다.

 

평소에 쩍하면 저녁밥을 많이 먹어 위가 더부룩하고 불편하던 현상이 가뭇없이 사라졌는가 하면 몇년간 나를 곤혹케하던 변비증상이 해결되여 말그대로 “유쾌, 통쾌, 상쾌”라는 낱말의 의미를 매일 실감하면서 산다.

 

잔인한 석달이 거의 끝나가던 어느날, 모처럼의 저녁회식자리가 있어서 순서를 바꾸어 점심에 대용찬을 먹고 저녁은 현란한 요리앞에서 금욕의 탕개를 좀 늦추어보았더니 식사후에 따르는 그 위의 불편함이라니…오히려 오이와 도마도로 조촐하게 하던 저녁식사가 편하게 느껴졌고 다시 한번 습관이란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반년간의 다이어트, 식욕억제라는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면서 느낀 비만과 건강 그리고 산다는것의 의미, 그것은 단순히 외모만의 문제에 한한 간단한것이 아니였다. 인간의 오욕중 첫번째 욕구인 식욕을 포함하여 끊임없이 팽창하는 인간의 허다한 욕구를 어떻게 절제하고 어떻게 그 욕구에 슬기롭게 대처해나갈것인지를 검증하는 한차례 시련이였고 따라서 체지방지수와 행복지수의 함수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좋은 계기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인고의 과정에 얻은 모든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이 세상 무슨 일이나 맘대로 할수 있다는 프랑스의 개혁대통령 사르코지도 맘대로 할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복부비만이라고 한다. 그 대단한 개혁대통령도 배살개혁에서는 실패를 하였다고 하니 비만과의 전쟁은 과시 쉬운 전쟁은 아니렷다.

 

비만과의 전쟁, 반년동안 지속된 그 인고의 과정도 일단은 이 아줌마의 승리로 한단락 마무리를 지었다. 그렇다고 아줌마 몸매가 처녀 몸매로 될리 만무하겠으나 원체 그걸 바라고 시작한게 아니였으니 마음이 이토록 여유작작할수가…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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