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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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목련(외6수)-박춘월
2019년 07월 11일 14시 10분  조회:633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박춘월

 목련(외6수)
 
거무칙칙한 나무가
초불들을 내걸었나
느닷없는 그의 방문은
거세차고 환했다
 
내 심장 한복판에서
펼쳐진 꽃자락
쿵쾅― 쿵쾅
가락 한번 높았다
 
첫만남의 울렁임을
언제까지나 간직하고
나의 시간들을
버텨볼 예정이다
 
그쯤되는 감동이면
세상에 꺼내보여도
홀쭉해지지 않을 것이다
 
 
육신이 스위치를 내리우면
나는 어느 세상에서 헤매는가
 
의식의 계단을 딛고 내려가면
커다랗고 시커먼 무의식의 언덕
뺨 허비는 바람이 불고
머리 때리는 비가 내리는
그 나라에서 마저
철저하게 배신당하고
마침내 깨여나는 아침
 
살아남기 위해
내 육신이 고안해내는 생리기법
간밤의 잠속 참경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것이다
 
아― 잘 잤다!
 
미풍
 
누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나는
알아들으려고
바짝 긴장을 한다
 
그래 내 기꺼이
너에게 실려
하느작여주마
 
굳이
세차게
불 일이 뭐 있겠니
 
네가
강풍보다
나를 쉽게 움직이거늘
 
등산
 
나무와 나무숲
그들과 내가
교환해야 할 것이 있다
 
세속의 때가 덕지덕지 낀
녹이 가득 쓴 이끼
나는 걸어다니는 환경오염이다
 
삼림욕
사실 등가교환이 아니다
내가 일방적으로 억지를 부려서
챙긴 리득이 많다
 
한그루의 초록 나무가 되여
거뿐히 산을 내리는
내가 보이는가?
 
오늘처럼 비가 오면은
 
물로 짠 실오리들을
하늘이 촘촘히 드리운다
내가 세상으로 뛰여드는 길이
잠간 차단된다
 
비줄기를 바라보며
홀짝이는 원두커피에
어떤 의미를 첨가해 넣고
 
집안에서 나는
밖에서 채 어루쓸지 못한 내
사치와 허영의 주머니를 채워본다
 
비에 두들겨맞고 있는
나무잎과 길거리를 보면서
나는 안온한 내 거실에서
무슨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것인가
 
질서 없이 횡설수설해봤자
저 살벌한 세상은
나의 것이 아닌 걸
 
오늘처럼 비가 오면은
나는 세상으로부터 한발짝 물러서서
나를 점검해보고
나를 수리(修理)하고
나를 각근히 위로해주고 싶다
 
 
너의 깊고 아늑한 궁전에서
천상의 음악이 울린다
 
너의 황실에서 흘러나온 꽃술은
섬세하고 정교하여
닿으려는 내 손이 순간에
투박한 소나무 껍질이 되는구나
 
감히 만져볼 일이 아니라는 걸
얼결에 깨달으며
엉거주춤 물러서고 보니
 
너와 내가 사는 세상은
엄연히 판이하고
이렇게 넋 놓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야 하겠구나
 
시련
 
덫에 치인 적이 있다
다리 하나를 뭉텅
잘리울 번했다
온갖 힘을 다 모아
나를 기다리는 저 짐승은
예리한 날을 여덟개 가진 칼이다
 
상처 자리가 간신히 아물며
딱지가 앉는다
그렇게 매번 덫을 만날 때마다
내 몸에서 나이테가
한겹씩 늘어난다
 
독을 품은 요염한 꽃의 탈을 쓰고
덫이 똬리를 틀고 있다
 
무서운 짐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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