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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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맥주(박춘월)
2009년 07월 06일 14시 18분  조회:842  추천:21  작성자: 박춘월
컵안 들여다 보다가 입술 떨어뜨렸다
안에서는 숱한 입술이 헤염치고 있었다
몇개의 파리한 입술
맥주가 만든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려
구사일생으로 자맥질하고 있었다
기름 번지르르 번진 뚱뚱한 입술
작은 입술 몇개
손쉽게 맥주에 헹구어 먹고나서
폼 잡으며 늘이는 허연 하품 따라
거품들 속이 빈 공연 해댄다
떨어진 입술 찾으려고
불투명한 거품 표면 바장이다가
입 없는 내 얼굴
액체속에 풍덩 투신한다
내 작은 입술 온데간데 없었다
마침내 내 얼굴 액면우로 올라온다
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에서는
기름 번진 뚱뚱한 입술
흐트러진 자세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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