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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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시] 고향(외8수)-박춘월 댓글:  조회:715  추천:0  2019-07-18
박춘월  고향(외8수)   천천히 썩어서 기울어져 가는 나무받침대의  몰락의 진행이다   물감이 차르르 돌던 옛날의 그 유화 기름기 다 빠지고 터덕터덕 갈라터져서 구질구질하다    마른 락엽이 바스락거리는  그 숲사이를 뒤져보면 빨간 볼의 어린 내가 뛰놀고 있는데   너는 내가 벗어버린 껍질 같은 것인가 람루한 차림의 궁상맞은 너를   아― 너를 중년이 다 된 내가 오늘도  다시 껴입어본다   사랑   두 사람이 마주섰을 때 생기는 합쳐진 자기장이 있다 두 사람은 그것을 뭉텅뭉텅 뜯어먹으면서 산다 달이 기울어졌다가 둥그렇게 차오르듯이 자기장도 그러기를 되풀이한다   그 둥그렇게 차오르기 반복이 간혹 멈추는 사람도 있다 허기진 사람이 서서히 상대를 증오하고 한없는 욕설로 활활 타오르기도 한다 자칫 반주검이 돼서 나가는 수도 있다 누구의 몸에 비극의 끈이 동여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이 가장 놀기 좋아하고 인간을 송두리채 휘저을 수 있는 운명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인간 사이에서 벌여대는 유희이다   이슬    다치지 마!   난 터지기 직전이야 난 누구보다 순결을 주장하지 령롱하게 반짝이는 동그란 내 몸은 차거워 이 새벽의 잠간의 체류와 풀잎과의 악수는 내 생의 궤적이야 순간이나마 웃어주랴 허나 난 눈물에 가깝지 난 다 보고 있어 난 다 담고 있어 난 부서지기 직전이야   만지지 마!   흔적   너와 내가 찢어지던 어지러운 그 자리에   아홉밀리그램의 내 생각이 살며시 앉는다 나무가지에 내리는 잠자리모양으로    생각은 알을 쓸고 수많은 너와 내가 부화된다 부재의 망사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연극   수많은 잠자리들이 머리속에서 가슴속에서 마구 날아다니는   내가 널 죽여버리고 싶었던 얼룩진 옛터   허공    여백은  오직 너만이 만들 수 있다 적막과 넉넉함의 미학이 숨 쉬는 공간   온갖 잡동사니를 죄다 얹어둘 수 있는 선반   얹어둔 물건 찾아가지 않으면 천천히 풍화시켜 무로 만들어버리는 커다란 로천동굴   빛이 비춰도 눈이 부시지 않고 컴컴하면 별을 품을 수 있다 죄다 담을 수 있지만 하나도 담지 않고 있다   온전히 비여있어서 아름다운 우주의 주머니에는 변계가 없다   바람과 함께 주머니에 아주 잠간 담겨보는 우리의 함성…   두만강에서    물이 운다 울음소리 마디들에서 흰옷 입은 사람들이 걸어나와  아리랑고개  넘는다    소용돌이가 급하다 손에 손잡고 강강수월래  뿌리워 나가지 말거라 휘둘리워도  손 놓지 말거라   뒤돌아보지 말라 순리대로  유유히 가자 구불구불 흐르자 물아 물아 우리 이젠 웃자   온 세상이 술렁인다!   꿈   나는 무이면서도 허이고 또한 존재한다 현실을 리탈한 언덕 우   계시의 동영상 내가 펼치는 무의식의 줄기는 어디까지 뻗어가고저 하는가   꽃잎 몇점이 날릴 법한 그 동네 두 세상 사이에서 내가 왔다 갔다 한다   의식이 잠이 들면 그제서야 수면 우에 떠올라 내게 또 다른 공간을 제안하는 무의식의 무대 우로 올라가 내 한계를 찢어버리고 자유의 변계선을 넘어서 본다   내 현주소를 초월해서 건재하는 다른 한 허상의 나라 내 무의식의 힘있는 왕국 그곳에서 나는 여러가지 내 얼굴과 마주한다   무슨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 불가한 영화가 방영된다 내가 주인공이다     춤   중력을 거슬러 하늘에 솟구쳐 보는 일   강력하게 세상을 빨아들이는 일   육신이 령혼이랑 같은 색갈이 되는 일   허공 속에 자신을 집어넣는 일   바람을  밀고 나가는 일   강물이 되여 굽이치며 흐르는 일   가파른 산 중턱에서 커다란 자신을 만나는 일   저기  팔과 다리와 손을 펼쳐들고 사나운 파도가 덮쳐온다   보름달   달이 왔다 휘영청 밝은 달이   칠흑의 내 허공에도 활짝 뜬다 둥근 달이     나는 만져본다 손끝으로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36    [시] 목련(외6수)-박춘월 댓글:  조회:633  추천:0  2019-07-11
박춘월  목련(외6수)   거무칙칙한 나무가 초불들을 내걸었나 느닷없는 그의 방문은 거세차고 환했다   내 심장 한복판에서 펼쳐진 꽃자락 쿵쾅― 쿵쾅 가락 한번 높았다   첫만남의 울렁임을 언제까지나 간직하고 나의 시간들을 버텨볼 예정이다   그쯤되는 감동이면 세상에 꺼내보여도 홀쭉해지지 않을 것이다   잠   육신이 스위치를 내리우면 나는 어느 세상에서 헤매는가   의식의 계단을 딛고 내려가면 커다랗고 시커먼 무의식의 언덕 뺨 허비는 바람이 불고 머리 때리는 비가 내리는 그 나라에서 마저 철저하게 배신당하고 마침내 깨여나는 아침   살아남기 위해 내 육신이 고안해내는 생리기법 간밤의 잠속 참경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것이다   아― 잘 잤다!   미풍   누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나는 알아들으려고 바짝 긴장을 한다   그래 내 기꺼이 너에게 실려 하느작여주마   굳이 세차게 불 일이 뭐 있겠니   네가 강풍보다 나를 쉽게 움직이거늘   등산   나무와 나무숲 그들과 내가 교환해야 할 것이 있다   세속의 때가 덕지덕지 낀 녹이 가득 쓴 이끼 나는 걸어다니는 환경오염이다   삼림욕 사실 등가교환이 아니다 내가 일방적으로 억지를 부려서 챙긴 리득이 많다   한그루의 초록 나무가 되여 거뿐히 산을 내리는 내가 보이는가?   오늘처럼 비가 오면은   물로 짠 실오리들을 하늘이 촘촘히 드리운다 내가 세상으로 뛰여드는 길이 잠간 차단된다   비줄기를 바라보며 홀짝이는 원두커피에 어떤 의미를 첨가해 넣고   집안에서 나는 밖에서 채 어루쓸지 못한 내 사치와 허영의 주머니를 채워본다   비에 두들겨맞고 있는 나무잎과 길거리를 보면서 나는 안온한 내 거실에서 무슨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것인가   질서 없이 횡설수설해봤자 저 살벌한 세상은 나의 것이 아닌 걸   오늘처럼 비가 오면은 나는 세상으로부터 한발짝 물러서서 나를 점검해보고 나를 수리(修理)하고 나를 각근히 위로해주고 싶다   꽃   너의 깊고 아늑한 궁전에서 천상의 음악이 울린다   너의 황실에서 흘러나온 꽃술은 섬세하고 정교하여 닿으려는 내 손이 순간에 투박한 소나무 껍질이 되는구나   감히 만져볼 일이 아니라는 걸 얼결에 깨달으며 엉거주춤 물러서고 보니   너와 내가 사는 세상은 엄연히 판이하고 이렇게 넋 놓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야 하겠구나   시련   덫에 치인 적이 있다 다리 하나를 뭉텅 잘리울 번했다 온갖 힘을 다 모아 나를 기다리는 저 짐승은 예리한 날을 여덟개 가진 칼이다   상처 자리가 간신히 아물며 딱지가 앉는다 그렇게 매번 덫을 만날 때마다 내 몸에서 나이테가 한겹씩 늘어난다   독을 품은 요염한 꽃의 탈을 쓰고 덫이 똬리를 틀고 있다   무서운 짐승이다 
35    [시] 이슬 (박춘월) 댓글:  조회:772  추천:0  2018-11-02
34    [시] 이슬 (박춘월) 댓글:  조회:691  추천:0  2018-11-02
33    [시] 그림자 (박춘월) 댓글:  조회:874  추천:0  2018-09-29
그림자 / 박춘월 내가 나붓기면 너도 나붓긴다 언제나 흑백으로 서있는  또 하나의 나 양지의 나를  음지에서 한사코 받쳐주는 너는  나를 시시각각 표현하는  평면 실루엣 행여 넌 내가 불편한적이 있더냐 내것이긴 한데 난 너를 의식한적이 없구나 무게가 없기에 부담스러운적도 없고 내 대변인도 아니어서 목소리 한번 낸적없는 너를  오로지 나만 충실히 따라다닌 너를 새삼스레 들여다 본다 너는 누구니?
32    [시]리력서 1 (박춘월) 댓글:  조회:677  추천:0  2018-09-09
리력서 1 / 박춘월 그는 나를 대변하는 바코드*이다 감정부스레기도 언어 파편들도 죄다 삭제된채로 나는 이상한 가치관으로 그에게 기재되어있다 세상이라는 두꺼운 컴퓨터가 필요시 나를 단번에 읽고 간다 바코드는 뜯어내거나 수정할수 없다 현재와 미래를 온전히 거부당한채 가치를 뛰어넘을수 없는 울바자 나만의 감방 그 홀에서 마른 육신에 마른 껍질을 뒤집어 쓰고 세상의 어느 보잘것 없는 모퉁이 즈음에서 나는 춤을 추고 있다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펄럭이고 있다... (*바코드: 컴퓨터가 판독할수 있도록 고안된 굵기가 다른 흑백막대기로 조합시켜 만든 코드로 주로 제품의 포장지에 인쇄된다)
31    [시]해바라기(박춘월) 댓글:  조회:649  추천:0  2018-09-07
해바라기 박춘월 간절한 눈빛으로 해만 바라보았습니다 까만 글로 촘촘히 박아 적었습니다 햇남과 매일 나눈 얘기 그건 천하루밤의 이야기보다 더욱 길고 처절했습니다 누가 내 깊은 우물에서 향기로운 기름을 퍼갑니다 어두운 밤의 내 눈물도 구수한 이야기로 승화시키고저 무거운 머리통 지탱하고 몸부림 쳤습니다 그래서 내 꽃은 크고도 아름답습니다 그대여 자금 나를 보는 그대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가슴을 어디에 잃어버렸습니다 오리 오늘은 가슴으로 뜨겁게 얘기 나눕시다 내 이름은 해바라기 입니다!
30    [시]길(박춘월) 댓글:  조회:931  추천:1  2018-09-07
길 박춘월 나무 꼬챙이 모양의 길들이  화살처럼 빛발친다 두세개가 내 몸에 와서 꽂힌다 아직은 셔터를 내리지 않은 큰 길이 있다 통증을 느끼며 간신히 걸어간다 축축한 시간의 손바닥이  내 등을 한사코 밀어서 멈출수가 없어서 걷고 또 걷는다  이 가을의 입구 즈음에서 길의 발가락 틈새로 삐쭉 튀어나온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한줌 꺾어들고  거대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격류의 소용돌이에서 나는 용케도 온전히 걸어가고 있는가? 길이 내게 셔터를 내리울 날은  그나마 아직은 먼것 같다...
29    [시]모교(박춘월) 댓글:  조회:638  추천:0  2018-09-07
모교 박춘월  노오란 민들레  해마다 만개하는 정원 그 풋풋하고 싱그러운 초록밭에 서서 가만히 둘러보면 금방 화답하며 달려오는 이름들... 어느해 우리는  정원의 민들레 꽃씨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세월이 입김 불자 잠자리되어 날았다... 날려갔다... 지금도 누가 불러주면  우리는 금세 매달린다 그 옛 정원에 그때 그대로 대롱대롱...
28    [시] 소나무 (박춘월) 댓글:  조회:657  추천:0  2017-09-21
시 소나무 박춘월 나는 발레를 춘다 나의 무대가 커다란 바위 같은 척박한 불모지일수록 춤의 자태는 더더욱 우아하다   발의 끝을 세워박고 견강하게 살아온 내 의미는 고귀하다 멈추지 않는 푸른 움직임으로 내가 이겨낸 긴긴 혹한 내게는 동면이 없다   바람의 날렵한 몸짓을 잎사귀에 쌓아놓고 바위의 단단한 골격은 가지에 갈아넣고 물의 순한 문양을 몸통 가득 머금고   나는 내 춤사위를 공중에 어필한다 이 때 나는 허공이 솔향기로 그려내는 한폭의 근사한 그림이다  
27    [시]골동품(박춘월) 댓글:  조회:1081  추천:1  2014-03-09
골동품 박춘월 옛 시공간의 틈 하나가 서있다 오래 묵은 냄새가 나는 그 싱싱하고 비릿한 몸 들여다보면 그제날 미지의 세계가 조금은 보이려나 묵묵부답 약간은 투박한 문양의 무표정한 모습 그렇게 언제까지나 버틸 태세다 수명이 긴 그와 마주하게 된 고마운 연분 류행과 시체에 한참 뒤떨어진 그래도 너무 당당한 그의 점잖은 침묵앞에서 현재가 어느새 작아진다 그가 살던 터전이 눈부시게 조명된다 온갖 총명과 온갖 추측과 수많은 력사 기재들을 죄다 동원하여 틈을 열어라 힘 주어서 벌려라 그가 거부하면 그 옛날 채색 진실들의 밀봉 봉인을 뜯어내는수가 없다 오래 묵은 시간과 공간이 지금도 서서히 발효되고있는 그 삼삼하고 구수한 몸 옛 력사의 쯤 하나.
26    [시]일년의 마지막 날 (박춘월) 댓글:  조회:1338  추천:2  2013-07-26
일년의 마지막 날  박춘월 시간이 바람의 실오리를 잡아쥐고 둥그런 매듭을 짓는다 씨실과 날실이 만나서 엉키는 순간 맵짠 회오리바람소리가 난다 365일의 숨소리가 출렁이는 매듭의 문양 그에게서 풍기는 산과 들의 향 잘 구워져 구수하다 매듭을 꼭 쥐여 짜면 시간이 호명했었던 만물이 뚝뚝 방울로 떨어진다 허공의 페지가 넘어가면 매듭에서 다시 거세찬 바람이 뿜겨져나오고 너와 나 바람에 말려들어 오만가지 색실로 뽑혀져나오기 직전.  
25    [시]겨울(박춘월) 댓글:  조회:1353  추천:24  2010-09-08
겨울 박춘월 계절의 맨발 하얗다 구름이 언 부탁 하던 날 바람은 칼날 세워 용쓰고 춤은 여섯각으로 베여저 쌓였다 무색의 침묵 두텁게 내리는데 채 하지 못한 언어의 모서리 아직 남아있었다 다시고다시던 마른 혀 만년을 실은 바이올린현을 끝내 핥았다 물기 잃은 시간들의 재빛얼굴 그들이 내는 바스락소리속에 몸 움츠리며 달려가다가 틀림없이 파아란 물방울 피울... 계절의 맨발 하얗다
24    [시]茶(박춘월) 댓글:  조회:1284  추천:24  2010-09-08
茶 박춘월 빈 시간들에 담백하고 단정한 널 부어넣을 때가 있다 자정 같은 네속에 엉켜있던 매듭들 풀려나가는 소리 곱다 한가로움과 평안함의 향기 익어터지는 빈틈들 한잔의 넌 출렁이는 오아시스여라 화판에 널려있는 잡동사니 뽑아내고 여백의 령토 넓혀가는 네 귀속말 카텐 저쪽은 눈가루 잔잔히 내리는 오붓한 마을이다 풀꽃 가만히 웃고있는 먼먼 언덕이다
23    [시]세월.1(박춘월) 댓글:  조회:2401  추천:34  2009-10-16
세월.1 박춘월 천년 만년 사나운 숫짐승 아찔하다 눈 부릅뜬 령혼의 흙 이마위 절벽 베어먹는 소리 일어선다 들소 아우성같이 시퍼런 천기 지키는 바람채찍 벼랑에 오금 떨구며 작은 벌레 되어 기여 들어간다 젖은 환호성 짜릿한 흔적 너에게 감아보나 순간도 못넘기는 소리세포들 이끼낀 그 목엔 걸리지도 못한다 홀연 나는 해빛 만난 이슬처럼 자기를 찾을수 없다
22    [시]사진(박춘월) 댓글:  조회:1715  추천:34  2009-09-08
사진 박춘월   깃을 치며 세월속을 꿰지르고있는 시간을 그대로 꽉 잡아서 네모꼴 종이안에 가두어 넣었다 움직이던 나도 납작한 미이라가 되어 종이판우에 딱 들어붙는다   순간의 날개가 영원을 날아옌다 그때의 환희와 그때의 미소가 오늘을 지나 영원에로 치닫는다  
21    [시]엽서(박춘월) 댓글:  조회:1415  추천:34  2009-09-08
엽서 박춘월   그날 소중한 엽서는 나의 창 밖에서 빨갛게 내렸다 뒤늦은 고백 받을수 없어...   엽서는 날개를 퍼덕이며 아프게 아프게 되날아가고 지워버릴수 없는 나와 그의 상처만 이마에 흉한 딱지처럼 찍힌다   이미 늦어버린 운명같은 뻐스는 아무런 손님도 싣지못한채 떠나버리고...                         
20    [시]립스틱(박춘월) 댓글:  조회:1903  추천:52  2009-09-02
립스틱 박춘월   희미하던 얼굴에 두점의 불을 질러놓고 돋보이고 싶어하는 마음판에 장미빛을 뚝 뚝 떨군다 도전에게 출렁이는 치마를 입혀주며 노란 웃음 한 곽을 조용히 넘겨준다   방에서 뛰여나와 어떤 뜨거운 이야길 향해 달려가는 녀자
19    [시]커피(박춘월) 댓글:  조회:1393  추천:34  2009-09-02
커피 박춘월    입술새에 빨간 흥분 한알을 물고 신비한 자국을 또박또박 찍는다 그대 앞에 와서 당돌하게 멈춰서는 멋진 마술사   그의 짙은 눈섭에 어린 자색 미소가 뜨거운 허리를 비비꼰다   그 랑만의 아지랑이 속에 첨벙첨벙 뛰어드는 그대의 열띤 키스를 꿀꺽꿀꺽 삼키는 컵 안의 크나큰 세계    
18    [시]찻잔(박춘월) 댓글:  조회:1830  추천:17  2009-09-02
찻잔 박춘월    마주 앉은이의 헤쳐온 작은 길을 주어 담는다   여기까지 오느라 말라든 목을 잠간 추기며 쉬여가는 유리 간이역   그 안으로 하얀 드레스 입은 음악이 조용히 눕고   마주한 마음 빗장이 스르르 열리는 소리도 뛰여들고   그래서 그속의 향기는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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